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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또롱 님의 서재입니다.

젤 쉬운 게 제약재벌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이또롱
작품등록일 :
2020.11.06 08:56
최근연재일 :
2020.12.18 12:20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32,828
추천수 :
420
글자수 :
359,540

작성
20.11.18 12:20
조회
781
추천
10
글자
11쪽

18화. 투자(1)

첫 연재를 시작합니다. 졸작이지만 즐겁게 읽어주시길...




DUMMY

디자인 시안을 확인하고 최종 컨펌을 한 후 포스터가 나오자 대동제 때 쓰일 부스를 만들고 정식 회원 모집에 들어갔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어느 5월의 날이었다.

수아는 아무런 내색을 하지 않고 평소처럼 행동했다.

난 그녀가 마음을 정리하기를 기다리며 대동제 일정을 소화해나갔다.


학교와 학생회 측에 허락을 받고 부스를 만들긴 했는데, 하필이면 허락을 해준 자리가 맨 끝자리였다.

부스 위치상 가장 후미진 곳이어서 평소에도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곳인데다, 우리 부스 앞에 설치된 부스만 해도 거의 100여 개에 다다랐다.

커피와 음료수를 준비했지만 사람이 오질 않으니 홍보가 되질 않았고, 일찍 더워진 날씨 탓에 그나마 인적도 끊겼다.


나는 내심 동아리 회원 수를 10명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수아가 사람이 많은 건 싫다고 얘기한 것도 있고, 스타트업을 연구하는 동아리 특성상 많은 인원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대로라면 한 명의 회원도 모집되지 않을 판이었다.


어쩐다...?


나는 고민 끝에 즉석에서 다트판을 만들었다.

합판과 각목을 구해와 뚝딱뚝딱 지지대를 만들고 그 위에 회전판을 붙였다.

다트화살은 다이*에서 구입하고 회전판에 학생식당 쿠폰과 데이터 2G, USB 64GB 등의 선물을 기입했다.

은재가 증정할 선물들을 사러 간 사이, 나는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렀다.


“자, 따끈따끈한 신생 동아리, 스타트업 연구소 ‘On’입니다. 무료 다트도 하고 푸짐한 선물도 받아가세요!”


소리를 지른 지 30분쯤 되었을까,

조금씩 사람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나는 다트를 던지기 전에 학과, 이름, 전화번호 등 간단한 인적사항을 적도록 했다.

그리고 다트판 진행요원으로 나서자 수아와 은재가 자연스럽게 다트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동아리를 홍보하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공짜 선물에만 흥미를 보였지만 개중에는 동아리 자체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도 생겼다.


“스타트업 비즈니스 모델을 연구하는 곳인가요?”

“네. 각 업종의 스타트업들을 연구하면서 시장 매력도와 비즈니스 성공가능성 등을 분석해요. 거기에 본인만의 사업 아이디어가 있다면 단지 아이디어에 그치지 않고, 사업 아이템으로 가능한지, 가능하다면 얼마나 성공가능성이 높은지 실증적으로 탐색해보는 동아리입니다. 또 각 업종 별로 시장과 트렌드를 분석해보기 때문에 나중에 취업 등 진로를 결정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된답니다!”


역시 눈치 빠른 수아가 마음에 쏙 드는 상담을 진행했다.

그런데, 아까부터 수상한 남자 하나가 이쪽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10m쯤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다가오지도 않고 그렇다고 구경하다 가는 것도 아닌, 어정쩡한 자세로 우리 쪽을 힐끔힐끔 쳐다보지 않은가!


‘뭐 하는 거지?’


난 진행을 하는 틈틈이 수상한 남자를 살펴보다가 마침내 그 남자에게 다가갔다.

내가 다가가자 남자는 황급히 몸을 돌린 채 가려고 했다.


“잠깐만, 너 우리 동아리에 관심 있어?”

“그, 그게 아니라...”


남자는 고개를 숙인 채 우물쭈물 했다.


“여기까지 왔으니까 다트 한 판 하고 가. 무료에다가 좋은 선물도 준다고.”


난 남자를 끌고 다트판 앞에 섰다.


“여기 그어놓은 금 있지? 여기에 서서 총 세 번 던질 수 있어. 천천히 돌릴 테니까 잘 겨냥해서 맞춰봐. 군데군데 꽝이 있으니까 조심하고.”


다트화살을 남자의 손에 쥐어주자, 남자는 한참을 꾸물거리더니 결국 한 발을 던졌다.

그러나 힘없이 날아간 화살은 다트판을 맞추지도 못한 채 바닥에 떨어졌다.


