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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또롱 님의 서재입니다.

젤 쉬운 게 제약재벌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이또롱
작품등록일 :
2020.11.06 08:56
최근연재일 :
2020.12.18 12:20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32,825
추천수 :
420
글자수 :
359,540

작성
20.11.19 12:20
조회
647
추천
10
글자
23쪽

19화. 투자(2)

첫 연재를 시작합니다. 졸작이지만 즐겁게 읽어주시길...




DUMMY

처음에는 앞에 나서는 걸 어려워하는 것 같아 강연수를 편안하게 만들어주려고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난 조금씩 염려스러워졌다.

강연수는 튀어도 너무 튀었다.


“스타트업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아는 것 같으니, 스타트업과 관련해서 각기 관심분야나 흥미로운 분야에 대해서 말해볼까요?”


수아의 질문에 한 명씩 돌아가면서 답변을 했다.


“전 어느 분야든 상관없습니다. 잡식성이거든요.”

“저두요. 되도록 많은 분야를 배웠으면 해요.”

“다양한 분야를 연구해서 시장에 대한 폭넓은 시각을 갖는 것이 나을 것 같아요.”

“오케이. 강연수 선배는요?”

“...나, 나도 그런 생각이 가, 강한데...”


“그럼 평소 생각해둔 사업 아이템이나 아이디어가 있나요?”

“아직은 없어요.”

“지금부터 한 번 찾아보려구요. 많이 이끌어주세요.”

“고등학생 과외를 1년 넘게 하고 있는데, 교육 사업과 관련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체화해보고 싶어요.”

“좋아요... 강연수 선배?”

“저... 사, 사업 아이템이 있어야 되는지 모르고 드, 들어와서...”

“사업 아이템이 꼭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아이템을 생각해둔 적이 있느냐 묻는 거예요.”

“...”

“없는 거죠?”

“... 죄, 죄송합니다.”


죄송할 일이 아닌데...

수아가 나지막이 한숨을 쉬었다.


“좋아요. 이번에는 회의 시간을 정할게요. 그동안 수요일 5시에 회의를 진행했는데, 다들 시간 괜찮아요?”

“괜찮아요.”

“전 알바시간이랑 겹쳐서 조금 일찍 안 되나요?”

“전 화요일과 목요일이 괜찮습니다.”


다들 수아의 질문에 한 마디씩 했다.

그런데 강연수는 고개를 숙인 채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자세히 귀를 기울여 보니, “아, 아무 때나 괜찮은데...”라고 말하고 있었다.


“괜찮은 시간을 여기 시간표에 체크해주세요. 그럼 기존 회원분들과 카톡으로 최종 회의시간을 결정할게요. 다들 카톡 아이디 알려주세요. 단톡방에 초대하게요.”


수아는 강연수의 대답을 듣지 않고 그대로 진행해버렸다.

난 머리가 아파왔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회의 시간에 제대로 말도 못할뿐더러 발표는 더욱 큰일이다.

연수를 우리 동아리에서 배제를 해야 하나.

수아가 연수에게 스케줄을 물어보지 않는 건, 강연수를 제외시키겠다는 명백한 의사표시다.

그런데 나는 어쩐지 이 강연수라는 인물이 계속 신경이 쓰였다.

나이가 같다는 점이 마음에 들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강연수의 모습이나 태도가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난 강연수를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강연수는 무언가 정신이 빠져 있고, 횡설수설하는데다 우울증이라도 걸린 사람처럼 자신감이 부족해보였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에게 보이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무슨 사연이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자, 그럼 오늘은 이것으로 끝낼게요. 나머지는 단톡방에서 얘기해요.”


수아의 주도로 한 시간에 걸친 회의가 끝이 났다.

연수도 따라서 일어서려는데, 나는 그의 팔을 잡아끌었다.


“나는 연수랑 할 얘기가 있어서 따로 갈게. 연수야, 넌 나랑 같이 어디 좀 가자. 다들 나중에 봐.”

