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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또롱 님의 서재입니다.

젤 쉬운 게 제약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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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또롱
작품등록일 :
2020.11.06 08:56
최근연재일 :
2020.12.18 12:20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32,938
추천수 :
420
글자수 :
359,540

작성
20.12.01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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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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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29화. 오늘부터 1일(2)

첫 연재를 시작합니다. 졸작이지만 즐겁게 읽어주시길...




DUMMY

평일 오후의 월미도는 한산했다.

가족단위의 손님들은 없었고, 방학을 맞은 대학생들과 연인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간간이 눈에 띌 뿐이었다.


학무대를 지나쳐 월미도 테마파크로 들어섰다.

바이킹, 하이퍼드롭, 관람차...


“놀이기구에 사람들이 없다. 바로 탈 수 있겠어!”

“전 안 탈래요!”


모두들 놀이기구 쪽으로 달려가려는데 소이가 한 발을 뺐다.


“왜?”

“무서워서 못 타요. 나는 밑에서 구경할 테니까 마음껏 타세요.”

“같이 타야 하는데... 그럼 나도 안 탈래.”

“에이, 그럼 나도...”


준수가 말하자 나도 안 타겠다고 선언하려는데, 순간 수아가 바이킹 쪽으로 나를 끌고 갔다.


“눈치도 없이 뭐하는 거예요? 둘이 같이 있게 해줘야지!”


수아의 말에 단박에 깨갱~


“알았어.”


나는 고분고분 수아의 뒤를 따라 놀이기구로 향했다.

바이킹에 앉아 슬쩍 바라보니, 준수가 소이에게 뭐라고 얘기하고 있다.


‘짜식, 멍석 깔아놓으니까 제법 잘 하는 걸?’ 생각보다 결과가 좋을 수도 있겠어.’


바이킹이 움직이기 시작해서 순식간에 90도 가까이 올라갔다.

그런데 옆을 보니, 막상 나를 끌고 온 수아가 두 눈을 꽉 감은 채 벌벌 떨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후후, 이것 봐라. 수아가 무서워할 줄은 몰랐는 걸? 좋았어! 오늘은 나한테도 좋은 기회겠어.’


“으악~”


나는 비명을 지르며 수아의 손을 꽉 잡았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수아도 내 손을 꽉 붙잡지 않은가.


“수아야, 내가 옆에 있으니까 무서워하지 마, 알았지?”

“뭐,라,고?”

“내가 옆에 있으니까 무서워하지 말라고!”

“집어쳐! 아악!!!”


수아는 정신없이 비명을 질러댔다.

두 눈을 꼭 감은 채 양 미간에 주름이 지고 잔뜩 찡그린 얼굴...

난 수아의 얼굴이 너무나 귀여워서 계속 수아의 얼굴을 바라보았지만, 바이킹이 끝날 때까지 그녀의 비명은 그치질 않았다.


“으, 죽을 거 같아!”


바이킹에서 내려온 수아는 배를 만지작거렸다.


“하하하, 얼굴이 완전 일그러지던데? 봐봐!”


수아를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준수가 놀려댔다.


“사진 지워! 굴욕사진으로 남기고 싶지 않단 말이야. 빨리!”

“맨입으로 안 되지, 뭐 해줄 건데?”

“그렇게 나온단 말이지, 소이한테 확 불어버리는 수가 있다?”

“아, 알았어! 지울게!!!”


수아의 협박에 준수가 서둘러 사진을 지우는데, 소이가 어리둥절하며 물어왔다.


“그게 뭔데?”

“아냐, 그런 게 있어. 나중에 다 얘기해줄게.”


수아는 소이에게 대충 둘러대고는 소이를 이끌고 다른 놀이기구로 향했다.

나는 뒤에서 가만히 있다가 준수의 손을 저지하며 말했다.


“수아 사진, 지우기 전에 나한테 보내주라.”

“왜요, 형?

“내가 갖고 싶어서...”

“으응...? 혹시, 형...”

“맞아! 다른 사람한텐 얘기하지 마.”


나는 준수의 어깨를 툭 쳤다.


“하하... 형, 나랑 똑 같네요.”

“그러니까 우리 둘이 오늘 잘 해보자.”

“네!!!”


준수와 나는 곧바로 의기투합을 하고는 여자들의 뒤를 따라갔다.


소이가 놀이기구를 무서워하기 때문에 바다 열차를 타며 인천 앞바다를 즐기기로 뜻을 모았다.

해안가를 따라 형성된 트랙을 한 바퀴 도는 것으로, 월미도 방파제부터 유람선 선착장, 그리고 탁 트인 인천 앞바다까지 이 일대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코스였다.


“소이야, 어때?”

