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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또롱 님의 서재입니다.

젤 쉬운 게 제약재벌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이또롱
작품등록일 :
2020.11.06 08:56
최근연재일 :
2020.12.18 12:20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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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823
추천수 :
420
글자수 :
359,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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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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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39화. 업계 1위로의 도약(2)

첫 연재를 시작합니다. 졸작이지만 즐겁게 읽어주시길...




DUMMY

개강 후 첫 동아리 회의를 위해 강의가 모두 끝난 5시에 학교 인근의 한 카페에서 모이기로 했다.

예정시각보다 일찍 온 진석은 조금 긴장하고 있었다.


“얌마, 누가 보면 무슨 면접장에 온 줄 알겠다. 긴장 풀어.”

“야, 너네 학교 동아리 모임이지 우리 학교 동아리 모임이 아니잖아. 게다가 동아리 내에 서울대생이 아닌 사람은 나 한 명뿐이라며.”


‘그렇군. 그 생각을 못했네. 짜식, 부담스럽겠는데?’


아닌 게 아니라 진석은 다소 기가 죽은 모습이었다.

나와 은재는 옆에 붙어 진석이 자신감을 갖도록 한껏 띄워주었다.


“타 학교 학생들이랑 연합해서 움직이는 연합동아리들도 많잖아. 그런 거라고 생각해.”

“이렇게 차리고 나오니까 얼마나 깔끔하고 샤프해보이냐? 니가 우리 중 젤 서울대생으로 보인다! 그리고 네가 우리 동아리에서 키가 제일 클 걸? 아마 혜나가 보면 굉장한 호감을 느낄 지도 몰라!”

“그래...?”

“그래!”

“그리고 당당하게 있어. 넌 우리들 친구야. 다들 너보다 나이가 어린 애들이 대부분이니까 마음 편하게 가지란 말이야.”

“어.”


진석이 마음이 놓이는지 그새 헤헤거리며 웃었다.


‘짜식, 단순하단 말이야.’


은재와 나는 뒤에서 실소를 금치 못했다.


그사이, 준수와 소이, 연수 등이 차례로 들어왔다.

회원들에게 진석을 가볍게 소개해주는데, 그때였다.

혜나가 카페 출입문을 열고 들어오는 게 보였다.


귀여운 노란 티셔츠에 크로스 백을 매고 온 모습이 귀엽다.

게다가 머리를 잘랐는지 다소 짧아진 머리가 한결 찰랑찰랑거렸다.

늘씬해서 청바지 핏이 아주 잘 어울리는 것이, 별로 꾸민 것 같지도 않은데도 뒤돌아볼 만큼 시선을 사로잡는다.


“혜나야, 머리 어디서 했어? 이쁘다!”


소이가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새학기 돼서 변화를 줘봤어.”

“오늘 코디한 옷들도 이뻐!”


소이와 수다를 떠는 혜나에게 잠시 팔려 있다가 진석을 보니,

헐~


진석은 말 그대로 영혼이 나가버린 모습이었다.

혜나에게 시선이 고정된 채 멍해 있는 것이 4캐럿짜리 팬시 다이아몬드처럼 값비싼 보석을 처음 본 사람의 그것이었다.


은재가 어깨를 흔들자 진석은 꿈꾸는 어조로 중얼거렸다.


“세상에, 영화에서 나오는 슬로우 모션이라는 게 현실에서도 진짜 생기는 줄 처음 알았다. 나... 이상형 만났다.”


‘하하... 왠지 앞으로 무지 귀찮은 일이 벌어질 것 같네.’


나는 머리를 스치는 불길한 예감에 은재를 쳐다봤지만, 은재는 진석의 얼굴을 보며 웃음을 참느라 바쁠 뿐이었다.


마지막으로 수아까지 들어오자, 나는 회의를 시작했다.


“오늘 동아리에 새로운 회원이 들어왔어요. 원래는 우리 동아리 창립할 때부터 합류하기로 되어 있었던 친구인데, 군 제대하고 복학하면서 이제야 합류하게 되었어요. 자, 그럼 간단한 자기소개가 있겠습니다.”


팔꿈치로 진석의 허리를 꾹 찌르자 진석은 엉거주춤 일어났다.


“안녕하세요, 오진석입니다. 나이는 23살이고 은재, 형우랑 친구 사이입니다. 타 대학 학생인데 그만 꼬임에 넘어가 들어와 버렸어요. 저... 아는 건 없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다시 의자에 앉는 진석은 안도의 한숨을 나지막이 내쉬었다.