“뭐?”

“어디 가려고?”


수아가 물었다.


“새 친구가 생겼으니 축하주 한 잔 하려고.”

“나도 같이 가.”

“안 돼! 남자들끼리 편하게 한 잔 하려고 하는 거란 말이야. 다음 회의 끝나고 정식으로 회식 자리 마련할 테니까 수아는 그때 하기로 하고 오늘은 그냥 가.”


난 남으려는 수아의 등을 떠밀며 억지로 보낸 다음 조심스레 연수에게 말했다.


“너에게 할 말이 있어서 그러니까 잠시 시간 좀 내줘.”


그리고는 무작정 연수를 끌고 학교 앞 술집으로 향했다.


“연수야, 난 니가 사람들 앞에 나서기 어려워하는 걸 이해해. 아마 너만의 사정이 있겠지. 나도 한때는 자신이 없고 자존감이 떨어져서 우울한 시기를 보낼 때가 있었어. 특히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진짜 막막하더라.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자괴감도 들고 우울해서 더는 살고 싶은 생각도 안 들고.”


난 우선 내 얘기부터 꺼냈다.

그래야 연수도 편안한 마음에서 자신의 얘기를 꺼낼 것이었다.

부모님이 모두 다 돌아가신 얘기며, 공고를 나와서 뒤늦게 수능공부에 뛰어들어 학교에 들어온 일 등을 남김없이 얘기했다.


“이, 인터넷으로 수능 만점자 인터뷰 봤어. 그게 너였구나!”


술이 들어가더니 연수는 다소 기분이 업된 모양이었다.

한결 자연스럽게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운 좋게 만점을 받아서 그렇지, 사실은 별거 아니야.”

“아냐, 그, 그건 굉장한 일이라고! 어려움을 멋지게 이겨낸 거잖아! 그거에 비하면 난 정말 아직도 많이 부족해. 이렇게 풀이 죽어 있고 자포자기하다니...”


진솔함의 힘일까,

연수에게 가감 없이 얘기하자, 연수도 호응을 해왔다.


“나, 나도 처음엔 이렇게 의기소침 하지 않았어. 대학에 들어올 때만 해도 자신감이 가득했거든. 그런데 1학년 때부터 이상하게 일이 안 풀렸어. 처, 처음 신입생 OT 때 노래자랑으로 인기 걸그룹 춤을 따라 추는 게 있었어. 그런데 그날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속이 안 좋았어. 쉬고 싶었는데 해야 되는 분위기여서 꾹 참고 춤을 추다가 문제가 생겼어. 춤 동작을 따라 하다가 갑자기 오바이트를 한 거야. 동영상을 촬영하고 있던 상태여서 그대로 영상이 찍혔는데, 대나무 숲에도 영상이 돌면서 사람들이 나를 보고 킥킥 웃더라고. 그때부터 오물분수, ‘오분수’라고 놀려대더라.”

“아, 그래서 네가 술 마시자는 걸 계속 뺐구나! 미안해. 그런 줄도 모르고 술집까지 끌고 와서.”

“괜찮아. 니가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어. 나, 그날 이후로 처음 술을 마셔. 근데 괜찮은 거 같아.”


연수는 한결 편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데 편안한 얼굴은 처연한 표정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


“나, 나처럼 재수 없는 사람이 또 있을까? 없을 거 같아.”

“그게 무슨 말이야?”

