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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또롱 님의 서재입니다.

젤 쉬운 게 제약재벌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라이트노벨

이또롱
작품등록일 :
2020.11.06 08:56
최근연재일 :
2020.12.18 12:20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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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824
추천수 :
420
글자수 :
359,540

작성
20.11.20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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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20화. 투자(3)

첫 연재를 시작합니다. 졸작이지만 즐겁게 읽어주시길...




DUMMY

“연수 아버지 회사의 LED 마스크 제품 경쟁력을 어떻게 끌어올리고 어떻게 판매를 하면 좋을까?”


내 질문에 은재가 가장 먼저 대답했다.


“우선 가장 큰 경쟁력이 가격이니까, 가격 대비 성능이 타사의 제품들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라는 점을 강조하면 될 거 같아.”

“어떤 식으로?”

“예를 들어 대표적인 기업 몇 군데의 LED 마스크들을 모조리 분석해보는 거야. 찾아보니까 아직까지는 제품별 LED 마스크를 비교분석해서 효능을 측정한 사례가 없더라고. 바로 이 점을 공략하면 어떨까?”

“흐음, 좋네. 다른 의견 있습니까?”

“아까 착용했을 때의 문제점들도 보완해야 할 것 같아요. 아이가드의 재질을 바꿔서 눈부심을 좀 더 줄이고, 아이가드를 L* 프로엘처럼 마스크와 일체화시키면 더욱 편리해질 것 같아요.”


이번엔 수아가 얘길 했다.


“응, 착용상의 단점은 꼭 보완해야겠지. 좋은 지적 고마워.”

“저 같은 경우에는 디자인을 좀 더 보완했으면 싶어요. 일단 제품이 너무 조악해 보여요. 싸지만 충분히 디자인적으로 만족스러워서 가성비, 가심비가 최고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면 되지 않을까 해요. 또 컨트롤러도 너무 직사각형이고 버튼도 조악해 보여서 딱 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디자인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차피 유명 연예인을 써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면, 이 회사도 고급스럽고 피부가 좋은 연예인들을 섭외하면 되죠.”


혜나가 디자인에 대해서 언급하자 그동안 있는 듯 없는 듯 침묵을 유지하고 있던 소이도 한 마디를 했다.


“맞아요. 그런 배우들을 섭외해서 광고도 하고, 홈쇼핑 같은 데도 공략하고 그러면 좋겠어요.”

“어떤 배우가 좋을까, 아이돌? 배우?”

“아이돌은 어리고 피부 좋으니까 굳이 그런 제품 필요없다구요. 이영애 같은 나이도 있으면서 피부 좋은 배우를 섭외하는 게 나아요. 30대, 40대 정도요.”

“난 핑클의 옥주현이나 이효리 같은 사람이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난 손예진에 한 표!”

“그럼 난 천우희, 이다희!”


다들 어느 배우가 더 낫다 주장하느라 회의실이 금세 소란해졌다.


“자자, 다 좋은 의견이긴 한데, 이 제품만의 차별화되는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하기에는 어쩐지 약한 느낌이야. 기존 회사들의 전략을 그저 따라하는 느낌이랄까? 좀 더 본질적인 차별화를 둘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LED 마스크는 제품 특성상 차별화가 쉽지 않고, 기술의 진입장벽이 높지 않아서 다수의 후발주자가 금방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현재 많은 LED 마스크 제품들이 난립해있는 것이 다 그런 이유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제품들은 성장기(Growth)가 짧고 금방 성숙기(Maturity)로 넘어가버리는 시장이다.

때문에 치열한 경쟁 속에서 연수 아버지 회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언가 다른 특별한 전략이 필요하다.

그런 특별한 전략이 뭐가 있을까...


잠시 생각에 몰두했지만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내 말에 회의실은 어느새 조용해져 있었다.


“아무튼 오늘 의견들은 좋았어요. 방금 나온 의견들을 모은 후 직접 연수 아버지네 회사를 방문해서 실제적인 제안을 하고 싶은데 모두들 어때요?”

