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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대기 님의 서재입니다.

웅크린자의 시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포대기
작품등록일 :
2013.09.02 01:39
최근연재일 :
2014.05.11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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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3.10.23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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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웅크린자의 시간 44

DUMMY

새벽부터 서둘렀지만 벌써 시간이 9시였다.

오전 내에 아파트 진입로를 막기 위한 간이 작업을 끝내고, 오후 해지기 전까지 단지 내부를 정리해야 했다.

이곳 진입로를 막는 데 필요한 주요 물품은 철사와 청테이프, 노끈, 빈 깡통, 에폭시접착제와 ㄱ자 경첩이 다였다.

우선 진입로의 맨 앞쪽, 그러니까 좌측 도서대여점과 우측 공실의 외벽에 ㄱ자 경첩을 붙이기로 했는데, 높이 20cm, 50cm, 1m, 1.3m, 1.6m 그리고 2.5m 높이로 부착하기로 결정하였고, 또 기어서 침입할 놈들이 있을지도 몰라, 차도 양옆의 인도와 인도 벽 사이의 한곳에도 포함시켜, 총 열네 포인트에 ㄱ자 경첩을 붙이기로 하였다.

경첩의 부착은 간단하게, 콘크리트 못과 망치를 사용해 속 시원히 박아대면 얼마나 좋겠느냐마는, 권장할만한 방법이 아니어서 대신, 철물점에서 가지고 온 에폭시 접착제로 그것들을 붙여서 고정하기로 하였다.

한창 홈쇼핑에서 선전해대곤 하던 이것, 통 안에 두 개로 나누어진 채 담겨진 이것을 소량 덜어내 합쳐서 비닐장갑을 낀 손으로 주물럭거리다가, ㄱ자 경첩 한 면에 붙인 다음, 청테이프로 벽면과 함께 붙여서 벽면에 딱 붙을 때까지 그대로 놔두었다.

시끄러운 소리는 절대 사양, 조금 전 벌써 한 녀석이 출몰해서 깔끔하게 화살 한 발로 곧바로 처리 하였다.

어제의 실전 덕분인지 활에도 이제 많이 익숙해진 상태, 그리고 이곳은 지상이라 전진과 후퇴가 자유로워 어제처럼 가까이 다가가 한발 제대로 먹여주었다.

그렇게 가끔 녀석들을 처리하며 다시금 작업을 이어가기 시작하였다.


에폭시가 굳기를 기다리다 마침내 경첩이 상가 외벽에 단단히 고정되자, 경첩의 볼트 구멍에 1.3mm 철사를 사용해 수평이 되게 엮거나 사선이 되게 엮어두었고, 혹시 틈 사이로 빠져나오는 녀석이 있을지도 몰라, 세로로도 철사를 묶어서 얼기설기 엮어진 그물 모양을 이루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2m 간격으로 6가닥의 철사 모두에게 노끈으로 서로 묶어, 길게 늘어뜨려 놓기 시작하였다.

다음으로는 사다리를 가지고 맨 위쪽 2.5m 높이에 부착시킨 경첩에도 똑같이 가로로 철사를 묶었는데, 방금 묶어둔 노끈들을 그 위로 걸쳐서 노끈이 철사 위를 지나가도록 만든 다음, 편도 1차선의 도로 건너편에까지 그것들을 끌고 나와서 2.5m 높이의 어느 한 부동산 간판 위에 노끈들을 걸쳐두었으며, 그 끝에 세 개씩 빈 깡통들을 묶었다.

이것에 구조를 간략히 설명한다면, 혹시 아파트 내부로 접근하려는 녀석이 일단 내가 엮어둔 철사 그물들을 건드리게 될 테고, 노끈을 통해 건너편에 걸쳐 이어진 깡통들이 울려대면 그 소리에 녀석이 혹해 깡통 아래로 이동한다는 것으로, 그렇게 되면 이쪽은 안전해질 것이라는 취지에서 만든, 일종의 시간벌기용 잔머리 구조물이었다.

그렇게 녀석들을 꼬신 뒤, 나중에 내가 일괄적으로 나서서 녀석들을 한꺼번에 처리할 심산이었다.

이제 입구는 잠시나마 시간을 벌어줄 것이고 이제 단지 내부를 청소할 시간이었다.


시간은 벌써 11시를 지나고 있었다.