“OT 때부터 무슨 일이든 뒤죽박죽 섞이고 제대로 풀리는 일이 한 번도 없었어. 오분수라고 놀리면서 노골적으로 나를 싫어해서 학교에 적응하는 것도 힘들고, 시험성적은 바닥을 기고... 테셋(TESAT) 시험만 보면 항상 내가 신경 쓰지 않는 부분에서만 출제되고, 남들 다 붙는 SMAT(서비스경영 자격증)나 경영지도사는 그날 컨디션이 안 좋거나 시험 날짜를 착각해서 실패. 토익도 시험 때만 되면 이상하게 잠이 안 와서 꼬박 밤을 세우고 시험을 치르면 700점도 안 나와. 모의고사는 늘 900점이 넘는데 말이야. 그거 알아? 사람들을 만나면 그럴 의도로 말한 게 아닌데 다른 뜻으로 오해하고 무언가 사람들이랑 조금씩 틀어지는 느낌? 사람들과 나 사이에 벽이 한 겹 두 겹 자꾸만 쌓여서 단절되는 기분? 언, 언젠가는 답답해서 무속인을 찾아간 적도 있었어. 삼재(三災)가 들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처음엔 그런 미신 따위 믿지 않았어. 그런데 갈수록 심해지니까 나도 모르게 솔깃해지게 되더라고.”


얘가 이렇게 말을 잘 했나?

연수는 한 번 얘기를 꺼내기 시작하자 둑이 무너지듯 쉼 없이 말을 이어갔다.


“안 좋은 일은 겹쳐서 온다고 하잖아. 일이 하나도 안 풀리는 내 불운이 최근에는 우리 가족한테까지 전염됐나봐. 아버지가 사업을 하시는데 요즘 많이 힘들어 하셔. 엄마는 신장이 안 좋으셔서 자주 병원에 다니시고.”

“아버지가 무슨 사업을 하시는데?”

“사실 아버지도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계셔. 벌써 7년째인데 광원 LED 마스크를 생산하는 기업이야.”

“LED 마스크?”

“요즘 여자들이 집에서 자주 하는 피부 케어 마스크 있잖아, 그거.”


그러고 보니 요즘 TV 광고에서 자주 보는 것 같다.


“LED 마스크 그거 잘 나가지 않아?”

“시, 시장 자체만 놓고 보면 그런데, 아버지 회산 재정적으로 많이 힘든 상황이야. 처음에 아버지는 동업하던 친구랑 같이 사업하면서 LED 마스크 특허도 내고 다 같이 진행했어. 그런데 친구랑 틀어지면서 친구 분이 회사를 나가서 새로운 회사를 차려버렸대. 그리고 거기서 비슷한 LED 마스크를 생산해버린 거야.”

“그럼 특허 침해로 판매 금지 가처분 소송을 걸면 되잖아.”

“그게 마스크 안의 LED 개수를 변경하고 원적외선 등 유효 LED 파장을 달리해버리면 특허에도 걸리지 않는다는 거야.”

“꼼짝 없이 당했군.”

“그래. 그 업체가 시장을 먼저 선점해버리는 바람에 아버지도 뒤늦게 LED 마스크를 출시했지만 따라잡질 못하고 있어. 박람회라든지 그런 곳에서 국내 최초로 LED 마스크 만들었다고 그 업체가 선전하고 있는데 그걸 막을 방법도 없고. 실제로 해외 바이어들도 선점효과 때문에 아버지 회사 제품보다는 그 업체에 제품을 문의하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대.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 사이에 L*같은 대기업도 시장에 뛰어들어서 LED 마스크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졌어. 그래서 아버지 회사가 가장 먼저 LED 마스크를 개발했는데도 오히려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상황이야. 특히 재정난이 심각해서 현재는 생산가동도 중단된 상태고.”

“제품 판매가 안 되니 대금 회수가 안 되고 돈줄이 말라서 더 이상 생산도 못하고 있다는 건가?”

“응. 그래. 사, 사실 내가 동아리에 들어온 것도 스타트업을 연구한다고 하기에 뭔가 아버지에게 도움을 드릴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야.”


연수가 왜 우리 동아리에 관심을 보였는지 그제야 알 것 같았다.

기술력을 가진 최초 개발업체가 자본력이나 마케팅 능력 등을 앞세운 후발주자에게 추월당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것은 물론 기술이 기업의 성장을 담보해주는 핵심 요소일지라도 오로지 기술 하나만 보고 무작정 뛰어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해준다.