“넵. 좋습니다!”

“네. 저두요!”

“회사뿐만 아니라 공장도 방문해서 실제적으로 어떻게 생산하고 있는지 확인도 하고, 마스크 성능에 대한 데이터도 받아보면 좋겠어요.”

“그것도 좋은 생각이에요!”


연수에게 눈짓을 했다.

그러자 연수는 곧장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미팅 날짜를 잡았다.

이번 주 토요일이었다.



* * *



토요일, 우리는 모두 신도림역에 모여 인천의 남동공단으로 향했다.

연수네 회사는 꽤 큰 부지에 조성되어 있었는데, 사무실 건물이 한 동 있고 그 옆에 자체 생산 공장이 딸려 있었다.

회사로 들어가자 연수 아버지가 우리들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연수 아버지, 강학재 대표는 무척 선해 보이는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서울에서 이곳까지 오느라 다들 수고했어요. 젊은 친구들이 아주 열정 넘치고 의욕적이네. 그래, 연수 통해서 대충 얘기 들었는데 내가 뭘 도와주면 되나?”

“대표님. 귀사 LED 마스크에 대한 저희들의 의견을 전달해드리기 앞서서 우선 공장 내 생산시설을 견학하고 싶은데 괜찮겠습니까?”

“으응? 얼마든지 견학하게. 이봐 김팀장, 이 손님들을 모시고 공장에 가서 우리 마스크 생산과정을 보여주게.”


자신을 영업관리 팀장이라고 소개한 남자를 따라 사무실 옆에 붙은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거기에는 다양한 생산설비와 분석장비들이 놓여 있었는데, 아쉽게도 현재 생산은 하고 있질 않았다.


“이곳에서 LED 마스크 커버를 생산한 후 이 라인에서 LED 모듈을 마스크 안쪽에 장착하고 그 외 부속품들을 붙여서 완제품이 나오게 됩니다... 이 장비는 LED 마스크 제품 생산에 있어서 핵심 역할을 하는 첨단 LED 분석장비입니다. 여기 이렇게 가동 버튼을 누르면 장비가 회전하면서 LED 모듈이 정상 작동하는지를 측정합니다. 그 외에도 제품 내구성을 측정하는 장비부터 부속품 조립 장비 등 완제품을 생산하는 전 공정이 라인을 따라 배치되어 있습니다.”


김팀장은 생산라인을 쭉 보여주고는 라인 끝에 위치한 사무실로 우리를 데려갔다.


“이곳은 QC(품질관리)부서인데, 이곳에서 생산한 LED 마스크들의 성능, 즉 LED 파장값의 유효성 측정, 파장별 광효율 측정, 피부 투과율 측정, 삼차원 지향각 측정 등의 업무를 수행하여 생산된 마스크들이 적정 품질을 유지하고 있는지를 체크합니다.”


김팀장이 하나씩 분석장비들을 보여주자, 화학 전공인 은재가 가장 흥미로워했다.


“LED 마스크가 정상 기능을 발휘하는지 여부는 네 가지로 판단하는데, LED 파장과 LED 빛, LED 풀케어가 되는지 여부, 마지막으로 LED 안전성 문제입니다. LED 파장은 피부에 효과적인 파장을 출력하고 있느냐의 문제를 따지는 것이고, LED 빛은 가시광선, 근적외선 등의 광원이 지속적으로 조사되느냐의 문제를 따집니다. 특히 LED 빛의 피부 투과율이 매우 중요한데, 그 이유는 단순히 피부 표면의 표피층만 케어하는 게 아니라 그 속의 진피층이나 피하층까지 투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즉 피부 깊숙한 곳까지 유효한 효과를 줄 수 있느냐가 핵심으로, 저희는 피부 표면 속 3mm까지 빛을 투과할 수 있습니다. 그 외에 LED 풀케어가 되는지 여부는 각 LED가 얼굴 표면 상의 표적값에 맞게 잘 배치되어 있느냐를 따지는 것이고, LED 안전성은 전자파 등의 유해물질이 검출되느냐의 문제로 현재 저희 제품은 전자파 전신흡수율 SAR(Specific Absorption Rate)이 0.7W/kg 이하로 휴대폰 전자파 규정인 1.6W/kg 보다도 훨씬 적어 안전합니다. 때문에 저희 제품은 시중에 나와 있는 셀라턴이나 프로엘만큼, 아니 그 이상의 효과를 안전하게 보실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김팀장은 피부각질, 피부진정, 피지량, 모공축소, 팔자주름 등에 있어서 마스크 착용 후의 개선된 수치들을 보여주며 실제적인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려주었다.

