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크린자의 시간 52
메케한 화약 냄새 가득한 내 보금자리 아파트 옥상위.
난 이곳에서 세 가지 종류의 총기 모두를 실사격해보고 있는 중이다.
“타앙~~, 타앙~~, 타앙~~”
그 첫 번째 대상은 내 손에 너무도 친숙한 느낌의 m1 카빈, 짧고 단순한 가벼운 느낌마저 주는 이 총은 그런데 몇 발 쏘지도 못하고 총이 저절로 분해되어 버렸다.
현역시절에도 가끔 있는 경우로 예비군 훈련 중 사격장에서 사격 중 충격에 분해되고는 했었다.
총이 세월의 무게를 못 이긴 탓일까?
관리의 소홀도 한 몫 했겠지마는 6.25를 거치며 60년이 지난 지금에까지도 사용되어지거나 보관되어 있던 이 물건, 그동안의 세월에 혹사된 노인네는 그간 힘에 겨워 잠시 쉬었던 탓인지, 짧은 총소리를 단발마처럼 내지르다, 저절로 해체되며 그 생을 마감하였다. 하지만 뭐 이것 말고도 칼빈은 4정이나 남아있는 상태, 문제 될게 없다. 바꿔 쏘면 그뿐.
다음으로 경찰들이 쓰던 m10 38구경 권총, 이거야 어릴 적 가지고 놀던 권총 장난감하고 똑같은 물건이다.
대신 좀 많이 무겁고 큰 덩치를 지녔다. 하지만 구조야 장난감과 똑같은 것, 뭐 대충 조준해서 쏘면 끝이다.
“탕~, 탕~, 탕~”
권총이라는 게 보통 살상용이 아니라 자살용이라던데, 주윤발이 나오는 영화 이후로 총 쌈질의 대명사로 인식돼 버렸다.
‘권총 하면 베레타에 쌍권총인데‥.’
갑자기 윤발이 형의 권총질이 그리워진다.
마지막으로 시도한 게 m1 그랜드 반자동 소총, 이 총은 내가 처음 접해보는 소총이었다.
구식답게 길고 묵직한 형태를 지닌 이놈, 난 이놈을 어떻게 쏘나 사격방법을 고민해야 했다.
노리쇠도 당겼다가 놓아보고, 빈총을 조준하며 방아쇠도 당겨보고, 이런저런 방법을 써가며 만져대기를 한참, 탄창 대신 가져온 총알과 클립을 보고는, 마침내 이 총의 사용법을 알게 되었다.
나도 남자 전쟁영화 무지하게 봤다.
밀리터리영화 하면 2차 세계대전이 떠오를 정도로 그 당시의 영화들은 뭔가 로망이 있었다.
사람냄새도 나고 마초적인데다가 인간의 고뇌와 처절함이 느껴진다랄까?
그 시절의 미군 주력 무기 중, 총알이 떨어지면 “팅~” 하는 소리가 나는, 소총이 하나 존재하고 있었으니, 그 주인공이 바로 이 물건 m1 그랜드 반자동 소총이었다.
‘팅~’ 하는 소리가 인상적이었던 이 물건, 난 그 영화 속의 장면들을 회상하며 총기를 다시금 조작하기에 이르렀다.
탄을 클립에 재워 넣고 노리쇠를 뒤로 후퇴시킨 뒤, 그 안에 클립 채로 탄을 집어넣으며, 엄지로 누르곤 노리쇠를 전진, 그 뒤 노리쇠를 한 번 더 후퇴 전진시키면, 약실에 실탄이 들어가며 쏘기 위한 준비가 완료된다.
그럼 조준하고 쏘세요!
“타앙~~~, 타앙~~~, 타앙~~~, ‥‥, 팅~”
요즘에 나오는 개조품들중에는 연사가 가능하도록, 클립 대신에 탄창이 달린 물건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내가 무기고에서 찾아낸 것들 중에 그런 형태의 그랜드는 발견해내지는 못했다.
모든 총기의 사용법을 숙지하기에 이르자, 엄지로 권총의 한 곳을 눌러 여섯 발의 탄피를 배출시키고는, 또다시 실린더에 실탄을 채워, 손목을 제치며 장전을 완료했다. 그리곤 또다시 사격을 시작했다.
