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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대기 님의 서재입니다.

웅크린자의 시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완결

포대기
작품등록일 :
2013.09.02 01:39
최근연재일 :
2014.05.11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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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3.10.07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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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웅크린자의 시간 34

DUMMY

-. 3월 28일 내 보금자리의 거실 안 오후 무렵


약 10여 일 간의 ‘스카이 콩콩’ 작전을 통해 내가 처리한 녀석들의 숫자는 백여 마리 정도.

예전 밖에 그 정도의 숫자가 남아있었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었단 걸 나는 기억하고 있다. 그러면 이제 녀석들을 다 해치웠다는 소리니 맘 편히 밖에 나가도 되겠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직 밖의 놈들은 소탕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눈대중으로 헤아린 터라 오차가 생긴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그것보다는 외부로의 계속된 유입으로 인해 녀석들 전체 숫자가 계속 늘다 보니 이런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죽여도, 죽여도 계속 나오는 바퀴벌레들처럼 그동안 어디에 숨어있었는지도 모를 새로운 녀석들이 꾸역꾸역 몰려대는 탓에 밖의 녀석들은 계속해서 두 자리 숫자 이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아마 내가 녀석들을 사냥하느라 생긴 소음 탓에 주위의 녀석들마저 끌어들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죽이고, 죽이고, 죽인다면 언젠가는 이 근처의 모든 녀석을 해치울 수 있을 테니 그때는 안전하게 나갈 수도 있겠다싶었다. 하지만 그때까지 기다릴 수가 없었다.

이젠 물이 바닥이었다.

물만 더 있었더라면 아니 내가 조금만 빨리 캠코더에서 나이트 샷 기능을 발견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생기기도 했었지만 이미 지나간 일, 이제 일주일 내로 승부를 내지 못하면 난 아마도 정수기의 성능을 임상 실험하며 죽어갈지도 모르겠다.

나는 언제나 생존을 위해 발버둥 쳐 왔고 지금껏 살아남아 있다.

이제껏 아등바등 버텨온 것이 어찌 아깝지 않겠는가.

이제 움직일 때고 그것을 위한 준비를 시작할 때였다.


나는 자전거 헬멧에 부착해 놓은 캠코더를 다시 분리해 내었다.

분리한 이유는 헬멧과 캠코더에 보완이 필요해 취한 조치로 물론 지금 하고 있는 창질만이라면 필요 없을 작업이었지만 밖에서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므로 미리 준비해야 했다.

녀석들의 시력이 형편없다손 치더라도 내가 보는 액정의 녹색화면을 만약 놈들도 보게 된다면 나가서 죽기에 딱 좋을 것이었기 때문에 보완이 시급했고 자전거 헬멧도 광택이 나 너무 반짝이는 게 광택을 좀 죽여야 할 듯싶었다.

먼저 자전거 헬멧의 표면을 사포로 조용히 문지르며 광택을 죽이기 시작했고 그 뒤 타다만 재를 물에 개어 헬멧의 표면에 바르곤 마르기를 기다리며 새로 턱 끈을 만들어 묶어두곤 이내 헬멧 표면이 다 마르자 다음 과정을 진행했다.


다음은 캠코더 차례.

잘 마른 자전거 헬멧 우측에 쇠를 구부려 만든 거치대를 달고 그 하단에 캠코더를 매달아 고정한 뒤 액정화면이 보이도록 열어두었다.

이제 액정화면의 빛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막는 작업만이 남았는데 어떤 식으로 가려야 하나 한참을 고민하다 방독면 옆을 터서 안에 넣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괜찮은 아이디어라 생각해서 곧바로 방독면을 가지고 온 나는 바로 작업을 시작하려 했는데 혹시나 안 맞으면 애꿎은 방독면만 날리는 셈이라 시험 삼아 먼저 대본 다음에 자르기로 하였다.

방독면을 왼손 바닥으로 받치고 안으로 캠코더의 액정커버가 씌워지게 대충 걸쳐놓으며 액정화면을 살펴보는데 금세 화면이 내 입김으로 인해 뿌옇게 되어버렸다.

‘휴 다행이다, 괜히 아까운 방독면만 날릴 뻔했네.’

입과 함께 덮이는 방독면의 구조상 입김이 밖으로 바로 빠져나가지 못해 생긴 현상이라 방독면은 사용이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입 부분을 둥그렇게 오리는 것도 말이 안 되고 말이다.