김팀장의 말을 듣고 있다 보니, 기존의 시장을 리드해나가는 제품들보다 성능이 뒤쳐질 것이 없었다.


‘흐음... 제품 성능에서 차이가 없다면 결국 가격과 마케팅 싸움이군.’

‘가격이야 이미 훌륭하니 마케팅만 제대로 펼친다면 충분히 먹혀들겠는데?’


그렇게 생각한 나는 김팀장과 함께 다시 회의실로 들어갔다.

여직원이 주는 커피를 마시고 있다 보니 조금 후에 강학재 대표가 찾아왔다.


“그래, 공장을 견학하니 어떻던가?”

“첨단 설비들이 가득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덕분에 LED 마스크가 어떻게 생산되는지도 알 수 있었구요.”

“음... 소비자들에게 최고의 제품을 선사하고 싶은 욕심에 설비 구입에 아낌없이 투자했다네. 아무튼 우리 회사 제품에 대해서 이렇듯 관심을 가져주니 고맙구만.”

“그런데 연수 얘기로는 판매가 부진하다고 들었습니다. 이렇게 좋은 설비에 좋은 제품이라면 당연히 소비자들의 평가도 좋을 텐데요. 입소문도 금방 나구요.”

“흐음... 그게 쉽지 않은 게, 이미 다른 업체들이 시장을 선점해버려서 비집고 들어갈 틈이 별로 없는데다 우리 같은 중소기업 브랜드는 소비자들에게 전혀 안 먹혀.”

“브랜드 구축이라면 셀라턴이 하고 있는 것처럼, 유명 배우나 너튜브 크리에이터 등과 손을 잡고 진행할 수 있지 않습니까?”

“휴우... 그렇지. 왜 생각 안 해봤겠나? 그런데 좋은 생산설비를 마련하겠다는 생각으로 그쪽에 대부분의 자금을 투자해버려서 지금 자금 여유가 없다네. 그래서 제대로 된 홍보를 못하다 보니 판매가 되지 않고 재고가 쌓여 있다네. 재고가 소진되지 않아서 저렇게 공장을 놀리고 있는 것도 벌써 몇 달째고. 그러다 보니 생산직원들도 한두 명씩 나가버려서 지금은 4~5명밖에 남아 있질 않아.”

“재고가 얼마나 쌓여 있습니까?”

“만 피스가량 될 거야.”


완제품 가격이 20만원 가량이니까 만 피스면 20억 정도다.


“제품 단가를 낮춰서 홈쇼핑 등에 재고를 대량으로 풀어버리는 방법도 있잖습니까? 그러면 자금도 숨통이 트일 텐데요.”“그 방법도 생각해봤지. 하지만 홈쇼핑 측에서 요구하는 단가가 너무 낮아서 타산이 맞지 않는데다 그렇게 물건을 풀어버리면 결국 가격이 무너져 버리네. 한 번 가격이 무너져 내리면 그 가격을 원래대로 돌리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네. 제 살 깎기를 하는 것이지. 그걸 알면서도 당장 어렵다고 가격을 후려치다가 결국 망하는 기업을 난 수도 없이 봐왔네. 이곳 남동공단에서 말이야. 그래서 고민이 되는 것이야.”

“은행에서 자금을 지원받는 방안은 어떻습니까?”

