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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미성 님의 서재입니다.

A급 헌터가 살아가는 법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검미성
작품등록일 :
2024.05.23 21:16
최근연재일 :
2024.07.0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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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5,332

작성
24.06.2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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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
글자
19쪽

S급 헌터 강준치 - [1]

DUMMY

Ⓐ BabyBerserker : 애기버섯이의 하늘성 건설이 시작됐어양!

드디어 애기버섯이의 보금자리를 짓는 거지양! 그동안은 인천 시의원 박미형 아줌마(다가올 선거에서 인천 시장 자리를 노리고 계시다니 인천 사시는 분들은 기회가 되면 모두 소중한 한 표씩 부탁드립니다. 기호 2번, 사무실 번호 032-XXX-XXXX) 집에 얹혀살았는데 드디어 독립하게 된 거예양!

독립도 하구, 이제 애기버섯이도 다 큰 숙녀가 된 걸까양? 아껴 입던 곰돌이 팬티는 그만 입구 이제는 섹시하게 입어야 하는 걸까양?!? 애기버섯이 부끄부끄 //∇//

하지만 팬티를 갈아입어두 여전히 애기버섯이는 작고 어려서 집을 짓고 싶어도 어떻게 짓는지 하나도 알 수 없었어양!

애기버섯이는 답답한 마음에 엉엉 울고 있었는데양! 인천 시장 아조씨가 와서는 애기버섯이의 애기 눈물을 닦아주며 공무원 아조씨들 시켜서 어지간한 건 다 알아봐 줄 테니 그만 울고 뚝! 하라고 하지 뭐예양?

그제야 착한 애기버섯이는 뚝 했지만, 히잉ㅠ 이미 잔뜩 울어버렷서양······ 올해는 산타 할아부지의 선물을 받을 수가 없게 됐어양······!

결국 가엾은 애기버섯이 슬퍼져서 또 울고 있어양. 언니옵바야들이 빨리 그만 울라고 토닥토닥 해줘양 히잉히잉히잉 ㅠ



Ⓐ 돌머리청년 : 박미형 씨 저 불쌍한 친구를 그만 놓아주십시오 부탁입니다. 저 친구는 이미 인천과 시의원님을 위해 충분히 일했지 않습니까?

Ⓐ syberMagneto : 왜 이 감동적인 사업을 가지고도 이런 끔찍한 글을 쓰는 거냐······ 이 사업에 주목하는 불쌍한 얼레기들을 위해서라도 이런 흉참한 짓은 그만둘 수 없는 거냐?



헌트웹에 근황 보고를 올렸건만 어째 이제는 호들갑 떠는 반응이 별로 없다. 대부분은 내 글을 진지하게 읽는 중이다.



Ⓐ 엘마야캐요 : 그러니까 해석하자면 인천 시장이 직접 나서가며 그 초고층 아파트 건설계획 밀어준단 거네? 괜히 돈만 날리는 거 아닌가 걱정했는데 잘 됐구만 정말


5my지저스 : 사회적 약자를 위해 귀중한 재산을 아낌없이 쓰는 김극햄, 그저 존경스럽습니다. 언제나 위대한 김극햄 찬양해!!


익명 : 얼레기들 받아주는 아파트라길래 혐오 시설 취급받을 줄 알았는데 의외네. 인천시에서도 좋게 보나 봄?


익명 : 벌어들인 수백억 다 인천시에서 쓰는 셈인 데다 집까지 인천시에 지어가며 평생 인천에 뼈를 묻겠단 선언인데 싫어할 이유가 없지. 실제로 근처 주민들 반응도 좋은 모양이고



실제로 상황이 생각한 것보다 좋다. 내가 예의 초고층 아파트 건설계획을 발표한 후, 각성자 수용시설 앞 시위가 멈췄다.


잘 나가는 헌터가 수백억 전 재산을 들여 진지하게 하는 사업이요, 시에서도 대놓고 밀어주니 결과가 괜찮으리라 판단한 모양이다. 어쩌면 유명하기 그지없는 헌터인 내가 상주하리란 말에 얼음 능력자들이 초래할 위험 요소 또한 차단되리라 기대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인천시 공무원들이 직접 건설현장에 나온 가운데, 감리는 그 어느 때보다 철저하게 일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다. 함부로 철근 하나 빼먹을 수 없는 환경이라던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 무턱대고 돈을 쓴 나로선 그저 다행일 따름이다.


그러나 이 와중에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헌터 일을 시작한 이후, 오 개월 동안 단 한 명도 죽지 않았던 내 헌터팀에 첫 사망자가 생겼다.


