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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 이야기

깊은 상흔의 잔향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철의대화
작품등록일 :
2020.05.1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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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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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2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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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 11장. 시초의 마을_ 1화 과거의 유물 (1)

DUMMY

구름을 만들어 내는 곳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높게 솟은 원뿔 모양의 중앙탑.


6개의 별개 구조물이 중앙의 원형 탑을 향해 기울어져 있어 마치 합장하는 손가락처럼 보이는 그 거대 구조물은 압도적인 위압감으로 보는 이들의 가슴을 짓눌렀다.


여기에 숲과 하늘의 경계면을 따라 줄지어진 건물들이 점차 중앙탑으로 향할수록 높아져서 도시 전체가 마치 하나의 산맥처럼 보이는 바로 이곳.


“여기가 시초의 마을이네.”


에스트 미호크가 도시의 풍경 이곳 저곳을 쉴새 없이 둘러보며 그렇게 말했다.


“저것들이 다 역사 이전에 세워진 건물이라니... 최소 천년은 되었단 말인데.”


에스트 옆에 있던 미엔 엘리느 또한 눈을 바삐 굴리면서 덩굴나무가 감긴 것 이외 너무나 보존이 잘된 시초의 마을의 건물들을 살폈다.


건물뿐만 아니라, 중앙탑으로 이어지는 대로 또한 짐마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반듯하여 흡사 월영시의 광명대로를 걷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에스트와 미엔 뿐만 아니라, 월영시를 출발했던 후송 병력 모두는 고개를 바삐 움직이며 도시의 모습에 감탄을 했고, 동시에 한가지 공통된 의문을 갖게 되는 것이었다.


“자, 과연 우리는 도대체 무슨 이유로 여기까지 온 걸까?”


필시 마법이 겻든 것으로 보이는, 푸른빛을 내는 돌들로 이뤄진 건물을 힐긋 바라보며 에스트가 그 의문을 입밖에 내었다.


“유적발굴이나 이런 일을 할줄 알았는데... 이젠 뭐가 뭔지 도저히 모르겠네.”


“나도 마찬가지. 그리고 흑표 부대의 주업무과 왜 식수공급과 벌목이었는지 이해가는데?. 애초에 발굴을 한다거나 보수 공사를 할 것없이 잘 보존된 유적지이니...”


그렇게 의견을 나눌수록 도출되는 결론은 하나였고, 그를 위해서 재빨리 역할을 정해 움직여야겠다고 생각한 에스트였다.


“일단.. 미엔 당신은 이곳 책임 사제인, 그.. 페니탈 사제였나, 하여튼 그 사제 주위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를 얻는 쪽으로 움직일 거지?”


“마치 그렇게 움직여라 명령하는 말투네?”


미엔이 처음으로 유적에게서 눈을 뗀 뒤 따가운 눈총을 던졌으나, 에스트는 당연하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나름 친분 있는거 아니었어?”


“아무것도 없는 필멸지에서 대화 한번 나눈 것 가지고 친분이 있다고 하면, 진월대의 절반이 넘는 사제와 친분이 있다고 하겠다. 다들 한 번씩 저에게 진료를 받은 적이 있을 테니까.”


“오, 그거 괜찮네. 의약사 신분으로 사제에게 접근하면 되겠는데? 어차피 여기에 주치의 따위는 없을 테니까.”


에스트가 박수까지 치는 과장된 행동을 하면서 그렇게 말했고, 미엔은 자신의 무덤을 스스로 팠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곧, 자신이 이곳의 정보를 어떻게 해서든 바르나프에게 전달해야 함을, 그리고 가장 정확한 정보는 사제가 알고 있을 것이기에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넌 그냥 먹고 놀려고?”


“무슨 섭섭한 말씀. 이곳에 주둔하고 있는 월영군을 상대로 정보를 얻을 예정인데.. 흑표 부대에 아는 이들이 많으니까. 혹... 흑표범 부대 안에 각별한 감정을 서로 가진 채 진료를 한 고위 간부가 있다면 이 역할을 양보해 줄게.”


“어디 얼마나 괜찮은 정보를 얻을지 두고보자고...”


미엔이 이를 바득 갈면서 에스트를 쏘아보며 그렇게 말을 했을 때였다.


갑자기 호위를 하던 월영군들이 제각기 손을 들어 올리며 칼을 내뽑았고, 그와 동시에 신체향상 구슬 또한 꺼내어드는 것이었다.


“뭐..뭐야?”


“뭐겠지.”


퉁명스럽게 대답을 하는 에스트를 노려보며 미엔은 짧은 한숨과 함께 무거운 장식품에 불과했던 월첨검을 천천히 내뽑았다.

그러면서 다른 월영군과 마찬가지로 건물들과 그 사이 사이 솟아난 나무들을 바라보며 주변을 경계하던 찰나, 뭔가 움직이는 물체가 눈에 들어왔다.