기업의 경영은 자본과 정보, 기술력과 판매루트 개척 등 종합 능력을 요구하는 분야인 것이다.


어쨌든 연수도 자신의 처지뿐만 아니라, 아버지가 처해 있는 상황을 보면서 꽤나 답답해했을 것이다.

나는 그에게 무언가 도움을 주고 싶었다.


“연수야, 이럼 어떨까? 다음 주 동아리 회의 때 LED 마스크 업체에 대해서 배워보는 거야. 각 기업들이 어떤 식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고 어떤 점에 있어서 차별화가 되어 있는지, 너희 아버지 회사의 장점과 단점, 위기와 기회요소는 무엇인지 하는 것들을 말이야. 그래서 그걸 바탕으로 실질적으로 회사에 보탬이 되는 방법을 찾아보는 건 어때?”

“우리 아버지 회사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찾자는 거야?”

“그렇지. 회사 운영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 단순한 컨설팅뿐만 아니라 실제적인 대응책까지 찾아보는 거야. 그렇게 하면 우리 동아리도 단순히 시장을 파악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서 실제 기업사례에 적용해보면서 더욱 깊게 배워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거 참 좋은 생각이다! 알았어, 그, 그럼 내가 해줄 건 뭐가 있어?”

“우선 너희 회사의 제품 브로슈어 등 제품의 특징과 장점들을 파악할 수 있는 자료가 있어야 돼. 그 외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제품 정보들은 우리가 찾으면 되고.”

“알았어! 아버지한테 말씀드려서 곧장 준비해 놓을게!”


연수는 환하게 웃음을 지었다.

늘 불안하고 무언가 초조한 표정이었는데, 이런 연수의 얼굴은 처음 보는 것이었다.


“왠지 기운이 나는 것 같아. 동아리 들어오길 정말 잘 했어!”

“기대하긴 아직 일러. 시작도 안 했는데 그러다가 나중에 실망하면 어쩌려고.”

“그래도 좋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만으로도 기쁘니까. 나, 이런 감정 느껴본 것이 정말 오랜만이야. 그동안 항상 안 돼, 자괴감이 들어서 기대도 하지 않는 적이 많았거든... 넌 이상하게 편안해. 다른 사람들과 있으면 불편하고 어려운데, 넌 그렇지 않아. 사람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능력이 있는 것 같아!”

“내가 좀 공감능력이 뛰어나긴 하지, 흐흐.”

“맞아. 넌 참 남을 잘 배려하고 헤아릴 줄 안다고 생각해!”

“그거야 너와 친하게 싶어서 그러는 거지, 모든 사람한테 다 그러는 건 아냐.”

“사, 사실은 나도 너와 친하게 지내고 싶어. 대학에서 사귄 친구가 한 명도 없어서...”

“잘 됐네! 나도 중고등학교 때 천안에서 사귄 친구 몇 명이 고작이니까. 그럼 이제 우리 친구로 지내는 거다!”

“응. 형우야, 마음 써줘서 고마워!”

“그런 의미에서 건배 한 번 할까?”

“건배.”

“건배!”


나는 시원하게 술 한 잔을 들이켰다.

친구가 생기는 건 좋은 일이다.

더구나 대학에서 친구를 사귄 적이 없었기 때문에 더욱 연수에게 마음이 갔다.

연수의 불운이 어디까지 갈 지는 모르겠지만 난 친구로서 도와줄 것이 있으면 최대한 도와주겠노라고 다짐했다.


그날 밤, 나는 동아리 단톡방에 다음 연구 주제로 LED 마스크를 선정했다.

인원이 7명으로 늘었기 때문에 기존회원 한 명에 신입회원 한 명씩, 나머지 3명은 한 팀 이렇게 짝을 지어 LED 마스크에 대한 자료를 준비하기로 했다.

나는 연수와 한 팀이 되어 LED 마스크 시장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리드업체부터 스타트업까지 각 회사들의 기업 현황을 살피며 하나씩 정리했다.

