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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별의 서재.

그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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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밝은스텔라
작품등록일 :
2015.04.25 23:34
최근연재일 :
2015.05.14 17:49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21,939
추천수 :
459
글자수 :
318,833

작성
15.04.25 23:46
조회
580
추천
10
글자
7쪽

저렴한 여행 상품

DUMMY

아리는 낮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혀를 찼다. 그러면서도 눈은 여전히 여행사 홈페이지를 훑고 있었다.


그나저나 의외로 비싼데?

1인 자유여행을 꿈꿨더니 현지에서는 카드를 활용할 곳이 딱히 없다고 하니 경비는 전부 현금으로 준비할 것부터 시작해 총체적 난관이었다.


교통수단이 아주 뭐 같다는 것이 첫째 문제. 버스는 하루에 몇 대 다니지도 않고 택시는 미친 듯이 비싸다는 점. 렌탈카는 면허증이 없는 그녀에게는 의미가 없다는 점. 등등.

거기다가 1인 자유여행이라면 숙박비도 만만찮았다. 그러는 중에 도보로 종단 해 볼까? 라는 생각까지 튀어갔다. 하지만 그러기엔 계획 중인 2박 3일은 무리일 것 같았다.


어쩌면 좋을까? 이래저래 계산기를 두드려 보니 혼자 자유여행 3박 4일 종단이라면 그 돈으로 차라리 편안하게 비행기 타고 따뜻한 태국을 다녀올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대마도는 일산에서 부산까지 KTX도 타야 하니 이래저래 지출이 늘어난다. 아, 그 돈이면 정말 할 수 있는 게 많은데 ‘어쩌지?’


하지만 애초에 허은정의 대마도 포스팅으로 충동을 느낀 부분은 캡틴 잭 스페로우처럼 모험의 추억을 펼칠 바다와 섬. 그리고 지구라는 야생의 느낌이 아니었던가? 사람도 떠돌이 짐승 새끼도 보기 힘들다는 그 ‘야생’ 말이다.


흠, 바다라면 울릉도까지가 뱃길이 훨씬 기니까 더 좋으려나? 하지만 울릉도만 해도 아리에겐 야생이라기보단 꽤 번화한 이미지의 섬이었고 슬프게도 독도는 거기 내려서 모험 활극을 즐기진 못할 테니 역시 대마도를 가보고 싶었다.


아리는 클릭 몇 번으로 펼쳐진 미우라 해수욕장이라는 곳의 이미지를 보며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아! 저 검푸른 바다를 해치고 나아가 아무도 없는 미우라 해수욕장에 홀로 서서 훅훅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만끽하고 싶어. 자연 속에서 자연이 된 그 일체감. 얼마나 좋을까?

꾸며진 세계적 관광지가 아닌, 인간세계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자연의 거침. 아리는 그 느낌을 만끽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빌어먹을 카드 점괘가······. 그래도 아리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딴 카드 점괘 따위! 험악하게 나왔을수록 오히려 운명을 지배하겠다는 강렬한 오기가 동했다.


‘인간은 승리하고 지배하기 위해 창조된 족속. 이겨낼 테다! 덤벼라 운명아! 오만이라고? 인간은 그 정돈 오만해도 돼!’


“티벳산 오고저, 네팔산 삼고저, 국산 금강령에 네팔산 금강살타, 철 푸르바, 철운석 포대화상, 옴마니반메훔 팅샤, 목각 달마상, 마노 티포트, 텍타이트 108염주, 자수정 금강저. 네팔산 천수관음상에 대륙의 관운장이라······.”


반면 은정은 오래간만에 출근한 인사동에서 전날에 사장님께서 주신 가격 인상과 인하목록을 펼치곤 물건들을 하나하나 면밀히 살폈다.

그녀의 눈썰미를 믿기에 사장님은 모든 물건값을 그녀 재량으로 +- 10%까지는 변동시켜도 무방하다고 하셨다.

은정은 오전 11시에 나와 오랜만에 보는 주변 상인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 후, 매장에서 고가와 저가의 물건들을 하나하나 마른 수건으로 닦아주면서 물건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특별한 고가품의 경우는 자신이 타라를 떠나던 2년 전에도 있었던 것들이 아직까지 몇 점 남아 있었다. 그런 것들은 특별히 더 정겹게 닦아 주었다.


