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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 이야기

깊은 상흔의 잔향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철의대화
작품등록일 :
2020.05.11 10:15
최근연재일 :
2023.02.28 15:54
연재수 :
1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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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95
추천수 :
478
글자수 :
747,868

작성
21.06.1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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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2화_ 고해(2)

DUMMY

믿을 수 없었지만 해가 떨어지는 시점에 테일리아가 잡아온 것은 두 마리의 토끼였다.


그렇게 오랜만에 신선한 고기를 먹게 되었지만 저녁 식사 자리의 분위기는 그닥 유쾌하지 못했다.


먹을 것 앞에서 진심인 이자벨은 이상하게 아까부터 어두운 표정이었고, 카니엘 또한 테일리아와 향후 동행에 대해 진지한 이야기를 꺼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월영시라는 곳에서 어떤 파벌이 반란을 일으켰고, 칼은 그 반대편에 섰다가 쫓겨난 뒤 반란세력의 음모를 알기 위해서 여행을 하고 있었다 이거지?”


근 삼개월간 목숨을 걸며 헤쳐나간 여정들이 그렇게 몇 마디에 정리되는 것에 살짝 씁쓸한 기분을 느끼며 카니엘은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렇게 간단히 정리할 수 있겠네.”


“그리고 반란 세력과 앞으로 전투가 벌어질 수 있으니 큰 위험이 따를 거라고?”


“궁극적으로 카릿치오스에서 다시 월영시로 돌아간다는 계획이니, 그 길이 만만치 않을 거야. 게다가 시초의 마을에서도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고.”


최대한 그녀를 회유하코자 하는 카니엘의 말에 테일리아는 잠시 고민을 하는 듯한 자세를 취했다.


때문에 카니엘은 내심 그녀가 동행을 포기하는 것이 아닌가 기대했지만, 곧 테일리아는 씩 웃음을 지어보이며 카니엘의 희망을 산산조각 내었다.


“역시 너희를 따라오길 잘했다. 세상에... 반란이라니. 우투의 잔해들은 어떻게 그런 식으로 일을 처리할 생각을 했을까? 게다가 인간의 도시를 방문할 기회라니!”


“기회가 아니라 목숨이 위험할 정도라니까.”


“녹시 이타르족의 목숨은 밤의 사냥꾼의 소유물인 것이다. 사냥할 때, 언제 어디서 맹수를 마주게하게 될지 모르는 우리는 항상 목숨을 거는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오히려 이전보다 더욱 흥미를 보이자 카니엘은 조급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 다시 곰곰히 생각해봐. 카릿치오스에 있는 네 부족들과 가족들을 생각해보라고.”


“거기로 돌아갈 바에 월년시가하는 곳에서 가서 죽는 편이 낫지.”


“어휴.. 정말.. 우리가 무슨 짓을해도 따라올 거야?”


“무슨짓? 지금 협박이라도 하는것인가?”


“아냐. 그냥...됐어. 이 이야기는 그만하자.”


무슨 말을해도 통할 것 같지 않았기에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로 아파온 카니엘은 뒤로 들어누으며 대화를 끝내려 했다.

하지만 벌집을 건드린 것 마냥, 테일리아는 좀처럼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것이었다.


“칼은 왜 나를 떼어놓고 싶어하는 거지? 난 사냥도 도맡아서하고 너희들에 도움이 되려고 최선을 다하는 것인데! 내가 언제 너희 여정에 방해가 된 적이... 아! 이제 알았다. 칼은 내가 벨과의 시간을 방해해서 이러는 것이다!”


그 소리에 못들은 척 누워있던 카니엘은 벌떡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여태껏 이자벨이랑 둘이서 다니다가 내가 방해하니까 그게 싫은 것이다!”


“그런게 아니래도. 이자벨이랑 그런 사이가...”


“아무런 사이가 아니라고?”

테일리아의 말에 카니엘은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다.


“이자벨. 남자들은 여자들한테 리야키들이랑 다를 바 없이 위험한 존재이니 조심해야 한다. 그러니 밤의 사냥꾼의 딸로서 우투의 딸을 리야키로부터 지키겠다!”


“..이상한 이유를 붙이지마. 난 그런 생각이 없으니까.”


테일리아의 억지스러운 말에 카니엘은 참다못해 그렇게 말했고, 그러자 그녀는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카니엘에게 다가오는 것이었다.


“엔릴의 이름을 걸고 맹세할수 있나? 정말로 벨과 아무 생각 없이 다닌다고?”


“.........”


“테일리아..서로를 곤란하게하는 말은 하지마. 네 말은 알았으니까. 앞으로 같이 다니도록 하자. 그러다가 네가 도저히 안되겠다 싶으면 언제든지 말해 알았지?”


카니엘이 아무런 말을하지 못할때, 잠자코 있던 벨리안느가 나서서 테일리아를 달래기 시작했다.


하지만 테일리아는 투정을 계속 부렸고, 카니엘은 그런 그녀를 애써 무시하며 뒤돌아누워 잠을 청했으나 왠지 마음이 불편해 그것또한 쉽지 않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오랫동안 떠들어 지쳤기 때문인지 테일리아는 투정이 끝남과 동시에 잠에 빠졌고, 그때서야 잠든척을 했던 카니엘이 스르르 일어났다.


“저.... 이자벨.”

무슨 이유 때문인지 짐작이 안되는 이자벨의 어두운 표정.

그리고 좀 전에 있었던 테일리아와의 대화에서 제대로 답하지 못한 것에 마음이 걸린 카니엘.