그리고 다음 주, 회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우선 LED 마스크의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LED 마스크는 가시광선이나 적외선 등 LED 광원의 광자를 세포조직 내 색소포에 흡수시켜 각 피부층 세포의 대사활동을 촉진시키는 원리입니다. 피부층은 표피층, 진피층, 피하층 세 부위로 나눠지는데, 표피층과 진피층은 가시광선으로 케어하고 제일 안쪽의 피하층은 적외선으로 케어합니다. LED 광원은 파장별로 색이 다르게 나타나는데 일반적으로 RED 파장은 가시광선, BLUE 파장은 적외선으로 각 파장의 효과가 서로 다릅니다. RED 파장은 피부 표면 내 잠복해 있는 박테리아균을 없애 여드름과 염증을 치료, 예방해주고 BLUE 파장은 피부 진피층 깊숙이 숨어있는 피지선을 활성화해 세포 재생과 재활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용자 후기를 보면 효과가 아주 뛰어난 것도 아니고, 바로 나타나지도 않는 것 같던데요.”


수아가 이의를 제기했다.


“물론 효과는 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두 가지 이상의 피부 성질이 동시에 나타나는 복합성 피부처럼 사람마다 그 원인이 다양할 수 있구요. 그래서 예를 들어 RED와 BLUE 파장을 동시에 쬐어야 하는데 어느 한 쪽 파장만을 쬔다든지 하는 조사(照射) 방법에 따라서 효과가 반감되기도 하는 등 사용방법에 따라서 효과에 차등이 생길 수 있어요. 일반적으로 시술이나 수술을 받은 것처럼 곧바로 개선 효과를 보이지는 않지만 꾸준히 사용할 경우 상당한 개선 효과를 보는 것으로 입증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수술 같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성비가 높은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판매는 어떤가요?”

“처음 LED 마스크가 출시되었을 때만 해도 소수의 얼리어답터들이 사용하던 것이 유명 연예인을 비롯해 인기 너튜브 크리에이터 등이 사용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고, 현재는 SNS를 중심으로 구매 붐이 일어나서 그야말로 ‘LED 마스크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현재 어떤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지 발표해줄 분 있습니까?”


내 질문에 신입회원인 김혜나가 손을 들었다.


“관심이 있어서 제품들을 찾아봤는데, 너무 많은 업체의 제품들이 난립해 있더라구요. 가격도 천차만별이구요. 그 중에 가장 판매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4개 업체를 골라봤어요. 먼저 L*의 프로엘과 중소기업이 판매하고 있는 셀라턴. 셀라턴을 생산하는 업체는 ‘부*’라는 뷰티케어 기업으로 국내에 가장 먼저 LED 마스크를 선보인 업체입니다. 뷰티 박람회에서 LED 마스크의 초창기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셀라턴 테라피 마스크’를 소개한 이후 연이은 제품 출시로 인해 현재는 약 3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급성장했어요.”


셀라턴은 연수 아버지와 동업을 했었던 친구가 생산하고 있는 브랜드다.

슬쩍 보니 연수는 집중해서 듣고 있느라 자신을 보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은 대기업 L*가 판매하는 프로엘입니다. 프로엘 더마 LED 마스크를 출시하며 배우 이나영을 앞세웠는데, 일명 ‘이나영 마스크’로 불리면서 단기간에 매출이 7배 이상 뛰어 업계 1위를 차지하게 되었어요. 물론 L* 프로엘이 성공한 이유는 170만원대인 셀라턴에 비교해서 80만원대라는 저렴한 가격도 한 몫을 했고, 마스크 안쪽에 물안경처럼 실리콘 재질의 아이쉴드가 있어서 눈부심을 막아주거나 앞이 보이기 때문에 휴대폰, TV 시청 등이 가능하다는 장점, 미국 FDA 인가를 받아서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 받았다는 점, 음성안내 기능이 있어서 음성가이드를 받아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이나영을 광고모델로 기용해서 ‘셀렙이 사용하는 피부 비결’이라는 컨셉을 대대적으로 홍보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고 생각해요. 2위였던 L* 프로엘이 셀라텐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서자 셀라턴에서도 강소라를 모델로 발탁해서 ‘강소라 마스크’로 입소문 효과를 보기 시작했거든요. 현재 L* 프로엘과 셀라턴 제품은 여러 가지 점에 있어서 차이가 있는데 세부적인 것은 지금 나눠드리는 이 도표를 보면 아실 거예요.”


