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포대기 님의 서재입니다.

웅크린자의 시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포대기
작품등록일 :
2013.09.02 01:39
최근연재일 :
2014.05.11 01:09
연재수 :
148 회
조회수 :
1,096,530
추천수 :
26,687
글자수 :
965,048

작성
13.10.02 20:49
조회
8,792
추천
197
글자
10쪽

웅크린자의 시간 30

DUMMY

오랜만에 나를 이런 상황으로 몰고 간 녀석들에 대해 언급해 보려 한다.

간만의 등장이 뜬금없다며 생각하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만큼 올겨울을 헤쳐 나오기가 힘들었다는 것으로 해석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일단 나와 함께 물벼락을 맞았던 엘리베이터 통로 내의 좀비들은 과메기처럼 겨우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했는데 얼어 죽기를 소망하던 내 바람과는 달리 눈에 띄는 녀석들 대부분이 움직이고 있었다.

‘녀석들은 얼어 죽지 않는다!’ 적어놔야겠다.

대신 처음 만땅이 됐을 때 가슴 높이에서 움직이던 녀석들이 이제는 머리카락만이 보이는 것이 아직 안에서 움직이는 놈들이 식사를 해서 그런 듯싶었다.


바깥의 상황도 비슷해 얼어 죽은듯한 녀석들은 보이지 않았지만, 옷이 군데군데 찢어지고 손가락이 몇 개 없어진 듯 보이는 녀석들이 꽤 있었다.

주차장 바닥에 쓰러져 있던 좀비 시체는 이제는 거의 다 사라져 몇 보이지 않는 것이 겨우내 녀석들의 일용할 양식이 된 듯했다.

녀석들은 뼈를 먹지 않는다. 그렇다면 백여 구에 달하던 좀비 시체들이 해골로 변해 주차장 바닥에 널려있어야 정상일터다. 하지만 지금 내 눈에 보이는 해골 등 뼈들의 숫자는 얼마 되지 않는다.

처음 녀석들이 막 동료들의 시체를 먹기 시작할 때만 해도 해골들의 숫자는 늘어 가끔 어두운 밤 아파트 주차장에서 희미한 빛(인광)들을 발산하기도 하였다.

‘한 스물 남짓 되려나?’


좀비 시체는 개도 아니 어떤 동물들의 관심도 끌지 못한 채로 썩지도 않고 그냥 방치된 상태에서 이후 좀비들이 변화해 동족의 시체를 해치웠다지만 뼈만은 남아 방치되었었다.

‘녀석들이 또 변해서 나 몰래 밤마다 뼈로 곰국을 끓이고 갈비뼈로 이를 쑤셨을지도 모르지. ㅋㅋ’

혼자 지내다 보니 사람이 실없어지고 잡생각만 늘어 큰일이다.

나는 사회성이 뛰어난 사람은 아니어서 사람 많은 곳을 싫어했고 혼자서 밥 먹는 게 가능했으며 때때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곤 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런 나도 사람이라고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다 보니 외로움이 생겼다.

어떤 영화에서 무인도에 갇힌 남자가 윌슨이라 이름 붙인 배구공을 친구삼아 대화를 나누던 장면이 생각이 났다.

‘봄타나, 나도 하나 골라봐?’

나만의 친구, 나만의 펫, 정신적으로 친구가 되어줄 이를 찾으려 나는 내 영지 이곳저곳을 기웃거렸고 이내 포기했다.

이곳에서는 소리가 쥐약이다.

소리는 안 내는 게 제일이었다. 괜히 대화랍시고 나누다 녀석들의 시선이라도 끌게 된다면 곤란했다.

‘지금은 곤란하니 기다려 달라.’고 내게 속삭이며 여기서 벗어나 녀석들이 없는 곳에 닿게 되면 그땐 마음껏 떠들어주마 다짐했다.


처음엔 위의 현상이 일어난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지만 내가 보유한 좀비 사체의 변화를 통해 왜 저런 현상에 이르게 되었는지가 이해되었다.

내가 영지 전을 치르는 과정에서 발생한 녀석들의 시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는데 신체가 미라처럼 갈색을 띠며 말라갔고 나중엔 나무처럼 푸석푸석해지다 가루마저 날리기 시작했다.

수분이 빠져나가 생긴 현상 같아 보였고 목을 잡고 들어 올리면 가볍게 들릴 정도였다.

예전에 크리스마스트리 오인사건 이후 또 그럴까 봐 내가 죽인 모든 좀비를 각각의 건넛방으로 이동시켜 이불로 가려놓은 적이 있었다.

그때 건달처럼 떡대가 건장한 좀비(그놈도 덩치가 많이 줄어들어 있었다.)를 옮기다 녀석의 목을 부러뜨리는 사고를 쳤는데 최근에 살펴본 부러진 목 부분의 변화를 통해 왜 그랬을지 느낌이 왔다.


