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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 이야기

깊은 상흔의 잔향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철의대화
작품등록일 :
2020.05.11 10:15
최근연재일 :
2023.02.28 15:54
연재수 :
1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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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96
추천수 :
478
글자수 :
747,868

작성
21.06.3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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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1)

DUMMY

일리오스 제국 황제직속 부대 길리아스.


명성이 자자한 그 부대의 이동 방향이 마찬가지로 시초의 마을이란 것을 깨달은 카니엘 일행은 여정에 신중 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길리아스 부대는 보병으로만 구성되어 마력 감지로 위치를 파악할 수 없었고, 때문에 일행은 테일리아의 뛰어난 감각과 길안내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이렇게 나의 도움이 필요한데, 칼은 날 버리고 움직이려 한건가.”


“··· 그러니까 앞으로 잘 부탁한다고.”


“흐음. 흐음. 앞으로 다시는 그런 시건방진 말은 하지 않도록! 그래서? 길리아스? 그건 어떤 우투의 잔해이길래 이렇게 호들갑이지?”


테일리아가 틈만나면 우쭐거렸기에, 그렇게 길리아스에 대한 질문을 해준 것이 반갑기까지한 카니엘이었다.


“비록 왕권 다툼으로 세력이 약해졌어도 일리오스 제국은 현재 판엔냐드 대륙에서 가장 강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가진 나라야. 그런 나라의 황제 직속 부대니.. 그 위용은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황제? 그런 단어는 몰라 잘 모르겠는데..”


“··· 어떤 무리의 우두머리 비슷한 거야.”


“우리 부족의 샤르라 생각하면 되나? 하지만 샤르는 힘을 가진자가 아니라 의무를 지닌자인데 군대를 부린다는 것이 신기하군!”


“아무튼! 중요한 건 전투력이 굉장한 부대라는 거야. 그들과 전투를 해본적이 없긴 하지만 과거 월연방국이 일리오스 제국에서 독립할 당시, 천명의 길리아스 때문에 독립이 실패할 뻔했다고 할 정도니까.”


카니엘은 그 정도면 길리아스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고 생각을 했지만, 궁금증이 많은 테일리아를 만족하기엔 부족했다.


“칼! 말을 하려면 끝까지 하는 것이다! 독립 전쟁에서 패할 뻔했다니? 그 다음에는?”


“응? 나도 그 정도만 알고 있는데..?”


“참..결말도 모르는 이야기는 애초에 꺼내지 않는 것이다!”


“..그 당시 월영군 군단장이 직접 이끄는 부대가 길리아스와 난전을 벌였고, 그 틈에 월연방국 사제들이 마법으로 겨우 돌격을 막아 냈다고해.

물론 월영군 단장을 포함 길리아스와 엉켜 싸우던 대부분의 월영군을 희생할 수밖에 없었지만.”


잠잠히 듣고 있던 벨리안느가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고, 자신은 처음듣는 모국의 역사 이야기에서 카니엘은 한가지 사실을 확인코자했다.


“길리아스 부대에 마법사가 배치되지 않은 것은 여전했나보네?”


“아무래도 황제 직속부대이다 보니, 홀로 황제의 안위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마법사는 정말 특별한 경우 이외는 배치되지 않지.”


또 다시 새로운 정보를 쏟아내는 벨리안느를 놀라운 표정으로 바라본 카니엘과 테일리아였다.


“벨은 대단한 것이다! 마법 실력도 그렇고 역사에 대해서 항상 답을 알고 있는 소녀인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대륙의 웬만한 지역과 도시의 지리까지 다 알고 있으니..”


도시 연합을 가로지를 때, 그녀가 길잡이 역할을 했던 것을 떠올리며 카니엘이 그렇게 덫붙이자 예상과 달리 테일리아가 더 격한 반응을 보였다.


“나 또한 벨처럼 대륙 곳곳을 다니며 새로운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것이다! 마치 시간을 거슬러 모든 장소를 여행하는 난나처럼!”


테일리아가 그렇게 말을 하고는 당장이라도 시간을 거스를 태세로 두 사람을 앞질러 숲길을 내달리는 것이었다.


“시간을 거슬러 여행하는 사람? 네 비밀이 그거라면 크게 놀라지 않을 것 같은데 말이야.”


앞서가는 테일리아를 바라보며 카니엘은 살짝 어쩌구니 없는 웃음을 지은 뒤, 농담 삼아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벨리안느는 카니엘의 그 말에 웃음을 지을 수 없었다.


또다시 그를 속이고 있다는 죄책감과 동시에 진실을 말해야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두려움에 휩쌓인 것이었다.




