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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미성 님의 서재입니다.

A급 헌터가 살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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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새글

검미성
작품등록일 :
2024.05.23 21:16
최근연재일 :
2024.06.29 00:01
연재수 :
3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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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4,839
추천수 :
32,643
글자수 :
227,383

작성
24.05.31 00:01
조회
22,549
추천
948
글자
9쪽

인천 헌터 김극 - [2]

DUMMY


“가뜩이나 각성자 헌터 모자라서 골골대는 판이잖아요. 저 같은 전과자도 각성자랍시고 모셔서 큰돈 주고 쓰려는데 일베를 했든 성희롱을 했든 학폭을 했든 누가 신경이나 쓰겠어요? 괴수나 잘 잡으면 그만이라 이거지.”


내 말에 박미형 씨는 심란해진 모양이었다. 힘 빠진 목소리로 조언하는 걸 보니.


「그래, 하기야 업계 관련 정보는 김극 씨가 더 잘 알겠지 뭐. 그래도 제발 입조심 좀 해요, 응? 내가 보면서 가슴이 막 콩닥거리더란 말야」


나는 알겠다고 웃으며 대답한 다음 통화를 마쳤다.


하여간 날 신경 써주는 건 이 아줌마뿐이라며 흡족해하자니 또 한 번 전화가 걸려왔다.


이번엔 누구지 하고 봤더니 학원 원장이었다. 이 양반도 인터뷰 왜 그따위로 했느냐 탓하려는 건가?


아니었다. 전화를 받았더니 그저 칭송 일색이더라.


「김극 씨, 나 고마워서 대체 어떻게 해야 해요? 인터뷰에서 우리 학원 직접 언급해줬던데, 나 너무 감격해서 눈물 나오려는 거 있지?」


이후로도 쭉 감사와 날 향한 칭찬만 이어질 뿐, 통화가 끝날 때까지 내 인터뷰에 대한 지적 따윈 한 마디도 없었다.


역시 학원 원장도 업계 관련자이긴 한 모양이다. 뭐가 문제가 될 것이고 뭐가 문제가 없을 것인지 사람 좋은 그 역시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뭐, 헌터 업계가 이런 곳이다.


*******


이후로도 내가 받은 계약 제안들은 언론 등에 공개되었다.


가뜩이나 국제 시장에서 각성자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기만 하는 마당이다. 그 와중에 내가 받은 제안들이 공개될 때마다 사람들은 질투하거나 부러워했을 뿐 말도 안 된다며 황당해하지는 않았다.


나 같은 각성자에게 한 달에 수십억을 주더라도 한 발에 수억 수십억씩 하는 미사일을 끝도 없이 날리는 것보단 훨씬 싸게 먹힌다는 걸 다들 알고 있다.


결국 내가 받은 계약 제안들은 날마다 조금씩 상향되었고, 날 다룬 인터넷 기사에는 이런저런 비각성자 찌꺼기들의 질투가 중첩되었으며, 결국 그날이 왔다.


어디와 계약할지 결정하는 날, 난 거창하게 기자들까지 불러 모았다.


내가 아니라 협회에서 마련한 자리였다. 이런 식으로 어느 각성자가 어느 지역과 계약했다고 떠벌리는 것이 그 지역 땅값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이유였다.


이번 회견에도 직접 행차하신 협회장이 내게 친한 척 말을 걸었다.


“서울시 2년에 1500억 제안 받으셨다면서요? 충칭시? 아무튼 중국에서 처음 한 제안보다 비싼 금액에 이런저런 편의도 봐주는 조건이던데 축하드립니다. 이야, 강준치 그 씨발놈 제외하면 신인 중 신기록이네?”

“이후로 중국에서 더 높게 부르긴 했어요. 확실히 중국이 돈이 많더라.”

“그래도 중국 가실 건 아니죠?”

“중국은 안 가죠.”

“오, 그러셔야지! 애국······”

“애국적인 이유는 절대 아니고, 한·중·일 모두 각성자를 엄청 괴롭히지만 그중에서도 중국이 제일 심하다고 들어서.”

“그럼 일본에서 중국 정도로 불렀으면 일본 가셨을 거예요?”