지금까지의 관찰결과를 놓고 분석해 보면 일단 녀석들도 일반 동식물들처럼 에너지를 소모한다는 것이었다.

처음 좀비가 되어 살아있는 생물체들을 공격해 식량이나 동족으로 삼아 활동하다 일정 기간이 지나 몸속에 비축한 영양분이 떨어지게 되자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동족의 시체로 영양분을 흡수 생존시간을 늘려나간 것이다. 그래서 초창기와 지금, 또 먹기 전과 먹은 후의 이동속도의 변화가 생긴 이유가 이것 때문일 거라 생각되었다.

처음엔 녀석들도 추위를 타거나 몸이 얼어서 느리게 움직이는 거라고 예상했었는데..

‘힘이 없어서 느려졌다?’

녀석들이 죽어서도 썩지 않고 말라비틀어지는 것도 아마 뇌가 멈춰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생체 내에서의 활동은 계속 이루어져 체내에 남아있는 양분이 소모되는 과정에 따라 변화가 이루어지는 듯했다.

‘시체마저 없어지면 살아있다손 치더라도 자기들끼리 서로 잡아먹겠구나!’

앞으로 생길 녀석들의 변화까지도 예측해보다 전에 적어둔 메모지를 펼쳐 보았다.


좀비의 특성 - 앞으론 놈들을 좀비라고 칭한다.


1. 좀비는 보통 사람 걷는 속도로 이동하지만 공격 시에는 속보로 이동하며 뛰지 않고 목표물을 먹을 때 “으~, 어~”하는 소리를 낸다.

2. 좀비는 목표물에 속보로 접근한 뒤 목표와의 거리가 30cm가량으로 가까워지면 갑자기 빨라지면서(느리게 움직이던 악어가 공격할 때처럼) 공격하며 근접했을 땐 주로 목 부분을 공격하나 대중없다.

3. 좀비는 계단이나 인도 등 급격한 경사를 인지한다. 하지만 공격 시엔 발이 걸려 넘어지고 일단 넘어지면 계단이 끝날 때까지 네발로 움직며 계단이 끝나면 다시 일어나 공격한다. 내려올 때는 그냥 보통 사람처럼 내려온다. 공격할 때는 계단에서 굴러서 내려왔다.

4. 사다리는 못 올라올 듯싶지만, 장담은 못 하겠다. 아파트 단지 내에 위치한 놀이터의 놀이기구, 이름은 모르겠지만, 정사각형 형태의 철 구조물들이 피라미드처럼 생긴 놀이기구 위로 몇 명이 도망을 쳤는데, 좀비 무리들이 쫓아오더니 사다리 올라가듯 오르지 못하고 구조물 내부까지 좀비들이 순대 속 잡채 채워지듯 채워지고 나서야 남아있던 좀비들이 계단 기어오르듯 네발로 기어 올라가 피신한 사람을 공격하는 걸 목격했다. 주위에 사다리가 없어 확인하지 못했다. 내려올 때는 굴러서 내려왔다.

5. 좀비는 움직이는 물체와 소리에 반응하고 사람뿐만 아니라 개나 고양이 등 동물도 공격하며 좀비끼리는 공격하지 않는다. -> 좀비는 시력이 무척 낮아 청각에 의존해 목표물에 접근한 뒤 공격하고 사람뿐만 아니라 개나 고양이 등 동물도 공격하며 좀비끼리는 공격하지 않으나 협동하지도 않는다.

6. 좀비에게 공격당하면 좀비가 되거나 해골이 된다. 하지만 개나 고양이 좀비는 못 봤고 해골들만 봤다.

7. 좀비는 불에 잘 타며 불에 탄 좀비는 움직이지 않았다. -> 좀비는 불에 잘 타며 압사도 한다. 불에 탄 좀비와 압사한 좀비는 움직이지 않았다.

8. 왜 세상이 이러는지 나는 모른다.

9. 좀비를 죽이는 방법도 아직 모른다. 불에 태우기?


누렇게 손때가 묻고 꼬깃꼬깃해진 종이를 주머니에서 꺼내 내용을 훑어보곤 나는 새롭게 다시 정리하기로 하며 새로운 종이에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습기에 젖었다 마른 듯 누르스름하고 거친 종이 표면을 연필심이 지나가며 사각사각 걸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한 자, 한 자 면밀히 채워나가던 민우는 어느새 끝마쳤는지 종이를 쫙 펴들고 다시 한 번 검토해 보았다.


좀비의 특성 - 앞으론 놈들을 좀비 또는 녀석들이라고 칭한다.


1. 좀비는 초기에는 보통 사람이 걷는 속도로 이동하지만 공격 시에는 속보로 이동하나 뛰지는 못하고 일정 시간이 지난 이후에는 걷는 속도보다 느리게 움직이며 뭔가를 먹은 뒤에는 그것보다는 빠르게 이동한다. 그리고 녀석들은 “으~, 어~”하는 소리만을 낸다.

