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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 이야기

깊은 상흔의 잔향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철의대화
작품등록일 :
2020.05.11 10:15
최근연재일 :
2023.02.2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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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7,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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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4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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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1화 과거의 유물 (2)

DUMMY

그렇게 중앙탑에 도착할 때까지 피를로니아는 침묵했기에 두 사람간의 대화는 더 이상 이뤄지지 않았다.

덕분에 페니탈은 그 시간 동안 중앙탑을 충분히 관찰할 수 있었고, 새삼스레 그 크기와 모습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마치 제단처럼 인위적으로 쌓아올린 반듯한 언덕.

그 위에 세워진 긴 원뿔형 중앙탑은 창문이나 계단 따위의 그 어떤 구조물도 없어 마치 거대한 뿔을 보는듯했다.

여기에 중앙탑을 손가락처럼 감싸는 주변의 여섯개 기둥에는 어떤 마법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푸른 돌 수 천개가 박혀 있었다.

특히 그 돌 하나의 크기가 사람보다 컸기에 과거 어떤 마법으로 저 돌들을 이용했을지 상상이 되질 않는 것이었다.


“여기까지 안내하겠습니다. 중앙탑 인근에는 접근하지 말라는 말이 있어서.”


그렇게 여섯개의 기둥 사이를 지나쳐 언덕을 올라가는 계단 앞에 도착했을 때, 갑자기 피를로니아가 목례를 했다.


“물자들은 곧바로 인부들이 작업하는 곳으로 보내겠으며, 함께온 월영군 병사들은 저희측에서 관리토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제 막사는 중앙탑 뒷편, 그러니까.. 이곳의 반대편에 위치해 있으니 필요한 일이 있으시면 연락주십시요.”


“··· 알겠습니다.”


서둘러서 자리를 파하려는 피를로니아의 모습에 그가 월영시에서 일어난 일을 직접 확인하려함을 직감한 페니탈이었다.


“아.. 잠시 한가지..”


물론 일반 월영군들이 어떤 이야기를하든 큰 영향은 없을 것이나 한 가지 주의해야할 것이 있었기에 걸음을 옮긴 페니탈이었다.


그렇게 고개를 갸우뚱하는 피를로니아를 지나쳐, 뒷편에 따라오고 있던 일행들에게 다가간 페니탈은 미엔 엘리느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미엔, 그리고... 에스트라고 하였나요? 잠시 함께 하시지요.”


미엔은 그렇다하더라도 에스트는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꽤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페니탈은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마치 약속이나 했다는 듯이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가는 것이었다.


“혹시 부단장님께 연락할 일이 있다면 이 분들을 통해서 연락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여기까지 고생해서 온 월영군들은 당분간 휴식을 취할 수 있게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크게 개이치 않는 사항들에 곧바로 수긍한 피를로니아는 휘하 장병들을 이끌고 물러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중앙탑으로 향하는 계단 앞에는 페니탈과 미엔 그리고 에스트만 남게 되었다.


//


“서로가 각자의 목적을 위해서 최선을 다할 뿐인데.. 너무 먼곳까지 왔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어색한 침묵이 감돌기 전, 페니탈이 그렇게 먼저 입을 뗐고 미엔이 그에 반응했다.


“아휴, 그래도 이런 멋진 광경을 살면서 언제 보겠어요.”


“마음이 홀가분해야 그 광경을 만끽할 수 있겠지요. 그러니 이곳에 있는 동안 잠시 잡생각은 비우는 게 어떻습니까? 어짜피 호수 가장 자리에서 아무리 큰 물보라가 일어나도 그 중심은 고요할테니.”


피를로니아가 이끄는 흑표 군단이 무슨일을 벌여도 월연방국에서 일어나는 대세는 변함없을거란 이야기.


월영군 사령부에 진실을 아는 사람이 있음에도 별다른 행동을 못하는 상황에서 페니탈의 그 이야기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두 사람, 아니 적어도 미엔에게는 알아내야 할 것이 있었다.


“아무리 좋은 경치라도 같은 풍경만 계속 보면 질리지 않겠어요? 가끔 색다른 풍경도 봐야될 것 같은데요?”


“...원하는 바가 뭡니까?”


