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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또롱 님의 서재입니다.

젤 쉬운 게 제약재벌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이또롱
작품등록일 :
2020.11.06 08:56
최근연재일 :
2020.12.18 12:20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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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59,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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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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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34화. 돌파(5)

첫 연재를 시작합니다. 졸작이지만 즐겁게 읽어주시길...




DUMMY

다음 주 월요일, 회의시간에 맞춰 다시 남동공단으로 향했다.

박부장이 제품 정보를 빼돌렸다는 사실은 강대표와 김팀장을 빼면 나와 수아만 알고 있는 상황이어서 다른 회원들은 아무 것도 모른 채 LED 패치 제품 판매와 OLED 패치 개발에 대한 기대로 들떠 있었다.


“판매한지 일주일 됐는데 반응이 아주 좋습니다. 뷰티온 LED 패치 누적 판매량이 1200세트를 넘어섰고, 일 판매량도 계속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현재 TV광고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오고 있는데, 이는 LED 마스크 때 정유미 씨를 모델로 한 TV광고 때문에 당사 제품에 대한 인지도가 상당한 축적된 덕분으로 분석됩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LED 패치는 얼리어답터들 사이로 정보 공유가 이뤄지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실구매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때문에 이와 같은 자생적인 정보 공유 효과로 인하여 더욱 빠르게 제품 정보가 확산되고 매출로 연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네이* 광고는요?”

“다음 주에 곧바로 메인 배너광고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얼마 전 네이*를 통해 실시한 LED 마스크 광고의 경우, 광고 배너 클릭수는 일 평균 1만 5천건이었고, 그 중 실제로 제품을 구매한 비율은 1.8%가 나와서 대략 하루에 270세트가 판매되었습니다. 네이* 광고를 통한 매출은 2주간 약 10억 원에 달해 월매출 총액 42억의 23%를 상회하고 있습니다.”

“네이*를 통한 광고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군요.”

“네. 광고 효과가 검증된 만큼 곧바로 패치 광고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부*와의 싸움에서 기선을 제압해야 하니까 광고노출 기간을 한 달로 늘리세요.”

“알겠습니다.”


김팀장은 발표를 하는 중간중간 꼼꼼히 메모했다.


“LED 패치 시장 점유율은 현재 어떤지 알 수 있나요?”

“셀라턴 패치가 일주일가량 먼저 판매가 되었는데, 당사 제품이 나온 시점부터 비교해보면 점유율이 거의 비등한 것으로 나옵니다. 이는 자체 집계한 점유율로, 정확한 점유율은 월간 판매량 수치가 나와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셀라턴 패치와 비교해서 당사 제품 단가가 40% 이상 저렴하기 때문에 경쟁력은 충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부*는 확실히 셀라턴이라는 브랜드를 통해 프리미엄 고가전략을 펼치는 것 같아요.”

“맞습니다. 처음부터 브랜드 가치를 그렇게 구축해나가고 있었으니까요.”

“우리도 패치 가격을 올리는 건 어때요?”

“그건 안 돼, 수아야. 우리는 싼 가격에 품질 좋은 가성비 전략으로 나가고 있는데, 가격을 올려버리면 어정쩡한 제품이 되어 버려. 브랜드 가치도 훼손되고. 우리는 우리만의 포지션을 지켜나가면 돼.”


내 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마케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우선 LED 마스크 때 섭외했던 기존의 인기 크리에이터들에게 제품을 발송했습니다. 1주, 2주 단위로 피부개선 효과를 직접 확인하고 이를 콘텐츠화할 예정입니다. 또한 콘텐츠가 게재될 시점에 맞춰서 콘텐츠 앞뒤에 광고를 노출할 계획에 있습니다. 맘카페의 경우는 휴대하기 편한 패치용 제품이 나오자 상당히 궁금해 하는 눈치입니다. 리뷰 이벤트에 예상보다 많은 참가자 신청이 이뤄지고 있어서 상당한 바이럴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파워블로거들은 어떻습니까?”

