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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 이야기

깊은 상흔의 잔향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철의대화
작품등록일 :
2020.05.11 10:15
최근연재일 :
2023.02.28 15:54
연재수 :
1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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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94
추천수 :
478
글자수 :
747,868

작성
21.08.27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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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3권] 12장 합수(合水) 1화_ 구심력 (4)

DUMMY

그렇게 각자의 이유로 침묵이 길어지려던 찰나, 앞서가던 벨로나가 뭔가 생각났다는 듯 평소보다 높은 목소리로 대화를 이어갔다.


“방금 각인진 문제를 말씀하여 생각났는데, 혹시 벨리안느와 관련 이야기를 나눠본적 있습니까?”


“..아!..완전히 잊고 있었습니다. 정말.. 벨이라면 해결 방법을 알 수도 있겠군요!”


정체를 알기 전, 즉 이자벨이 뛰어난 마법사라 생각은 했지만 샤즐의 실력보단 미치지 못할거라 추측했던 그였다.


때문에 샤즐이 해결못한 자신의 결함을 굳이 상세히 이야기하지 않았었지만, 그녀가 대륙 최고의 마법사임을 알게된 이상 주저할 이유는 없었다.


“음.. 이 각인진 문제 때문에 몇번 목숨을 구했긴 했어도.. 역시 앞으로 월영군으로서 인형과 전투를 하려면 고치는 편이 낫겠지요?”


그렇게 애증의 문제가 해결 될거란 생각에 나름의 생각을 털어놓던 찰나.


무슨 이유 때문인지 벨로나는 발걸음을 멈추고선 카니엘을 돌아보았다.


“카니엘. 앞으로 인형과 계속 싸울 생각입니까?”


“.. 물론입니다. 그 전에 월연방국 수복이 먼저겠지만...”


“그 요원한 일이 현실이 되었을 때, 정말.. 월영군으로서 인형과 전투를 치룰 각오가 있습니까?”


어둠이 점차 드리우는 저 남색 하늘을 담은듯한 눈빛.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재차 묻는 것에 당황하던 카니엘은 그 눈빛을 보게 되자 벨로나에게 어떤 의도가 있음을 깨달았다.


필시 정찰조의 구성 바꾼 이유 또한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그 생각에 벨로나의 말이 이어지길 기다렸으나, 그녀는 마음을 바꿨는지 고개를 저으며 발걸음을 다시 떼었다.


“아닙니다. 나중에 모든 일이 계획대로 흘러갔을 때, 그때.. 말씀드리는 것이 옳을 것 같군요.”


하지만 카니엘은 이미 벨로나가 무엇에 대해 말하려는지 어렴풋이 이해하고 있는 상태였다.


카니엘의 인형에 대한 복수심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녀가 그런 질문을 할만큼 일어난 변화는 하나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벨리안느와 관련된 일입니까?”


“······”


긍정보다 더한 오해를 부르는 침묵.


“단장님. 전 단장님께서 벨리안느와 인형에 대한 복수를 별개로 생각하고 계신줄 알았습니만.. 혹시 그게 아니라고 하신다면..”


“괜한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카니엘. 말씀대로 저 또한 전혀 별개의 문제라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그렇게 강하게 부정한 벨로나였으나, 좀더 확실하게 오해를 종식시키기 위해선 주저했던 말을 마저 끝내야 했다.


“다만... 제가 지금 고민하는 다른 문제가 카니엘과도 관계 있지 않을까 멋대로 생각했을 뿐입니다.”


“단장님의 고민이.. 저와 말입니까?”


언제나 당당하면서 한치의 망설임도 없어보이는 그녀가 고민이란 단어를 말한 사실에 놀란 것도 잠시.

그 고민이 자신과도 연관있다는 말에 카니엘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카니엘. 인형에 대한 복수의 화신이라 불리는 제가 무혼반란의 원흉이라 불리는 벨리안느를 구해낸 사실이 만약 퍼진다면.. 과연 휘하 병사들이 저를 이해하고, 따르겠습니까?”