김진준.


우리 팀에서 성문영 및 이종호와 함께 양아치 트리오를 구성하던 한 명이다. 양아치라 해서 해야 할 일을 남에게 떠넘기고 껄렁거리는 녀석은 절대 아니요, 평소 체력에 자신이 있어서 힘쓰는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는 녀석이었다.


그 녀석이 죽었다. 못생긴 사자 괴물한테 죽었다.


이번에도 소탕 작전을 진행 중이었다. 나는 정신적 그물망을 통해 파악한 사실을 여기 모인 헌터 모두에게 전했다.


“맨티코어네.”


바로 성문영이 아는 척했다.


“맨티코어면 그 짝퉁 사자 맞죠?”

“그래. 일곱 마리가 모여있는데 프라이드 전체가 휴식 중인가 봐.”


전설 속 맨티코어는 사자의 몸에 사람 머리며 박쥐 날개며 별 이상한 게 잔뜩 달린 괴물이라던가?


그러나 게이트에서 튀어나오는 맨티코어들은 그보다 훨씬 심심한 외형이다. 놈들은 그저 근친교배로 태어난 사자처럼 생겼다. 좀 심하게 못생겼다는 점을 제외하면 지구의 사자들과 큰 차이가 없고, 심지어 유전적으로도 흡사해서 서로 교배까지 가능하다.


맨티코어들이 사자와 특별히 다른 점은 꼬리다. 실제 사자의 꼬리에도 털 속에 가시가 숨겨져 있는데, 맨티코어들의 꼬리털에도 삐죽한 가시가 숨겨져 있다.


그리고 당최 쓰임새를 알 수 없는 사자의 꼬리 가시와 달리, 맨티코어의 꼬리 가시는 초속 80m의 속도로 발사된다. 심지어 그 가시에는 강력한 신경독이 있어서 신체 어딘가에 맞았다간 생사를 장담할 수 없으며, 그 가시의 최대 사거리가 30m란 점이 위협적이지만 그뿐이다.


아무튼 그놈의 가시가 헌터들의 돌격소총보다 대단한 무기는 아니다. 발사되는 속도도 생각보다 느려서 이쪽에서 먼저 방아쇠를 당기기만 하면 충분히 사냥할 수 있는 괴수다.


심지어 맨티코어들은 데스클로와 달리 각성자도 아니라서, 백담비와 같은 얼음 능력자들은 놈들을 쳐다보기만 해도 싹 쓸어버릴 수 있다. 만약 놈들이 데스클로만큼 많았다면 얼음 능력이 헌터 직무수행 부적합 판정을 받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백담비는 쿨한 척, 아마도 속으로는 활약할 기회가 생겼으니 기쁜 마음으로 자신만만하게 나섰다.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


그리고 김진준이 끼어들었다.


“그러지 말고 저도 끼워줘요. 화력 지원해줄 테니까!”

“굳이?”

“아니, 너무 방심하면 안 될걸요? 맨티코어면 도시 환경에선 눈에 너무 잘 띄어서 잘 숨지도 못하고 빠르게 소탕되는 괴물이잖아요. 그런데도 어떻게 잘만 생존하고 있단 건 보통 놈들이 아니란 뜻 아녜요?”


아마 김진준은 계속 가만히 있기가 근질거렸을 것이다.


평소 내 헌터팀은 나와 백담비를 제외한 인원은 활약할 기회가 거의 없는 편이다.


알다시피 각성자 헌터의 팀원들은 각성자 헌터를 호위하는 역할이다. 신체강화자나 역장 능력자의 경우, 전차가 보병들을 데리고 다니는 것처럼 자기 헌터팀을 호위처럼 거느리고 활동한다.


그러나 공간이동 능력자인 내 경우엔 헌터팀의 호위에서 벗어나 독자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이 날 호위할 일도 별로 없다. 결국 소탕 작전 중에 내 팀의 비각성자들은 죄다 안전한 후방에서 대기나 하곤 한다.


그런 이유로 내 헌터팀의 비각성자들은 다들 평소에는 총도 잘 쏘지 않았다. 어지간해선 죽을 염려가 없는 백담비만이 앞에 나서서 총질하곤 했는데, 그래서 내 헌터팀의 비각성자 인원들은 ‘지나치게 꿀을 빠는 게 아니냐’는 뒷담을 들었단 걸 언젠가 들은 적이 있다.


아마 열정 넘치는 김진준으로선 이게 맘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종호랑 문영이, 너희도 이리 와! 짐꾼이니 뭐니 해도 가끔은 총질 좀 해줘야지······”


그렇게 백담비가 앞장선 가운데 양아치 트리오가 그 뒤를 따랐다.