긴 천을 뒤짚어 쓴 듯한 녹색 물체.


성인 크기의 그 물체가 도로를 따라서 줄이어 있는 건물 안에서 슬며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서..설마 고대 제국민?”


그 물체에 소스라치게 놀란 미엔은 저도 모르게 에스트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저것은...”


그러나 에스트는 미엔과 달리 침착함을 유지하더니 이내 눈살을 찌푸리며 쥐어든 칼을 도로 칼집에 넣었다.


“위장복을 입은 월영군이네.”


에스트가 그렇게 말을 하면서 미엔 엘리느를 빤히 바라보았다.


“고대 제국민이라니? 너무 도시 분위기에 심취해 있는거 같은데?”


송장 같은 표정을 유지한 채 그렇게 말하는 에스트를 보며, 미엔은 차라리 큰소리로 비웃어 달라고 외치고 싶었다.


하지만 에스트는 잔인하게도 입꼬리조차 올리지 않은채, 추가로 미엔에게 그 어떤 변명의 기회도 주지 않으려는 듯 앞으로 나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선두로 가보지. 아마 피를로니아 부단장이 맞이하러 왔을 테니까.”


에스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미엔은 자신의 부끄러움을 남겨 놓으려는 듯 그 누구보다 빨리 선두로 내달렸다.


////////


페니탈 파트마는 이 먼곳까지 오면서 잠시 등한시했던 일체주의 혁명 완수라는 사명감을 느끼는 것과 동시에 혁명일 당시 흑표군단 앞에서 연설을 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실패할 경우 되돌릴 수 없는 파멸로 이어질거란 팽팽한 긴장감.


그 때의 감정들이 다시 떠오를 만큼, 4명의 휘하 병사와 함께 다가오는 그 사람은 페니탈을 긴장케했다.


“피를로니아 부단장?”


투구 사이로 살짝 튀어나올 정도의 갈색 머리.

훨칠한 콧대와 하얀 피부로 이야기속 기사와 같은 사내가 한 걸음 앞으로 나오더니 고개를 살짝 숙였다.


“예, 이곳 시초의 마을에 주둔한 흑표 부대의 총 책임자, 피를로니아 가우스라 합니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우선 휘하 장병들에게 물자 이송을 부탁해도 되겠습니까? 무리해서 오는 바람에 모두 지칠때로 지친 상태라.”


“여부가 있겠습니까, 사제님.”


“페니탈이라 부르십시요. 당분간 이 외딴 곳에 함께하게 될 테니.”


재빨리 휘하 장병들에게 명령을 내리려던 피를로니아의 눈동자가 순간 커졌고, 페니탈은 그렇게 자신이 맡은 사명을 완수하기 위한 첫단추를 꿰기 시작했다.


“저도 제 이름을 사제 외 다른 사람에게 말하는 것이 익숙치 않습니다. 그 만큼 월영시에.. 아니 월 연반국 전체에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만... 일단 서서 이야기를 나누기보단 이동 하실까요?”


그렇게 잠시 멈춰졌던 피를로니아의 명령이 이어졌고, 곧, 건물 사이 사이에 배치되어 있던 병력들이 내려와 운반 물품들을 대신 맡아 운송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어수선한 분위기를 뒤로한 채, 페니탈은 피를로니아와 함께 중앙탑 방향으로 앞서나가며 대화를 이어갔다.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현재 이곳에 있는 사제가 하는 일은 알고 있으신지요?”


“잘 모릅니다. 중앙탑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전적으로 그 사제분께서 총괄하시고, 제가 중앙탑 밖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중앙탑 밖에서 월영군이 하는일은 무엇이지요?”


“지형 정찰과 혹시나 모를 상황에 대한 매복조 및, 기동타격대 유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식수 보급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순간, 피를로니아가 자신이 처한 처지를 비꼬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지만, 이어지는 그의 설명에 그 생각을 고쳤다.


“여기서 한 시간 거리에 호수가 있는데, 그곳에서 식수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음식이야 부족하나마 보급받고 있지만 식수는 이곳에서 해결해야니 자연스레 가장 중요한 업무가 되었습니다.”


불필요한 감정섞임 없이 필요한 정보만 전달하는 그의 화법.


역시 그의 상관인 자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은 것이라 추측하며, 페니탈은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했다.


“미지의 세계에 장기간 파견되어 있음에도 군기강이 전혀 흐트러지지 않는듯하니, 과연 벨로나 단장이 이끄는 부대답군요.”


“맡은 임무에 최선을 다할 뿐, 과찬이십니다.”


“좀 전에 설명 드리지 못한 것과 벨로나 단장의 이름이 나온 김에 말씀드리는 것입니다만... 벨로나 단장과는 각별한 사이라구요?”