“이미 공장과 부지를 담보로 대출받은 게 있어서 추가 대출을 기대하기도 힘들어.”

강학재 대표는 후후 웃음을 지었다.

그의 웃음에는 진한 자조감이 배어 있었다.


회사가 어렵다는 얘기를 연수에게 들었을 때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었지만 막상 들어보니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연수가 있어서 차마 얘기를 못 꺼냈다 뿐이지 강학재 대표가 받는 자금압박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그렇다고 마스크 생산과 관련한 특별한 기술력이 있거나 하는 건 아니어서 벤처 투자를 받기도 어렵고...

마치 한 달 후, 아니 보름 후가 뻔히 내다보이는 시한부 인생을 보는 것 같았다.


“아무튼 우리 아들을 도와 이렇게 찾아와준 것만 해도 고맙군 그래.”


강학재 대표는 비교적 자세히 설명해주면서도 깊숙한 부분에서는 선을 그었다.

아들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학생에 불과한 우리들에게 얘기해본들 무슨 소용이 있나 하는 회의감을 갖고 있는 듯 했다.

그래서 수아가 대표로 LED 마스크 시장을 분석한 내용과 회사 제품에 대한 리뷰, 보완할 점에 대한 얘기를 할 때도 습관적으로 고개를 끄덕일 뿐 귀담아 듣질 않고 있었다.


“...대표님, 현재 쌓여 있는 재고를 처분하고 회사가 정상화되기까지의 운영경비와 연예인 모델 기용 등의 홍보비용 등등을 계산하면 대충 얼마 정도의 자금이 있어야 된다고 보십니까?”

“그걸 자네가 알아서 뭐하게?”


강학재 대표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어왔다.

나는 동아리 회원이나 김팀장 등 주위를 슥 한 번 둘러보고는 다시 말했다.


“말씀해주십시오.”

“...흐음. 현재 추세대로라면 최소 반년을 버틸 운영경비가 필요하고 홍보비용이 있어야 할 텐데, 그게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갈 거야. 원자재를 구매할 자금도 없지만 그 부분은 마스크가 정상적으로 판매된다면 판매대금으로 커버할 수 있을 테고.”

“그럼 어느 정도의 자금이 필요하십니까?”

“한 20억은 있어야 해. 그래야 막힌 동맥을 풀어서 정상화시킬 수 있을 거야.”

“알겠습니다. 그 20억, 제가 빌려드리겠습니다.”

“뭐?! 자네가???”


순간 강학재 대표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방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놀라 나를 쳐다보았다.


“그게 정말인가...? 정말 20억을 빌려주겠다고?”

“네.”

“대학생에 불과한 자네가 그런 큰돈이 어디 있단 말인가?”

“개인적으로 투자를 해서 모은 돈이 제법 되거든요. 하지만 돈을 빌려드리는 대신 제가 제시하는 조건을 들어주셔야 합니다. 아까 수아가 말씀드린 것처럼, 저희들이 내린 결론은 제품 디자인을 수정하고 마스크를 착용할 때의 불편함을 해소, 그리고 셀럽을 이용한 마케팅을 하자는 것입니다. 저희들이 낸 이 대안을 대표님께서 마케팅 등 운영 전략에 포함시켜 주시는 조건이면 됩니다. 또 하나는 비즈니스 모델을 재정립하는 조건입니다.”

“...비즈니스 모델을 재정립하다니?”

“제가 생각하는 LED 마스크 시장은 현재 경쟁이 치열합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몇 년 안에 성장기를 넘어서 성숙기에 접어들어 시장 전체의 성장이 정체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현재의 LED 마스크 외에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여 판매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디컨스트럭션(deconstruction ;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해체하고 새로운 관점의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기법)까지는 아니더라도 새로운 제품을 개발함으로써 곧 성숙기에 도달할 시장을 돌파할 출구를 만들어놓으셔야 합니다. 대표님께서는 이와 관련해 어떤 복안 같은 걸 갖고 계십니까?”


