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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 이야기

깊은 상흔의 잔향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철의대화
작품등록일 :
2020.05.11 10:15
최근연재일 :
2023.02.28 15:54
연재수 :
1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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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93
추천수 :
478
글자수 :
747,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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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14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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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5)

DUMMY

이어서 사내가 테일리아의 머리를 방패로 내려찍으려는 순간.


무사히 때를 맞춘 카니엘이 들어올린 방패 틈 사이로 검을 밀어 넣으며 그 공격을 저지함과 동시에 첫 유효타를 안겨주었다.


하지만 방패만큼이나 단단한 판금 갑옷을 꿰뚫긴 힘이 부족한 공격이었고, 그렇게 카니엘은 일단 기절한 벨리안느와 테일리아를 뒷편에 놓는 것으로 만족해야했다.


“뭐야? 너희 셋 같은 일행이야?”


칼끝을 세운 채 두 사람 앞에 서 있는 카니엘의 모습을 본 사내가 혀끝을 찼다.


“이봐, 다른건 모르겠는데.. 설마 저 금발 여자의 정체를 몰라서 이러는거야?”


“······”


“아니.. 저년 대륙의 공적인데?”


어떻게 벨리안느의 정체를 단번에 알아본 것인지 의아스러웠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때가 아니었다.


“대륙의 공적이든 상관없어. 내 동행이니까.”


카니엘이 그렇게 말하자 갑자기 그 사내가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아아.. 그런 놈들이 있지. 연민과 사랑을 분간 못하는 바보 같은 놈들이 말이야. 비켜라 소년! 넌 내 상대가 안된다. 목숨이라도 부지해야 더 좋은 여자를 만날 것 아니냐.”


“헛소리하지 말고 덤벼!”


카니엘의 악에 찬 외침에 사내는 더 이상 길게 말하지 않았다.


대신 실로 화려하면서도 무지막지한 공격으로 카니엘을 서서히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목을 노리고 찔러들어오는 날카로운 창날.

그것을 잘 피하더라도, 반동을 주어 들어오는 창대 공격 또한 무시할 수 없었다.


여기에 가까이 접근하면 곧바로 방패로 밀쳤기에 공격 자체가 불가능했고, 결국 방어만 할 수밖에 없던 카니엘은 창 뒷부분으로 올려치는 공격에 검을 놓치고 말았다.


“애송아! 한번더 기회를 줄까? 이 카를 세라핀의 창을 다시 막아볼테냐? 응?”


사내가 재밌다는 듯이 호탕하게 소리치며 카니엘이 놓친 검을 창으로 쳐서 돌려주었다.


무사로써 모욕적인 행위를 당한 카니엘은 칼을 받자마자 오기로 달려들었으나, 이번에는 그가 휘두른 방패에 뒤로 나자빠지고 말았다.


“힘, 경험 모든 것이 부족하다, 애송아!”


카를이 그렇게 말하며 있는 힘껏 창을 내려쳤고, 머리를 쪼갤듯 날아든 공격을 간발의 차이로 막아선 카니엘이었다.


손목이 부서질듯한 엄청난 충격.

사내는 카니엘의 신체향상 능력을 상회하는 힘과 속도를 내고 있었고, 그 이해 안되는 상황 속에서 카니엘은 문득 그가 내뱉은 이름을 되새겼다.


“카를 세라핀...설마.. 생존자 카를 세라핀? 일리오스 제국으로 망명한..?”


뒤로 재빨리 물러서면서 그렇게 질문을 던지자 사내는 잠시 당황하더니 이내 코웃음을 쳤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옛 별명이군. 하지만 지금은 길리아스의 선봉대장 카를 세라핀일 뿐이다. 그러니 옛날 이야기는 집어치워!”


그 외침과 동시에 카니엘보다 빠른 신체향상 속도와 비교도 할 수 없는 완력 차이로 퍼붓는 무지막지한 공격.


수백의 목숨을 앗아갔을 창끝은 모든 것을 꿰뚫을것만 같았고, 방패날이 가르는 바람만으로 월첨검이 두동강 날 것만 같았다.


여기에 벨리안느와 테일리아를 놔두고 물러설 수 없어 움직임이 제한되는 상황이었고, 그렇게 본능적으로 몇 합 뒤면 목숨을 잃겠다고 깨달은 순간.


“..카니엘! 엎드려!”


뒤에서 들려온 낯익은 목소리.