혜나가 나눠주는 자료에는 LED 개수, 가격, 조사(照射) 시간, 차별화된 장점 등 프로엘과 셀라텐 제품을 낱낱이 비교한 표가 들어 있었다.


“결국 제품 자체의 차이점이나 효과도 있겠지만 셀럽을 기용한 마케팅 홍보가 더욱 중요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LED 마스크 기업들도 이러한 셀럽 홍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어요. 진영 P**라는 기업은 보미라니 마스크를 출시하면서 기존의 근적외선이 아닌 원적외선을 핵심기술로 내세워 전자파 등에 안전함을 내세웠지만 제가 보기에는 최지우를 모델로 기용해 ‘최지우 마스크’로 인기를 끈 것이 더 크게 작용했다고 봐요. 최근 미용 의료기기 기업인 이지티***가 오페라밀룩스 마스크를 출시했을 때 한예슬을 모델로 기용하면서 마찬가지로 ‘한예슬 마스크’라는 광고효과를 톡톡히 봤거든요. 그래서 이 업체도 업계 4위로 도약할 수 있었어요.”

“저도 그 생각에 동의해요. 제품을 비교해서 한두 가지 차별화된 특징들을 발견할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게 구매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L*의 프로엘의 경우만 해도 대기업이 만든 거니 다를 거다, 이나영이 쓰던 거니 믿고 구입한다는 의견을 종종 발견할 수 있었거든요.”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는 연예인들이 사용한다는 것만으로도 효과 면에서 더 우수할 것이라고 생각하겠지.’

‘결국 다른 제품들의 성능을 비교하기 보다는 브랜드 이미지를 어떻게 구축했느냐에 따라 제품 구매율이 달라졌다는 것일 거다.’


나는 혜나의 발표를 들으며 연수네 아버지 회사를 어떻게 도울 것인지 생각에 잠겼다.


“좋은 분석들이 많이 나왔네요. 음... 오늘 이 LED 마스크를 주제로 선정한 것은 사실 우리 동아리 회원 중 한 명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 강연수 아버님께서 LED 마스크 업체를 운영하고 계신데, 요즘 많이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동아리에서 단순히 시장 조사와 분석을 통해 평가해보는 것에서 벗어나 실질적으로 연수 아버님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보려고 해요. 연수야, 제품 꺼내봐.”


연수가 가방에서 박스 하나를 꺼냈다.

하얀색 LED 마스크에 컨트롤러, 어댑터 등이 들어 있었다.


“연수 아버님 회사의 제품과 브로슈어 등을 직접 보는 기회를 만들었어요. 자, 다 같이 살펴보고 장점과 단점 등을 자유롭게 말씀해주세요.”


안의 내용물을 모두 꺼내놓고 브로슈어도 옆에 놓았다.


첫 이미지는 고급스러움 보다는 싼티가 난다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디자인이 허접해보였다.

요즘 소비자들은 디자인을 가장 중요시 생각한다.

성능이 일정한 기준 이상으로 형성되어 있는 제품군인 경우 같은 성능이라면 더 좋은 디자인의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압도적이다.

디자인이 예쁘다면 더 많은 돈을 지불하고서라도 아낌없이 구매하는 것이 요즈음의 소비패턴인 것이다.


‘가심비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군, 디자인은 무조건 보강해야겠어.’

‘제품 사양은 어떤지 볼까?’