“하지만..”

자신은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하려던 찰나.


벨리안느의 과거와 진실을 자신이 알고 있기에 벨로나의 그 선택 또한 이해할 수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입을 다물어야했다.


‘정말 인형 파괴자라 불리던 시절의 자신이 이 사실을 들었다면 어떻게 반응했을까?’


벨로나에 대한 거부감은 물론 그녀가 내리는 명령 모든 것을 의심할것이 분명할 것이었다.


“물론 벨리안느를 구출할 당시에도 비슷한 고민을 했습니다만, 백부장이었던 그때와 지금의 상황은 많이 다르군요. 당장 이틀 후면 흑표군단을 만날테고 그들에게 월연방국 수복을 설득해야하니...”


그 어느때 보다 벨로나의 통솔력과 월영군의 결집이 중요한 시점에 벨리안느를 곁에 둘 수밖에 없는 상황.


특히 마법 연계를 생각한다면 월영군의 힘이 반드시 필요했고, 때문에 그녀가 함께하는 이유와 과거 벨로나가 벨리안느를 살려준 행위에 대한 정당성이 필요했다.


“벨리안느와 인형과의 마법연계 사실을 모든 병사들에게 알린다면.. 그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 사형에서 구해냈다면 어느 정도 납득하지 않겠습니까?”


“사실과 다르긴 하지만 그렇게 설명하는 것이 최선이겠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벨리안느와 저에 대해 반감을 가지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말을 이어가던 벨로나는 그렇게 잠시 머뭇거렸다.

그러다 결심을 한듯 입술을 살짝 깨문뒤, 카니엘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흑표부대를 이끌고, 다시금 월연방국 최고 단장의 자리에 오르는 것을 목표하는 사람으로서, 저는 어쩔수 없이 벨리안느와 거리를 둘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때서야 카니엘은 벨로나가 무엇 때문에 이 이야기를 꺼냈는지를 깨달았다.

그리고 자신에게 월영군 병사로서 인형과 싸울 것인지 계속해서 확인했던 이유 또한.


“.. 그러니 저 또한 월영군에 남아 인형에 대한 복수를 이어갈지 아니면 벨리안느와 함께 할지 선택이 필요할 것이란 말이군요.”


벨로나가 벨리안느와 거리를 둔다면, 공적인 이유로, 인형들이 더 큰 힘을 가지지 못하기 위해 목숨만 살려둔 것이라고 다른 사람들은 이해할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들도 과연 벨리안느를 연인으로 둔 이십인장을 이해하고, 뿐만 아니라 그 자의 명령에 목숨을 걸 수 있을까?


“말씀드렸다시피, 월연방국을 수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기 때문에 이 고민은 기우로 그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너무 깊게 생각하진 말아 주십시요.”


벨로나가 그렇게 위로 아닌 위로를 했으나 그 말이 카니엘 귀에 들어올리 없었다.


물론 지금 일행들처럼 다른 모든 사람들이 벨리안느와의 관계를 좋게 볼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사실 때문에 월영군 소속을 버려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을, 다른 사람도 아닌 벨로나에게 들었다는 것이 큰 충격이었던 것이었다.



“단장님.. 단장님은 제가 어떻게 했으면 하십니까?”


때문에 그 충격 속에서 저도 모르게 그렇게 질문을 던진 카니엘이었고, 그 질문을 받아든 벨로나는 잠시 생각에 빠진듯 하늘을 올려보았다.


하지만 노을 질 때와 달리, 밤하늘에는 어느새 몰려온 구름이 가득했고, 그 속에서 길을 잃은 달빛처럼 벨로나 또한 어떤 대답을 해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지금 벨리안느에게 카니엘 당신은 대체할 수 없는 존재겠지요. 그리고 긴 여정을 그녀와 함께한 당신 또한. 때문에 제가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그렇게 밤하늘에서 달빛을 찾던 벨로나의 고개가 아래로 향하며 카니엘과 마주했다.