고작 그따위 하찮은 괴수들을 처치하느라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나는 뒤에서 대기했다. 정신적 그물망을 펼친 채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도울 준비나 하던 중이었다.


“진준이!”


비명이 울려 퍼졌다.


나는 급히 공간이동 했지만, 상황은 이미 끝나 있었다.


내 눈에 시체들 담겼다. 이미 죄다 총알에 꿰뚫려 죽은 못생긴 사자, 맨티코어들······.


그리고 독침조차 아닌 무언가에 몸이 꿰뚫린 듯, 가슴에 불탄 구멍이 생긴 채 쓰러진 김진준과 김진준보다 훨씬 큼지막한 구멍이 뚫렸지만 김진준과 달리 멀쩡히 살아있는 백담비가 보였다.


어떻게 된 거냐 물으니 성문영이 울먹이며 설명했다.


“맨티코어 꼬리에서, 열선이······”


열선(熱線)이면 슈퍼맨이 눈으로 쏘는 그거다. 철판마저 꿰뚫는 초고온의 광선.


이종호가 좀 더 침착하게 설명했다.


“맨티코어 중 한 마리가 열선 능력에 각성했었나 봐요. 우리가 총알 발사하기도 전에 레이저 같은 게 발사돼서······ 씨발.”


이 와중에 한 마리가 각성자임을 알아보고 재빠르게 사격하며 온몸으로 맨티코어의 열선을 받아낸 백담비가 아니었다면 모두 죽었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백담비의 몸통을 관통해버린 열선이 김진준의 몸에 닿았기에 그가 죽고 말았다고.


매우 드물긴 하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었다. 정령이 아닌 이상 인간을 딱 보고 각성자인지, 무슨 부류의 각성자인지 알아보기 어렵듯 괴수를 상대로도 마찬가지다. 평범해 보이던 괴수가 예상할 수 없는 능력에 각성한 상태인 경우가 종종 있다.


그리고 이번 경우에는 하필이면 각성한 능력이 열선이라, 광속을 감지할 수야 없는 이상 내 정신적 그물망으로 그것을 포착해낼 수 없었다.


누군가의 잘못이나 실수라기엔 그저 운이 나빴다고밖에 할 수 없는 셈이다.


그런데도 몹시 우울했다.


끔찍하게, 다 때려치우고 싶을 만치 우울했다.


*******


그날 사냥 작전은 즉시 종료됐다. 이후로 열린 장례식에는 내 헌터팀뿐만 아니라 그날 작전에 있었던 모든 헌터들이 참석했다.


“삼가 애도를 표합니다.”


얼마나 우울했는지, 오늘만은 나이토 상마저 고깝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나는 내 앞에서 고개를 숙인 김진준의 유족들을 보았다. 김진준의 부모와 남매.


그들과 마주 고개 숙인 다음 내 헌터팀이 있는 자리에 돌아왔다. 그리고 상주와 함께 밤을 새운 뒤 며칠이 지나서야 내 헌터팀과 다시 모였다.


다시금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술자리였다. 소주 한 잔을 들이키더니 임형택 씨가 물었다.


“그러고 보니 김극 씨, 이번에도 부조금 많이 내셨다던데······.”

“좀 냈죠.”

“얼마나······?”

“십사억.”


왜 묻는지 몰라도 일단 대답했더니 임형택 씨가 눈을 껌벅였다.


성문영이 중얼거렸다.


“많이도 내셨네요? 아파트 지으신다더니······ ”

“그래서 생각보다 많이 못 냈지.”

“지금은 돈 많이 없으실 텐데, 그리 돈 막 쓰셔도 되나?”

“나야 그리 돈 써도 안 굶어 죽지만 유족들은 이대로 굶어 죽을 수 있잖아. 능력껏 넣었다.”

“나 죽어도 그만큼 넣어줄 거예요?”

“어.”

“씨발, 든든해 뒤지겠네.”

“그거 받으려고 진짜 뒤지진 말고.”


이 와중에 다들 술 좀 마신 마당이요, 남자들이 모이면 으레 정치 얘기를 하기 마련이라 화제는 갑자기 나라 욕으로 흘러갔다.


“원래는 김극 형이 사비로 유족들 챙겨줄 게 아니라 나라에서 챙겨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대체 왜 헌터는 싸우다 뒤져도 한 푼도 안 주는 거야? 애초에 보상금 주기 싫으니 헌터 협회까지 따로 만들어서 용병 취급하는 건 아는데, 왜 그렇게까지 해가며 보상을 안 해주냐고?”


