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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 이야기

깊은 상흔의 잔향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철의대화
작품등록일 :
2020.05.1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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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2.2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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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9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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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1화 과거의 유물 (5)

DUMMY

“그렇다. 우리 월연방국은 다음달 초, 7만명의 병력으로 인형들의 유포레아스 공화국을 정벌한다.”


그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우려섞인 말소리와 웅성거림이 이곳 저곳에서 들려왔다.


“스승님.. 7만으로.. 유포레아스 공화국을 정벌한단 말씀이십니까?”


그 소란 가운데 병부사 바카릿 사제가 말도 안된다는 듯이 반문을 했다.

마법을 쓰고 신체향상에 제한이 없는 인형들과의 대규모 전투에서는 평균적 2배 이상의 병력을 필요로 했다.


즉, 7만의 병사로는 인형의 정규군 3만 정도를 상대하는 것이 최대치였기에 그 규모부터 일단 잘못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유포레아스 남쪽 지방 수비군만 하더라도 5만입니다. 그렇다면 저희 측에서는 최소 10만은 있어야 전투가 수행이 가능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대규모 정벌 작전이 이뤄진다면, 남쪽 수비군만이 아니라 필시 유포레아스 공화국의 전 병력이 투입될 것인데...”


“차라리 도시연합을 먼저 공략하는 편이 낫지 않습니까?”


“도시연합을 공격한다면 유포레아스 공화국이 쳐들어와 협공을 당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불가하다. 하지만 반대로 도시연합의 도시들은 독자성이 강하기 때문에 우리들이 인형을 친다고해도 섣불리 전쟁을 일으킬수 없을테지. 그리고 유포레아스 남부 수비군 5만.. 월영군 7만. 충분한 숫자 아닌가?”


트리스트가 그렇게 말했고, 병부사제는 설명을 더 바란다는 뜻으로 멍하게 트리스트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병력만 가지고 본다면 병부사의 말대로 병력이 부족하지. 하지만 전투사제들 또한 이 전투에 참가한다면.. 월영군 7만은 충분히 남부 수비군을 멸살 할 수 있을 것이다.”


“전투사제....”


하지만 월연방국 독립 전쟁이후 전투사제가 전쟁에 동원된 것은 손에 꼽을 정도였고, 그것도 도시 방어를 위한 전투를 위한 것일 뿐, 정벌 전쟁에 동원된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무리입니다. 현재 전투사제들은 현저히 경험이 떨어질 뿐더라 그나마 전투 경험이 풍부한 제정론 고위 사제들은 혁명 때 처형시키지 않았습니까?”


이들 중 대부분이 그 처형에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던터라 자연스레 그 죽음들이 회상되었고, 혁명 당시에는 느끼지 못했던 죄책감에 모두는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리고 그 침묵이 파고드는 짧은 순간 트리스트가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꺼내었다.


“그러나 내가 살아있지.”


단순한 그 사실을 말하는 것만으로 이렇게 큰 충격을 주는이가 또 있을까?


그렇게 집무실에 있던 모두는 입을 딱 벌린 채 목각인형처럼 트리스트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기괴한 분위기 속에서 트리스트는 독백을 하듯 말을 이어갔다.


“나와 함께 월영시, 월하시, 하현시의 모든 전투사제와 함께 간다. 경험이 있던 없든, 전투사제로 배치된 사제들은 그들의 임무를 다 해내야 할 것이다.

전투를 모른다면 배울 것이며, 그렇게 앞으로 있을 대륙 통일 전쟁을 수행할 수 인재로 거듭날 것이다.”


죽음을 불사하고 직접 참전하겠다는 트리스트의 결의 앞에서 사제들은 더 이상 토를 달 수 없었다. 때문에 늦든 빠르든 어짜피 일어날 일이라는 생각이 사제들 사이에서 퍼지기 시작했다.


“더 이상 말이 없는 것을 보니 다들 이해한 모양이군. 혹시 추가로 확인해야 할 사항은?”


대규모 전쟁이 벌어진다.