점심을 하기에는 조금 많이 이른 시간, 하지만 점심 따위를 먹을 시간은 없다.

4개 동 24개 비상계단을 모조리 정리하려면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정리하기로 결정했을 때 단번에 모조리 정리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정리해둔 곳이라도 안전을 장담할 수는 없는 일이 될 것이었다.

나의 보물창고인 철물점에서 청테이프를 박스 채로 내 보금자리가 있는 동 입구로 가져와 그 옆에 쌓아두곤, 터진 출입구를 예전 청과물 상회 입구를 막듯 가로로 여러 번 띠를 이루게 붙였다.

‘자 이제부터 수색 시작이다.’

비상계단은 좌와 우로, 좌측은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곳이었고 우측부터는 각 가정집으로 이동하는 계단이 위치한 곳이었는데, 이곳에도 작았지만, 지하주차장이 존재했었다. 하지만 내가 그곳으로 들어갈 필요가 없어서 주차장 문 바깥의 녀석들이 있는지 없는지 만을 확인한 채, 문을 닫았고 청테이프로 마무리 지었다.

다시 1층 입구로 돌아온 나는 잠시 머뭇거리다 노래를 한 자락 대차게 불러 보았다.

“나 혼자 밥을 먹고 나 혼자~, 탕~ 탕~’

비상계단 내에 숨어있을지 모를 녀석들을 유인하기 위해 노래를 한차례 불러댄 나는, 내 노랫소리를 듣고 다가오는 녀석이 있을까 싶어 조용히 귀를 기울여 보았는데, 노래를 시작하자마자 경쾌한 쇠 울음소리가 나지막이 내 귓가를 울리기 시작하였다.

이 소리는, 아직까지 살아있는 끈질긴 그 녀석들, 엘리베이터 통로 안에서 피어나는 소리였다.

‘대단하구나!’

5층까지 동태를 살피며 천천히 걸어 올라온 나는, 시컴한 아가리를 벌린 채, 열린 엘리베이터 문안을 바라보며 아직도 움직이고 있는 녀석들을 쳐다보았다.

살아서 꿈틀대는 녀석은 대략 일곱 놈 남짓, 하나하나의 머리에 화살을 박으며 녀석들과의 질긴 인연을 이쯤에서 마무리 지었다. 그리곤 다시금 노래 부르며 올라가는 발걸음, 현관문이 열린 곳은 닫아주는 것으로 마쳤고, 닫힌 곳은 지나치며 곧 아파트 옥상 그 위에 도달했다.

옥상에서 바라보는 주변의 경관은 처참했다.

군데군데가 불에 타 그슬려 있는 모습들, 주변의 산이나 들에서도 검게 그을린 모습들이 태반이었었는데, 그나마 봄이라 새로이 돋아난 생명들이 그날의 아픔들을 희석하고 있었다.

잠시 알이 배긴 허벅지를 풀어주며 이게, 하루이틀사이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란 걸 깨달았다.

이제 통로 하나만을 올랐을 뿐인데 잡아먹은 시간 하며, 아니 시간보다 다리가 후들거리는 게 몸이 안 따라줬다.

나는 오늘 내로 모든 통로를 정복하겠다는 계획을 포기하고, 대신 조금 전처럼 입구를 청테이프로 처리해, 지나다니는 녀석이 있는지 없는지 만을 확인하기로 하고는, 이내 지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24군데의 모든 입구를 청테이프로 붙이기만 했는데, 벌써 시간은 오후 3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그새 길 건너편 깡통 아래 몰린 네 녀석을 해치우며, 식사대용으로 쥬스와 함께 ‘다이제’라고 쓰인 과자를 섭취한 뒤, 철물점에 잠시 들러 공구를 가지러 들어갔다.

내가 공구를 준비한 이유는 입구를 막을 장애물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는데, 내가 입구를 막아둘 물건으로 선택한 것은, 다름 아닌 아파트 비상계단 내에 설치된 안전난간이었다.

입구를 막을 수 있을 만큼 튼튼하고, 이동이 쉬우며, 수량이 많은 물건이 뭐가 있을까를 고민하다, 조금 전 비상계단 하나를 접수하며 내 눈에 띈 것이 이것이었었는데, 칼라강판(가공되기 전에 이미 도장된 강판)으로 만들어진 이것은 위의 조건들을 모두 충족시킬 정도로 그 수량도 많았고, 취급에도 용이했으며, 부식에도 무척 강했다.