“탕~, 탕~, 탕~”
권총이란 물건은 처음 쏘아보는 물건, 충분히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또 한가지의 또 다른 목적이 있었다.
그 목적이라 함은 조금 전의 사격이 시험사격이라는 것을 외부에 알리는 것이었다.
조금 전까지는 사격하는 데만 신경을 쓰다 보니 맹목적으로 쏘는 데에 치중돼 있었다.
그러다 보니 중구 난망으로 총소리를 울려댄 상태, 나중에 점차 총기에 익숙해지자 조준도 하고 영점도 잡으며 한 발, 한 발 쏘기는 했다. 하지만 갑자기 총소리를 들은 사람의 심정은 어땠을까?
‘아마 나라도 깜짝 놀랐겠지?’
난 적이 아니다.
조금 전의 사격은 위협을 가하려거나, 위험한 일에 노출돼 쏜 총이 아니란 걸, 내 이외의 사람들에게 인식시켜줄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그걸 위해 사용할 방법도 놀래킨 방법과 동일한 총소리뿐‥.
총소리로 안정을 시킨다?
그러려면 안정된 타이밍으로 계속해서 한 발, 한 발 쏘는 것뿐이었다.
나는 속으로 숫자를 세며 똑같은 타이밍에 한 발 ,한 발 권총을 쏘았다.
“탕~, 탕~, 탕~”
금세 6발이 비워지고 다시금 채워지는 권총탄, 이후 똑같은 타이밍으로 재차 사격‥.
‘한국사람은 3이란 숫자를 좋아한다지?’
나는 이런 식으로 세 차례의 연속된 사격을 마치고는, 모든 것을 챙겨 들고서 지상으로 이동했다.
이제 남은 일은 총소리를 듣고 몰려올 녀석들을 처리할 일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내가 옥상까지 와서 총을 쏜 이유도 따로 있다.
총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져서 이곳으로 올 녀석들의 숫자를 줄여보기 위함‥.
역시나 내 예상을 깨지 못하고 이곳까지 도달해있는 녀석들은 별로 없었다.
난 지상으로 곧장 이동해 진입로 앞쪽에 다가와 있는 몇 놈을 발견하곤 이내 해치웠다.
그리고는 약 10여 분간의 몸놀림만으로 다가오는 모든 녀석을 해결해버렸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총소리를 듣고 내가 있는 정확한 위치로 녀석들이 몰려든다는 건 상상하기 힘든 일, 하지만 정확한 위치는 모른다고 해도 이 부근에서 난 소리란 건 금세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될까?
아마 이 부근의 녀석들의 분포도가 자연스레 올라갈 게 자명한 일이 될 터였다.
나는 내일부터는 빡시게 돌아다니며 녀석들의 숫자를 줄이는데 전념하기로 했다.
한동안 총소리를 내지 않으며 녀석들을 착실히 줄여나간다면, 이곳은 또다시 예전처럼 평화로운 곳으로 변모할 것이다.
나는 녀석들의 처리를 끝낸 뒤, 내가 있다는 표식 하나를, 도로의 정중앙에 세워두며, 오늘의 일과를 마무리하였다.
이걸 보는 모든 이가 난 평화를 원하오 라고 느껴지게끔 만들어진 이 물건.
카빈소총을 ‘ㅅ’ 자 형태로 꺾어, 흰 깃발을 매단 나무막대기에, 서로 묶고 기대어, 삼각의 형태가 되게, 세워져 있는 모습이었다.
이걸로 오늘의 일과가 끝났나 싶었다. 하지만 마대자루에 담겨있는 총들이 떠오르자 저녁에마저 할 일이 남아있다는 걸 깨달았다.
군대에 다녀온 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이것, 이름 하야 총기수입, 총을 쐈으면 그 내부를 닦아야 한다.
내가 할 수 있을 만큼 분해해서, 꼬질대로 팍팍 기름칠마저 해줘야, 다음에 쓸 때 아무런 이상이 없을 것이었다.
‘근데 뭘로 닦지? 강중유도 안 가져 왔는데, 미싱 기름으로도 충분하려나?’