그렇게 벨리안느가 입을 닫으며 어색한 분위기가 이어지려던 찰나, 앞서서 달려갔던 테일리아가 길을 따라 다시 돌아오면서 큰 소리로 침묵을 깨트렸다.


“칼, 이자벨.. 물 냄새다! 그것도 엄청 싱그러운!”


“확실히.. 물 속성의 마력 기운이 점차 강해지고는 있는데...”


“분명 하제르 호수에 도착한 것이다! 그 말은 길을 제대로 찾아왔다는 거다!”


“하제르 호수?”


“카릿치오스에서 가장 큰 호수지. 우리 부족 전설에 따르면 태초의 신이 세상을 창조하기 전 혼자있는 것이 외로워 흘린 눈물이 떨어진 곳이라 한다!”


테일리아가 이곳 저곳을 방방 뛰다니며 그렇게 설명했고, 그 모습 때문에 카니엘 또한 덩달아 기분이 들뜨게 되었다.


“어서 빨리 가보는 거다!”


재촉하는 테일리아를 따라 완만한 언덕길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 카니엘과 벨리안느는 곧 하늘이 온전히 드러나는 정상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눈에 들어오게 된 하제르 호수의 전경.


호수인지 바다인지 의심될 정도의 광활한 크기.

신비한 느낌을 물씬 풍기는 에매랄드 빛 호수색.

여기에 잔잔한 호수 표면 때문에 마치 거울처럼 하늘을 비추고 있었고, 그렇게 사방으로 반사되는 따스한 햇빛에 눈이 시릴 정도였다.


“정말... 평화로운 풍경이네.”


사제들의 반란, 벨로나와 흑표부대 등 해결해야 할 모든 일을 잊게 하는 풍경.

그 앞에서 카니엘은 임무를 지닌 군인임을 망각할 수 있었고, 벨리안느 또한 마찬가지로 과거의 족쇄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모든 걱정을 뒤로 한 채 편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고, 오랜만에 이자벨의 그 미소를 보게 된 카니엘은 좀더 분위기를 고조시킬 방법을 생각해냈다.


“오랜만에 신체향상을 하고 달려볼까?”


“지금?”


길리아스 부대와 마주할 것을 대비해 사용을 자제했던 신체 향상 능력.

하지만 이 멋진 풍경 속에서 바람을 가르며 내달리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은 없을테였다.


“어서 가서 호숫가에 발을 담구고 싶지 않아?”


“좋은 생각인 것이다! 그럼 나도 밤의 사냥꾼의 힘을 빌리도록 하겠다.”


항상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테일리아가 그렇게 외치며 말릴 겨를도 없이 질주를 시작하자 벨리안느도 어쩔수 없었다.


그렇게 테일리아를 뒤를 따라 카니엘과 함께 시작한 도약.

내리막 길이라 작은힘으로 높고 멀리 나아갈수 있었고, 호수위를 나는 듯한 그 기분에 벨리안느는 저도 모르게 환한 미소를 짓게 되었다.



가까이서 바라본 하제르 호수는 멀리서 본 것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푹신거리는 고운 모래로 이뤄진 호수 가장자리.

너무나 투명해 하늘과의 경계선이 무너진 호수면.

그 투명함 때문에 호수는 깊은 속살을 여과없이 보여주었고, 그 속에서 돌아다니는 물고기 떼의 움직임은 호수에 생명력을 더했다.


“와! 저 큰 물고기! 공극류(空棘類) 같은데!”


그 물고기 떼를 눈으로 쫓던 테일리아는 별아간 그렇게 외치더니 일말의 주저없이 물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나무만 잘 타는줄 알았는데 수영도 잘하네.”


얼핏보면 거대한 물고기로 착각될 만큼 자유로이 움직이는 그녀의 모습에 감탄하던 것도 잠시, 카니엘 또한 서둘러 무거운 배낭과 갑갑한 신발을 벗어 던졌다.


“이자벨! 너도 들어와봐. 엄청 시원해!”


발가락 사이에 파고드는 부드러운 모레의 기분 좋은 촉감.

그리고 신체향상으로 달궈진 몸을 식혀주는 호수물의 시원함.

그 참을 수 없는 유혹에 벨리안느 또한 신발과 짐들을 벗어던진 뒤, 어린아이 마냥 호수로 뛰어들었다.


“푸핫!”


거리낌 없이 머리부터 입수한 벨리안느는 온몸을 정화시켜 주는듯한 물속에서 잠영을 하다 카니엘 근처에서 큰 숨을 들여쉬며 떠올랐다.


