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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 이야기

깊은 상흔의 잔향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철의대화
작품등록일 :
2020.05.11 10:15
최근연재일 :
2023.02.28 15:54
연재수 :
1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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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51
추천수 :
478
글자수 :
747,868

작성
21.06.24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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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2화_ 고해(5)

DUMMY

“앞으로 3일이면 이 모든 공사가 끝날 걸세. 그리 되면 좋든 싫든 자네가 무슨 일을 할지 알게 될 테니 지금이라도 귀뜸 해주겠나?”


“더 이상 제 임무에 간섭하지 말아 주십시요. 이 일은 스승님께서 저에게 맡기신 일이니까.”


“아니, 일체주의 힘을 함께 만들어가는 자로서 그 정도도 알려 줄수 없는 건가?”


어둠속에 울려퍼지는 두 사람의 대화.

작게 소리내어 말해도 동굴 전체에 울려 퍼지는 상황에서 칸타 사제는 뭔가 불만인듯 목소리를 높였고, 때문에 미엔과 에스트는 여과없이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미 필요한 정보는 다 공유해 드렸잖습니까?”


“여기서 ‘마력의 눈물’이 만들어진다는 것 빼고는 그 어떤 설명도 하지 않았지!”


“그 외 다른 정보가 왜 필요한 겁니까?”


“아니, 생각을 해보게... 고대 마법진이 활성화되면 모든 하제르 호수물을 매개체로 어마무시한 마력 결정체가 탄생하게 된다는 것인데... 그 막강한 힘을 어디에 쓸지 알아야하지 않겠는가!”


그 말을 듣고 있던 에스트는 저도 모르게 미엔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비록 어둠 때문에 그녀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분명 자신처럼 놀란 나머지 얼이 빠진 표정이리라.


그렇게 예상밖의 정보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 두 사람이었지만, 동굴의 한 곳에 멈춰서 나누는 페니탈과 칸타의 다음 대화는 더욱 충격적이었다.


“자네가 마법에 대한 식견이 없어서, 그렇게 모인 마력의 힘이 얼마나 대단할지 모르는 것 같은데...”


“아뇨. 그 마력을 지니면 단신으로 국가 단위의 마법 군단을 상대할 수도 있다는 것..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정말 그만하시죠.”


“정확히 말하면 대륙의 힘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는 힘이지.”


“예. 그러니 일체주의의 목표인 대륙 통일 전쟁에 사용될 수도 있겠지요.”


“혹은 그 균열 속에서 새로운 물결을 일으킬 힘이 될 수도 있지. 자네도 잘 알지 않은가. 월연방국이 일리오스 제국의 마법사들 간의 분쟁을 통해서 탄생하게 된 것을.”


“···무슨 말을 하고싶으신 겁니까?”


“힘의 집결이 반드시 월영시에서 일어나란 법은 없단 말일세.”


“그 말.. 진심으로 하시는 겁니까?”

살짝 떨리는 페니탈의 마지막 말에 보이지 않는 분노를 느낀 미엔이었다.


“칸타 사제. 그렇다면 당신에게 일체주의와 힘의 집결은 대체 무슨 의미였던 것입니까?”


그러나 다시금 이어진 그의 말은 마치 다른 사람이 질문하는 것처럼 그 어떤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 놀랄만한 감정 조절에 감탄하는 것도 잠시, 칸타 사제는 당당하게 자신의 신념에 대해 말을 했다.


“힘의 집결은 제정론에 대항할 수 있었던 수단이자 그들이 막아 놓았던 천장을 뚫고 위로 올라가는 힘이었던 것이지.”


대부분의 일체주의자들.

아니, 미엔과 바르나프를 포함하여 제정론이 무너진 뒤 기회를 노리는 모든 이들을 대변하는 듯한 대답.


그런 칸타 사제의 대답 뒤에 페니탈 사제의 긴 한숨 소리가 동굴안을 가득 메웠다.

그리고 이어지는 페니탈 사제의 말은 소름끼칠 정도로 차분하고, 냉정했다.


“당신 말대로 천장을 부수고 올라가서는요? 과거 일리오스 제국에서 벗어나 월 연방국을 건국했던 제정론 고위 사제들이 그러했듯 자신의 안위를 위해 부서진 천장을 다시 메울 것 아닙니까?”


“페니탈 사제여. 그 당연한 이치를 뭘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이나. 그보다 마력의 눈물로 할 수 있는 것을 상상해보게! 도시 연합의 어느 도시를 거점으로 대륙의 판도를 새로 짤수도 있을테며, 역사에 영원히 기억될 이름을 남길 수도 있을 테지!”


마력과 마법에 문외한이었던 미엔은 칸타 사제의 말에 도대체 얼마만큼 무시무시한 도구가 탄생한다는 것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곧, 좋은 의미는 아니었으나 뛰어난 마법 실력으로 대륙의 역사에 잊혀지지 않을 이름을 남긴 대륙의 공적을 떠올리자 칸타 사제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역사에 이름을 새길 수 있을 만큼의 힘.

그 힘이 지금 이곳, 시초의 마을에서 탄생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누구나 한 번쯤 상상해봤던 힘을 가질수 있다는 말에도 페니탈은 전혀 동요하지 않는 듯했다. 아니, 오히려 그의 태도는 냉소에 가까웠다.


“그렇게 역사는 무희의 어지러운 발걸음처럼 과오를 반복하겠지. 당신과 같이 덧없는 욕심으로 가득 찬 자들 때문에 말이야.”


갑자기 돌변한 그의 말투.

그에 깜짝 놀란 것은 비단 미엔과 에스트뿐만이 아니었다.