“이건 괜찮은 것 같아요!”

“그렇지? 소이야, 내 손 잡아. 그럼 무섭지 않을 거야.”

“고마워요.”


앞좌석에 앉은 준수와 소이가 하는 말이 그대로 들려왔다.

소이는 의외로 거부감 없이 준수의 손을 붙잡았다.


‘그렇지, 그렇게 자연스럽게 스킨십을 하면 더욱 친밀감을 느끼게 되는 거지.’


나는 준수가 자연스럽게 소이를 리드해나가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나와 뒷좌석에 앉은 수아도 흐뭇한 표정이었다.

내 허리를 쿡 찌르며 앞을 보라는 수신호를 건네는 것을 보니 수아도 어지간히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난 수아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수아야, 너도 내 손 잡아.”

“뭐, 뭐야! 징그럽게!”

“뭐 어때? 앞쪽에서는 우리가 보이지 않잖아.”

“그래도 싫어!”


수아가 팔로 나를 밀쳤다.

나는 순간 서운했지만, 결국 수아는 다시 내 손을 붙잡았다.

바다 열차에서 내려 디스코 팡팡으로 불렸던 타가다 디스코를 탈 때였다.

용기를 낸 소이 덕에 네 명 모두 탈 수 있었는데, 정작 중심을 못 잡고 넘어질 뻔 한 건 수아였다.


놀이기구가 들썩 거릴 때마다 정신없이 흔들리던 수아는 결국 안전봉을 놓칠 찰나, 난 순간적으로 수아의 팔을 붙잡았다.

수아는 튕겨나가지 않으려고 내 손을 꽉 움켜쥐었다.


“아악, 오빠! 나 놓치면 안 돼!”

“알았어. 빨리 내 허리 잡아!”


수아가 다른 팔로 내 허리를 꽉 붙잡았다.


“끄응!”


나는 안전봉을 단단히 잡고서 온힘을 다해 수아를 끌어올렸다.

어느새 수아가 내 품에 안기는 자세가 되었다.


“오예, 자세 굿~~! 두 분 사귀나요?”


타가다 디스코 DJ가 멘트를 날렸다.


“아악! 그만 멈춰주세요!”


수아가 비명을 질렀지만 나는 세차게 그녀를 안고 떨어지지 않게 온 신경을 집중했다.

다행히 오래지 않아 타가다는 운행을 멈췄다.


“아, 재밌었어!”


소이는 타가다 디스코를 내려오면서 말했다.

수아의 얼굴은 어느새 발그레 붉어 있었다.


“수아야, 괜찮아?”

“으,응.”


수아는 살짝 고개를 돌렸다.


“목마른데 뭔가 먹을까?”

“네. 배고파요!”

“월미도 테마파크까지 왔으니까 박효신 닭꼬치도 먹어봐야지.”

“맞아요. 그거 맛있다고 그러던데.”


닭꼬치와 음료수를 먹고 바다를 보면서 산책하며 놀다가 해질녘이 되자 인천역 근처에 형성된 차이나타운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자장면부터 탕수육, 코스요리까지 마음껏 먹을 작정이었다.


소이와 준수는 많이 가까워졌는지, 좋아하는 취미는 뭐고,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지 따위의 얘기를 스스럼없이 나누고 있었다.

가만히 보니 소이도 준수를 싫어하는 건 같지는 않았다.

수아도 그 점은 동감이었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문득 수아가 제안을 했다.


“우리 진실 게임할까?”

“좋아. 얘기 안하는 사람은 벌주 마시기다!”


빈 병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빙그르르 돌렸다.

가위바위보를 해도 꼭 먼저 제안한 사람이 처음으로 걸린다고 그랬던가.

공교롭게도 첫 번째 주자는 수아가 당첨되었다.

수아 옆에 앉은 준수가 가장 먼저 물어볼 차례.

고심하던 준수가 이윽고 입을 열었다.


“네가 좋아하는 남자 스타일은 어떤 스타일이야?”

“자기 일에 신념이 있는 사람. 믿음을 줄 수 있는 사람. 자상한 사람.”

“그럼 주위에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어?”

“잠깐! 한 사람 앞에 질문 하나씩이야!”


준수가 연이어 질문하자, 수아가 태클을 걸고 나섰다.

다음 차례는 소이.

준수가 소이에게 수신호를 보내는데,


“수아는 어디서나 당당한 게 참 부러워. 남자들이랑도 있으면서 할 얘기는 다 하고. 원래부터 그랬니?”


갑자기 소이가 엉뚱한 질문을 했다.


“웩! 무슨 질문이 그래?”

“안 돼! 다른 질문으로 다시 해!”


나와 준수가 파투(破鬪)를 외치자, 수아가 강제로 입을 막으며 말했다.