‘뭐, 긴장한 것 치고는 무난하게 했군.’


“진석이는 생명공학과를 다녀서 나중에 바이오 회사를 설립할 때 꼭 필요한 인재라고 판단해서 예전부터 영입에 공을 들였던 친구입니다. 아직 동아리 생활에 서투를 테니까 여러분들이 많이 도와주세요.”

“네.”

“그럼 OLED 패치와 관련된 얘기부터 하겠습니다. OLED 패치가 출시되면 SNS 홍보를 주력해야 할 것 같은데, 어떤 식으로 하면 좋을지 말씀해주세요.”

“우리 모두 SNS 계정이 있으니까 직접 패치를 플렉스한 사진을 찍어 올리면 될 것 같아요. 제품 성능에 대해서 알리는 글도 올리구요. SNS 지인들에게 파도타기도 해서 제품을 홍보하구요.”

“각개전투를 하잔 말이네.”

“그건 당연히 해야 할 기본 아냐? 그것 보다는 좀 더 색다른 홍보 전략이 있어야 해.”

“SNS에서는 친구나 지인이 추천한 제품이 신뢰도가 가장 높잖아요. 그래서 친구태그, 공유 같은 기능을 최대한 활용해서 지인에게 공유를 많이 한 소비자에게 마일리지나 선물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여는 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요.”

“기준을 어떻게 잡고?”

“음... 50명 이상에게 공유하면 크림 보습제 증정, 100명 이상에게 공유하면 전기 바이크 증정, 200명 이상에게 공유하면 유럽 여행권 증정, 이런 식? 상품은 적당한 걸로 내걸면 되구요.”

“이건 어떨까요? 소비자들이 OLED 패치를 사용하는 모습을 찍은 인증샷을 SNS에 올리면 추첨을 통해 선물을 주는 이벤트를 하는 거예요.”

“아예 야외에서 사용한 모습을 찍어 올리게 하면 어떨까? 그럼 다른 사람들에게 사용하는 모습을 직접 보여줄 수 있으니까 훨씬 효과적일 것 같은데. 우리 패치가 패션 아이템 같은 느낌이니까 그런 느낌도 전달해줄 수 있고.”

“내 생각에는 소비자가 사용후기 영상을 직접 만들어서 보내주면 그 중 가장 잘 만들어진 작품을 뽑아서 선물을 주는 홍보영상 공모전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소비자가 체험기를 올리면 그걸 본 다른 사람들이 소비욕구를 자극받을 수 있으니까요.”

“사용후기 챌린지 같은 거야?”

“응.”

“영상을 뽑는 것도 소비자들이 직접 투표해서 뽑게 하면 재밌겠다.”


홍보 전략에 대한 열띤 토론이 계속 이어지는데, 그때까지 가만히 있던 수아가 끼어들었다.


“김팀장님이 나눠준 자료를 보면 30대 초반부터 중반의 워킹맘이나 직장여성들이 가장 구매율이 높잖아? 그러니까 그런 소비자층을 타겟으로 홍보 전략을 세우면 좋을 거 같아요. 예를 들어, 잠을 잘 못잔 다음날이나 회식을 한 다음날에 피부가 푸석푸석해지잖아요. 그럴 때 아침에 잠깐 10분 투자해서 꿀피부를 만드는 상황을 설정해서 영상을 만들면, 소비자들이 공감할 수 있어서 좋을 거라고 생각해요.”

“난 OLED 패치를 사용하지 않았을 때 화장한 모습과 패치를 사용한 다음 화장이 잘 받은 모습을 찍은 비교사진을 올려도 괜찮을 것 같아.”

“응. 어차피 전체 SNS에 올리려면 페**북부터 카카오***, 인***램 등 각 SNS 특성에 맞게 콘텐츠를 올려야 될 테니까 가용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면 될 거 같아.”

“그건 안 돼요. 모든 방법을 다 하려면 그만큼 시간과 노력 그리고 충분한 인원이 필요한데 그러기엔 한계가 있잖아요. 또 자칫하면 산만해 보일 수도 있구요. 그것 보다는 몇 가지 홍보 방법을 확실하게 설정하고 그걸 바탕으로 조금씩 넓혀가는 게 옳다고 봐요.”

“응, 그건 수아 말이 맞아. 우리가 24시간 매달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회사 직원들이 도와준다고 해도 한계가 있을 테니까.”


그때 연수가 손을 들었다.


