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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 이야기

깊은 상흔의 잔향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철의대화
작품등록일 :
2020.05.11 10:15
최근연재일 :
2023.02.28 15:54
연재수 :
1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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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07
추천수 :
478
글자수 :
747,868

작성
21.07.16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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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6)

DUMMY

그 순간 어디선가 올라온 조명탄으로 주변이 밝아졌고, 그렇게 카니엘은 숲의 그림자 속에서 걸어나오는 벨로나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정결하게 묶어서 위로 올린 머리로 훤희 드러난 편편한 이마와 오똑한 코.

푸른 눈동자의 눈빛은 목표를 향해 내뻗었고, 날렵한 입술은 의지를 머금은 채 굳게 닫혀있었다.


여기에 미늘갑옷과 월첨검, 그리고 무릎 위까지 덮는 가죽 전투화는 새것처럼 정비되어 있어 도저히 월영시에서 오랫동안 벗어난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그렇게 흐트러짐 없는 완벽한 모습으로 등장한 벨로나 세라트너는 카니엘의 모습을 보자 눈빛이 한번 일렁이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제 소중한 부하는 놔두고 저와 검을 겨누는 편이 어떻는지요? 그것이 당신 또한 바라는바라고 생각됩니다만.”


“그 말대로다! 너와 겨룰 날이 오길 얼마나 기다렸는데, 이런 곳에서 만나다니!”


벨로나의 등장에 카를은 크게 흥분하며 검날을 세웠고, 벨로나 또한 그에 맞춰 월첨검을 뽑아들었다.


“이제 당신은 적국의 병사. 예전의 대련 수준으론 끝나지 않을 겁니다.”


“그거 내가 할 말이야!”


그 외침과 동시에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맹렬히 달려들었으나, 그 기세와 달리 막상 검이 부딫치는 순간은 고요했다.


카를의 일방적인 공격을 벨로나가 믿기지 않을 민첩함으로 흘려낸 것이었고, 그 확연한 속도 차이에 카니엘은 큰 걱정 없이 벨리안느를 향해 다가갈수 있었다.


“벨.....”


다행히 그녀는 카니엘의 말에 눈을 힘겹게 뜰 정도의 의식이 있었고, 옆구리의 상처 또한 내부 장기에 손상을 줄만큼 깊지는 않았다.


“비켜갔어.... 괜찮을 거야. 조금만 참아.”


그럼에도 그 상처에선 피가 끊임없이 흘러나왔기에, 카니엘은 우선 급한대로 옷 소매단을 찢어 지혈을 한뒤, 신음을 내며 참는 벨리안느의 손을 잡아 주었다.


그렇게 그녀가 다시금 고른 숨을 쉬는 것을 확인한 카니엘은 이어서 테일리아를 살피기 위해 발걸음을 떼려했다.


“카니엘....미안해.”


그 순간 자신의 바지단을 붙잡는 미약한 벨리안느의 손길.


“뭐라고?”


힘없이 소근거리는 말을 단번에 이해하지 못해 귀를 바짝 댄 순간.


“미안해... 속여서.”


울먹임이 곁들어진 그 말에 카니엘은 가슴 한켠이 시큰해졌다.


“괜찮아. 네가 대륙의 공적이라해도 아무 상관 없어... 그러니 걱정말고 일단 편히 쉬어.”


그 말과 함께 벨리안느의 이마에 입맞춤을 하자, 그때서야 한결 편한 표정으로 숨을 고르게 된 벨리안느였다.


///

벨리안느 옆에 있던 테일리아 또한 큰 외상 없이 고른 숨을 내쉬는 것을 확인했을 때, 잠시 잊고 있었던 전투지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재빨리 고개를 돌려 본 카니엘은 카를이 손목을 부여잡고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나는 것을 보곤 내심 미소를 지었다.


“제기랄! 어째서!”