난 미싱 기름을 가지러 세탁소에 들르며 다음에 파출소에 실탄을 가지러 갈 때 총기수입을 위한 윤활제를 챙겨오기를 메모해 두었다. 그리고 그렇게 이 주일이 흘러갔다.
-. 6월 11일 아파트 내 관리사무소 오전 09:30
내가 총기의 탈취에 성공해 총놀이를 한지 벌써 이 주일이 지났다.
그동안 나는 매주 규칙적으로 총놀이를 했고, 파출소를 들락날락 거렸으며, 다가오는 녀석들을 마저 처리하느라, 분주한 나날이 계속되는 중이었다.
총은 신호용으로 쓰이며 점점 나에게 익숙한 물건이 되었고, 또 다른 철물점에서 보충한 물건들로 화살을 만들어 녀석들을 처리했다. 하지만 내가 내심 기대했던 또 다른 생존자의 생존징후는 소리도, 모습도, 흔적마저도 찾아내지 못했다.
진짜 이곳 세상에 나만이 존재하는 걸까?
마지막 남은 인간인 나 하나와, 세상을 지배한 저 녀석들, 단 두 종류만?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내심 그쪽 방향으로만 일이 점점 더 진행되는 것만 같아, 초조해지는 마음이 더욱더 심해져 갔다. 하지만 알 수 없는 노릇, 조금만 더 긍정적으로, 생각을 바꿔보기로 했다.
‘리’ 단위인 이곳에 나 혼자 살아남았다고 치자. 하지만 대한민국에 리가 몇 개고 시가 몇 개인가!
그곳들마다 한 명씩이라도 생존자가 존재한다면, 대충만 세어도 세 자릿수 이상의 생존자가 있다는 얘기가 된다.
희망찬 생각, 희망이 보인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던가?
요즘은 영화를 보며 사람의 온기를 달래는 중이었다. 하지만 나름 바쁘게 지내는 와중에서도 가끔씩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었다.
가족이라는 이름의 그 얼굴들, 갑자기 향수병이라도 걸린 것일까?
내가 요즘 그러는 중으로 사람이 그리웠고, 가족의 생사가 궁금했으며, 내가 좋다고 따라오는 녀석들이, 더욱더 지겨워지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직접 바깥으로 사람을 찾으러 떠돌아 보기로 했다.
그것의 우선 목표가 우리 가족들의 생사를 확인하는 것.
대전으로 직진해서 만약 살아있기만 하면 어 느곳 보다 안전한 이곳으로 모시기로 결정했다.
아니면 가다가 더욱 안전한 곳이 있다면 그곳을 새 터전 삼아 일구어 보기로 계획했다.
이런들 어떻고 저런들 어떠랴 살아 있기만 하다면 모든 게 해피다.
나는 이 계획을 실현시키기 위해 몇 단계의 준비과정을 계획하기 시작하기로 했다.
가장 중요한 부분 두 가지, 내 발이 되어줄 물건을 확보하는 것과, 내 안전을 지켜줄 무기를 확보하는 것, 둘 중 어느것 하나도 소홀 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근데 뭐부터 하지?’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중화기가 먼저냐? 아니면 발이 되어줄 물건을 확보하는 게 먼저냐.
벌써 6월 초 슬슬 얼마후엔 장마며 태풍의 계절이 시작된다.
‘차는 개조도 해야 하고, 그러려면 시간도 오래 걸릴 테니, 차라리 이 근방의 군부대나 털자!’
이 부근에서는 쓸만한 차량을 찾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총기를 가지러 이동하다가 쓸만한 차량이 발견될 가능성이 있고, 또 이곳이 경기도라 이 부근에 군부대가 있을, 경우의 수마저 높았다.
물론 군부대 특성상 금세 찾아내기는 요원할 터, 하지만 내겐 또 다른 나만의 방식이 기다리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처음으로 해야 될 일이 부근에 위치한 동사무소를 찾는 것, 나는 다시금 관내도가 있는 부동산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래 이제 좀 움직여보자.’
- 작가의말
얼른 정리하고 바로 올려봅니다.
늘 재미있게 보아주시고 재미 있으셨다면 소문도 팍팍 내주세요.
그럼 다음 진행을 구상하러 go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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