“저기... 찾아보니까 스, 스마트포스트(smart post)라는 게 있던데... 여러 SNS들을 한꺼번에 관리해주는 툴인데, 예를 들어 각각 SNS에 로그인해서 콘텐츠를 올릴 필요 없이 한꺼번에 포스팅이 가능하고, 또 일주일, 한 달, 막 이런 식으로 콘텐츠를 미리 예약해서 정, 정해진 시간에 올리는 것도 가능하대.”

“올~ 그런 게 있었어?”

“응. 예약 포스팅이라고 하는데, 그걸 이용하면 미리 날짜를 정해놓고 한꺼번에 콘텐츠를 만들었다가 정해진 시간에 포스팅할 수 있어.”

“흐음, 굉장히 효율적이겠네. 좋아, 모두 이 툴을 컴퓨터에 깔고 다음에 회사에 갈 때 직원들한테도 소개해주자!”

“응.”


연수가 부끄러우면서 뿌듯한 웃음을 지었다.


“오늘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는데, 이걸 바탕으로 각자가 좀 더 발전된 전략들을 고민해줘. 그래서 다음 주 남동공단에 가서 최종 프로모션 전략들을 선정해보자. 그리고 특히 30대 직장인 여성들로 타켓팅된 마케팅을 할 수 있도록 해보자!”

“네.”

“응.”

“마지막으로 오늘 김팀장님이랑 통화했는데, 특허는 순조롭게 진행되어서 9월 18일에 등록된다는 확답을 받았어. 그래서 팀장님이랑 상의한 끝에 이번 주 토요일에 OLED 패치 CF 촬영을 하기로 일정을 잡았거든. 물론 모델은 정유미씨고. 저번에 CF 촬영현장 못 간 사람들도 있으니까 이번엔 다함께 가자, 어때?”

“오예! 신난다!!!”

“이야, CF 촬영 처음 구경해보겠네!”


회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난리가 났다.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는데, 다들 엄청 진지하다. 근데 CF 촬영은 또 뭐야?”


진석이 어리둥절하며 은재에게 물어보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 거 있어. 가보면 알아.”


은재가 씩 웃으며, 나를 쳐다보았다.

덩달아 나도 웃으며 다시 말했다.


“오늘은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오랜만에 회식하자! 신입회원도 들어왔으니까 오늘은 달리는 거야!”

“형우 오빠 짱!”

“역시 갓형우! 뿜뿜뿜뿜!”


동아리 회원들과 재잘대며 회식 자리로 향했다.

두 테이블을 붙여놓고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는데 그간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 망했어!ㅠㅠ 수강인원이 다 차버려서 어쩔 수 없이 중국어 강독을 신청했거든. 악명 높은 교수님이라 다들 기피하는 수업인데, 내가 미쳤었나봐! 첫 수업부터 과제 내주는데 양이 장난 아냐. 어뜨케, 으앙ㅠㅠ”

“수강변경 기간 이용하면 되잖아.”

“다른 과목 다 차버려서 변경이 안 된단 말이야!ㅠㅠ”

“우리 소이 어뜨케...”

“준수오빠, 오빠도 같이 들음 안 될까? 오빠 중국어 배워보고 싶다고 그랬잖아.”

“그러긴 한데...”

“같이 하자! 응? 과제 하는 것도 같이 하고, 응?”


소이의 하소연에 위로해주던 준수는 코가 꿰인 사람마냥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난감해하고 있었고,


“수아야, 학교 앞에 디저트 카페 새로 생긴 거 알아?”

“모르는데.”

“따끈따끈하게 오픈한 지 일주일도 안 된 카펜데, 오늘 신상 털러 가봤지. 거기에서 라즈베리 케잌이랑 크렘브뢸레 먹었다, 근데 진짜 맛있어!”

“어느 정돈데?”

“완~전! 나 딸기 덕후잖아. 그런데 라즈베리 케잌 먹고 나서 라즈베리 덕후로 바꾸기로 했어!”

“그 정도야??? 궁금하다~~!”

“인테리어도 깔끔하고 예뻐. 베이킹 공간도 트여 있어서 만드는 걸 직접 볼 수도 있고. 학교 앞 핫플되겠더라고!”


수아와 혜나는 학교 앞 맛집을 공유하느라 바빴다.

‘오빠랑 한 번 가봐’ 혜나가 쑥덕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수아와 혜나는 저번 사건 이후로 부쩍 더 친해진 느낌이다.