현재 생산하는 LED 마스크도 제대로 판매되지 않는데, 벌써부터 시장이 정체되고 난 후의 미래까지 걱정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LED 마스크 시장의 한계는 분명하다.

소비자층이 얇고 수요가 정해져 있는 작은 시장이다.

더구나 성장기가 짧아서 단기간 안에 성숙기에 접어든다면, 더 이상의 수요 창출이 힘들 것이다.

이 경우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서 지속적으로 시장을 돌파해나가거나 해외 수출을 통해 끊임없이 시장을 창출할 수밖에 없다.


수출은 현재 홍콩, 중국 등지의 외국 업체들이 생산하는 LED 마스크 소비자가가 15만원 선에 형성되어 있다.

국내는 L* 프로엘이나 셀라턴을 예를 들면 각각 80만원과 170만원대로 고가에 형성되어 있다.

설혹 K-뷰티 붐을 타고 메이드 인 코리아 프리미엄을 내세우더라도 너무 비싼 가격 탓에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행히도 강학재 대표의 제품들은 20만원 대여서 수출을 하더라도 해외업체들과 경쟁해볼만 하다.

그렇지만 그것도 경쟁이라는 동일 선상에서의 출발을 의미하는 것이지, 어차피 해외 업체의 제품들과 비슷한 성능이라면 마케팅 등 다른 요소로 차별화해야 한다.

때문에 수출이 아닌 보다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서 시장을 돌파한다는 관점에서 어떤 복안을 가지고 있는지를 강학재 대표에게 물어본 것이었다.


“허... 자네, 날카롭구먼. 맞네! 벌써 시장이 과열되고 있어서, 설혹 제품이 잘 팔린다 해도 걱정이 남아 있던 참이었다네. 내 다른 사람에게는 처음 말하는 것인데, 자네들에게는 솔직히 얘기하지. 그렇지 않아도 생각해둔 게 하나 있네. LED 마스크는 그 형태상 어쩔 수 없이 얼굴 피부와 약간의 간격을 두고 있지. 때문에 빛 투과율 등 아무래도 그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어. 그래서 말인데, 마스크 형태가 아니라 얼굴 피부에 직접 닿는 패치 형태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네.”

“그러니까 파스처럼 피부에 직접 붙인다는 것입니까?”

“그렇지! 그렇게 하면 LED 광원이 바로 피부로 침투하게 되니까 피부 재생 효과가 크게 상승할 거야.”


패치 형태라면 피부에 바로 밀착되니 효과가 더욱 좋고 원하는 곳에만 붙일 수도 있다.

게다가 크기도 작아지기 때문에 활용도나 휴대성이 커질 뿐만 아니라 경제적이기까지 하다.


“문제는 패치 형태로 만들어 얼굴 굴곡에 맞게 붙이려면 플렉서블 기술이 필요한데, 그걸 개발할 자금과 기술이 없는 상황이야.”

“기술은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나 한국연구재단 같은 기관에서 기술이전을 받거나 플렉서블 기술을 갖고 있는 업체와 MOU(업무협약)을 체결하면 되잖습니까? 그리고 자금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20억 외에 그 부분까지 제가 책임을 지겠습니다!”

“자네가!”


회의실에 있던 사람들이 다시 한 번 놀라 나를 바라보았다.

특히 연수는 반쯤 얼이 빠진 얼굴이었다.


“네. 제가 가지고 있는 돈이 좀 되거든요. 대표님 회사를 살릴 수 있는 만큼의 자금여력은 되니 언제든지 말씀해주십시오. 그동안 회사를 운영하시느라 마음고생이 심하셨을 텐데 이번 기회에 훌훌 털고 새롭게 비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또 대표님과 함께 저희들도 회사가 정상화되는 데 도움을 드림으로써 경험을 쌓고 전보다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구요.”