“아뇨? 국내랑 계약할 건데요.”


협회장이 눈살을 찌푸리며 날 보았지만 난 신경 쓰지 않았다. 이 양반이 정부에서 꽂아 넣은 반쯤 공무원 같은 작자라는 건 헌터 모두가 안다. 이 양반이 협회 이름으로 뭘 결정 내리는 건 사실상 정부의 뜻에 불과하단 것도.


이 천치 같은 협회장 말고도 내게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이 여럿 있었다.


“신인 신기록 축하합니다! 다음부턴 서울에서 뵈는 거죠?”


그들은 죄다 ‘서울 2년 1500억’을 언급하며 축하한다고 말했다. 1년 차 신입으로서 맺은 계약이 이 정도면 성과를 보인 다음 번 계약은 얼마나 대단하겠느냐고.


난 매번 겸손하게 굴기도 뭐해 그저 웃어넘겼다.


그런데, 서울? 말도 안 되는 소리.


처음부터 내가 계약하려던 곳은 정해져 있었다. 다른 모든 계약 제안들은 그곳과 더 나은 조건으로 계약하기 위한 디딤돌에 불과했을 따름이다.


그리하여 발표하게 되었을 때, 난 이렇게 선언했다.


“인천으로 결정했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인천이랑 계약할 겁니다. 1년 525억, 통 크게 불렀던데요? 인천 시민들이 제게 보내는 기대가 얼마나 높은지 체감했으며 절대 기대에 어긋나지 않으리란 약속을 이 자리에서······”


난 계속해서 한국의 정신적 수도를 수호하게 되어 영광이라느니, 위대한 인천의 영광이 이어나가게 하겠다느니 어쩌느니 했고 기자들은 황당한 얼굴이면서도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걸 잊지 않았다.


날 향해 번쩍이는 카메라 플래시들 속에서 나는 저번에 환각을 떠올렸다.


그 불쾌한 일을 겪은 나······, 그러니까 환각 속 나 또한 인천과 계약했다. 1년 290억. 지금과 달리 환각에서는 인천이 유독 높게 부른 것이었는데, 인천시 시의원으로서 박미형 씨가 힘쓴 결과라고 했다.


덕분에 환각 속 나는 그럭저럭 괜찮은 계약을 맺어 각성자 헌터들 사이에서도 체면을 차릴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한국 전체가 자신을 혐오한다는 피해망상에 시달리던 환각 속 내게, 인천이 그토록 좋은 조건을 제시해준 것은 일종의 구원처럼 느껴졌다. 한국인 모두가 꺼리는 자신을 오직 인천에서만 받아들여 준 것으로 느꼈던 셈이다.


그리하여 환각 속 나는 이미 애정을 품고 있던 인천에 충성심마저 품게 된 것 같은데······.


지금의 내가 인천과 계약하는 것은 그때의 은혜를 이어나가려는 것일까?


아니면 거창하게 은혜씩이나 갚으려는 건 아니더라도, 다른 좋은 조건들을 마다하고 굳이 인천을 고른 것은 환각을 겪고 나서 인천에 대한 애정이 더욱 커진 탓일까?


그러니까, 지금 내 결정이며 지금 내면에서 소용돌이치는 인천에 대한 자긍심은 환각을 겪은 영향일까?


모르겠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다른 곳이 더 높게 불렀다 한들, 어차피 1년 지나 더 나은 조건으로 갱신하면 되는 것이기도 하니까······.


한편 기자들에게는 내 결정이 참으로 이해되기 어려운 듯했다. 기자들 쪽에서 요청한 바에 따라 추가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그 인터뷰란 아래와 같다.



Q. 인천을 고른 이유가 있는가?

-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맨 먼저 앞서 언급했듯 인천시 시의원이신 박미형 씨가 지금까지 물심양면으로 날 지원했는데, 그분께서 가능하면 인천시랑 계약하지 않겠느냐 직접 제안하시더라. 그분 제안을 따르기로 마음먹었다.


Q.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했는데, 또 다른 이유는?

- 인천 사람이 나라는 팔아먹어도 인천을 버려선 안 되니까.