카를은 그렇게 말하면서 더욱더 과감하게 달려들었으나, 판단력을 잃은 카를의 공격이 벨로나에게 먹혀들리 없었다.


압도적인 힘차이로 승부하려는 카를의 의도.

그것을 간파한 벨로나는 한발 빠른 속도와 유연함으로 공격을 흘렸고, 그렇게 시간이 지날수록 카를의 움직임은 둔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모든 체력을 쏟아부은 카를이 잠시 거리를 두며 숨을 고르려던 순간.


공기를 가르는 짧은 파열음.

그 소리와 함께 카를은 무언가에 얻어맞은 듯 튕겨져 나갔고, 그대로 기절을 한 것인지 털석 주저앉아 고개를 옆으로 떨꾼 채 미동도 없는 것이었다.


“.... 마법?”


자연스레 벨리안느를 내려다본 카니엘이었지만, 그녀는 의식을 잃은 채 힘없이 쓰러져 있을 뿐이어었다.


그때서야 떠오르는 한가지 기억.


마법억제제를 복용했던 벨로나, 즉, 그녀가 마법사였기에 벌어졌던 월영시의 일들.


“..벨로나 단장님이 마법을..?”


검으로 제압하기보다 마법을 쓰는 것이 효율적이었기에 그 편을 선택한 벨로나 일테였다.

너무나 계산적인 그 판단은 둘째치더라도, 벨로나가 전투에서 마법을 썼다는 것 자체에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정말 얼마나 더 강해지시는 것일까?’


벨로나의 무수히 많은 별명 중 하나인 대륙 최고의 검희.

그 말이 전혀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전투력을 지니고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카니엘이었고, 여기에 마법까지 쓸수있다고 생각하자 경외심이 생길 정도였다.


그 때문일까?

완전 무장한 채로 카니엘 앞에선 벨로나의 모습은 카니엘이 알고 있던 그녀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카니엘, 무사했군요. 다행입니다. 그런데...?”


방금전 전투의 여운이 남아 아직 살기가 남아 있는 눈동자.

그러나 그 눈동자는 카니엘를 지나쳐 벨리안느를 향하면서 순식간에 커지면서 동시에 한 없이 부드러워졌다.


“이 아이는.....”


상처입은 벨리안느 옆에 무릎을 꿇고 앉으면서 벨로나는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는 이토록 놀란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낸 채 카니엘을 바라보았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설명 드리겠습니다. 일단 어디서 치료부터...”


파랗게 변한 벨리안느의 입술을 보면서 카니엘이 다급히 말했고, 그러자 벨로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눈을 감고서는 마력 흐름에 집중하는 듯했다.


잠시뒤, 그녀의 마력에 반응을 한 듯, 벨로나가 등장했던 숲속 한켠에서 인기척과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머지 일리오스 병사들은 대충 처리했다. 젠장. 곤히 잠잘 시간에 이거 무슨 짓을 하는가 싶은데..”


월연방국 전 병부사, 샤즐 노리탄이 로브에 묻은 나뭇잎 조각들을 털면서 거대한 현월수와 함께 나타난 것이었다.


곳곳이 헤어진 로브와 덥수룩하게 자란 수염.

그리고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더 수척해진 얼굴 때문에 벨로나와 같은 여행을 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지만, 그래도 고위사제의 그 강한 눈빛만은 여전했다.


“아니! 이게 누군가! 인형 파괴자 아닌가! 여기서 만나게.. 되..”


카니엘을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하던 샤즐은 그의 앞에 누워있는 벨리안느의 얼굴을 보자 말을 더듬을 수밖에 없었다.


“어..음.. 어떻게..? 벨로나??”


“일단 여기를 벗어난 뒤 자세한 이야기를 듣도록 하지요. 다른 일리오스 병사들도 문제지만 지금 이 아이의 상태가..”