“여기서 일어나는 일이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할거에요.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야 일체주의와의 협력을 이어나갈 수 있을 테니까요.”


페니탈 또한 여기서 무슨 일을 해야할지 정확히 알지 못했기에 미엔에 말에 대꾸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짜피 마법과 관계된 일이라면, 일반인인 두 사람을 대상으로 어느 정도 협조를 하는 것도 큰 문제는 없을거라 판단했다.


“좋습니다! 그럼 이동하도록 하지요. 저 또한 이곳에서 무슨일을 해야하는지 한시라도 빨리 알고 싶으니까요.”


드문드문 풀이 자란 계단을 한 발짝 오르면서 페니탈이 말했고, 그렇게 미엔과 에스트는 예상보다 빠른 시점에 진실을 알게될거란 기대를 가지며 그의 뒤를 따랐다.


//


“아, 칸타 사제!”

언덕 위를 향하는 그 계단은 정상으로 갈수록 가파라져서 마지막에는 암벽 등반과 다를바가 없게 되었다.

때문에 다음 발을 디딜 곳에 온 신경이 신경이 팔려있던 미엔과 에스트는 페니탈의 반가운 외침을 듣고나서야 어떤 사제가 마지막 계단층에 서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페니탈 사제! 드디어.... 당신이 여기에 왔다는 것은 월영시가...”


“월영시 뿐만 아니라 월연방국 전체입니다, 사제.”


“정말 큰일을 했군! 고생했어!”


칸타 사제는 그렇게 말하며 마지막 계단을 오르려는 페니탈에게 손을 뻗어 도움을 주었고, 이후 두계단 아래에 있는 미엔과 에스트를 물끄럼히 바라보았다.


“그런데.. 이 분들은?”


“아.. 여기서 저를 도와줄 미엔 엘리느와 에스트 미호크라 합니다. 어찌보면 힘의 집결을 상징하는 분들이라 할까요? 아시다시피 힘의 집결이란게 사제들의 힘만 집결해서 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페니탈의 그 능숙한 설명에 감탄하며, 칸타 사제의 도움을 받아 계단을 오른 미엔과 에스트는 다시금 마주한 그와 정식으로 인사를 나눴다.


“의약사 미엔 엘리느라 합니다.”


“월영군 사령부소속 에스트 미호크입니다.”


“칸타 루벤스라 하네. 일체주의의 위대한 힘이 실현되고 있는 역사적인 현장에 오신걸 환영하네.”


칸타 사제가 둘에게 다가가며 손을 내밀었고, 갑작스런 그런 행동에 에스트와 미엔은 얼떨결에 그의 손을 붙잡고 악수를 나누었다.


“자, 그럼 어서 중앙탑 안으로 들어가도록 하지. 저 빌어먹을 계단을 힘들게 올라왔는데 그냥 돌아갈순 없지 않은가?”


호탕한 말과 함께 칸타 사제가 개선 장군처럼 앞장섰고, 자연스레 세사람은 그 뒤를 따랐다.


그러면서 계단을 등반하느라 수천년 아니 그 시기를 모르는 고대 유적 앞에 있다는 것을 잠시 잊은 나머지 세사람은 식었던 흥분과 기대감이 되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다들 턱끈은 챙겼나 모르겠군. 초장부터 놀라서 벌어진 입을 계속 닫을수 없을텐데 말이야.”


너무 과장된 말이 아닌가 싶은 칸타의 말을 흘려들으며, 바늘로 콕 뚫은 듯한 중앙탑 입구 앞에 선 세 사람은 신기하게도 바람을 느낄수 있었다.


그리고 그 사실에 의아하며 그림자가 진 중앙탑 1층에 발을 딛은 순간, 칸타 사제의 방금전 말이 과장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아?”


“설마... 이 중앙탑 내부가..?”


“비었냐고? 그렇다네! 나도 처음에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지 뭔가.”


그랬다.

겉에서는 전혀 몰랐었지만 중앙탑 내부는 텅 비어 있어, 고개를 치켜들면 손톱만한 크기의 하늘이 보였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 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따로 있었다.


“지하 동굴..?”