그것이 기정 사실이라면 반론거리를 찾기보다 승리를 위한 준비에 힘쓰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 사제들이었고, 그러기 위해선 지금 당장 움직여야했다.


“좋다. 각인진 일을 잘해 왔듯이 이번에도 계획대로 진행토록 하지.”


트리스트의 말을 끝으로 사제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렇게 자신들의 할 일을 찾아서 집무실을 떠났다.


//////


사제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그 파도에 묻혀 있던 바르나프의 존재가 드러났다.


“할 말이 있나보군?”


트리스트가 미동도 하지 않은채 자리에 앉아서 그렇게 말을 했다

.

“진월대 꼭대기에서 모든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이.. 이번 전쟁인 겁니까?”


사제복 소매에 희미하게 보이는 트리스트의 손목.

그 손목을 잡아먹듯이 새겨져 있는 마법진의 모습을 힐끗 바라보며 바르나프가 그렇게 물었다.


“그 중 일부긴 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변화일 테지. 신기하지 않은가? 아무리 사회가 발전하였다고 하더라도 세상을 변화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전쟁이라는 수단이라는 사실이.”


“정확히 말하자면 죽음이지요. 주위사람의 죽음으로 사람들의 근본적인 생각이 바뀌게 되니까.”


바르나프가 저도 모르게 그렇게 말했다.

그러자 트리스트가 갑자기 움찔하더니 돌연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소름이 쫙 끼치는 그런 모습이었지만 바르나프는 이상하게도 그 웃음소리에서 묘한 슬픔을 느꼈다.


“그 말이 실로 옳다. 죽음은 사람을 변화시킨다. 죽음이 없는 사회는 변화가 없는 사회지. 아무튼.... 이런 철학적인 주제로 대담을 나누고 싶은 것이었나?”


바르나프 또한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트리스트의 의도대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물어보기로 했다.


“두가지 확인하고 싶은 것이있습니다. 첫째는 도시 연합 방문건 때문인데 조만간 출발하는 것으로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국경선 인근의 도시 연합 도시들을 방문하는 계획.


추측키로 분명 전쟁 준비를 위해 물자 교류와 일종의 불가침 협정을 맺기 위한 목적일테였다.

그런데 다음달 초까지 월영군 소집을 마칠 계획이라니, 그 전까지 순방을 마치려면 시간이 많이 않았기에 확인코자 했던 것이었다.


“당장 내일 출발하도록 하지. 연방국민총각성화나 신체향상구슬 생산은 문제없이 진행될 테니.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갑작스럽게 결정된 여정에 대한 감흥도 채 느끼지 못한 채, 바르나프는 곧이어 다음 주제에 대해 말을 이어가야했다.


“바로 그 신향구에 대한 것입니다만.. 건네받은 구슬안의 마력 분석 결과를 보니 신경쓰이는 것이 하나 있더군요...

그 수많은 마력 가운데 실질적으로 각인진에 영향을 주는 마력은 단 하나뿐이며, 그것도 각인진마다 반응하는 마력이 다른 것이 맞습니까?”


“잠자는 사람을 깨우는데 물한방울이면 충분하지. 그래. 신향구의 나머지 마력은 보안을 위한 현란한 눈속임에 불과하다.”


“마력 자체에는 큰 특이점이 없었는데... 결국 중요한 것은 각인진 그 자체인 것이군요.”


“인간의 잠재 영역까지 도달하는 통로가 각인진이라면, 신향구는 그 끝에 있는 문을 여는 작은 힘에 불과한 것이지.”


월 연방국을 지탱하는 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월영군의 신체향상 능력.

그 능력의 원천이라 믿고 있는 신향구와 각인진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각인진 그 자체인 것이었다.


그리고 어찌보면 당연한 이 사실을 굳이 트리스트를 통해 확인한 이유는 신향구 대량 생산 사업에 참여하면서 바르나프가 새롭게 알게된 사실 때문이었다.