이종호의 성난 말에 임형택 씨가 입을 열었다.


“내가 따로 알아봤는데, 돈을 최대한 아껴야 해서 그러는 거라더라.”

“나라 위해서 죽은 사람들 상대로 돈을 왜 아껴요!”


그리고 종합상사 출신답게 임형택 씨는 갑자기 경제 설명을 시작했다.


그가 말하길, 본디 나라에서 돈을 뽑아내는 족족 물가가 오르지 않는 것은 여러 교역국끼리 서로서로 화폐를 교환해가며 한쪽이 과하게 화폐를 생산해도 다른 나라에서 흡수해주는 까닭이라고 했다.


그러나 게이트 열린 이후 요새 각국의 교역상황은 썩 좋지가 않다. 바다를 잠식한 해양 괴수며 물 정령들이 컨테이너선마저 습격하는 탓에 바다를 오가는 서른 척의 선박 중 한 척은 침몰하는 상황이요, 정령들이 들끓는 해역을 피해 다니느라 선박들의 이동 경로가 늘어나면서 운송비 또한 대폭 상승했고 보험료 또한 대폭 상승했다.


이런 상황에 몇몇 나라는 아예 망하기까지 했으니, 각국은 예전처럼 서로의 화폐를 탄력적으로 흡수해주기가 어렵다.


또한 가뜩이나 각 물자가 귀해진 상황 아닌가. 이제는 나라에서 돈을 생산하는 족족 물가가 오를 염려가 있다.


그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화폐를 최대한 덜 생산하며 돈도 최대한 덜 쓰려고 노력하는 중이란 것이었다.


“그러지 않고 정부가 예전처럼 돈을 썼다간 큰일이 나는 거야. 정부가 안간힘을 써가며 겨우 억누른 쌀과 라면 가격이 자칫하면 두 배가 아니라 이백 배씩 상승해도 이상한 일이 아닌 거지······.”


그리고 전사한 헌터들에게 보상금을 주지 않는 것 또한 돈을 아끼려는 정부의 노력 중 하나라는 설명이 나오니, 성문영이 질색했다.


“누가 정부 실드 쳐달라고 했어요? 그래서 이대로 돈 절대 주면 안 된다는 거야 뭐야.”

“아, 음. 내가 미안해. 술 마시니까 할 말 안 할 말 못 가리겠네.”


한편 나는 대화에 끼지 않은 채 울적하게 그들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여전히 울적했다. 내 탓이 아니란 사실은 썩 위로가 되지 않았다. 내 탓처럼 느껴졌으니까.


저번에 만난 소월인 각성자, 우소리의 말이 떠올랐다.


그는 비각성자들에게 무기를 들려주는 것이 몹쓸 짓이라고 말했다. 전투는 각성자들의 역할이지 비각성자들은 얌전한 양처럼 가만히 있어야 마땅하단 것이다.


그 말을 따라야 했을지도 모른다.


김진준, 그 불쌍한 놈. 그냥 뒤에서 내 응원이나 하게 내버려 두고 내가 나섰다면 그놈은 살았을 것이다. 어쩌면 내가 그 열선에 닿았어도 나는 살았을지도······.


술자리가 계속된 가운데, 자리에 남겨진 것은 나와 임형택 씨뿐이었다.


이 양반은 왜 안 가고 있나 해서 봤더니 얼굴이 붉었다. 공간이동으로 집에 옮겨줘야 하고 생각할 때였다.


“김극 씨는 좋은 사람이야.”


임형택 씨의 뜬금없는 말에 내가 반응했다.


“뭔 소립니까?”

“김극 씨, 참 좋은 사람이라고······. 내가 학원에서 김극 씨 처음 봤을 땐 웬 조폭 새끼가 헌터 하러 왔나 싶어서 불안하기만 했는데 볼수록 좋은 사람인 걸 알 수 있었어······ 학원 원장 그 양반, 나랑 가끔 술 마실 때마다 김극 씨 칭찬 엄청나게 하는 거 모르죠?”

“갑자기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표정이 너무 안 좋아 보이길래요. 책임감 느끼는 거죠? 팀 리더로서 말이야.”


내가 잠자코 고개를 끄덕이니 임형택 씨가 말했다.


“나도 맘이 상당히 불편해요. 죄책감을 느껴.”

“죄책감을 왜요?”

“내가 사십 대잖아? 진준 씨보다 두 배는 살았으면서 몸 사리느라 젊은 그 친구가 먼저 죽게 했으니까······.”