“무르기 없어! 승부욕 같은 건 없는데, 난 남자 여자 구별하고 싶지 않아. 남자 여자 따지기 전에 우린 같은 인간 아니야? 젠더리즘(genderism) 이전에 난 휴머니즘(humanism)을 추구해!”

“와아, 같은 여자가 봐도 수아는 멋지구나! 멋짐 폭발이야~”


소이가 박수를 쳤다.

수아는 또 좋다고 헤헷 웃고 있었다.


멋짐 폭발이라니, 무슨 얼어 죽을~

피 같은 질문 찬스를 놓쳤으니 더욱 신중하게 질문을 골라야 했다.

내 차례가 되자 난 대놓고 수아에게 물었다.


“수아는 내가 남자로서 싫어?”

“올~ 직진남!”


이번에는 준수가 격렬하게 반응을 보였다.

난 수아의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러나 수아는 나를 정면에서 바라보면서도 쉽사리 대답을 꺼내지 못했다.


“...”

“...”


1초,

2초,

3초,

...


정지화면인 듯 시간이 한없이 늘어나고 있었다.

그런데,


순간 수아는 테이블에 놓인 잔을 들어 그대로 술을 마시는 게 아닌가!


“자, 질문이 모두 끝났으니 이번에 내가 돌릴 차례야.”


수아는 병을 세차게 돌렸다.

핑그르르 돌던 병은 준수에게 딱 멈췄다.

이때다 싶었던지 수아는 냉큼 질문을 퍼부었다.


“준수 오빠! 여기에 좋아하는 사람 있어?”

“으,응...”

“그게 누구야?”

“니가 질문 하나씩만 하기로 했잖아!”


준수가 빽 소리를 쳤다.


“쳇, 알았어! 소이야, 네 차례야.”


그러자 소이가,


“오빠, 여친 사귀어 본 적 있어요?”

“올~ 좋은 질문!”


내가 추임새를 넣었다.

준수는 머리를 긁적이며 다소 소심하게 말했다.


“아니... 없어.”


마지막으로 내 차례였다.

난 질문에 방점을 찍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준수가 누구를 좋아하는지 잘 알고 있지. 준수야, 지금 이 자리에서 사랑 고백할 수 있어?”

“그, 그건!...”


준수를 뭐라고 얘기를 잇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준수의 얼굴이 시뻘겋게 물들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소이가 말했다.


“준수 오빠, 나랑 사귀어요.”

“뭐라고?!”

“!!!”

“...”


순간 정적이 흘렀다.

늘 얌전하던 소이한테 이런 면이 있었다니!

놀랠 노자였다.

아무도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러자 소이가 다시 말했다.


“준수 오빠, 대답 안 해줄 거예요?”


뭔가 홀린 듯 멍하니 있던 준수는 소이의 물음에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좋아.”

“그럼 오늘부터 1일.”


그리고는 잔을 들어 준수의 잔에 부딪쳤다.


“의외로 소이가 쿨하구나!”


난 진심으로 소이에게 말했다.


“내 맘을 알아주길 기다려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달았거든요.”

“그래, 둘이 예쁜 사랑 나눠라.”


짜식, 잘 됐네! 나는 준수의 다가가 어깨를 툭 쳤다.

준수도 기쁜지 한껏 업된 표정이었다.


“우리 이차 갑시다!”


순간 소이가 준수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뭐라고 소곤거렸다.

그러자 준수의 말이 갑자기 180도 바뀌었다.


“아니, 술을 많이 마셨으니까 이제 그만 서울로 갈까 봐요. 형이랑 수아는 가는 방향이 다르니까 소이랑 같이 먼저 갈게요.”


그러더니 서둘러 나가지 않은가!


“소이가 뭐라고 얘길 했기에 맘이 180도 바뀐 거야? 벌써부터 소이 말에 꼼짝도 못하고, 저거 큰일이네.”

“아니 형, 그게 아니라...”

“오늘 1일이니까 제대로 된 데이트를 하고 싶어서요.”


소이가 방그레 웃으며 내게 말했다.


“으음... 그렇지. 그 생각을 못했네. 자, 빨리 헤어지는 게 낫겠지?”


나는 서둘러 계산을 끝내고 밖으로 나갔다.

뒤를 돌아보니, 소이가 뭐라고 수아한테 귓속말을 건네고 있었다.

소이의 말을 듣는 수아의 표정이 급변했다.


“뭐라고 한 거야?”

“말 안 할 거야!”

“헹, 그럼 소이한테 물어보면 되지. 소이야, 수아한테 뭐라고 얘길 한 거야?”

“그냥... 오빠랑 잘 해보라구요.”


그러면서 소이는 자그맣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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