다른 대안을 찾다 천을 둘러 감싸거나 가죽을 오려서 만드는 건 어떨까 해서 이것도 실험해보았는데 이것도 실패했다.

자전거 헬멧을 쓴 채 천으로 액정커버 위를 이리저리 둘러보기도 하고 가죽도 잘라서 대보며 이용할 수 있을지 살펴보았지만 천은 제 맘대로 둘러져서 고정하기도 힘들었고 가죽은 만들기도 가공하기도 좋아 쓸만할 듯 보였지만 가죽 차체가 매가리가 없어 실패하고 말았다.

가죽이 두껍다거나 몇 장을 함께 붙여서 가공한다면 몰라도 이곳에서 찾은 가죽제품들은 다들 너무 얇아서 재료로 쓸만한 게 없었다.

고심 끝에 고안한 마지막 방법(주인공은 대단하다.)이 있었으니 그것은 종이 찰흙을 이용해 고글을 만드는 것이었다.

지금 가진 재료로 만들만한 게 종이 찰흙뿐이라 시도한 것으로 이것을 만드느라 그나마 얼마 남지 않은 물마저 축나고 말았다. 하지만 어쩌랴 투자 아닌가, 투자. 이것을 바탕으로 엄청나게 뽑아내리라 내심 다짐하였다.


곰팡이가 살짝 피어있는 신문쪼가리와 두루마리 화장지를 물에 불려 잘게 찢고는 한 덩어리가 되게 뭉친 뒤 강판에 갈았는데 종이가 잘게 될수록 입자가 고와지고 단단해진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나 두 번 갈았고 한 번 더 갈려다 그냥 다시 물에 담가 만 두었다.

그렇게 종이가 불도록 놔두곤 이번에는 밀가루 풀을 쑤었는데 밀가루 풀은 그냥 밀가루를 물과 섞어 투명해질 때까지 끓이기만 하면 되므로 금세 밀가루 풀이 완성되자 여기에 종이 불린 것과 숯가루를 함께 섞어 오물쪼물 손으로 뭉치고 치대며 반죽하였다.

야간 이동 중에 들키지 않으려는 목적으로 첨가한 숯가루 덕분인지 거무튀튀한 색깔의 종이 찰흙 덩어리가 완성되었고 이걸 가래떡 모양으로 길쭉하게 만든 뒤 액정커버 네모 가장자리를 빙 둘러가며 붙였다.

캠코더를 켜고 액정화면이 정면이 되게 얼굴에 덮어 보았는데 이내 난 사팔뜨기가 되었다.

종이 찰흙이 모자라 액정화면과 눈 사이의 거리가 너무 가깝게 되자 벌어진 일로 이 때문에 나는 다시금 종이 찰흙을 만들어야 했지만, 곧 예상대로 만들어 낼 수 있었고 완성품은 생각보다 훌륭했다.

다만 얼굴에 완전히 밀착되지 않은 게 옥에 티라 갈아내고 덧붙이는 등의 수고가 뒤따라야 했었지만, 밤에 비춰본 거울 앞의 모습에서는 빛 샘도 보이지 않아 완전히 마르기만 한다면 이대로 사용해도 될 듯싶었다.


캠코더와 밧줄 등 필요한 물품의 준비와 세부사항의 검토가 끝나자 신경을 너무 쓴 탓인지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하자 머리를 꼭꼭 누르며 조금 쉬기로 했다.

어차피 지금 당장 작전을 펼칠 것도 아니고 오늘은 이대로 마무리하며 내일 밤을 디데이로 삼기로 했다.

준비를 마쳤으니 비만 내리지 않는다면 작전을 개시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래 난 할 수 있다!’

나를 격려하며 내일을 기약해본다.


다음 날 아침 8시 30분 드디어 작전 개시일이 밝았다.

오늘의 작전으로 내 일생이 마감되거나 아니면 더 나아가게 되거나 판가름이 날 그런 날이 드디어 시작된 것이었다.

작전을 벌이려면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려야 했지만, 전날의 두뇌 활동으로 인한 피로 때문인지 아니면 밖으로 향할 발걸음이 두려워 긴장한 탓인지는 몰라도 밤새 잠을 설치던 나는 제대로 잠을 못 자선지 눈이 빨개져 있었지만 누워만 있다고 잠이 드는 것도 아니라서 아픈 허리를 만지며 일어나게 되었다.

잠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하는데 아뿔싸, 이게 뭐냐. 비 온다, 지금 비가 내리고 있다.

‘으미 아까운 내 물’

작전이고 뭐고 지금 저 밖에 식수가 낭비되고 있다.