“... 무슨 말을 그런식으로 하는가?”


“인도자께서 언제 사리 사욕을 채우기 위해 일체주의 힘을 사용하셨나?”


“인도자? 트리스트를 말하는겐가? 그토록 트리스트의 뒷꽁무니를 쫓을 테면 알아서 해. 그 기분 나쁜 사내를 뛰어넘을 수 있는 힘을 얻고도 복종의 길을 택한다면 자네의 그릇은 그것밖에 안되는 것이니까.”


두 사제의 언성은 점점 높아져 수로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가 되었다.

그에 맞춰 공중에 떠 있는 마법 불빛 또한 심하게 흔들렸고, 그러자 주변의 그림자들이 마치 칼춤을 추는듯 동굴 벽면을 할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릇? 그 그릇에 사리사욕을 채울 것이라면 당장 깨트리는 것이 옳다. 진정한 일체주의자는 무희의 발걸음을 교정하기 위해 헌신하는 존재이지, 자신만을 위한 길을 걷는 자가 아니니까.”


페니탈 사제는 도저히 같은 사람이라 생각 할 수 없는 말투와 화법으로 단번에 와닿지 않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따라서 침묵하는 다수의 선(善)을 위해 사용될 집결된 힘을 왜곡하려는 자의 그릇에 채울 것은 그들의 피밖에 없도다!”


어디서 들어본 듯한 페니탈의 말투가 트리스트의 것과 비슷하다는 것을 미엔이 깨달은 순간.


동굴 벽면을 가득채우는 그림자가 크게 요동쳤다.


“크헉···”


이어서 동굴에 울려퍼지는 신음소리와 힘없이 동굴 바닥면에 쓰러지는 한 그림자.


쓰러진 그림자와 달리 꼿꼿에 서있는자가 페니탈 사제임을, 그리하여 그가 칸타 사제를 어떻게 했다는 사실을 깨달은 미엔은 저도 모르게 비명을 지를뻔했다.


“쉿..”


다행스럽게도 때마침 미엔의 입을 막은 에스트의 손에 의해 그녀의 비명소리는 묻힐 수 있었다.

그리고 미엔이 그 손길에 어떤 반응도 보이기도 전에, 에스트는 다른 손으로 그녀의 눈마저 가렸고 그 행동에 의아함을 느끼던 찰나.


차마 막지 못했던 귀를 통해 뭔가 휘두르는 소리와 함께 그에 맞춰 미세한 신음소리가 들려오자, 미엔은 스스로 자신의 귀를 막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까?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완벽한 어둠속에 있던 미엔은 용기를 내어 우선 떨리는 손을 서서히 내렸다.

그러나 모든 상황이 끝이났는지 주변은 귀를 막기 전과 다를바 없이 고요함으로 물들어 있을 뿐이었다.


때문에 에스트의 손을 뿌리치며 제대로 상황을 파악하려든 그때,


“앞으로 3일. 3일이면.. 모든게 완성된다.”


주문처럼 읖조리는 페니탈의 말소리가 귀를 파고들어 왔고, 이상하게도 미엔은 그 기간이 마치 사형 집행일로 들리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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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3권] 12장 합수(合水) 2화_ 마력의 눈물(5) 21.10.22 41 0 9쪽
154 [3권] 12장 합수(合水) 2화_ 마력의 눈물(4) 21.09.28 29 0 10쪽
153 [3권] 12장 합수(合水) 2화_ 마력의 눈물(3) 21.09.16 29 0 11쪽
152 [3권] 12장 합수(合水) 2화_ 마력의 눈물(2) 21.09.10 29 0 11쪽
151 [3권] 12장 합수(合水) 2화_ 마력의 눈물(1) 21.09.06 31 0 9쪽
150 [3권] 12장 합수(合水) 1화_ 구심력 (5) 21.09.01 35 0 11쪽
149 [3권] 12장 합수(合水) 1화_ 구심력 (4) 21.08.27 30 0 8쪽
148 [3권] 12장 합수(合水) 1화_ 구심력 (3) 21.08.27 39 0 9쪽
147 [3권] 12장 합수(合水) 1화_ 구심력 (2) 21.08.13 31 0 9쪽
146 [3권] 12장 합수(合水) 1화_ 구심력 (1) 21.08.09 31 0 9쪽
145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9) 21.07.30 33 0 15쪽
144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8) 21.07.26 25 0 9쪽
143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7) 21.07.21 28 0 11쪽
142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6) 21.07.16 27 0 8쪽
141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5) 21.07.14 31 0 9쪽
140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4) 21.07.14 26 0 8쪽
139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3) 21.07.07 27 0 9쪽
138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2) 21.07.05 29 0 10쪽
137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3화_ 진실(1) 21.06.30 33 0 10쪽
»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2화_ 고해(5) 21.06.24 31 0 8쪽
135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2화_ 고해(4) 21.06.15 30 0 11쪽
134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2화_ 고해(3) 21.06.11 31 0 8쪽
133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2화_ 고해(2) 21.06.11 25 0 8쪽
132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2화_ 고해(1) 21.06.10 29 0 7쪽
131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1화 과거의 유물 (5) 21.06.09 30 0 10쪽
130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1화 과거의 유물 (4) 21.06.08 32 0 8쪽
129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1화 과거의 유물 (3) 21.06.07 29 0 9쪽
128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1화 과거의 유물 (2) 21.06.04 27 1 9쪽
127 [3권] 11장. 시초의 마을_ 1화 과거의 유물 (1) 21.06.02 32 0 11쪽
126 [3권] 10장. 미지(未知)에서_ 3화_ 변화의 틀(2) 21.05.31 32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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