Q. 아무리 그래도 나라를 팔면 안 되지 않나?

- 그래도 된다. 다음 질문 없나?


Q. 인천을 그만큼 중요하게 여긴다는 뜻으로 이해하겠다. 하여튼 인천 이외로도 유능한 각성자가 필요한 곳이 많고 계약조건마저 월등했던 곳이 많은 줄로 아는데, 그 모든 제안을 제쳐두고서까지 인천을 골라야 했던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 애초에 다른 곳은 고려할 가치가 없었다. 서울 사람 만 명 목숨보다 인천 사람 한 명의 목숨이 더 귀한 게 당연하다.


Q. 마치 인천 이외 지역 사람에겐 인권이 없다는 말처럼 들리는데

- 비(非)인천인에게 인권이 있는 게 더 이상하다. 인천의 인과 인권의 인이 같은 발음인 게 어떻게 우연인가?



저건 내가 대답했지만 정말 명문인 것 같다.


이후로도 여러 질답이 오갔던 인터뷰는 농담 식의 마지막 질답으로 종료되었다.



Q. 혹시 인천 시의원 박미형 씨께서 세뇌를 했나? 정말 그렇다면 나중에 기회가 될 때 당근을 흔들어 구원요청을 해달라.

A. 박미형 씨는 정신조종 능력자가 아니라 빙정 능력자(소위 얼음 능력자의 정식 명칭)인 줄로 안다. 애초에 각성자의 초상 능력은 같은 각성자에게 통하지 않는데 왜 그런 소리를 하는지



인터뷰 중에 박미형 씨를 여러 번 언급한 것은 내가 의도한 것이었다. 정치인이 이름 알려져서 나쁠 것 없다길래 최대한 기사에 이름이 언급되게 하려고 나름 애를 썼다.


음, 내가 이토록 의리가 있는 놈이다. 정작 박미형 씨는 그 사실을 알아주는 것 같지 않았지만.


「김극 씨, 인터뷰 중에 기자 누구 때렸어요? 아니면 기자 누구 멱살 잡고 쌍욕이라도 한 거야?」


바로 전화를 걸어온 박미형 씨의 목소리는 또 불안감에 휩싸여 있었다. 나는 안심시켜 줄 겸 태연하게 대답했다.


“안 때렸고 욕도 안 했는데, 왜요?”

「인터뷰 나온 거 보니까 악의적 편집 수준을 넘었던데, 아직 기사들 안 읽었어요?」

“봤어요. 왜곡 없이 제대로 잘 내보냈던데?”


이 오해를 풀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



작가의말

g7******..님, 공들인 추천글 정말 감사드립니다! 하와와와!!!!!



언제나 읽어주시는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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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얼레기들 - [2] +54 24.06.15 14,557 738 13쪽
27 얼레기들 - [1] +122 24.06.14 15,259 716 16쪽
26 B급 헌터 나이토 상 - [3] +103 24.06.12 15,542 827 12쪽
25 B급 헌터 나이토 상 - [2] +27 24.06.12 14,020 730 10쪽
24 B급 헌터 나이토 상 - [1] +81 24.06.11 16,500 795 13쪽
23 여동생 김선 - [3] +93 24.06.10 17,688 809 11쪽
22 여동생 김선 - [2] +65 24.06.10 16,384 784 12쪽
21 여동생 김선 - [1] +123 24.06.08 19,147 89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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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얼음 능력자 백담비 - [4] +181 24.06.05 20,208 1,050 17쪽
18 얼음 능력자 백담비 - [3] +71 24.06.04 18,971 891 14쪽
17 얼음 능력자 백담비 - [2] +49 24.06.04 18,861 774 14쪽
16 얼음 능력자 백담비 - [1] +87 24.06.03 20,934 886 14쪽
15 인천 헌터 김극 - [3] +101 24.06.01 22,486 928 13쪽
» 인천 헌터 김극 - [2] +129 24.05.31 22,550 948 9쪽
13 인천 헌터 김극 - [1] +66 24.05.31 22,297 859 9쪽
12 바위 정령 - [5] +124 24.05.29 24,429 1,00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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