“하지만.. 상흔의 잔향을 따라 함께 길을 걷던 이가 다른 길을 걷게 된다면 아쉬움이 많이 남게 되는 것은 어쩔수 없을것 같습니다.”


“..........”


그 순간 잠시 걷힌 구름 사이로 삐져나온 달빛.

구릉 위에 서있었기 때문인지 언제나 머리 위에서 은은히 길을 비추던 달을 손을 뻗으면 만질 수 있을 것만 같은 순간.


그렇게 두려움과 호기심으로 가득한 손을 내뻗으려던 찰나, 벨로나가 갑자기 구릉 아래를 향해 몸을 틀었다.


“가정에 가정으로 이어지는 이 이야기는 이쯤에서 끝내고, 다시 숙영지로 돌아가도록 하지요.”


그 단호함에 카니엘은 화들짝 놀라면서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의 말을 받아냈다.


“..정찰은 여기서 끝내시는 겁니까?”


“예. 무슨 일이 생겼는지 테일리아가 마력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니 어서 합류를 해봐야 할 것 같군요."


그렇게 말한 뒤, 벨로나는 카니엘을 지나쳐 왔던 길을 성큼성큼 내려가버렸고, 홀로 남은 카니엘은 잠시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이내 그 뒤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그 순간 다시금 몰려든 구름에 달빛이 가려져 두 사람이 내려가는 길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우는 것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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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3권] 12장 합수(合水) 2화_ 마력의 눈물(5) 21.10.22 42 0 9쪽
154 [3권] 12장 합수(合水) 2화_ 마력의 눈물(4) 21.09.28 29 0 10쪽
153 [3권] 12장 합수(合水) 2화_ 마력의 눈물(3) 21.09.16 29 0 11쪽
152 [3권] 12장 합수(合水) 2화_ 마력의 눈물(2) 21.09.10 29 0 11쪽
151 [3권] 12장 합수(合水) 2화_ 마력의 눈물(1) 21.09.06 31 0 9쪽
150 [3권] 12장 합수(合水) 1화_ 구심력 (5) 21.09.01 36 0 11쪽
» [3권] 12장 합수(合水) 1화_ 구심력 (4) 21.08.27 31 0 8쪽
148 [3권] 12장 합수(合水) 1화_ 구심력 (3) 21.08.27 39 0 9쪽
147 [3권] 12장 합수(合水) 1화_ 구심력 (2) 21.08.13 32 0 9쪽
146 [3권] 12장 합수(合水) 1화_ 구심력 (1) 21.08.09 31 0 9쪽
145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9) 21.07.30 34 0 15쪽
144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8) 21.07.26 25 0 9쪽
143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7) 21.07.21 28 0 11쪽
142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6) 21.07.16 27 0 8쪽
141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5) 21.07.14 32 0 9쪽
140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4) 21.07.14 26 0 8쪽
139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3) 21.07.07 27 0 9쪽
138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2) 21.07.05 29 0 10쪽
137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1) 21.06.30 33 0 10쪽
136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2화_ 고해(5) 21.06.24 33 0 8쪽
135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2화_ 고해(4) 21.06.15 30 0 11쪽
134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2화_ 고해(3) 21.06.11 31 0 8쪽
133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2화_ 고해(2) 21.06.11 25 0 8쪽
132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2화_ 고해(1) 21.06.10 29 0 7쪽
131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1화 과거의 유물 (5) 21.06.09 30 0 10쪽
130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1화 과거의 유물 (4) 21.06.08 32 0 8쪽
129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1화 과거의 유물 (3) 21.06.07 30 0 9쪽
128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1화 과거의 유물 (2) 21.06.04 27 1 9쪽
127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1화 과거의 유물 (1) 21.06.02 33 0 11쪽
126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3화_ 변화의 틀(2) 21.05.31 32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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