“형택 씨는 책임질 가족이 있다매요.”

“그래요, 마누라랑 딸 하나 있지. 그런데 마누라가 너무 어려. 고등학교 졸업하고서 편의점에서 알바 하던 여자애를 내가 꼬신 건데, 이후론 전업주부나 쭉 시킨 탓에 편의점 알바 말곤 사회생활 따윈 해본 적도 없는 애야.”


왜 갑자기 어린 마누라 자랑을 하나 싶은 가운데 임형택 씨는 계속 말했다.


“딸뻘 여자애를 꼬신 내가 미친 거긴 하지만, 그걸 데리고 살자니 인생의 배우자와 함께한다기보단 그냥 딸 하나 더 키우는 느낌이야. 그리고 나 죽었을 때 딸내미 둘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어. 그래서 나 죽으면 진짜 안 된다 싶었는데······”


예전에 본 환각, 그러니까 바위 정령을 피해 자신을 안전한 장소로 옮겨주는 대신 다른 동료를 먼저 옮기도록 권하던 임형택 씨의 모습이 문득 떠올랐다. 그것을 생각하면 젊은이들 대신 자기가 살아남아 죄책감을 느낀단 것이 빈말은 아닐 터였다.


임형택 씨가 말했다.


“나중에 혹시······ 누구 희생해야 할 일 있으면 머뭇거리지 말고 당당하게 나 희생시켜요.”

“예?”

“내 반도 못 산 어린애들 희생시키는 것보단 그게 낫지. 그리고 김극 씨가 죽은 사람 이렇게까지 챙겨주는 거 보니 절대 나만은 죽으면 안 된다, 이런 생각이 좀 걷히는 것 같거든? 김극 씨가 죽은 동료 챙겨주는 거 보니까 든든한 맘이 들어서······.”


보아하니 뜬금없이 가족 얘기를 하던 것이 자기가 죽고 나서 제 가족을 부탁한단 말을 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놈의 가족이 신경 쓰인 나머지 내가 낸 부조금에도 관심이 크게 있었던 모양이고.


나는 가타부타 말하지 않고 그를 집 앞에 보내준 다음 집에 복귀했다.


*******


자고 일어나서도 여전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는 이 꿀꿀한 기분을 해소하기 위해, 하루 전 헌트웹에 올라왔던 강준치의 영상이나 다시 보기로 했다.


이번에는 강준치 저 양반이 웬일로 악당다운 악당을 잡았다. 강준치의 역장 능력이 염동력처럼 발휘되었다. 웬 아줌마의 가방을 훔치려던 소매치기를, 탑승한 오토바이째로 공중에 들어 올려서는 징벌하기 시작했다.


「아파, 씹, 아파! 그만! 제발 그만!」


다시는 소매치기 따윈 시도할 수 없게 하려는 걸까? 강준치는 소매치기의 손가락은 물론 사지까지 다 분질러 버리면서 끊임없이 그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오게 했다. 결국에는 전치 몇 주일지 짐작도 안 되는 중환자가 땅에 드러누워 부들거리게 되었다.


그리고 영상의 하이라이트, 공권력이 무의미해지는 장면······.


곧이어 경찰이 와서는 강압적인 말투로 반말 찍찍해가며 상황을 정리할 것처럼 굴기 시작했다.


그러나 경찰들이 강준치를 알아보자마자 그들의 태도가 돌변했다. 경찰들의 입에서 공손한 존댓말이 흘러나왔다.


「아, 강준치 씨? 서울에 오셨다더니 정말이네요. 이렇게 뵈어 영광입니다······」


이제 경찰 둘은 땅에 드러누운 소매치기 따윈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들이 떠나가는 강준치를 향해 허리 숙여 배웅하는 것으로 영상이 끝났다.


그 부분을 몇 번이고 돌려보며 마음을 달래던 중이었다.


헌트웹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누군가가 내게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웬 잡것이 친한 척하는 것이라면 무시해야 했다.


그러나 알림 버튼을 누른 나는 눈을 크게 떴다.



Ⓢ Kang : 애기버섯 있냐?? 있으면 빨리 좀 대답해라 제발



방금 그 영상의 주인공, 강준치가 내게 쪽지를 보냈다. 나는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



Ⓐ BabyBerserker : ?


그리고 강준치의 다음 메시지 또한 빠르게 전송되었다.



Ⓢ Kang : 나 좀 도와줄 수 있나? 급하다 진짜 제발


작가의말

급하게나마 에어컨을 수리했습니다! 더위 먹은 마당에 겨우 살았네요 ㅠ


언제나 읽어주시는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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