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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미성 님의 서재입니다.

A급 헌터가 살아가는 법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새글

검미성
작품등록일 :
2024.05.23 21:16
최근연재일 :
2024.07.03 00:03
연재수 :
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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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440

작성
24.07.01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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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S급 헌터 강준치 - [2]

DUMMY

정확한 상황이야 몰라도 정말 급해 보였다. 나는 이쁜 말투마저 억누르고서 빠르게 글을 적었다.



Ⓐ BabyBerserker : 장소


Ⓢ Kang : 북한산, 은평 코스 진입해서



강준치는 현재 자기가 있는 장소에 대해 이것저것 적어 보내더니, 마지막으로는 이런 메시지를 보냈다.



Ⓢ Kang : 그리고 무기 갖고 와. 너무 눈에 띄는 무기는 말고. 너무 눈에 띄면 안 되니까



왜 눈에 띄면 안 된다는 것인지도 알 수 없었지만 나는 군말 없이 그 말을 따랐다.



전투 망치와 권총 한 자루만 챙긴 채 밖으로 공간이동 했다.


택시 하나를 붙잡고는 서둘러 말했다.


“신호 위반해서라도 최대한 빠르게, 돈 세 배로 드릴 테니까 무조건 빨리요!”


그리고 택시가 달리는 동안 나는 생각했다. 대체 왜 날 부른 걸까?


무기를 챙기란 걸 보니 위급한 상황일지도 모르겠는데, 그렇다면 헌터 라이플을 챙겨야 했을까?


하지만 서울에서는 연발이 가능한 자동화기 휴대가 불법이다. 사냥을 마친 뒤 총기를 집에다 대충 던져두는 인천의 헌터들과 달리 서울의 헌터들은 매번 사냥이 끝나면 총기를 경찰서에 맡긴 다음 사냥 나서기 전에 다시 불출 받아야 한다(사실 법적으론 인천에서도 그래야 하는데 인천에서는 경찰이고 헌터고 귀찮아서 그러지 않을 뿐이긴 하다).


그리고 뭐, 애초에 S급 헌터가 그곳에 있지 않은가. 만약 그마저 어쩌지 못할 상황이라면 내가 헌터 라이플을 들고 간들 비비탄총을 들고 간들 별 차이가 없을지 모른다.


그리 생각하며 조급한 맘을 달래자니, 저쪽에서도 조급함을 드러냈다.



Ⓢ Kang : 오고 있는 거 맞지?


Ⓐ BabyBerserker : 가는 중!


Ⓢ Kang : 최대한 빨리 와라, 제발


Ⓐ BabyBerserker : 혹시 상황 설명 될까양? 뭔 상황인지 알면 더 준비가 쉽잖아양!


Ⓢ Kang : 안 돼. 메시지 누가 볼 수 있다. 오면 설명해 줄 테니까 그냥 오기나 해줘



이후로도 몇 번이나 어디까지 왔느냐는 확인 메시지가 왔다. 딱 봐도 매우 조급한 것 같았다.


그러나 무슨 일인지 설명도 안 해주는 마당에 내가 무슨 준비라도 할 방법은 없다.


조급한 맘을 달랠 겸, 그리고 시간을 죽일 겸 유튜브나 켰다.


유튜브에 강준치, 하고 치니 여러 영상이 튀어나왔다.


강준치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각성자일 가능성이 크다는 각성자 관련 영상이며, 그렇듯 위대하기 그지없는 강준치가 한국인이란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는 듯한 국뽕 영상이며, 강준치가 참여한 작전을 다룬 국방홍보 영상이며······.


그중 한 영상의 제목이 눈에 띄었다.


‘수소폭탄보다 강력한 사나이’.


홀린 듯이 그 영상을 클릭하니, 영상의 배경은 바다였다.



군함 위, 강준치가 탑승한 컨테이너선을 웬 거대한 파도가 덮친다. 사만 톤짜리 컨테이너선을 뒤집을 만치 큰 파도였지만 강준치가 슬쩍 쳐다보니 파도를 구성하던 물은 파도 치길 멈춘다. 파도치다가 얼어붙은 것처럼, 그 에너지를 잃고 부자연스럽게 물들이 아래로 떨어져 내린다.


그리고 화면에 담긴 바다 전체가 움직인다.


광대한 영역의 바닷물 전체가 요동치면서 밀려나더니, 마치 보이지 않는 댐이라도 생긴 듯하다.


바닷물이 침범할 수 없는 공동이 바다 가운데에 생겨난다.


