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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별의 서재.

그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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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밝은스텔라
작품등록일 :
2015.04.25 23:34
최근연재일 :
2015.05.14 17:49
연재수 :
56 회
조회수 :
21,930
추천수 :
459
글자수 :
318,833

작성
15.04.27 11:34
조회
253
추천
6
글자
17쪽

손아리는 안전하다

DUMMY

머리도, 가슴도, 다리도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재빨리 달려야 하는데 현실은 제각각이었다.

머리가 달리고자 하는 방향과 발이 달리고자 하는 방향이 엉켰고, 입과 가슴이 말하는 바가 서로 달랐다. 결국 무로이는 생각들이 엉망으로 엉켜버려 우선 이시무라를 끌고 나가다시피 잡고 밖으로 나갔다.

호텔 밖은 벌써 굵은 빗줄기가 공간을 사선이나 횡선으로 죽죽 긁어대고 있었다.


쓰시마에서 전대미문의 사건이 혹여 터질지도 모른다. 아니, 이미 터져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로 인한 초조함을 호텔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쏟아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무로이에 의해 이시무라를 끌고 나오자 그보다 조금 더 다부진 몸의 히구치가 자동으로 함께 따라 나왔다.

호텔 밖으로 나오자 그 틈에 날씨는 더없이 험악해져 있었다. 이시무라는 눈도 뜨기 힘들 정도로 성난 공기의 요동에 일그러진 무로이의 얼굴을 보며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들썩여 보였다.


지금의 무로이는 진한 눈썹을 가리려고 덮어둔 앞머리가 비바람에 정신없이 흐트러지자 그 성가심에 아예 빗물을 묻혀 머리를 올백으로 넘겨버렸다.

그 때문에 무로이는 정말 드라마 속 ‘무로이 관리관’이 되었다. 하지만 이시무라는 정작 그의 그런 모습을 보자 관리관 놀이를 하며 장난치려던 마음이 거꾸로 싹 가시는 것을 느꼈다. 그래도 입버릇은 금방 고쳐지지 않으니 어쩐다.


“관리관. 뭔가 안 좋은 일입니까? 그것들은 정말로 유서인겁니까?”

“그걸 지금부터 자네가 확인해 봐야겠지. 하지만 확실히 노인들이 장난친 것으로 보이지는 않던데.”

“그렇다면! 저 유서들은 저희가 확보해 놔야 하는 것 아닙니까?!”


성미가 메마른 히구치가 비바람 속에서 목소리가 묻히지 않도록 그렇게 외치자 무로이는 올백 검은 머리를 저었다.


“저 유서들이 어떤 연유로 쓰인 건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정말이라고 해도 혹여 도중에 그 방으로 돌아올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을지 모른다! 그때 외부인이 들어왔고, 그것을 보고 건드렸다는 걸 알면 일이 복잡해지지 않겠는가! 쓰시마와 이 호텔, 그리고 쓰시마 경찰의 신뢰가 완전히 땅에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 그러니 우선 호텔 직원에게는 사정은 우리가 알아볼 것이니 더 이상 신경 쓰지 말고 그냥 평소처럼 일하라고 하도록!”

“네. 관리관! 그럼 그렇게 전하고 오겠습니다!”


심상치 않은 비바람 소리 때문에 그들은 마치 싸우는 듯 버럭거리며 의사소통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시무라 자네는 당장에 혼마상에게 연락을 취하도록! 지금 손아리와 함께 있는가, 어디에 있는가, 무슨 연유로 손아리와 함께 있는 것인가. 등을 좀 캐물어 봐! 그리고 이 날씨에 관광이라는 묘기 따위는 집어치우고 당장에 손님 모시고 호텔로 돌아오라고 전해! 혹 이래저래 손님 핑계를 대거든 관광객의 안전을 우선시한 쓰시마 경찰 방침상의 귀환명령이라 그래!”


이시무라는 어째서 무로이가 사돈어른에게 직접 전화하지 않는가를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그래도 뭔가 이제야 슬슬 ‘사건’의 느낌이 드는데다가 자신에게 ‘임무’라는 것이 떨어졌다는 것에 흥분이 되어 말단 순사처럼 칼 같은 경례를 붙였다.


“넵! 무로이 관리관!”


이 마당에도 관리관이다.


그나저나, 바람이 점점 더 거세어져서 이제는 서로 마주 보며 고함을 질러도 이야기가 잘 안 들릴 지경이 되었다. 그래도 다행히 시내 쪽은 아직 낙뢰까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그럴싸한 소리가 저 어딘가에서 분명히 들린다.

아니,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어딜까? 섬의 최남단 쓰쓰자키쪽인가?


이즈하라는 지금 시내와 시내를 가로지르는 물길이 거친 빗방울에 얻어맞아 구름처럼 하얗게 피어나고 있었다.

무로이의 머릿속도 지금 딱 그 상황이었다. 그는 이번에는 호텔에서 조금 전의 전달 지시사항을 전하고 나온 히구치를 잡고 외쳤다.


“자네는 이제 지역과 과장님께 보고 드리도록. 나도 형사과 과장님께 보고 드릴 테니까. 이건 아마, 그래. 아마 비상이다!”


날이 이렇게 갑자기 뒤집힐 줄 알았으면 차를 끌고 올걸.

워낙에 거기서 거기인 위치라고 우습게 생각해 호텔까지 걸어왔더니 이제 한 뼘 거리인 경찰서까지도 어찌 가야 하나 고민해야 할 판이었다.

하지만 그런 고민을 하는 히구치의 앞에서 무로이는 저 혼자 하늘에서 창처럼 무섭게 내리꽂히는 하얀 빗줄기의 장막 속으로 사라져갔다. 어휴! 이 엄청난 빗줄기를 그대로 맞으면 살이 뚫릴 것 같은데!