“아시다시피 블로그는 너튜브의 성장세에 밀려 영향력이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제품 리뷰 포스팅을 조건으로 제품 배송을 하기는 했는데 파급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그보다는 수십만 명 이상의 팔로어들을 보유한 SNS 인플루언서들이나 블로그 포스팅을 병행하는 인플루언서들을 주로 공략하고 있습니다.”

“다른 SNS 채널들은요?”

“페이스*에 기본적인 제품 사양과 이미지 업로드, 이벤트 사항 등을 꾸준히 공지하고 있고, 인스타**에도 제품이미지와 함께 피부 전후 비교 사진 등을 올리고 있습니다.”

“SNS가 가장 중요하니까 그쪽을 주력해야 할 텐데, 무언가 약한 느낌입니다. SNS 채널에 노출할 참신한 홍보전략은 없을까요?”

“...”


쉽사리 의견이 나오질 않자, 김팀장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 현재 LED 패치 구매 평을 보면, 미니백 반응이 좋습니다. 미니백이 고급스러워서 들고 다닐 맛이 난다는 평도 있고, 제품을 사용하기 전인데도 미니백만 보고서 무척 좋다는 평가가 여럿 올라오고 있습니다. 미니백 디자인을 고른 수아 씨와 혜나 씨, 소이 씨의 안목이 젊은 층에 그대로 먹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이걸 좀 더 활용해보면 어떨까요?”

“아, SNS에 미니백 이미지 컷을 다양하게 연출해서 올리면 되겠군요! ‘명품백인 줄 알았지? 사실은 LED 패치백이야.’ 해시태그도 #명품백, #뷰티온 LED 패치백, 이런 식으로 붙이구요.”

“‘LED 패치로 피부 자신감 업(UP), 갖은 싶은 미니백으로 패션 자신감도 업’ 이런 식으로 제품 이미지 사진이랑 같이 올려도 좋겠다.”

“흐음, 좋네.”

“아예 제대로 콜라보 해보는 건 어때요? 그러니까 지금까지는 미니백이 끼워주기 느낌이었잖아요. 그걸 20대 여자들에게 유명한 찰스앤키스 미니백이나 BBYB 마체백 같은 패션 브랜드 업체들과 제대로 콜라보해서 제품을 선보이는 거예요. 한정판 에디션 느낌으로요. 그래서 아예 SNS 인싸템으로 만드는 거예요.”

“혜나야, 그러다가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겠다.”

“아냐. 꼭 그렇지만은 않아. 명품백으로 예를 들어서 그렇지 저가 상품들 중에도 괜찮은 것들이 있을 거야. 지금 우리가 선보인 미니백도 그런 종류잖아? 김팀장님, 미니백이 제품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어떻게 되죠?”

“4~5% 차지하긴 하지만 지금과 같은 반응이라면 미니백으로 인한 추가 제품 판매분으로 원가 보전이 될 것 같습니다.”

“굿~! 좋네요. 지금 정도의 가격대에서 다른 미니백 제품들을 계속 선보이면 어떨까? 그러면 매출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 같은데.”

“찬성.”

“나도 찬성!”


은재나 혜나, 소이 등이 모두 찬성했다.


“음... 내 생각은 이래요. 뷰티제품이지만 패션에 어울릴 정도로 충분히 감각적이다 라는 평을 받게끔 그 점을 부각시켰으면 좋겠어요. 현재 패치는 수아가 제시한 아이디어대로 컬러풀한 색상과 감각적인 디자인을 갖고 있어요. 이 장점을 최대한 살려보는 거예요. 마치 패션 스티커를 얼굴에 부착한 듯한 느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제품을 사용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오히려 패셔너블하게 보일 수 있어요. 그러니까 소비자로 하여금 지하철, 버스, 강의실 등 어느 장소에서 제품을 사용해도 골저스(Gorgeous)해 보이고 상큼함을 느낄 수 있게 하자는 거죠. 그래서 그 점에 포커스를 두고 사진들을 올리는 게 필요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단순히 사진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남친 만나기 십분 전>이라는 컨셉으로 이미지 컷들을 올린다면, 아까 얘기한 스타벅스에서 남친 기다리면서 패치로 간단히 꿀광 피부를 만드는 상황을 연출해서 이미지를 올릴 수 있겠죠. 일상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상황을 엮어서 스토리텔링을 하고 이를 사진으로 찍어서 SNS에 올린다면 소비자들에게 좋은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순간 강대표가 박수를 쳤다.