제품 브로슈어를 보니, RED, GREEN, RED+GREEN 모드 세 가지로 되어 있었다.

이 세 가지 모드로 520nm부터 830nm까지 조사할 수 있게 되어서 표피부터 진피, 피하층까지 LED광원이 뚫고 들어갈 수 있게 되어 있다.


“머, 먼저 아이가드를 쓰고 여, 여기 마스크 끝 부분에 헤드밴드를 끼우고 쓰면 돼.”


수아가 냉큼 물안경 같은 아이가드를 쓰더니 마스크를 뺏어서 자신의 얼굴에 씌웠다.

그리고는 컨트롤러를 눌러가며 3가지 파장 모드를 각기 시연해 보았다.


“어때?”

“아이가드를 썼는데도 눈부심이 심해요. 또 아이가드가 일체형으로 고정되어 있지 않으니까 움직일 때마다가 마스크도 따라 움직여서 불편해요.”


다른 사람들이 한 번씩 돌아가면서 써보는 사이, 브로슈어를 집어 들었다.

LED 개수가 180개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 눈에 들어왔다.

180개라면 L* 프로엘의 120개 보다는 많다. 하지만 착용감지 센서나 음성안내 기능 같은 차별화된 성능에 눈에 띄지는 않는다. 효능과 안전성을 증명할 만한 근거도 부족하고.


“왠지 평범한 느낌이에요. ‘최지우 마스크’는 원적외선으로 차별화해 전자파 걱정 없이 안전하게 착용할 수 있고, ‘한예슬 마스크’는 목 피부 관리까지 가능한데 이 제품은 이 제품만의 특별한 장점이 없어요.”

“맞아요. 그렇다고 690개의 LED로 만들어진 셀라턴처럼 LED 개수가 많은 것도 아니구요.”

“그러네. 어정쩡하네. 20만원대로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것 말고는 다른 장점은 없어.”


동아리 회원들이 단점을 늘어놓자 연수의 얼굴이 용암처럼 시뻘게졌다.


“그럼 이 단점들을 보완할 방안이나 제품을 차별화시킬 수 있는 대안이 있는지 살펴보자!”


나는 연수가 또다시 긴장하지 않도록 말을 돌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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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1화. 송일구(1) 20.12.15 195 4 14쪽
41 40화. 업계 1위로의 도약(3) 20.12.14 228 4 18쪽
40 39화. 업계 1위로의 도약(2) 20.12.12 218 5 18쪽
39 38화. 업계 1위로의 도약(1) 20.12.11 270 6 19쪽
38 37화. 세비야에서의 밤(2) 20.12.10 240 4 14쪽
37 36화. 세비야에서의 밤(1) 20.12.09 266 5 18쪽
36 35화. 돌파(6) +2 20.12.08 262 3 13쪽
35 34화. 돌파(5) 20.12.07 258 3 21쪽
34 33화. 돌파(4) 20.12.05 259 4 14쪽
33 32화. 돌파(3) 20.12.04 281 4 15쪽
32 31화. 돌파(2) +1 20.12.03 316 4 20쪽
31 30화. 돌파(1) 20.12.02 349 5 20쪽
30 29화. 오늘부터 1일(2) +2 20.12.01 381 8 11쪽
29 28화. 오늘부터 1일(1) 20.11.30 426 5 19쪽
28 27화. 크리거(5) 20.11.28 370 6 16쪽
27 26화. 크리거(4) 20.11.27 430 4 25쪽
26 25화. 크리거(3) +2 20.11.26 509 5 18쪽
25 24화. 크리거(2) 20.11.25 518 8 18쪽
24 23화. 크리거(1) 20.11.24 535 7 16쪽
23 22화. 투자(5) 20.11.23 592 8 17쪽
22 21화. 투자(4) 20.11.21 552 7 21쪽
21 20화. 투자(3) 20.11.20 592 7 21쪽
» 19화. 투자(2) 20.11.19 648 10 23쪽
19 18화. 투자(1) 20.11.18 781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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