그 목소리에 반가움을 느낄 틈도 없이 마법사의 명령대로 몸을 맡긴 카니엘이었고, 그렇게 재빨리 숙인 그의 머리 위로 섬뜩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


이어서 투석기가 성벽을 깨부수는 듯한 굉음이 숲을 메웠고, 고개를 들어올린 카니엘은 믿지못할 광경에 입을 벌리고 말았다.


실체화되지 않은 마력 흐름만으로 그 굳건했던 카를의 방패가 박살이 나버린 것이었다.


“저년이!”


하지만 벨리안느의 마법 실력에 견줄만큼 카를 또한 놀라운 괴력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렇게 방패가 박살나는 충격을 온 몸으로 버텨낸 카를은 우선 사거리 안에 있는 카니엘부터 제거하려 했다.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충격적인 장면에 멍하니 앉아 있던 카니엘.

그런 그를 향해 카를이 창이 날아 들었고, 카니엘이 위험을 인지했을 때는 이미 창끝이 눈앞까지 다가온 뒤였다.


그것이 인생의 마지막 장면이었기 때문일까?


창날 끝에서 달빛이 비치는 것을 볼 수 있을 정도로 그 움직임이 이상하리만큼 느리다고 착각한 순간.


“카니엘!”

아니, 그것은 착각이 아니었다.


실제로 카를의 창은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기운에 막혀 느려졌던 것이었고, 그럼에도 카를은 손목을 비틀어 그 기운을 꿰뚫고 카니엘을 공격하려 했던 것이었다.


그 사실과 동시에 받게 된 두 가지 느낌.


이제 정말로 카를의 공격을 피할수 없다는 절망감과 온몸을 부드럽게 감싸는 충격.


그 상반된 느낌 이후 세상이 한번 뒤집어지더니, 다시금 정신을 차렸을 땐 카니엘은 바닥에 누워있는 상태였다.


“벨···리안느?”


잠시 멍한 상태에서 눈을 떠 위를 올려보던 카니엘은 그녀가 자신의 상체 위에 올라탄 채로 내려다보고 있음을 깨달았다.


“다행..이다.”


단번에 이해못할 말을 남긴채 카니엘 위로 쓰러진 벨리안느.

그런 그녀의 모습에 놀란 것도 잠시, 따스한 무언가가 하복부에 스며드는 것을 느낀 카니엘은 불길함에 휩쌓였다.


“아..”


서둘러 벨리안느를 똑바로 눕히던 카니엘의 손을 뒤덮는 새빨간 피.

그리고 그녀의 가죽 갑옷과 살갗 사이에 박혀있는 길다란 장창의 모습에 카니엘은 심장이 덜컥내려 앉았다.


자신을 향하던 창을 마법으로 한번 막은 뒤, 그럼에도 이어지는 카를의 공격을 몸을 날려 대신 맞은 것이었다.


“끝이다!”


적이 방심한 순간만큼 절호의 기회는 없는 법.

상대의 기분과 감정 따위를 고려할만큼 무딘 검이 아니었던 카를은 예비용 단검을 빼들고 카니엘의 뒷목을 치려했다.


그러나 카니엘 또한 극단적인 상황에서 더욱 예리해지는 검이었고, 때문에 벨리안느를 살리기 위해서는 카를을 먼저 처리해야함을 절실히 깨닫고 있었다.



그렇게 다시금 이뤄진 두 사람의 합.

방패가 부서진 카를이었기에 카니엘은 이전보다 더욱더 예리하게 공격할 수 있었고, 그 중 두세번은 그의 목숨을 위협할 정도였다.


좀전과 달리 절제된 분노와 절실함이 가득 담긴 그 공격에 카를은 살짝 당황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단순히 의지만으로 상황을 역전시키는 것은 이야기 속에서나 가능했지, 여태껏 쌓아온 적들과 자신의 피의 양만이 전투에서 생사를 결정짓는 유일한 요소였다.


때문에 수 백번의 교전 속에서 다져진 본능으로 카를 은 승리의 방법을 찾을 수 있었고, 그렇게 잠깐의 틈을 노려 카니엘 품으로 파고 들었다.


단검의 짧은 유효거리를 상쇄시킨 그 움직임.

여기에 카니엘보다 뛰어난 완력과 가벼운 단검의 장점을 활용하여 정신없이 퍼붓는 연속 공격.