“역시 어벤저스야. 아주 좋아, 하하하! 김팀장, 오늘 나온 내용을 그대로 실현하게.”


강대표는 아주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나를 향해 엄지를 척 올렸다.


“알겠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SNS 홍보를 진행하겠습니다.”

“그럼 이제 OLED 패치 개발 건에 대해서 얘기해볼까요? 팀장님, 지금까지 진행상황이 어떻게 되는지 알려주세요.”

“네. 기술이전은 저번 주로 마무리가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OLED 패치 디자인과 시제품 개발을 논의해야 합니다.”

“한국연구재단에서 기술이전에 대한 배타적 독점권을 인정해주던가요?”

“네. 재단 측에서 확정해 주었습니다.”


기술이전에 대한 배타적 독점권은 기술이전을 받은 업체만 해당 기술을 쓸 수 있다는 확정서이다.

때문에 한국연구재단 측은 배타적 독점권을 확정해 주었기에 해당 기술을 다른 업체에 또 다시 이전할 수 없다.

부* 측에서 혹시 있을 기술이전 요청을 사전에 차단한 것이다.


“그럼 특허는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그 분야에 오랜 경력을 가진 전문 변리사와 오늘 오후에 상담할 예정에 있습니다. 특허 취득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 시간을 최대한 앞당길 수 있는 변리사를 최우선으로 고려했습니다. 그 결과 우수한 변리사 사무실을 알게 되어 진행하게 된 것입니다.”

“OLED 패치는 철저한 대외비가 생명입니다. 따라서 모두들 OLED 패치 개발에 관해서는 다른 직원들에게 새어나가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네.”

“그럼 패치 디자인과 시제품 개발 관련된 업무는 은재와 준수, 소이, 연수가 하고 특허 상담은 수아와 혜나, 내가 가는 걸로 하자.”


미팅을 끝낸 우리들은 회사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은 후 각자 할 일을 위해 찢어졌다.

나와 수아, 혜나는 김팀장을 따라 특허 관련 변리사와 상담하기 위해 서울로 향했다.


변리사는 상당히 매서운 눈빛을 가진 사람이었는데, 인상과는 달리 매우 수줍음이 많고 부드러운 성격의 소유자였다.


“특허를 진행해보고 싶으시다구요.”

“네. 한국연구재단을 통해 기술이전을 받았는데 이를 통해 개발할 신제품의 특허를 취득하고 싶습니다.”

“어떤 제품인가요?”

“피부미용과 관련된 OLED 패치 제품입니다. 이 자료는 현재 등록된 LED 마스크 및 LED 패치 제품의 현황과 OLED 패치 신제품 제품 사양입니다. 참고하십시오.”


김팀장이 자료를 건네자 이를 잠시 검토한 변리사는 궁금한 점들을 물어왔다.


“OLED 제품은 시장에 전혀 나오지 않은, 신기술에 기반을 둔 제품인가요?”

“그렇습니다.”

“기술특허만 진행하실 생각이신가요?”

“아닙니다. 디자인특허도 같이 진행할 생각입니다. 되도록 빨리 특허를 취득해서 독점 판매를 하고 싶습니다만.”

“음. 취득 기간을 어느 정도로 예상하고 계시는지요?”

“지금이 7월 중순이니까 늦어도 9월 중순에는 특허가 등록되었으면 합니다.”

“2달이라... 어렵겠는데요.”

“왜죠?”

“지금이야 우선심사제도라는 게 생겨서 이 제도를 이용하면 취득기간을 6개월에서 최대 3개월로 앞당길 수는 있는데 그것도 장담을 못하거든요.”

“특허 취득기간이 그렇게 오래 걸리나요?”