“이봐. 비실비실 쏘지 말고 힘 있게 팍! 알았지?”


두 번째는 조금 나았지만 그래도 원형 다트판 안을 맞추지 못하고 비껴 맞은 상황.

“가운데를 잘 겨냥한 다음에 팔을 그대로 쭉 뻗어서 던지면 돼. 농구공을 던질 때처럼 말이야.”


마지막 화살을 잡는 폼이 다소 신중하게 바뀌었다.

가운데를 노리고 팔을 뻗는 예행연습을 한두 번 하더니 마지막 화살을 쏘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불행히도 꽝...

주위를 둘러보니 다트를 던지려고 기다리는 사람이 없다.


“내가 기회를 한 번 더 줄 테니까 던져봐. 이번엔 신중하게 던져야 돼!”


다트화살 세 개를 집어 다시 남자의 손에 쥐어주었다.

남자도 이번 기회에 꼭 맞추려는 듯 더욱 신중하게 다트를 던졌다.

그런데, 불행히도 다트 세 개는 모두 꽝에 꽂혔다.


“이봐,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서 특별히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거니까 다시 던져봐.”


다시 꽝...


“이번에는 진짜 맞추겠지? 자 다시 한 번...”


또 꽝...


“에이씨, 한 번만 더 해보자!”


꽝...


“아니, 이걸 왜 못 맞추지?”


답답함에 내가 던져보았다.

화살은 정확히 USB 64GB에 꽂혔다.


“운이 지독히도 나쁜 날인가 보네. 다시 기회를 줄게. 맞춰봐!”


이번에는 화살 한 무더기를 남자의 손에 쥐어주었다.

그런데,


운이 없어도 이렇게 없을 수가 있을까?

그 많은 화살들이 날아가 꽂히는데, 신기하게도 선물이 없는 곳으로만 정확히 날아가 꽂혔다.


“헐~ 대박!”

“확률이라는 게 있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주위에 있던 수아와 은재가 한 마디씩 했다.

나 역시 난생 처음 보는 광경에 믿기지가 않았다.

난 남자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소심해 보이는 얼굴. 어딘지 모르게 불안한 눈빛.

자신도 황당한 듯 얼굴이 붉어 있는데, 붉은 얼굴 너머로 조금은 처량해 보이는 표정이 숨어 있었다.


“너 이름이 뭐야?”

“연, 연수. 강연수.”

“몇 학년이야?”

“3, 3학년.”


3학년이면 나와 비슷한 나이겠군.


“몇 살인데?”

“23.”

“동갑이네. 세상 살다 보면 기가 막힐 때가 있다니까. 연수야, 내가 도와줄게. 운이 지독히도 없는 오늘을 운수대통한 날로 만들어줄게.”


부스 한 쪽에 쌓은 선물들을 하나씩 꺼내어 모조리 연수에게 안겼다.

USB 64GB와 학생식당 쿠폰, 데이터 2G, 핸드크림, 머그컵 등이었다.


“자, 가져!”


그러자 연수는 다소 얼떨떨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이, 이렇게 많이는... 피, 필요 없는데...”

“괜찮아. 어차피 사람도 없는데 뭘. 그나저나 넌 거기 왜 서 있었던 거야?”

“니네 동아리에... 과, 관심이 있어서...”

“호오, 스타트업 연구에 관심이 있단 말이야?”

“으, 응. 무언가 배울 게 많을 것 같아서...”

“잘 됐네! 너, 우리 동아리에 가입해라.”


인적사항을 적는 종이를 내밀었다.

연수는 얼떨결에 종이의 빈칸을 적었다.

경제학과 출신이었다.


“경제학과면 더욱 잘 됐지! 우린 아직 정식 동아리로 인가받진 못해서 동아리방은 없어. 근데 매주 회의가 있으니까 수요일마다 회의에 참석하면 돼. 적어놓은 연락처로 연락할 때니까 그때 자세히 알려줄게.”


난 연수의 입에서 딴말이 나오지 않게끔 후다닥 얘기를 끝내버렸다.


“그럼 다음 주에 보자. 바이~!”


등 떠밀려 가듯 엉거주춤 멀어지는 연수를 보다 돌아서는데, 수아가 눈을 흘기고 있었다.


“저런 이상한 사람을 들여서 어쩌자는 거야?”

“그래, 형우야. 나도 조금 이상한 느낌이 들었어. 저 사람 동아리 회원으로 들이는 거 다시 생각해보자.”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괴짜거나 마음이 사악한 사람은 아닌 것 같으니까 괜찮아. 혹시 알아, 나중에 우리 회사에 꼭 필요한 인재가 될지?”