나는 맞은편의 진석을 바라보았다.

테이블에 앉을 때부터 일부러 혜나가 앉은 옆자리에 진석을 앉혔는데, 혜나는 반대편의 수아와 얘기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리고 진석은 고개를 숙인 채 앉아 있었다.

뭐하나 봤더니, 혜나의 얘기를 귀 기울여 듣는 모양이었다.


‘안 되겠네. 혜나의 관심을 이쪽으로 돌릴만한 뭔가가 필요한데...’

‘관심을 끌려면 이성만한 게 없지.’


난 진석에게 말했다.


“근데 진석아, 복학도 했으니까 이제 여친 하나 만들어야지. 군 복무하느라 그동안 여자를 안 사귄 거잖아.”

“어. 그거야 그렇지...”

“너네 학교에 마음에 드는 여자 없던?”

“뭐, 딱히...”

“얘가 확실히 눈이 높아! 여친 생기면 진짜 여친한테 잘해줄 스타일인데! 매일 멋집 모셔가, 맛집 탐방해, 집도 천안에서 부자 집으로 소문날 만큼 돈도 많아, 군대 가기 전에도 너 마음에 든다며 따라다닌 여자애들 여럿 되잖아.”

“응?”


나는 서둘러 눈을 찡긋 하며 진석에게 신호를 보냈다.


“암튼 얘가 인정하는 여자가 있으면 그건 거의 탑모델급일 걸?”

“대한민국 0.01% VVIP급이지!”


눈치 빠른 은재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내가 여신급으로 소개팅 한 번 해줄까?”

“그런 애가 있어?!”


진석이 급 관심을 보였다.


“우리 학교에 얼굴 예쁜 애들 꽤 있어. 요즘엔 머리 되는데 얼굴까지 되는 애들도 꽤 많더라고.”

“형우 오빠, 그건 수술빨이지~ 남자들은 고친거랑 아닌 거 구분을 못하더라!”

“혜나 넌 안 고쳤어? 솔직하게 말해도 돼, 다 이해하니까! 그리고 요즘엔 당연한 시대잖아!”

“어머머, 난 천연이야! 내추럴이라구요!”

“내추럴이 그 정도면 대단한 건데. 진석아, 어디 정확한 눈을 가진 니가 한 번 얘기해봐. 얘가 얘기하는 건 정확하거든. 혜나는 몇 등급이야?”

“어... 이런 건 성희롱 발언이 될 수 있어. 그래서 말 안 할래.”

“어머!”

“캬, 역시!”


혜나와 주위에 있던 우리들이 모두 놀라서 진석을 봤다.

머리를 긁적이던 진석은 뜸을 들이더니 다시 말했다.


“근데... 이건 확실해. 내가 본 사람 중에 최고야!”

“누가? 혜나가?”

“으,응.”


순간 혜나가 흐릿한 미소를 지었다.


아름답다는 말, 예쁘다는 말에도 등급이 있다.

예쁜 사람에게, 그리고 자신이 예쁘다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사람에게 예쁘다고 하는 것만큼 울림 없는 말이 또 어디 있을까?

그러니 예쁜 사람에게 예쁘다고 말해서 호감을 사려고 하는 것만큼 멍청한 짓은 없다.

요컨대, 예쁘다는 말을 직접적으로 내뱉을 게 아니라, 그 당시 분위기나 상황에 의해 자연스럽게 당신이 예쁘다는 의미의 말을 돌려서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위적이지 않은 자연스러운 상황 속에서, 당신을 예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라는 자신의 마음을 알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진석이 자연스러운 가운데 상대방에게, 새로운 표현 방법으로, 자신의 호감을 드러내는 고급 스킬을 구사한 것이다.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간에 말이다.


‘호오, 이런 말도 하다니. 자식, 의외인데? 좋아, 이거 잘 될 수도 있겠어!’


“혜나야, 넌 어떤 스타일 좋아하냐?”

“남자답게 폭 안아줄 수 있는 사람. 나만 봐주는 사람. 그리고 키 크고 돈 많으면 더 좋겠죠?”


음, 강다니엘 같은 사람? 약간 중저음의 목소리가 달달해서 마음에 들고, 살짝 찢어진 눈이랑 눈 옆의 점도 매력적이어서 좋아요, 혜나는 자신의 이상형에 대해서 한참을 종알거렸다.


‘좋아, 혜나의 관심을 완전히 이쪽으로 돌려세웠군. 흐흐.’