“흠흠, 순은 갈마 푸르바! 못 본새 사장님이 튜닝하신 모양이네? 마두관음에 시뻘건 머니따이남이 박혀 있다니. 안 그래도 비싸서 안 팔리는데 얼마나 더 받으시려고 쿡! 아 그래. 그래. 넌 예전부터 안 팔릴 것 같더라.”


은정은 200만 원짜리 사연 많은 거대 흑요석 구에 뽀얗게 앉은 먼지를 뽀득뽀득 닦아 주었다. 그러다가 어느 한순간, 갑자기 서늘한 기운이 한 줄기 어깨를 치고 지나가는 기분이 들어 흠칫! 몸을 웅크렸다. 그리곤 저도 모르게 엔틱 시계를 향해 눈을 돌렸다.


2007년 3월 14일.


아리가 은정의 집요한 만류에 시달리면서도 기어이 여행을 감행한 그 날이었다. 날씨는 은정의 예언대로 아주 그냥 미친개처럼 지랄 맞은 악천후였다.


본래 처음에는 2박 3일 일정으로 1인 자유여행을 꿈꾸었다가 경비 문제로 여행사 상품을 구매했다. 마침 한 여행사에서 괜찮은 조건으로 자리가 하나 났기 때문이었다.


본래 최소 8인 한 팀 구성이 최근에 짜였었는데 아리가 문의하기 바로 전날 막 두 명의 결원이 난 상황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만약 아리가 그 상품을 구매하면 아무래도 비수기니 상황을 고려해서 7인조 한 팀으로 더 저렴하게 여행상품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앗싸!’


일정은 14일~ 17일. 3박 4일이었다.

대마도 북쪽 히타카츠 항에 도착해서 미니버스로 갈아탄 후, 당일 하루는 7인이 단체로 섬의 북쪽 주요 관광 스폿을 한 바퀴 돌아보고 저녁엔 대마도 남쪽인 이즈하라의 시내 비즈니스호텔에서 여정을 풀기. 그리고 다음 날은 아리만 따로 나와 돌아다니고 밤에만 돌판 구이 저녁 만찬에 함께 한다는 자유여행 일정이었다.


그 외에도 아리는 자유 방목으로 개인 여행을 즐길 수 있었다.

사흘째는 일행 함께 모여 혹시 놓친 곳이나 다시 가 보고 싶은 곳이 있다면 버스 기사님이 일행을 태우고 아침나절 한 바퀴 쭉 둘러 봐 주시고 ―그것도 자유의사로 빠지겠다 하면 그 또한 가능하다― 오후에는 섬 북쪽에 있는 온천에서 온천욕을 즐기고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마지막 날은 짐을 싸서 호텔 체크아웃을 한 후에 이즈하라 항으로 귀국길에 오르기 전까지 이즈하라 시내 투어. 비수기에 무산될 뻔한 여행 상품이었기에, 여행사에서는 아리가 원하는 대로 그녀만큼은 마음껏 자유롭게 놔 주는 일정을 짜주었다.


그리고 현지 안내원이나 통역은 따로 필요가 없었다.

여행사 말로는 그 여행 팀이 아리까지 포함해서 다섯 명이나 일본어에 불편이 없는 사람들이라 하니 말이다. 출발 첫날 부산항에서 여권과 출입국 관련 서류를 봐 주는 여행사 직원과 미니버스 운전수 외에는 따로 수고비를 지급해야 할 대상도 없었다.


그러니 이틀째에 3만 원을 옵션으로 내야 하는 돌판 구이 만찬까지 합한다 해도 아리가 처음 혼자 떠날 계획을 세우며 뽑은 예산보다는 무려 5만 원이나 절약하고도 하루를 더 놀 수 있는 훌륭한 저가 여행상품이었다!


주머니 얇은 아리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는 최상의 조건! 그래서 그녀는 망설임 없이 그 팀에 합류한 것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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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1 [탈퇴계정]
    작성일
    15.04.28 05:27
    No. 1

    손아리...
    이겨낼 테다. 덤벼라, 자연아!
    1, 2 , 3 잘 읽었습니다.
    추천 꾹, 꾹, 꾹하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밝은스텔라
    작성일
    15.04.28 11:18
    No. 2

    감사합니다 손문혁님. 손아리 ..
    어쩐지 이름 때문인지 친척 여동생분 느낌이네요.
    ㅎㅎ 추천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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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렴한 여행 상품 +2 15.04.25 581 10 7쪽
2 타로카드 +6 15.04.25 610 11 11쪽
1 그 섬 +8 15.04.25 1,145 1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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