내 물음에 변리사는 가벼운 웃음을 지었다.


“예전에는 1년 넘게 걸렸습니다. 그나마 빨라진 겁니다. 현재 과기정통부에서 기존 시장에 없는 신제품이나 신기술 특허와 관련해서는 최대한 특허 취득 시점을 빨리 하도록 지침이 내려온 상태이고, 특허청에서도 이러한 지침을 바탕으로 빠르게 운영하고 있기는 한데, 그래도 최소 세 달은 걸립니다.”

“더 앞당길 수 있는 방법은 없나요?”

“특허 출원을 심사받는 기업체가 워낙 많아서 힘듭니다. 물론 기한을 당기는 방법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그건 영업 기밀에 해당하는 사안이어서 말씀드릴 수가 없네요.”

“급행료를 드릴 테니 두 달로 맞춰주십시오.”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했다.


“이거야 원. 무척 급하신 모양이네요. 음... 수임료의 세 배를 주셔야하는데 괜찮겠어요?”

“괜찮습니다.”

“그럼 귀사 제품의 경우 우선 심사 대상이 되도록 만들어놓겠습니다. 특허 전문기관에서 선행기술조사가 나오는데, 이를 단기간에 처리해서 우선 심사제도 적용이 가능하도록요. 사실 구비 서류에 부족함이 있는 경우 보정서를 제출하여 다시 심사를 받는데, 이렇게 되면 기간이 두 배는 소요됩니다. 저희 사무소는 오랜 경험을 통해 보정서 제출 없이 다이렉트로 통과할 수 있게 특허서류를 꾸미기 때문에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출원명세서에 들어갈 몇 가지 서류들과 관련 도면이나 디자인 도면 등이 필요한데...”

“언제까지 필요하십니까?”


김팀장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특허권 신청을 바로 해야 하니까 가급적 빠를수록 좋습니다.”

“알겠습니다. 이번 주말까지 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럼 그 부분은 됐고, 나머지는 지속적으로 통화하면서 진행하도록 할게요.”

“근데 자료를 검색해보니 특허 심사가 까다롭고 철저하다고 들었는데요, 정말 두 달 안에 나올 수 있는 거죠?”


수아가 재차 확인할 목적으로 변리사에게 물었다.


“네. 어렵긴 하지만 가능하도록 해보겠습니다. 심사위원들이 엄격한 심사기준을 가지고 계시지만 그걸 대처하는 저희만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거든요. 예를 들어, 각 분야별로 다양한 심사위원들과 친분을 가지고 있다고만 말씀드릴게요. 또한 귀사의 경우는 한국연구재단을 통해 이미 개발된 신기술을 바탕으로 하기에 훨씬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겁니다. 무엇보다 저희 사무소는 17년 동안 총 1만여 건 이상의 특허를 진행해왔습니다. 때문에 할 수 있다 자신 있게 말씀을 드리는 것이구요. 물론 저희 사무소는 수임 비용이 비쌉니다. 하지만 비싼 만큼 확실하게 해드립니다.”

“그래도 사람 일은 모르는 게 안 될 수도 있잖아요?”

“음, 만일 두 달을 넘길 경우 추가로 주신 수임료 부분은 환불조치 하겠습니다. 어떻습니까?”

“그럼 믿을 수 있죠.”


수아가 만족한 듯한 웃음을 내비쳤다.


“좋아요. 저희는 시간단축이 가장 필요하니까 저희 제품 특허 등록을 최우선적으로 진행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아, 그런데 우리가 특허를 진행하는 도중에 다른 경쟁업체가 우리와 유사한 기술로 특허를 진행하면 어떻게 되나요?”

“기술의 유사도를 따져봐야 될 테고, 만일 유사도가 허가치 보다 높다면 특허 등록 자체가 거절되게 됩니다. 또한 해당 기술을 누가 먼저 개발하기 시작했는가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체크한 후 특허 진행 유무를 판별합니다.”

“그렇군요.”

“또 궁금한 사항 있으시나요?”

“아닙니다. 진행하기로 하죠.”


변리사와 악수를 나눈 후 밖으로 나왔다.