나는 제대로 잠을 못 자 몽롱한 상태였지만 예전 겨울에 눈을 받을 때처럼 빗물을 받기 위해 앞과 뒤 베란다의 창문을 모조리 열고 막대기로 쓸 만한 물건들에 옷가지 등을 매달아 밖으로 펼쳐두었다. 그리곤 돌아가면서 짜며 빗물을 모으기 시작했다.

‘주룩주룩’ 아니면 ‘쏴-’ 소리로 내려주면 오죽 좋으련만 봄비라는 걸 티라도 내려는 듯 ‘추적추적’으로만 내리었다.

그나마 온종일 내려준 탓에 꽤 많은 물(욕조 하나가 가득 찰 정도)을 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늦은 오후 비가 그치자 그제야 한숨을 돌린 나는 뒷정리를 시작했는데 모든 옷 등을 수거하며 혹시나 남아있을 지모를 수분마저 짜모았고 이렇게 모은 빗물을 정수기로 정수해 만든 설탕물 세잔을 연달아 쭈욱 들이켰다.

빗물을 받느라 식사도 거른 채 움직여서인지 배도 고프고 몸도 피곤해 쓰러질 듯했는데 갑자기 단 게 속으로 들어가니 머릿속이 찌릿한 것이 그동안 모자랐던 갈증이 해소됨과 동시에 공복으로 인해 낮아진 혈당치마저 함께 올라온 듯 몸에 잠시지만 활력이 돌았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까 방독면을 쓴 채로 늦은 첫 끼니를 준비하며 나는 오늘 펼치려던 작전을 일단 미루기로 결심하였다.

‘번 시간만큼 녀석들의 숫자를 확실히 줄여야해!’

피곤한 몸으로 작전을 치르기엔 어려울 듯했고 작아도 물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으니 얼마간의 시간은 벌은 샘이었다.

사실 마음의 준비도 덜 된 상태라 어제저녁 잠마저 설치며 불안해하던 참이었는데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니 내심 안도감이 들었다.

나는 이렇게 번 시간을 녀석들을 처리하는데 또 나갈 준비를 하는 데 활용하기로 하며 거실 안에 가득 찬 연기를 빼내려 창문을 열었다.


‘부탄가스도 꼭!’을 다짐하며 말이다.


작가의말

연참대전을 하는 것도 아닌데 요즘 댓글이 늘어 무리하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러다 쓰러질 듯 머리도 어질어질 세상에 쉬운 일이 없다더니 글을 쓴다는 것도 보통일은 아니네요.

재미있는 글쓰기 중이지만 능력이 짦은게 쉽기만 합니다.

늘 재미있게 보아주시는 분들께 감사하며 오늘도 한편 수줍게 올려봅니다.

감기조심하세요.

 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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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9

  • 작성자
    Lv.80 aldud
    작성일
    13.10.08 07:40
    No. 1

    뭐라고 길게 쓰고 싶지만 말재주가 없어서
    재미있읍니다
    잘 읽고 갑니다
    다음이 기대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포대기
    작성일
    13.10.09 23:14
    No. 2

    매번 덕담에 감사드립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3.10.09 22:21
    No. 3

    꼭대기층에서 베란다밖으로 3미터정도 돌출된 다이빙대 하나 만들고 눈딱감고 3일만 개기면 다 청소될수도,,,ㅎㅎ. 미끼는 당연히 싱싱한 놈^^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포대기
    작성일
    13.10.09 23:16
    No. 4

    다이빙대 만들기가 쉬울까요 그리고 없는 배터리를 가지고 야간에만 한두시간 창질하는데 이것도 보통일은 아닐듯 싶습니다 15m의 장창인데 아무리 아래로만 찌른다지만 무게도 보통은 아니겠죠
    그리고 놈들도 어느정도 정리되어 가는거 같습니다.
    제가 차차 정리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musado01..
    작성일
    13.10.11 00:26
    No. 5

    잘 보고 갑니다.

    건 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1 라라.
    작성일
    14.02.01 19:25
    No. 6

    부탄가스와 물이 시급하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포대기
    작성일
    14.03.16 20:25
    No. 7

    이 댓글도 놓친 글;; 연료와 식수는 식량과 더불어서 필수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1 그림자눈물
    작성일
    14.03.16 13:35
    No. 8

    잘 봤습니다 ^^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포대기
    작성일
    14.03.16 20:26
    No. 9

    감사합니다. ㅎㅎ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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