2. 좀비는 목표물에 접근한 뒤 목표와 일정 거리 이내로 가까워지면 갑자기 움직임이 빨라지며 공격을 시작하고 가까운 부위부터 먼저 공격한다.

3. 좀비는 계단이나 인도 등 급격한 경사를 인지하나 사다리는 타지 못한다. 하지만 공격 시엔 계단에 발이 걸려 넘어지고 일단 넘어지면 계단이 끝날 때까지 네발로 움직이다 계단이 끝나면 다시 일어나 공격한다. 내려올 때는 그냥 보통 사람처럼 내려온다. 대신 계단 위에서 목표물을 발견하면 계단에서 굴러서 내려온 뒤 일어서서 공격한다.

4. 좀비는 시력이 낮은 대신 소리에는 민감해 주로 청각에 의존하여 목표물을 감지 및 포착하여 접근해 공격하고 사람뿐만 아니라 개나 고양이 등 동물도 공격하며 먹을거리가 떨어지면 동족들도 먹이로 삼는다.

5. 좀비는 동족의 존재를 인식은 하지만 협동은 하지 않는다.

6. 좀비에게 공격당하면 좀비가 되거나 뼈만 남게 되는데 동물은 좀비화가 되지 않고 먹히기만 한다.

7. 좀비는 물리력이 통하며 힘이 좋다.

8. 좀비는 뇌가 그 기능을 상실하게 되면 움직임을 멈추나 팔이나 다리, 몸통 등의 타격에는 무력화되지 않는다. 또한, 얼어 죽지 않고 불에 잘 타며 추락사와 압사가 가능하나 익사는 모르겠다.

9. 좀비는 죽어서도 썩지 않고 말라비틀어지다 동료들에게 먹히거나 푸석푸석해지다 부서져 사라진다.

10. 왜 세상이 이러는지 나는 모른다.


나는 녀석들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의 정리를 끝내곤 이번에는 물을 구할 방법을 연구해야겠다며 몸을 일으켰다.

‘물이냐 탈출이냐’

유리창 밖 많은 수가 줄어든(백여 마리 정도로 추정) 주차장 내의 녀석들을 바라보며 앞으로 물을 구할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탈출계획이라도 세워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탈출이라...


작가의말

이번편은 메모속의 내용이 언급되다보니 분량을 조금 날로 먹은 듯 하기도 하네요.

환절기에 감기들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웅크린자의 시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8 웅크린자의 시간 57 +37 13.11.13 8,939 313 14쪽
57 웅크린자의 시간 56 +13 13.11.11 7,383 192 12쪽
56 웅크린자의 시간 55 +14 13.11.08 7,426 190 12쪽
55 웅크린자의 시간 54 +24 13.11.07 8,028 211 12쪽
54 웅크린자의 시간 53 +19 13.11.06 6,793 207 11쪽
53 웅크린자의 시간 52 +28 13.11.05 7,602 212 11쪽
52 웅크린자의 시간 51 +17 13.11.03 7,280 208 12쪽
51 웅크린자의 시간 50 +17 13.11.01 7,759 194 13쪽
50 웅크린자의 시간 49 +23 13.10.30 7,708 202 12쪽
49 웅크린자의 시간 48 +21 13.10.29 8,146 190 14쪽
48 웅크린자의 시간 47 +21 13.10.27 7,469 200 10쪽
47 웅크린자의 시간 46 +21 13.10.26 7,843 194 12쪽
46 웅크린자의 시간 45 +23 13.10.25 7,763 185 12쪽
45 웅크린자의 시간 44 +21 13.10.23 7,414 185 11쪽
44 웅크린자의 시간 43 +15 13.10.21 7,594 198 10쪽
43 웅크린자의 시간 42 +10 13.10.20 7,905 203 9쪽
42 웅크린자의 시간 41 +22 13.10.18 8,361 217 12쪽
41 웅크린자의 시간 40 +14 13.10.17 8,213 190 10쪽
40 웅크린자의 시간 39 +12 13.10.16 8,066 198 12쪽
39 웅크린자의 시간 38 +13 13.10.15 8,088 188 9쪽
38 웅크린자의 시간 37 +13 13.10.14 8,095 183 13쪽
37 웅크린자의 시간 36 +10 13.10.11 7,971 209 10쪽
36 웅크린자의 시간 35 +18 13.10.09 8,153 201 12쪽
35 웅크린자의 시간 34 +9 13.10.07 8,217 194 9쪽
34 웅크린자의 시간 33 +15 13.10.06 8,060 207 10쪽
33 웅크린자의 시간 32 +9 13.10.05 8,213 193 10쪽
32 웅크린자의 시간 31 +8 13.10.03 8,763 209 9쪽
» 웅크린자의 시간 30 +6 13.10.02 8,793 197 10쪽
30 웅크린자의 시간 29 +13 13.10.01 9,567 210 10쪽
29 웅크린자의 시간 28 +6 13.09.30 9,576 201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