그리고 바닷물이 사라진 공간에 거대한 해양 괴수가 드러났다. 아무리 못해도 킬로미터 단위는 될 법한 상어, 대왕고래라도 한입에 삼킬 만치 거대한 놈이었지만 물 없이는 어쩔 수 없는지 그 자리에서 지느러미만 퍼덕거린다.


강준치가 해양괴수를 무덤덤한 눈으로 쳐다본다. 단지 쳐다보기만 했을 뿐이지만, 마치 중간과정을 건너뛰기라도 한 것처럼 다음 순간 해양 괴수의 말도 안 되게 거대했던 몸은 압착된다.


무슨 코믹한 만화영화에 나올 것처럼 납작해졌다······.



영상이 종료되고 나니 내 가슴이 콩닥거렸다.


나만 해도 초인 중의 초인이요 A급에서도 상위권인 A++ 판정이지만, S급은 차원이 다르다던가. 이 영상만 봐도 쉬이 알 수 있는 사실이다.


체급의 차이를 넘어 생물과 자연현상 정도의 차이가 있는 무언가. 진정한 초자연이 각성자의 형체를 이루어 영상 속에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계속 사냥과 훈련을 이어나가다 보면, 나도 저렇게······.



비회원123 : 물이란 게 참 무거워서 여름에 옥상에 조그만 간이 풀장 만들었다가 지붕이 무너지는 경우가 참 많다던데. 키즈카페의 앙증맞은 수영장의 물마저 5톤은 된다고 하고

비회원123 : 그런데 영상에 나온 말도 안 되는 면적 내 바닷물을 통째로 움직이려면 대체······?

슈퍼★대★한국 : 딱 봐도 수폭의 에너지보다 영상 속 현상의 에너지가 훨씬 규모가 커 보이는데요? 역장 능력자는 역장 출력과 역장 내구력이 정확히 비례한다니까 우리 한국의 자랑 강준치 씨라면 수폭도 거뜬히 버틸 것 같습니다 ^^

비회원145 : 아재요, 지금 말하는 수폭은 방사능 안 나오는 환경친화 수폭이요?

Kim첨지死 : 핵폭탄이 장난이냐? 인류의 최종병기가 우스워?



영상 제목에 ‘수소폭탄’이 있어서 그런가, 댓글에도 수폭 관련 내용이 많았다.


하나하나 흥미롭게 읽자니 택시가 멈췄다.


북한산. 어쩌면 서울 또한 북한일지 모른다는 것을 암시하는 저 산에 강준치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길 잃은 등산객이 흔히 그렇듯 강준치 본인도 자신의 정확한 위치를 알지 못해서 대략적인 위치만 말했을 뿐이지만, 물론 상관없었다.


나는 강준치가 알려준 대략적인 위치에서 정신적 그물망을 펼쳤고 강준치가 포착되자마자 공간이동 했다.


“강준치 씨?”


그리하여 나는 그를 보았다. 한국 유일의 S급 헌터, 강준치.


강준치 또한 나를 보고는 눈을 크게 떴다.


“어, 왔어? 다행히 늦지 않았네. 정말 고맙······”


그리고 그와 눈이 마주친 순간, 나는 어딘가로 빨려 들어가는 감각에 휩싸였다.


환각이 시작되었다.


********


나는 저 너머에 피어오른 버섯구름을 본다.


내가 저지른 짓이다.


정확히는 내가 터트린 전술핵이다.


돌이킬 수 없는 짓을 저질렀단 후회와 기어이 한국 땅에 버섯구름을 피워내고 말았다는 음습한 쾌감이 교차한다.


저 폭발에서는 말 그대로 개미 한 마리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바퀴벌레는 핵폭발에서도 살아남는다지만 그마저도 폭발 범위에 있던 놈들은 형체도 남기지 못했을 테고······.


그러나 바퀴벌레도, 갑각류도 아닌 대형 포유류 하나가 버섯구름이 꺼진 공간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그것은 인간이다. 각성자이기도 하다.


핵폭발이 만들어낸 거대한 참상을 뒤로 한 채, 그가 내게 뚜벅뚜벅 다가온다.


언뜻 보기엔 평범해 보이는 남자다. 얼굴은 아주 잘생기진 않았지만 클럽에서 문전박대당할 만치 못생기지는 않았으며, 키는 176cm쯤으로 역시 크다 작다 말하기 애매하다.


대충 한국 남성의 평균에서 살짝 위로 보이는 저 평범한 남자는, 한국 유일의 S급이다.


‘이 미친 새끼가.’


강준치다. 그가 잠든 와중에 그 침실에 직접 터뜨린 핵폭탄이었건만, 그 머리털 하나 불탄 것 같지 않다.