“허허, 이것 참. 간밤에 내가 좋은 꿈이라도 꾸었나? 그동안 일은 안 풀리고 꼬이기만 하더니, 나를 괴롭히던 고민거리가 한 방에 해결될 줄이야!!! 정말 고맙네, 고마워! 연수야, 니가 귀인을 모시고 왔구나!”


강학재 대표는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회의에 참가한 사람들이 모두 가벼운 흥분상태에 빠져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그럼 얘기 나온 김에 바로 투자계약서를 작성하시죠.”

“알았네, 준비하도록 하지! 그런데 그 큰돈을 투자하는데 자네에게는 아무런 이득이 없지 않나?”

“그럼, 제게 회사의 지분을 나눠주십시오. 저야 대표님 회사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것이니까요.”

“어느 정도의 지분을 생각하고 계시는가?”

“대표님 회사의 지분구조가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30%면 어떨까 싶습니다.”

“음, 그 정도면 괜찮네. 임시 주총을 빨리 열어서 3자 배정 유상증자 형식으로 지분을 나눠주겠네.”


제 3자 배정 유상증자는 일반 공모를 통해 자본을 조달하는 것이 아닌, 특정한 제 3자를 신주의 인수자로 정해놓고 자본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나중에 회사가 잘 돼서 IPO(주식공개상장. 기업이 최초로 외부투자자에게 주식을 공개 매도하는 것으로 주식시장에 처음 상장하는 것을 말함)에 나선다면 나로선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결과일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정식으로 회사 지분 양도계약서를 체결할 때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내가 일어서자 강대표가 급히 내 손을 붙잡았다.


“아니, 이 사람아. 뭐가 그리 급한가! 식사라도 하면서 천천히 가시게. 이봐 김팀장, 지금 바로 한정식 집에 예약하게, 빨리!”

“네!”


김팀장이 후다닥 밖으로 나갔고 잠시 후 우리들은 김팀장의 안내를 받으며 공단 외곽의 고급스러운 한정식 집에 방문했다.

식사를 하는 사이, 강학재 대표는 시종일관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동아리 회원들도 어쩐지 나를 보는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

감탄과 경외가 섞여 있는 묘한 표정들을 짓고 있는 것이다.


“오늘 같은 날 한 잔 안할 수 없지. 자, 모두들 잔을 들지!”


강대표를 선두로 다 같이 잔을 높이 들었다.


“오늘 여러분들을 만난 것이 일생일대의 행운인 것 같네. 특히 이형우 군이 우리 회사에 투자까지 해주다니 나로선 구세주와 다름없을 만큼 반갑고 고마운 일이야. 내 앞으로 반드시 회사를 정상화시켜서 여러분들의 기대에 보답하도록 하겠네!”

“이번 기회를 통해서 앞으로 회사가 운영되는 실무를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저희들로선 값진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저나 동아리 회원들도 다 함께 힘을 모아 회사가 쭉쭉 뻗어갈 수 있도록 아낌없이 돕겠습니다. 다들 그치?”


주위를 둘러보자 여기저기서 좋아! 저도 열심히 할게요! 하는 함성들이 들려왔다.


“좋군! 나도 여러분들과 함께 있으니 젊은 시절의 패기가 살아나는 것 같구만! 자, 앞으로의 발전을 위해 다 같이 건배!”


와아-

함성소리에 이어 여기저기 잔을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단숨에 술을 들이켰다.

찌르르 술이 내려갈 때마다 상쾌함이 솟구쳤다.

그때였다.

순간 머릿속으로 아그나의 음성이 들려왔다.


『이형우 님의 판단력과 추진력이 +1 상승하였습니다.』


이번엔 판단력과 추진력이네?

뭔지 모르지만 아무튼 좋았어!


나는 기분 좋게 손가락으로 무릎을 톡톡 두드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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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1화. 투자(4) 20.11.21 552 7 21쪽
» 20화. 투자(3) 20.11.20 592 7 21쪽
20 19화. 투자(2) 20.11.19 647 10 23쪽
19 18화. 투자(1) 20.11.18 781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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