갑작스레 벨로나와의 관계를 묻는 이야기에 피를로니아는 잠시 침묵했으나 곧, 옅은 미소를 띤 표정을 유지한 채 대답을 이어갔다.


“어느 흑표 군단의 병사와 다름없이 저 또한 벨로나 단장님을 존경하는 한 병사일 뿐이지요. 다만, 유달리 함께한 작전이 많아서 그런 풍문이 있을 뿐, 단장님은 그 누구도 편애하시지 않습니다.”


주변에 그 누구도 없는 상황에서 벨로나에게 해가 될 만한 이야기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그 모습에 드러나는 깊은 충성심.


“그런데 벨로나 단장님께 무슨 일이 있습니까?”


때문에 페니탈은 피를로니아와 언제든 적대적인 관계가 될 수 있음을 인지하며, 그 질문에 적절히 대처할 방법과 자신이 취해야 할 입장을 재빨리 생각했다.


“월영시에서 큰 변고 있었습니다. 일부 사제들이 체제를 전복시키고자 반란을 일으켰고, 그것을 막는 과정에서 안타깝게도 벨로나 단장이 사망하였지요.”


“....그런 말도 안되는..!”


옅은 미소가 싹 사라지며 처음으로 드러난 피롤로니아의 감정.

그 격한 거부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고 페니탈은 말을 계속했다.


“그 반란으로 폐쇄적인 제정론 체제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이 대두되었고, 그 결과 말단 사제인 제가 이런 큰 임무를 맡고 여기에 오게 되었습니다.

물론 역대 최고의 군단장인 벨로나 군단장을 잃어서 본 손해가 이런 변화의 득보다 크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해서 참 안타깝습니다만..”


어짜피 월영시에서 이곳까지 함께온 월영군 병사들이 혁명 당시 이야기를 퍼트린다해도 그들이 진짜 벨로나가 누구와 대립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할테였다.

그렇다면 자신은 그 어느 대척점도 없이 시류에 흘러가는대로 움직이는 사제의 역할을 맡는 편이 가장 안전했다.


“벨로나 단장님대신 그럼 현재 흑표군단의 군단장은 누가..?”


그 순간 페니탈의 머리를 세차게 때리는 듯한 피롤로니아의 질문.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하는 그 냉정한 질문에 페니탈은 순수하게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제가 듣기론 세드릭 코헤인? 어느 군단의 단장이 임시로 맡고 있는 것으로..”


“...그렇군요. 설명 감사드립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요. 이번을 마지막으로 이곳의 임무가 끝날테니, 부단장께서도 곧 월영시로 복귀 할 겁니다.”


필요한 대답을 들은 피를로니아의 얼굴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지자, 저도 모르게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네 페니탈이었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 채 묵묵히 중앙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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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3권] 12장 합수(合水) 2화_ 마력의 눈물(5) 21.10.22 41 0 9쪽
154 [3권] 12장 합수(合水) 2화_ 마력의 눈물(4) 21.09.28 29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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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3권] 12장 합수(合水) 2화_ 마력의 눈물(1) 21.09.06 31 0 9쪽
150 [3권] 12장 합수(合水) 1화_ 구심력 (5) 21.09.01 35 0 11쪽
149 [3권] 12장 합수(合水) 1화_ 구심력 (4) 21.08.27 30 0 8쪽
148 [3권] 12장 합수(合水) 1화_ 구심력 (3) 21.08.27 39 0 9쪽
147 [3권] 12장 합수(合水) 1화_ 구심력 (2) 21.08.13 31 0 9쪽
146 [3권] 12장 합수(合水) 1화_ 구심력 (1) 21.08.09 31 0 9쪽
145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9) 21.07.30 33 0 15쪽
144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8) 21.07.26 25 0 9쪽
143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7) 21.07.21 28 0 11쪽
142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6) 21.07.16 27 0 8쪽
141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5) 21.07.14 31 0 9쪽
140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4) 21.07.14 26 0 8쪽
139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3) 21.07.07 27 0 9쪽
138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2) 21.07.05 29 0 10쪽
137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1) 21.06.30 33 0 10쪽
136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2화_ 고해(5) 21.06.24 32 0 8쪽
135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2화_ 고해(4) 21.06.15 30 0 11쪽
134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2화_ 고해(3) 21.06.11 31 0 8쪽
133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2화_ 고해(2) 21.06.11 25 0 8쪽
132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2화_ 고해(1) 21.06.10 29 0 7쪽
131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1화 과거의 유물 (5) 21.06.09 30 0 10쪽
130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1화 과거의 유물 (4) 21.06.08 32 0 8쪽
129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1화 과거의 유물 (3) 21.06.07 29 0 9쪽
128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1화 과거의 유물 (2) 21.06.04 27 1 9쪽
»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1화 과거의 유물 (1) 21.06.02 33 0 11쪽
126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3화_ 변화의 틀(2) 21.05.31 32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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