‘이제 진석이랑 연결만 시키면 되겠는데?’


그런데 순간, 혜나의 다음 말에 난 뒤집어졌다.


“얼마 전에 처음으로 소개팅 했는데 최악이었어요!”

“뭐어?”

“혜나 너 소개팅했어?!”


테이블의 모든 이목이 혜나에게 쏠렸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


소이가 다급히 물었다.


“말했잖아. 최악이다구! 저번 주에 아는 오빠 통해서 연대 애를 만났는데, 진짜 진짜 왕재수! 자기 자랑을 어찌나 늘어놓던지~ 별로 잘나 보이지도 않더구만 쉴 새 없이 자랑질 하는데 귀가 썩는 줄 알았어! 첫 소개팅이었는데, 으앙, 내 첫 소개팅!!!ㅠㅠ”


정말 망쳐서 얘기하고 싶지 않았는데ㅠㅠ 라며 혜나는 훌쩍거렸다.

그리곤 어느새 다가온 소이와 수아 이렇게 셋이서 속닥거렸다.


“우웩! 듣고만 있어도 기분 나빠!”

“혜나야, 똥 밟았다 생각해.”

“응. 나도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해! 나중에 나쁜 놈 만나서 고생 안 하려면 지금부터 여러 사람 만나봐야지!”


혜나가 힐끔 나를 쳐다보았다.

어느새 여자애 셋이 똘똘 뭉쳐서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다.


‘소개팅이 최악이었다니 그나마 다행이군. 그나저나 이 분위기를 어떻게 전환해서 진석이랑 연결을 시켜준다?’


그 생각에 잠겨 있는데, 홀에 가득한 테이블 손님 탓에 그제야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야, 음식 나왔다!”

“여기 족발이랑 막국수는 진리야!”

“난 새우고로케가 더 맛있던데?”

“자, 소이야, 고로케.”

“고마워, 오빠.”

“잠깐! 사진부터 찍어야지!!!”


혜나가 핸드폰을 들이밀었다.

풀샷이랑 근접사진 몇 컷, 그리고 동아리 회원들의 얼굴이 나오는 사진 등을 찍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SNS에 올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다가,


“진석아, 너도 SNS 잘 하지 않아?”

“응. 군에 가 있는 동안에는 뜸했지만 그 전에는 좀 했지.”


SNS 핑계로 혜나에게 뭐라고 말이라도 붙여봐, 눈짓으로 혜나를 가리키려는데,

그 순간 놀랍게도 진석이 혜나한테 말을 거는 것이 아닌가!


“저... 나도 그 사진 필요한데, 나랑 SNS 친구맺지 않을래?”

“응? 좋아요!”


즉석에서 진석은 혜나에게 친구신청을 했고, 둘은 친구맺고 맞팔을 하는 등 한참이나 서로의 SNS를 구경했다.


‘스스럼없이 진석을 대하다니, 역시 혜난 친화력이 좋다니까.’


둘 사이를 가만히 보는데, 혜나에게 꼭 붙은 진석의 얼굴에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그리고 그새 혜나와 둘이 사진을 찍어서 서로의 SNS에 올리고 있었다.

진석은 SNS에 올린 사진을 자랑스럽게 은재와 나에게 보여주었다.


우리는 혜나의 반응이 궁금했으므로 진석의 SNS를 타고 혜나의 SNS를 구경하는데,

몇 장의 사진 밑에 #신입회원 #동아리모임 #2학기 첫 회식 #만난 거 좋아 #그래도 외로워 라는 해시태그가 붙어 있었다.

그 중에는 진석과 찍은 커플 사진도 있었다.


“야, 해시태그 붙인 거 봐라. 진석이한테 관심 1도 없다.”

“무슨 소리! 그 말은 즉 나한테도 기회가 있다는 얘기잖아.”

“그래도 외롭다잖아!”

“그러니까! 외로우니까 은근히 나에게 대시하라는 얘기일수도 있잖아.”

“착각도 오지네.”

“아무튼 잘 됐어, 친구들아, 나 오늘부터 혜나한테 입덕했으니까 그렇게 알아!”

“아이고, 은재야 우리가 잘못한 거 같다.”

“그러게, 큰일이다. 큰일이야!”


고개를 가로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하는데 저 앞에서 수아가 마주 오고 있었다.


“근데 오빠, 오늘 혜나한테 보이는 관심이 과하더라?”

“아니, 그게 아니라...”

“됐어! 필요 없어!!!”

“네ㅠ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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