“이자벨.. 너도 수영 잘하는구나?”

그 모습을 지켜보던 카니엘이 살짝 놀란듯 중얼거린 말.


“..그냥 죽지 않을 정도로 떠있을 수 있는 수준이지 뭐... 카니엘은?”


“...마땅히 수영을 배울 기회가 없었다고 변명해 볼게.”


“그럼 같이 이번 기회에 테일리아한테 제대로 배워볼까? 저 정도면 정말 수준급인데?”


“내가 그 말을 하면 왠지,‘칼은 수영도 못하는데 날 버리고 가려했던 것이다!’라며 엄청 핀잔줄듯...”


발이 닿지 않는 깊은 물가에서 머리를 빼꼼 내민 뒤, 다시 잠수를 해버리는 테일리아의 모습을 쳐다보며 나눈 대화 끝에서 벨리안느는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푸핫! 뭐야.. 정말 테일리아가 말하는 줄 알았잖아!”


그렇게 손사레를 치며 환한 미소를 짓는 그녀와 함께 웃음을 짓던 카니엘은 이상하게 신체향상을 한 듯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반사된 햇빛에 새하얗게 빛나는 얼굴과 그에 어울리는 웃음소리.

그리고 눈웃음 뒤 드러난 호수보다 깊은 연갈색 눈동자.


그 속에서 카니엘은 더할 나위 없는 위안을 느꼈고, 동시에 물에 젖어 드러난 가녀린 체구는 그녀를 지켜주고픈 마음을 들게 했다.


그러다 문득 그녀가 자신보다 더 험한 길을 걸어왔을 수 있다는 생각과 또다시 집착하게 되는 그녀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으로 마음이 복잡해지던 찰나.


‘아..이토록 충만한 감정을 느껴본적이 언제일까?’


인형에게 복수를 하는 것이 전부였던 무채색 과거와 달리 다채로워진 자신의 감정들.


비록 아직 그녀의 모든 것을 알진 못했지만, 그럼에도 서로가 이 순간을 진솔하게 만끽하고 있다는 확신 속에서 카니엘은 이자벨에게 한걸음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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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3권] 12장 합수(合水) 2화_ 마력의 눈물(5) 21.10.22 42 0 9쪽
154 [3권] 12장 합수(合水) 2화_ 마력의 눈물(4) 21.09.28 29 0 10쪽
153 [3권] 12장 합수(合水) 2화_ 마력의 눈물(3) 21.09.16 29 0 11쪽
152 [3권] 12장 합수(合水) 2화_ 마력의 눈물(2) 21.09.10 29 0 11쪽
151 [3권] 12장 합수(合水) 2화_ 마력의 눈물(1) 21.09.06 31 0 9쪽
150 [3권] 12장 합수(合水) 1화_ 구심력 (5) 21.09.01 36 0 11쪽
149 [3권] 12장 합수(合水) 1화_ 구심력 (4) 21.08.27 31 0 8쪽
148 [3권] 12장 합수(合水) 1화_ 구심력 (3) 21.08.27 39 0 9쪽
147 [3권] 12장 합수(合水) 1화_ 구심력 (2) 21.08.13 32 0 9쪽
146 [3권] 12장 합수(合水) 1화_ 구심력 (1) 21.08.09 31 0 9쪽
145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9) 21.07.30 34 0 15쪽
144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8) 21.07.26 25 0 9쪽
143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7) 21.07.21 28 0 11쪽
142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6) 21.07.16 27 0 8쪽
141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5) 21.07.14 32 0 9쪽
140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4) 21.07.14 26 0 8쪽
139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3) 21.07.07 27 0 9쪽
138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2) 21.07.05 29 0 10쪽
»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1) 21.06.30 34 0 10쪽
136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2화_ 고해(5) 21.06.24 33 0 8쪽
135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2화_ 고해(4) 21.06.15 30 0 11쪽
134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2화_ 고해(3) 21.06.11 31 0 8쪽
133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2화_ 고해(2) 21.06.11 26 0 8쪽
132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2화_ 고해(1) 21.06.10 29 0 7쪽
131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1화 과거의 유물 (5) 21.06.09 30 0 10쪽
130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1화 과거의 유물 (4) 21.06.08 32 0 8쪽
129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1화 과거의 유물 (3) 21.06.07 30 0 9쪽
128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1화 과거의 유물 (2) 21.06.04 27 1 9쪽
127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1화 과거의 유물 (1) 21.06.02 33 0 11쪽
126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3화_ 변화의 틀(2) 21.05.31 32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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