“저는 곧바로 돌아가 특허 자료를 준비해보겠습니다.”

“네. 그럼 다음 회의 때 뵙죠.”


김팀장이 회사로 돌아가고 집에 가려는데 혜나가 아쉬운 듯 나를 졸랐다.


“형우 오빠, 우리 강남에서 놀아요! 요즘 힙한 카페가 있대.”


수아를 힐끔 쳐다보았다.

수아는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


“그래. 카페 가서 간단하게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차를 몰고 강남으로 향했다.

혜나의 안내로 강남역에서 논현동 방향으로 가다 사잇길로 들어서자 카페가 보였다.

랑데부라는 이름의 카페였다.


“여기가 제주도 감성이 물씬 풍기는 곳이래.”


혜나의 말처럼 인테리어나 바닥, 제주도 돌담길을 옮겨놓은 듯한 포토존에 자갈밭과 현무암으로 꾸며진 화단까지 제주를 재현해놓은 듯한 카페였다.


‘며칠 전에 수아랑 제주도에 다녀왔는데, 쩝.’


하지만 그 사실을 혜나한테 할 수는 없었다.

수아와 사귀기로 한 것을 비밀에 부쳤기 때문이었다.


혜나는 통나무로 된 의자며 화단이며 카페 곳곳을 연신 사진에 담기 바빴다.

포토존에서 수아와 함께 테이블에 앉아 한 컷,

화단 앞에서 한 컷,

혜나가 주문하는 대로 사진을 찍어주었다.


“아, 올 봄에 제주도를 못 가서 실망이었는데, 이렇게라도 제주를 느낄 수 있어서 좋아요ㅠㅠ”

“으음, 내년 봄에 동아리 1주년 기념으로 다함께 제주도 가자. 경비는 내가 댈게.”

“정말요? 아아, 신나!”


혜나는 손뼉을 치며 좋아라했다.

그리고는 시그니처 음료와 케익을 사진에 찍어 곧바로 인스타에 올렸다.


“넌 진짜 SNS 중독이구나. SNS가 그렇게 좋니?”

“그럼요. 내 추억을 곧바로 다른 사람들이랑 공유할 수 있잖아요. 바로 지금처럼.”

“난 솔직히 별로. SNS를 하다보면 어쩐지 다른 사람들이랑 비교되는 것 같고, 내 삶은 저 사람보다 더 나아야 돼 라는 강박증도 생기는 것 같고, 아무튼 삶의 이면에 숨은 것들은 무시되는 것 같아서 말이야.”

“그런 것도 있긴 한데, 뭐 그래도 좋잖아요. 사실 요즘엔 SNS를 하기 위해 맛있는 걸 찾아서 먹고 일부러 여행가고, 사진을 찍으려고 명품을 플렉스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호호.”

“혜나는 딱 인스타 갬성이야, 예쁘고 귀엽고 러블리한 것만 좋아하는.”

“요샌 가끔 현타(현실자각타임)가 오기도 한다규. 그래도 난 먹고 마시고 여행하고 내 인생의 모든 걸 공유할 수 있으니깐 좋아요. 연락이 끊긴 동창들이랑 다시 친하게 지낼 수도 있고,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이랑 만날 수도 있고 말예용.”

“심심하지는 않겠다.”

“헤헤, 암튼 은재 오빠랑 다니면 이런 곳은 못 오는데, 오빠랑 다니니까 좋네. 앞으로 형우 오빠랑 같이 다니고 싶어요.”

“은재가 들으면 서운해 하겠다.”

“뭐 어때, 사실인 걸. 솔직히 은재 오빤 너무 옛날 사람 같아요. 랩실에서 연구만 해서 그런가, 세상 돌아가는 거나 물정도 잘 모르고.”


혜나는 시그니처 음료를 마시며 한참 은재 뒷담화를 깠다.


“그런데 수아야, 넌 해외연수 가고 싶지 않아? 난 내년에 뉴질랜드로 갈 거야. 첨엔 캐나다로 가고 싶었는데, 요즘엔 뉴질랜드에 꽂혔거든.”