설명을 바라는 샤즐의 말에 벨로나가 그렇게 답했고, 그때서야 벨리안느의 상처를 인지한 샤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벨로나와 샤즐의 도움으로 벨리안느를 현월수 등에 조심스레 눕힌 카니엘은 이어서 테일리아에게 다가갔을 때였다.


“우왓!”


외마디 비명과 함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테일리아는 이내, 자신을 바라보는 낯선 얼굴들에 놀란 나머지 카니엘 뒤로 숨어버렸다.


“허.. 인간 아이인줄 알았는데... 녹시 이타르족이라니! 인형 파괴자가 꽤 흥미로운 여행을 했나보군... 그런데 벨로나 넌 또 뭐하는 거냐?”


카니엘에게 물어볼 산더미 같은 질문은 참을 수있었지만 쓰러진 거구의 일리오스 병사를 낑낑거리며 포박하는 벨로나에겐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던 샤즐이었다.


“적어도 길리아스가 여기에 온 이유는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카니엘, 좀 도와주겠습니까?”


방금까지 목숨 걸며 싸웠던 적을, 특히 벨리안느에게 부상을 입힌 그를 챙기는 것이 내키지 않았지만, 그 명령에 재빨리 포박과 후송준비를 마친 카니엘이었다.


“허참. 하룻밤도 지나지 않아 일행이 3배로 늘었구만. 준비 다됐으면 출발하겠네!”


그렇게 정신없는 일들이 어느정도 마무리 되자, 샤즐의 외침을 신호로 일행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간직한 채 그 이야기를 풀어헤칠 곳을 찾아 나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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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3권] 12장 합수(合水) 2화_ 마력의 눈물(5) 21.10.22 42 0 9쪽
154 [3권] 12장 합수(合水) 2화_ 마력의 눈물(4) 21.09.28 29 0 10쪽
153 [3권] 12장 합수(合水) 2화_ 마력의 눈물(3) 21.09.16 30 0 11쪽
152 [3권] 12장 합수(合水) 2화_ 마력의 눈물(2) 21.09.10 29 0 11쪽
151 [3권] 12장 합수(合水) 2화_ 마력의 눈물(1) 21.09.06 32 0 9쪽
150 [3권] 12장 합수(合水) 1화_ 구심력 (5) 21.09.01 36 0 11쪽
149 [3권] 12장 합수(合水) 1화_ 구심력 (4) 21.08.27 31 0 8쪽
148 [3권] 12장 합수(合水) 1화_ 구심력 (3) 21.08.27 40 0 9쪽
147 [3권] 12장 합수(合水) 1화_ 구심력 (2) 21.08.13 33 0 9쪽
146 [3권] 12장 합수(合水) 1화_ 구심력 (1) 21.08.09 31 0 9쪽
145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9) 21.07.30 35 0 15쪽
144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8) 21.07.26 25 0 9쪽
143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7) 21.07.21 28 0 11쪽
»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6) 21.07.16 28 0 8쪽
141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5) 21.07.14 32 0 9쪽
140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4) 21.07.14 26 0 8쪽
139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3) 21.07.07 27 0 9쪽
138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2) 21.07.05 30 0 10쪽
137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1) 21.06.30 34 0 10쪽
136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2화_ 고해(5) 21.06.24 34 0 8쪽
135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2화_ 고해(4) 21.06.15 30 0 11쪽
134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2화_ 고해(3) 21.06.11 31 0 8쪽
133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2화_ 고해(2) 21.06.11 26 0 8쪽
132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2화_ 고해(1) 21.06.10 29 0 7쪽
131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1화 과거의 유물 (5) 21.06.09 31 0 10쪽
130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1화 과거의 유물 (4) 21.06.08 32 0 8쪽
129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1화 과거의 유물 (3) 21.06.07 30 0 9쪽
128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1화 과거의 유물 (2) 21.06.04 28 1 9쪽
127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1화 과거의 유물 (1) 21.06.02 33 0 11쪽
126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3화_ 변화의 틀(2) 21.05.31 32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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