문득 예전에 본 영상과 그 영상의 댓글들이 떠오른다.


‘수소폭탄보다 강력한 사나이’, 그 영상에서 강준치가 핵을 버틸 수 있을지 없을지 사람들이 토론했던 걸로 기억한다. 대부분은 아무리 초인인들 결국 한 개체에 불과할 뿐이라 핵폭발에선 버티지 못하리라 예측했던가?


이 순간 밝혀졌건대, 그 모두가 틀렸다.


당장 보니 강준치는 그저 멀쩡하다. 강준치의 몸을 감싸고 있을 단단한 역장에 금이라도 간 것 같지 않거니와, 핵폭발의 열기 속에서 폐가 익어버린 것 같지도, 방사능에 온몸의 세포가 붕괴한 것 같지도 않다.


역장 외골격 능력자의 역장은 그저 단단하기만 한 게 아니라 이것저것 인체에 해로운 요소를 정화하는 필터 기능까지 있는 경우가 꽤 있다더니 강준치의 역장 또한 마찬가지였나 보다. 그래도 설마 열이며 방사능까지 모조리 차단해낼 줄이야.


전율이 인다. 가히 감동적이기까지 한 장면 아닌가. 인류의 모든 과학과 기술과 지성이 만들어낸 그 가공할 핵무기가, 저 평범해 보이는 남자 하나를 조금도 해치지 못했다.


이것은 인류가 쌓아 올려온 문명에 대한 초인의 승리요, 인류란 종 자체에 대한 한 개체의 승리라 할 만하다.


그리고 또한, 절망적인 순간이기도 하다. 내 앞에 선 그는 자연재해에 가까우니.


‘혹시나 해서 묻겠는데, 네가 한 거 맞지?’


강준치가 물었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나는 공간이동 하고자 시도했고, 실패했다.


‘나 노리고 그런 거냐?’


또다시 공간이동에 실패. 어째서?


몸이 어딘가에 단단히 끼어있을 때는 공간이동이 어렵다. 지금이 그런 경우인 것 같다.


저놈의 짓인가? 하지만 각성자의 능력은 서로에게 직접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데, 대체 어떻게?


발밑을 보니 바닥의 콘크리트가 내 발목을 집어삼킨 상태다. 나로서는 저쪽에서 뭔가 하는 걸 느끼지도 못했는데, 감지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이렇게 된 모양이다.


‘난 너한테 해코지한 기억이 없는데······ 나랑 만난 적도 없는 놈이 대체 뭔 원한으로 이런 거냐고, 어?’


그제야 나는 입을 연다.


‘너 때문에 베헤모스가 서울 오고 싶어도 못 오잖아.’


강준치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그가 쏟아낼 말이 많은 듯 한동안 입술을 달싹이더니, 이내 입술을 깨물고는 짧게 말한다.


‘애미 뒤진 테러리스트 새끼. 넌 뒤졌어.’


저 평범한 키와 생김새도 그렇고, 목소리며 협박하는 말투마저 그저 평범해 보인다.


그러나 그가 벌이는 모든 일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그저 시선 한 번 보내는 것만으로 이루어내는 일마저 그렇다.


강준치가 한 건물을 슬쩍 쳐다본다. 사람이 텅 비어버린 듯한 고층 건물이다.


폭파하는 데도 엄청난 양의 폭약이 필요할 법한 그 건물이 공중에 두둥실 떠오른다.


말 그대로 ‘두둥실’이다. 사람이 밭에 난 잡초를 뽑아도 저리 힘들이지 않고 가볍게 뽑아낼 순 없을 것 같다. 미리 실로 묶어둔 수수깡이라도 드는 것이 저 정도로 쉬울까······.


그리고 쉽게 들어 올린 물건은 던지기도 쉬운 법.


건물의 옥상이 내게 겨누어지더니, 건물은 이내 화살의 속도로 내게 날아온다······ 아니, 아니다. 정신적 그물망이 그 속도를 판별해냈기로 건물은 음속에 가까운 속도로 내게 날아오고 있다.


강준치 저 작자는 딱히 힘을 들인 것 같지도 않은데 그 결과가 저것이다.


건물이 시야를 뒤덮는 동안, 나는 신경계의 발달로 말미암아 제법 오랫동안 마지막 생각을 이어나간다.


죽기 전에 훌륭한 걸 봤다느니, 아무리 봐도 어지간한 운석 충돌보다 저 건물 하나가 더 위험해 보이는데 곧 닥칠 여파가 크리라는 생각 따위 잡다한 생각부터······.