“테일리아가 했던 말 때문인데...”


“아.. 괜찮아. 신경쓰지마.”


말을 그렇게했음에도 실망스러운 표정이 다드러나는 이자벨의 얼굴 표정.


“아니. 아까전에는 분명히 말못했는데.. 내가 정말 너와 아무런 생각 없이 다닌다고 생각해?”


“.....”


“인형에게 복수하겠단 생각으로만 살아온 나에게.. 지난 몇 달간의 너와의 여정은 정말 소중한 기억들이야, 이자벨. 그러니까..”


그 이상으로 말을 이으려던 카니엘이 입을 꾹닫았다.


자신이 한 말이 거짓은 아니었으나, 그녀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는 사실이 없다는 것을, 심지어 아직 벨로나를 만나려는 이유조차 듣지 못했다는 것이 불현듯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자신의 말을 들은 이자벨이 무슨 이유인지 굉장히 슬퍼보이는 표정을 지었기에 마음속의 말을 꾹 참을 수밖에 없는 그였다.


‘이자벨.. 도대체 넌 누구이며, 왜 내 말에 그런 표정을 짓는거야?’


자신이 정말 듣고 싶었던 말.

누군가의 인생에서 의미있는 스침이라도 되고 싶다는 작은 희망이 이뤄진 순간이었지만, 슬퍼서 울어버릴 것만 같은 벨리안느였다.


그리고 그것이 벨리안느 이얀으로서가 아니라, 이자벨 베로에로서 카니엘에게 들은 말이기 때문이란 사실을 너무나 잘알고 있는 그녀였다.


“카니엘.. 나.. 이렇게 너와 지내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무서워져.”


“무서워... 지다니?”


진실을 알게 된 카니엘이 자신과의 관계를 끝낼까 무서웠다.

한 인간으로서 벨로나 이외 유일하게 쌓아온 관계.

벨로나와는 또다른,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감정 속에서 지내왔던 지난날들이 끝나는 것이 죽을만큼 무서웠다.


“대체 그게 무슨 말이야..?”


예상치 못한 말을 들어서 당황한 카니엘의 눈빛.


“...........”


자신에게 영문도 모를 소리를 듣게된 그에게 미안한 마음이 가득했지만, 모든 것이 끝날 수 있는 갈림길에서 사실대로 말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번에도 말 할 수 없는 거지?”


실망감 가득한 말투와 표정.


자신의 과거는 물론, 벨로나를 만나야하는 이유, 그리고 아르센과의 관계 그 모든 질문에 침묵했던 벨리안느는 이제 한계라 느꼈다.


“그래...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지.”


벨리안느가 낮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을 했다.


시초의 마을까지 앞으로 보름 정도.

그리고 흑표 부대 혹은 벨로나일지도 모를 흔적은 벨리안느에게 지금이 진실을 고해할 마지막 순간임을 알려주는 듯했다.


“말해 볼게. 한 번......”


대화를 포기하고 있었던 카니엘에게 그녀의 대답은 다른 의미에서 충격적이었다.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까.”


살짝 체념이 섞여있으면서도, 강한 의지가 담긴 그녀의 말.


직감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 느낀 카니엘은 침을 꿀꺽 삼키며, 미지의 소녀였던 그녀의 다음말에 집중할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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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3권] 12장 합수(合水) 2화_ 마력의 눈물(5) 21.10.22 42 0 9쪽
154 [3권] 12장 합수(合水) 2화_ 마력의 눈물(4) 21.09.28 29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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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3권] 12장 합수(合水) 2화_ 마력의 눈물(1) 21.09.06 31 0 9쪽
150 [3권] 12장 합수(合水) 1화_ 구심력 (5) 21.09.01 36 0 11쪽
149 [3권] 12장 합수(合水) 1화_ 구심력 (4) 21.08.27 31 0 8쪽
148 [3권] 12장 합수(合水) 1화_ 구심력 (3) 21.08.27 39 0 9쪽
147 [3권] 12장 합수(合水) 1화_ 구심력 (2) 21.08.13 32 0 9쪽
146 [3권] 12장 합수(合水) 1화_ 구심력 (1) 21.08.09 31 0 9쪽
145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9) 21.07.30 34 0 15쪽
144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8) 21.07.26 25 0 9쪽
143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7) 21.07.21 28 0 11쪽
142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6) 21.07.16 27 0 8쪽
141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5) 21.07.14 32 0 9쪽
140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4) 21.07.14 26 0 8쪽
139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3) 21.07.07 27 0 9쪽
138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2) 21.07.05 29 0 10쪽
137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1) 21.06.30 33 0 10쪽
136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2화_ 고해(5) 21.06.24 33 0 8쪽
135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2화_ 고해(4) 21.06.15 30 0 11쪽
134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2화_ 고해(3) 21.06.11 31 0 8쪽
»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2화_ 고해(2) 21.06.11 26 0 8쪽
132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2화_ 고해(1) 21.06.10 29 0 7쪽
131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1화 과거의 유물 (5) 21.06.09 30 0 10쪽
130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1화 과거의 유물 (4) 21.06.08 32 0 8쪽
129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1화 과거의 유물 (3) 21.06.07 30 0 9쪽
128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1화 과거의 유물 (2) 21.06.04 27 1 9쪽
127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1화 과거의 유물 (1) 21.06.02 33 0 11쪽
126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3화_ 변화의 틀(2) 21.05.31 32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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