난 그렇게 대충 둘러대었지만, 이 말이 그대로 실현될 것이라는 것을 그때만 해도 전혀 예상치 못했다.

아무튼 3일간의 대동제 기간 총 네 명의 사람이 들어와서 동아리 인원은 7명으로 늘었다.

의외로 동아리를 탈퇴한 김기준이 부스로 찾아와서 놀랐지만 비웃음을 잔뜩 날리곤 가버리자 수아가 짜증을 내었다.


“오빠, 동아리 회장은 오빠지만 내 동아리이기도 해. 그러니까 우리 동아리에 들어온 사람들을 미리 검증할 거야!”


김기준 탓에 기분이 상한 수아는 새로 들어올 회원들을 대상으로 사전 면접을 볼 것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지극히 상식적인 마인드와 사람으로서 기본 예의와 성격을 갖추고 있으며, 동아리 모임을 성실하게 임하는 회원들만 뽑겠다는 것이었다.

어쩔 수 없이 다음 주 정식 회의를 시작하기 전에, 수아와 함께 이 네 사람을 만나보기로 했다.


한소이. 20세. 1학년. 중어중문학과.

김혜나. 20세. 1학년. 언론정보학과.

박준수. 21세. 2학년. 경영학과.

그리고 강연수. 23세. 3학년. 경제학과.


새 회원들의 신상명세다.


한소이는 작고 앙증맞은 체격에 부끄러움을 잘 타는 아이였다.

말수가 적은 편이었는데, 리액션이 좋아서 상대방으로 하여금 편안하게 말을 꺼내게 하는 재주를 갖고 있었다.

또 웃을 때면 눈이 초승달처럼 변하곤 해서 눈웃음이 아주 매력적인 애였다.


그에 비해 김혜나는 키도 크고 늘씬했다.

특히 필러 시술을 받지 않았나 싶을 만큼 도톰한 입술이 아주 인상적인 애였다.

또 적극적인 성격이어서 동아리 활동도 빼지 않고 잘 할 타입 같았다.


마지막으로 박준수는 명석함의 표본을 보는 것 같은 사람이었다.

무엇을 하든 반듯했고, 내뱉는 말에서 샤프함이 절로 느껴졌다.


“난 기업을 연구하는 것이 취업 대비해서 여러모로 유리하겠다고 판단했어요. 2학년을 마치고 나면 군 입대를 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활동을 할 수 없겠지만, 있는 동안에는 열심히 참여할게요. 잘 부탁드립니다~”


자기 소개하는 시간에 경영학과 박준수가 가장 먼저 운을 떼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한소이가 나섰다.


“전...언어를 전공하다 보니까 경영학에 대한 감이 부족해서 조금이라도 보완할까 싶은 마음에 가입했어요. 회의에도 참석 잘 하고, 필요하신 거 있으면 재깍재깍 준비할게요. 감사합니다~”

“저두요. 전 경제부 기자나 아나운서가 되고 싶거든요. 그러려면 경제가 돌아가는 상황을 알아야 되겠구, 각 기업관련 기사 쓸 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김혜나에 이어 강연수 차례가 돌아왔다.

강연수는 아까부터 바르르 떨고 있다.

잔뜩 긴장한 것이 역력했다.


‘이게 뭐라고 저렇게 떨고 있지?’


사회불안장애나 사회공포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

낯선 사람과 얘기하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긴장하고, 떨려서 다른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증상이다.

마치 그런 장애를 가진 사람처럼 강연수는 말하기 전부터 잔뜩 얼굴이 붉어 있었다.


“안, 안녕...하세요. 강연수입니다... 저, 저는... 기업이, 기업을... 어떻게... 컥!”


어렵게 어렵게 말을 이어가던 연수는 순간 숨이 막혀오듯 괴상한 소리를 내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잘 부탁드립니닷!”


하고 큰 소리를 내며 고개 숙여 인사하지 않은가!

옆에 있던 여자애 두 명이 킥 하고 웃었다.


“여기 있는 연수는 3학년이고, 여러분들 선배에요. 발표에 대한 트라우마 같은 게 있어서 남 앞에 나서는 것은 어려워하니까 나를 포함해서 여기 앉은 분들이 연수를 많이 도와줬으면 해요.”


난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가지 않도록 서둘러 둘러대며 연수를 보며 찡긋 했다.

수아가 그런 나를 말없이 째려보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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