마지막에 원하던 결과를 이루어내지 못했다는 분노와 죽음을 받아들이려는 절망, 그리고 결국 내 삶의 끝이 최악의 형태로 오고 말았다는 슬픔이 내 머리를 가득 채운다.


이어서는 여동생과 백담비, 박미형 씨의 얼굴이며 다른 그리운 이들의 얼굴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그걸로 끝이다.


고통은 없다.


눈물 한 방울 흘릴 틈조차 없이 끝나버린 내 삶과 함께 나는 환각에서 추방됐다.


*******


나는 숨을 헐떡였다. 잠시 그러고 말았던 것은 지금 느껴지는 이 분노와 슬픔이 매우 익숙했기 때문이다.


요새도 매일 꾸는 꿈······. 그 꿈에서 깨었을 때 나는 매번 이 지독한 분노와 절망과 슬픔을 느끼곤 했다.


그러니까 방금 본 환각은 내가 늘 보던 꿈의 마지막 장면이었을 것이다. 늘 핵폭발과 함께 꿈이 끝나길래 그 핵폭발에 휘말려 나 역시 죽는 줄 알았더니, 이후로 장면이 더 있었던 모양이지.


나는 살짝 흘러나온 눈물을 훔쳐내고서 강준치를 바라봤다. 방금 너무나도 놀라운 장면을 본 까닭에 그를 평범한 눈으로 쳐다보기 어려웠다.


그래서 잠시 그 몸에 생긴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뒤늦게 지금 강준치의 몰골을 확인한 내가 눈을 크게 떴다.


“강준치 씨? 몸에서 피가······.”


지금 강준치는 피범벅이었다. 티셔츠는 아예 붉게 물들었고 바닥의 흙에도 피를 빨아들인 흔적이 역력했다. 어째서?


저 옆을 보니 어쩌다 저렇게 되었는지 모를 만치 참혹한 데스클로의 시체 한 구가 널브러져 있었다.


강준치가 데스클로의 시체를 눈짓하며 말했다.


“저 새끼······ 데스클로한테 베였어.”


나는 잠시 내 귀를 의심했다. 저 인간이 지금 뭐라는 거지?


“예? 데스클로한테요?”

“아니, 씨발 내가 분명 사지를 다 부러뜨려놨는데! 대체 어떻게 한 건지 몰라도 저놈이 갑자기 휙 뛰어올라선 날 확 그어 가지고······”


한동안 횡설수설하는 말과 욕설이 이어졌다. 내가 황망한 마음에 가만히 듣고 있자니, 강준치는 겨우 할 말을 마친 듯했다.


강준치가 한숨을 토해내고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대론 나 죽어.”

“피가 많이 나긴 한 것 같은데, 목숨이 위태로울 것까지야······”

“아냐. 속까지 깊게 베인 것 같애.”

“엄살이······”

“엄살이 아니라, 지금 멀쩡해 보이는 건 내부 장기 갈라진 걸 역장으로 붙여놔서 그래! 처음 해보는 것치곤 어찌어찌 목숨 연명엔 성공했는데 이러다 진짜 죽을 것 같단 말이야, 어?”


강준치가 다시 횡설수설 말하길, 폐인지 심장이지 하여튼 매우 중요한 장기가 크게 잘린 것 같다고 했다. 지금은 역장으로 붙여둔 상태이며,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순간 그 역장이 소멸함으로써 자신은 죽고 말리라고.


나는 일단 상황을 파악하고자 애썼다.


“어쩌다 산속에 혼자 들어와서 데스클로랑 얽힌 겁니까? 설마 퇴치 의뢰라도 하러 오신 건 아닐 테고······”

“내가 이런 말 하면 정신병자처럼 들릴 건 아는데, 내가 뭘 괴롭히면서 스트레스를 풀거든······?”

“알아요. 올리신 영상 다 봤으니까.”


내 말에 강준치가 눈을 껌벅였다.


“진짜? 아, 나도 그쪽이 헌트웹에 올린 글들 다 봤어. 근육질 떡대인 거 뻔히 알려진 사람이 그러니까 웃기고 재밌더라. 최근에 올린 글에서 곰돌이 팬티 어쩌고 하는 건 버티기 힘들었지만, 아무튼······.

내가 스트레스도 풀 겸, 새 영상을 찍고 싶었어. 그런데 요새 내가 너무 유명해진 탓인지 오늘따라 운이 안 좋았는지 몰라도 괴롭힐 사람이 안 보이더라. 그나마 길거리 흡연충은 여럿 보이니까 그놈들이라도 징벌할까 했는데······”

“흡연충 참교육 영상 벌써 열한 번째 올리지 않았어요? 시청자들 보기에도 슬슬 지겨운지 최근 흡연충 참교육 영상은 댓글 확 줄었던데.”