“가게 되면 미국으로 갈 거 같아. 뉴욕에 고모가 사셔서.”


잉? 연수를 간다고???


처음 듣는 얘기에 난 놀랐다.


“나한테 그런 말 없었잖아?!”

“아직 결정된 거 아냐. 그냥 계획만 그렇단 거지.”

“그래도...”

“어머, 수아가 연수가는데 왜 오빠가 그래요?”

“아, 그게... 동아리에서 제일 친한 게 수아인데 가버리면 심심해지잖아.”

“은재 오빠 있잖아요. 그리고 정 안 되면 내가 놀아줄게요. 나랑 있음 심심하지는 않을 걸요, 우흐흐.”


예쁘고 멋있는 데로 데려가줄게요, 맛있는 것도 먹구. 얼마 전에 먹었던 새우 감바스도 대박이었는데, 라며 한참 맛집 멋집 얘기를 늘어놓았다.


“연인들이 많이 찾는 장소들이니까 오빠한테도 도움이 될 거라구요. 나랑 데이트하면서 예행연습하면 되지.”


순간 수아가 미간을 찌푸렸다.


‘음... 이건 징조가 좋지 않은 걸? 혜나가 난감한 얘기를 하기 전에 빨리 보내야겠어.’


게다가 수아가 연수를 가버리면 6개월이든 1년이든 혼자 보내야 한다는 사실이 무겁게 다가왔다.


‘연수에 대해서도 수아의 생각을 확실히 들어봐야겠어.’


그렇게 생각하며 시계를 보니 7시가 다 되어 간다.

혜나를 보내고 수아랑 저녁을 먹으면서 얘기라도 하려고 하는데,

혜나의 거듭된 재촉에 힙하다는 레스토랑으로 또 끌려갔다.

깔끔하고 모던한 분위기에 조명이 은은해서 연인들이나 자주 가는 곳 같았다.


“여기가 아까 말한 데이트하기 좋은 곳이라구요. 소개팅 장소로도 유명하고. 봐요, 주변에 연인들 많죠?”


레스토랑에는 정말 테이블마다 남녀가 앉아 있는 경우가 많았다.


“난 사실 준수 오빠랑 소이가 사귈 줄은 몰랐어. 별로 어울린다는 생각은 안 들었는데. 암튼 근데 사귀는 거 보니까 왠지 부럽기도 하고, 나도 남자 사귀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 오빤 소개팅 같은 건 안 해요?”

“응.”

“왜요?”

“인위적으로 사람과 관계를 맺는다는 게 어쩐지 좀...”

“어머, 우연 인연 운명 이런 거 몰라요? 여러 사람을 만나서 내 사람을 만날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구요.”

“그래도 난 싫어. 그냥 살다 보면 적당한 인연이 나타나겠지.”

“흐응... 그럼 주위에서 한 번 찾아보는 건 어때요? 오빠가 좋아하는 스타일 한 번 얘기해 보세요.”


얘기가 엉뚱한 곳으로 흐르자, 난 자꾸 수아를 힐끔거렸다.

수아는 아까부터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앉아 있었지만, 냉기가 흐르고 있다는 걸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잠깐만, 나 좀 화장실에 갖다 올게.”


나는 화장실에 들어가자마자 카톡으로 수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그냥 혜나한테 우리 관계를 얘기하는 게 낫지 않겠어?]

[아냐, 내가 알아서 할게. 오빤 가만히 있어.]


‘어떻게 하려고 그러지?’

‘음... 알아서 한다고 했으니까 우선 수아한테 맡겨두자.’


그렇게 마음먹고 자리로 돌아오는데, 테이블 위로 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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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3화. 크리거(1) 20.11.24 538 7 16쪽
23 22화. 투자(5) 20.11.23 594 8 17쪽
22 21화. 투자(4) 20.11.21 553 7 21쪽
21 20화. 투자(3) 20.11.20 594 7 21쪽
20 19화. 투자(2) 20.11.19 652 10 23쪽
19 18화. 투자(1) 20.11.18 785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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