결국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카니엘은 빈틈을 보였고, 검의 공격을 허용할 정도는 아니었으나 그 사이로 날아든 것은 다름 아닌 카를의 무릎이었다.


판금 갑옷과 달리 타격 공격의 충격을 그대로 전달하는 월영군 미늘 갑옷의 특성.


그 특성을 감안한 공격에 카니엘의 자세는 순식간에 무너졌고, 그럼에도 검날을 맞대어 후속 공격의 틈은 주지 않았으나, 카를은 되려 검을 놓고 주먹으로 후려치는 것이었다.


“아깝군. 경험만 더 있었다면 좋았을 것을.”


입과 코에서 피를 흘리며 쓰려져 있는 카니엘을 바라보며 카를이 그렇게 혀를 찼다.


그리고는 발로 카니엘의 상체를 밟고 잠시 놓았던 단검을 오른손에 든 채, 목을 향해 찍어 누를 준비를 했다.


그렇게 카를의 손이 하늘 높이 올라가자 카니엘은 쓰러져 있는 벨리안느에게 시선을 돌렸다.


“벨리안느....”


여기까지라는 허망함과 그녀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무엇보다 그녀가 털어놓은 차디찬 진실을 포옹하지 못했다는 미안함.

그 모든 감정이 다가오는 죽음의 그림자에 쫓겨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려던 그 순간.


“생존자 카를 세라핀.”


카를의 움직임을 멈칫하게 만드는 목소리.


그리고 카니엘로서는 꿈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오랜만에 듣는 확고한 신념이 담긴 목소리.


“필멸지 작전에서 살아남은 두 사람중 한사람. 그래서 얻은 칭호가 생존자였죠.”


“그래...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전설이라는 칭호를 얻었지."


카를이 그렇게 말을 이어가며 카니엘을 밟고 있던 발 뗀 뒤, 목소리의 주인공을 향해 몸을 돌렸다.


"오랜 만이다, 벨로나 세라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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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3권] 12장 합수(合水) 2화_ 마력의 눈물(5) 21.10.22 42 0 9쪽
154 [3권] 12장 합수(合水) 2화_ 마력의 눈물(4) 21.09.28 29 0 10쪽
153 [3권] 12장 합수(合水) 2화_ 마력의 눈물(3) 21.09.16 29 0 11쪽
152 [3권] 12장 합수(合水) 2화_ 마력의 눈물(2) 21.09.10 29 0 11쪽
151 [3권] 12장 합수(合水) 2화_ 마력의 눈물(1) 21.09.06 31 0 9쪽
150 [3권] 12장 합수(合水) 1화_ 구심력 (5) 21.09.01 36 0 11쪽
149 [3권] 12장 합수(合水) 1화_ 구심력 (4) 21.08.27 30 0 8쪽
148 [3권] 12장 합수(合水) 1화_ 구심력 (3) 21.08.27 39 0 9쪽
147 [3권] 12장 합수(合水) 1화_ 구심력 (2) 21.08.13 32 0 9쪽
146 [3권] 12장 합수(合水) 1화_ 구심력 (1) 21.08.09 31 0 9쪽
145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9) 21.07.30 34 0 15쪽
144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8) 21.07.26 25 0 9쪽
143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7) 21.07.21 28 0 11쪽
142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6) 21.07.16 27 0 8쪽
»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5) 21.07.14 32 0 9쪽
140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4) 21.07.14 26 0 8쪽
139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3) 21.07.07 27 0 9쪽
138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2) 21.07.05 29 0 10쪽
137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1) 21.06.30 33 0 10쪽
136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2화_ 고해(5) 21.06.24 33 0 8쪽
135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2화_ 고해(4) 21.06.15 30 0 11쪽
134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2화_ 고해(3) 21.06.11 31 0 8쪽
133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2화_ 고해(2) 21.06.11 25 0 8쪽
132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2화_ 고해(1) 21.06.10 29 0 7쪽
131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1화 과거의 유물 (5) 21.06.09 30 0 10쪽
130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1화 과거의 유물 (4) 21.06.08 32 0 8쪽
129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1화 과거의 유물 (3) 21.06.07 30 0 9쪽
128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1화 과거의 유물 (2) 21.06.04 27 1 9쪽
127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1화 과거의 유물 (1) 21.06.02 33 0 11쪽
126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3화_ 변화의 틀(2) 21.05.31 32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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