나는 공구들을 가지고 조금 전 내가 확보한 내 보금자리의 통로로 다시금 이동해, 하나씩 하나씩 난간의 분해를 시작했으며, 단지 입구에 하나씩 옮겨내기 시작하였다.

각 층마다 두 개씩 달려있는 난간은, 약 열 개 정도가 분리되어 단지 입구에 옮겨졌는데, 그때는 벌써 해가 저 산으로 기울고 있었다.

아마도 오늘의 작업은 이대로 마무리 지어야 할 듯 보인다.

오늘 하루는 참 보람찼다.


-. 4월 21일 아파트 단지 내 진입로 앞 AM 06:00


다음날이 대차게 밝았다. 하지만 나는 밤새 편히 잠들 수 없었다.

이곳을 지나가거나 배회하는 녀석들은 내가 잠들 밤에도 언제나 출몰하고 있어, 자려면 울려대고, 자려면 울려대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내 보금자리와 아파트 진입로를 밤새 내내 오가야 했다.

슈퍼 안에서라도 잠을 청했더라면 이런 고생은 안 해도 됐겠지만, 내 불치병인 코골이는 언제나처럼 이번에도 내 발목을 착실히 붙잡아대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어제 휴대용 보조배터리를 충전시켜 뒀다는 정도?

평소의 좋은 습관은 인생을 바꾼다더니, 거의 오링난 캠코더 배터리를 그걸로 겨우 수혈하여, 어젯밤도 무사히 지켜낼 수 있었다. 물론 계속 가동시키는 건 거의 불가능이라 깡통이 울려댈 때만 겨우겨우 사용하였다.

전날의 비몽사몽으로 인해 또다시 내 눈은 토끼가 되어 있었고, 오늘 제대로 막지 못한다면 오늘 밤도 어젯밤처럼 불태워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나는 이미 옮겨 놓은 난간을 설치하기 위해 새벽부터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아파트의 진입로는 폭이 약 15m 정도로 난간의 길이는 약 2m가 조금 넘는 정도, 그럼 6개 정도면 약 1m 높이의 차단벽이 만들어진다는 이야긴데, 비스듬한 마름모꼴 형상이라 벽과 난간의 빈틈 사이에도 무언가로 막아두어야 할 것 같았다.

일단 일렬로 난간을 세우고, 난간을 시멘트로 고정시켜 2단 높이로 위로 쌓은 뒤, 3겹 아니 4겹으로 서로서로 이어 붙인다면, 웬만한 녀석들은 충분히 막아낼 나만의 방벽이 세워질 것이었다.

일단 맨 처음 할 일은 난간을 먼저 세우는 일, 내 옆에서 난간을 잡아주는 이가 없으니 혼자서 작업할 수 있도록 난간을 처리해야 했다.

철물점에서 가지고 온 긴 쇠파이프 네 개를 사용해 난간을 하나씩, 하나씩, 똑바로 세우기 시작하였다.

우선 난간을 가로로 바로 세우고 그 난간의 세로로 난 빈틈에 X자가 되게 쇠파이프를 끼웠는데, 난간이 쇠파이프에 걸쳐져 홀로 서 있을 수 있도록 만들어둔 것이라, 반대쪽도 같은 방식으로 세워서 다음 작업을 할 수 있도록 처리하였다.

다음은 난간 아래에 시멘트를 부어 단단히 굳히는 작업을 진행하면 되었는데, 이렇게 하나씩 처리해 나간다면 시간은 좀 걸릴 테지만, 나만의 멋진 울타리가 곧 만들어 질 것이었다. 하지만 언제나 불행은 느닷없이 다가오는 것, 내 희망찬 포부는 그것으로 인해 곧 망조가 들었다.

그것은 갑자기 일어난 녀석들의 웨이브로, 나중에 내가 좀비 웨이브라 칭한 이것은, 녀석들로 이루어진 물결 아니, 파도였다.

녀석들로 이루어진 거센 재앙의 파도‥‥.


작가의말

요즘도 수정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제는 못올렸네요.

대신 두편을 수정했는데 어째 새로 쓰는것 보다 수정하는데 시간이 더 많이 걸리고 있습니다. 아무튼, 한편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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