“어, 진짜 내 영상 다 봤나 보네······ 맞아. 내 시청자 중에도 흡연하는 놈들이 많아서 그런가, 흡연충 참교육 영상은 인기가 너무 없어.”

“그래서······”

“그러니 이번엔 발상을 전환해서 사람이 아닌 걸 징벌하기로 했지. 동물 말이야. 그런데 햄스터나 비둘기라도 괴롭히자니 양심이 찔리잖아? 들개나 길고양이 괴롭히는 건 수요가 있을지 모르지만, 내가 또 개랑 고양이를 좋아해서······.”


그래서 학대한들 양심이 찔리지 않을 동물, 그중에서도 특히 악명이 높은 괴수인 데스클로를 학대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평범한 헌터들이 목숨 걸어가며 싸우는 그 괴물을 S급 헌터가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면 그 또한 재미가 있으리라 생각했다고도.


그리고 과연 강준치가 마주친 데스클로를 제압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역장을 직접 그 몸에 쓸 수 없니 뭐니 해도 상관없었다. 어디까지나 그 신체에 직접 사용하지만 않으면 되는 문제요, 강준치쯤 되면 능력의 간접적인 사용은 너무나 손쉬운 일이다.


강준치는 달려들 준비를 하던 데스클로를 이 초 만에 완전히 무력화시켰고, 수십 분에 걸친 고문으로 데스클로의 신체를 계속해서 망치던 중에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


방금 말했듯, 이제 조금도 움직일 수 없을 줄 알았던 데스클로가 갑자기 펄쩍 뛰어올랐다고. 그 갈고리발톱이 허공을 긋더니 자기 역장마저 뚫고는 내부 장기까지 갈라버렸단 것이었다.


일부 데스클로는 미약하게나마 역장 외골격 능력을 지니고 있어서 신체가 다 망가졌어도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든가, 아니면 고문의 스트레스로 말미암아 뒤늦게 역장 외골격 능력에 각성한 것일지도 모르겠단 추측을 말하는 건 이 순간 쓸모가 없을 터였다.


강준치가 힘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튼 나 의사한테 좀 데려다줘, 응?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죽을 것 같으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황망함을 이기지 못해 잠시 멀거니 있었다.


이게 뭐하는 상황인지 당최 모르겠다.


저 남자가 핵폭발에서도 온전하던 광경을 보고서 전율하던 것이 불과 몇 분 전인데, 그 남자가 지금 눈앞에서 데스클로 한 마리한테 당해 죽을 것 같다며 징징거리는 상황을 대체 어찌 받아들여야 한단 말인가?


*******


작가의말

언제나 읽어주시는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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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대한각성연대 김극 - [3] +147 24.06.26 14,770 822 16쪽
35 대한각성연대 김극 - [2] +120 24.06.25 14,178 870 19쪽
34 대한각성연대 김극 - [1] +79 24.06.24 14,734 785 14쪽
33 얼레기들 - [7] +120 24.06.22 15,890 895 18쪽
32 얼레기들 - [6] +104 24.06.21 15,094 867 16쪽
31 얼레기들 - [5] +112 24.06.19 16,269 972 13쪽
30 얼레기들 - [4] +63 24.06.18 16,122 852 16쪽
29 얼레기들 - [3] +94 24.06.17 16,559 871 15쪽
28 얼레기들 - [2] +56 24.06.15 16,990 816 13쪽
27 얼레기들 - [1] +130 24.06.14 17,773 797 16쪽
26 B급 헌터 나이토 상 - [3] +105 24.06.12 17,969 920 12쪽
25 B급 헌터 나이토 상 - [2] +28 24.06.12 16,476 819 10쪽
24 B급 헌터 나이토 상 - [1] +82 24.06.11 19,110 879 13쪽
23 여동생 김선 - [3] +95 24.06.10 20,414 905 11쪽
22 여동생 김선 - [2] +73 24.06.10 19,136 882 12쪽
21 여동생 김선 - [1] +133 24.06.08 22,008 999 15쪽
20 얼음 능력자 백담비 - [5] (수정) +95 24.06.07 21,572 1,000 13쪽
19 얼음 능력자 백담비 - [4] +190 24.06.05 22,975 1,163 17쪽
18 얼음 능력자 백담비 - [3] +72 24.06.04 21,767 984 14쪽
17 얼음 능력자 백담비 - [2] +54 24.06.04 21,774 866 14쪽
16 얼음 능력자 백담비 - [1] +94 24.06.03 23,956 97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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