진월대라면 상부로 올라가는 계단과 분수대 등이 가득했을 1층의 그 공간에는 아무것도, 심지어 바닥마저 존재하지 않았다.

대신 1층 입구에는 땅굴 같은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과 그 난간만이 홀연히 놓여있었던 것이었다.


“마치.. 우물 같네요....”


“허! 그것참 좋은 표현이구만!”


리네의 말에 칸타 사제가 호탕하게 외쳤고, 그러자 그 소리는 텅 빈 중앙탑 내부에 울려퍼졌다.

그렇게 소리가 울릴 정도로 공허한 공간이 이 고대 유적의 정체라고 생각하자, 살짝 허무함이 드는 것과 동시에 이 구조물의 용도가 대체 무엇인지 그 궁금증이 더욱 커질 때였다.


“출발하지. 계단 조심하도록 하고. 자칫 잘못해서 미끌어지면 그대로 밑바닥까지 갈 수 있으니까. 아, 참. 그리고...”


칸타 사제가 까먹었다는 듯이 그렇게 말을 했다.


그리고는 곧 마법을 사용하려는듯 잠시 눈을 감더니 이내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을 따라 횃불이 하나 둘씩 켜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러난 것은....


“이게.. 대체...”


텅 비어 있을 줄 알았던 중앙탑 내부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모두는 기겁하고 말았다.


중앙탑 내부 벽면에는 마법진이 나선모양으로 중앙탑 꼭대기까지 마치 용이 승천하듯이 벽면을 따라 빙글 빙글 돌아가며 새겨져 있는 것이었다.


“사라진 제국의 위대한 작품이랄 수밖에 설명을 못해서 미안하군. 하지만 아직 놀라기에는 이르지. 자자! 어서 내려 갑세!”


고개가 꺽여라 벽면에 새겨진 마법진을 보는 이들을 내버려두고 칸타 사제가 먼저 출발을 했고, 나머지도 그제서야 부랴부랴 그의 뒤를 따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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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3권] 12장 합수(合水) 2화_ 마력의 눈물(5) 21.10.22 42 0 9쪽
154 [3권] 12장 합수(合水) 2화_ 마력의 눈물(4) 21.09.28 29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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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3권] 12장 합수(合水) 2화_ 마력의 눈물(2) 21.09.10 29 0 11쪽
151 [3권] 12장 합수(合水) 2화_ 마력의 눈물(1) 21.09.06 32 0 9쪽
150 [3권] 12장 합수(合水) 1화_ 구심력 (5) 21.09.01 36 0 11쪽
149 [3권] 12장 합수(合水) 1화_ 구심력 (4) 21.08.27 31 0 8쪽
148 [3권] 12장 합수(合水) 1화_ 구심력 (3) 21.08.27 40 0 9쪽
147 [3권] 12장 합수(合水) 1화_ 구심력 (2) 21.08.13 32 0 9쪽
146 [3권] 12장 합수(合水) 1화_ 구심력 (1) 21.08.09 31 0 9쪽
145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9) 21.07.30 35 0 15쪽
144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8) 21.07.26 25 0 9쪽
143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7) 21.07.21 28 0 11쪽
142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6) 21.07.16 27 0 8쪽
141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5) 21.07.14 32 0 9쪽
140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4) 21.07.14 26 0 8쪽
139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3) 21.07.07 27 0 9쪽
138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2) 21.07.05 30 0 10쪽
137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1) 21.06.30 34 0 10쪽
136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2화_ 고해(5) 21.06.24 33 0 8쪽
135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2화_ 고해(4) 21.06.15 30 0 11쪽
134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2화_ 고해(3) 21.06.11 31 0 8쪽
133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2화_ 고해(2) 21.06.11 26 0 8쪽
132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2화_ 고해(1) 21.06.10 29 0 7쪽
131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1화 과거의 유물 (5) 21.06.09 31 0 10쪽
130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1화 과거의 유물 (4) 21.06.08 32 0 8쪽
129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1화 과거의 유물 (3) 21.06.07 30 0 9쪽
»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1화 과거의 유물 (2) 21.06.04 28 1 9쪽
127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1화 과거의 유물 (1) 21.06.02 33 0 11쪽
126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3화_ 변화의 틀(2) 21.05.31 32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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