“각인진을 담당하는 사제가 그러더군요. 자신들은 그저 마법진 원석에 새겨진 마법진을 복사하는 것이 전부라고. 그리고 월 연방국 어느 사제도 제대로 각인진을 이해하는 자는 없으며, 그 원석이 없으면 그 누구도 각인진을 새기지 못할 것이라고.”


그랬다.

일리오스 제국의 황실 마법연구 기관과 도시 연합의 지원을 마법사들.

이외 개인적인 사욕이나 학구열로 연구한 학자들 그 누구도 월연방국의 사제들처럼 제대로 된 각인진을 구현하지 못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딱 한사람.. 유일하게 각인진을 이해하고 있고, 또, 20년전 각인진이란 마법진 원석을 월연방국에 가지고 온사람. 바로 당신을 제외하고 말이죠.”


이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바르나프가 느낀 경외감은 실로 표현할 길이 없었다.

마치 트리스트가 일체주의 혁명을 통해 제정론 사제들로부터 패권을 뺏아 온 것이 아니라, 원래 자신이 만들어낸 월 연방국을 되찾는 과정처럼 느껴졌던 것이었다.


“그래서 묻습니다, 트리스트 사제여. 세상에 없던 각인진이라는 미지의 힘. 그 힘은 어디에서부터 온 것이며, 왜 월연방국이어야 했습니까?”


“정녕 그 미지의 힘이 어디서 출현했는지 모른다는 말인가, 바르나프?”


트리스트의 반문 속의 ‘미지’란 단어로부터 불현듯 떠오르는 지역.


“.....카릿치오스...”


바르나프는 자신이 얼마나 멍청했음을 깨달았다.


“그.. 그렇다면..각인진은 고대 마법진이라는 말입니까?!”


트리스트는 침묵했다.

그리고 그 침묵 속에서 바르나프는 현재 지식으로 각인진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와 함께 동시에 한가지 사실로 인해 두려움을 느꼈다.


“그렇다면.. 대체..지금 카릿치오스에서는...”


한 사제가 전파한 고대의 지식으로 월연방국은 무혼 혁명을 견뎌내고, 일리오스 제국과 유포레아스 공화국 사이에서 건재할 수 있는 힘을 얻었다.


그리고 지금.

그 사제는 엄청난 인력과 물자를 동원해 고대의 지역에서 또다시 그 누구도 이해 못할 일을 꾸몄고, 그 완성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각인진으로 월연방국을 제대로 된 국가로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또 다른 고대 마법인 ‘마력의 눈물’은 월연방국을 새로운 제국으로 탈바꿈시킬 것이다.”


바르나프의 생각을 읽은 듯한 트리스트가 예언을 하듯 그렇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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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 [3권] 12장 합수(合水) 1화_ 구심력 (3) 21.08.27 40 0 9쪽
147 [3권] 12장 합수(合水) 1화_ 구심력 (2) 21.08.13 32 0 9쪽
146 [3권] 12장 합수(合水) 1화_ 구심력 (1) 21.08.09 31 0 9쪽
145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9) 21.07.30 35 0 15쪽
144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8) 21.07.26 25 0 9쪽
143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7) 21.07.21 28 0 11쪽
142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6) 21.07.16 27 0 8쪽
141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5) 21.07.14 32 0 9쪽
140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4) 21.07.14 26 0 8쪽
139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3) 21.07.07 27 0 9쪽
138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2) 21.07.05 29 0 10쪽
137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1) 21.06.30 34 0 10쪽
136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2화_ 고해(5) 21.06.24 33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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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2화_ 고해(3) 21.06.11 31 0 8쪽
133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2화_ 고해(2) 21.06.11 26 0 8쪽
132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2화_ 고해(1) 21.06.10 29 0 7쪽
»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1화 과거의 유물 (5) 21.06.09 31 0 10쪽
130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1화 과거의 유물 (4) 21.06.08 32 0 8쪽
129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1화 과거의 유물 (3) 21.06.07 30 0 9쪽
128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1화 과거의 유물 (2) 21.06.04 27 1 9쪽
127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1화 과거의 유물 (1) 21.06.02 3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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