“무로이 관리관! 그냥 뛰는 겁니까!”


온몸이 따가웠다. 아니 욱신욱신했다.

눈도 뜰 수 없을 정도로 심한 빗줄기였다. 이 따가운 빗줄기를 안구로 직접 맞으면 정말 어떻게 될 것 같았다.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자칫 잘 못 하면 동네 건널목에서도 교통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 그런 빗속을 무로이는 전력 질주했다.


‘이건 사건이야. 혹은 사고다! 지금 이 섬에서는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


쓰쓰자키는 쓰시마의 최남단이다.

암초가 많아 큰 배는 근접할 수가 없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 암초들 사이에는 작은 배들이 바다가 잠잠할 때나 겨우 오갈 수 있는 뱃길을 알리는 부표들이 떠 있었다. 그런 그곳에는 시커먼 색에 가까운 바다를 내려다보는 깎아지른 땅끝 절벽 전망대가 있었다.


혐한 주의자였던 혼마는 제 딸 또래의 한국인 손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날카롭게 날 서 있던 혐한의 마음이 많이 누그러졌다.

그래서 그는 서비스 차원으로 아리에게 쓰쓰자키 공원을 보여 주려고 택시를 몰아 왔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장대비가 하늘과 땅을 잇기 시작하다니! 그것도 금방 그칠 것 같지도 않은 엄청난 기세의 폭우였다.


혼마의 본래 계획은 미쓰시마 마치의 온천에서 호텔까지 태워준 후부터는 아리 혼자서 돌아다니라고 할 참이었다.

하지만 적적하게 혼자 살던 그가 간만에 대화 상대를 만난 탓에, 그것도 상대가 사실 평생 한 번도 대화다운 대화를 나눠 본 적 없는 정상범주 한국인이었기에 그대로 택시 밖으로 내쫓듯 보내 버리기가 싫었다.

물론 아리가 아무리 일본어를 조금 구사할 줄 안다고 해도 군데군데 일본어가 막히는 부분들은 있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더욱 즐거운 외국인과의 드라이브였다.


혼마는 평생 다시 마주칠 일 없을 한국인 손님에게 더더욱 잘 해주고 싶었다. 그렇기에 그는 외국인 혼자서는 접근하기 쉽지 않은 곳이기도 하고, 안 보고 지나치기에는 너무나 아까운 쓰시마의 자랑거리인 쓰쓰자키 공원의 역동적인 풍경을 보여주기로 했다.


그 의도까지는 좋았는데.


“······.”

“······.”


쓰쓰자키 공원의 주차장에 차를 세우는 것도 겨우 세웠다.

이건 뭐 보이는 것도 하나 없이 비가 아주 양동이로 부어대듯 퍼부어대니 말이다.

갑작스럽게 차를 때리는 비의 소음 때문에 택시 안에서는 이제 고함을 질러도 대화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다. 비가 때리는 충격 때문에 차체도 흔들흔들 거렸다.

이러다가 비 때문에 차창까지 깨지지 않으려나 진지하게 걱정이 될 지경이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뿐이 아니었다.


이 암울함이라는 이름의 화룡(畵龍)에 점정(點睛)을 가하는 무시무시한 천둥·번개!


“으헉!”

“우아아!”


바로 근방의 하늘에서 두꺼운 한 다발의 번갯불이 무수한 갈래로 나뉘며 하늘을 짜자자작 갈라 나가는 것이 보였다.

나이 많은 혼마도, 어린 아리도 난생처음 보는 자연의 거친 민낯이었으니까. 아리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묵직한 빗줄기에 녹아내리는 듯 부연 차창 밖으로도 그 시퍼런 번개는 순간 멈춘 화상처럼 선명하게 보였다. 아직도 눈에는 그 잔상이 남아 있는데, 곧 귀를 찢는 천둥소리가 온 세상을 뒤흔들었다.


혼마는 앉은 자리에서 놀라 펄쩍 뛰며 부랴부랴 다시 시동을 걸었다.

이건 도저히 안 된다. 이런 날이면 관광이고 뭐고 없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비명횡사하기 딱 좋은 날씨네! 이대로라면 택시 채로 전기 통구이가 될 것이다. 그는 초조해졌다. 어디로든 좀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미친 빗줄기 때문에 차창 밖으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무섭고 소름 끼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아리는 생판 처음 겪어 보는 풍경과 악랄한 날씨에 잔뜩 흥분되었는지, 초롱초롱한 눈빛이 되어선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며 부릉부릉~ 신나는 모험심에 위험한 시동을 거는 게 아닌가?


정말이지, 진지하게 말리지 않으면 지금 당장에라도 밖으로 뛰어나갈 것 같은 기세였다. 신나는 모험만 할 수 있다면! 혼마의 눈에 비친 아리는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공포심이 결여 된 듯 보였다.


“우와! 우와! X맨 보는 것 같아. 우와! 썬더스톰~!!”


그러고 있었으니까.


그 모습에 긴장한 혼마는 모든 좌석의 문을 Rock 시켜 버리고는 고함을 치듯 외쳤다.


“혹시라도 밖에 나가보려면 아서요! 오늘은 아무래도 여기서 관광을 접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부터 어떻게든 호텔까지 바래다 드릴 테니까요. 얌전히 벨트하고 앉아 계세요. 이런 날씨면 절대 못 나가요!”


혼마는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으에엥?!” 하고 볼에 바람을 넣는 아리를 무시하고 우선은 정신을 집중했다. 이건 마치 운전면허 시험 보는 날의 긴장과도 같았다.

윈도우 브러쉬가 미친 듯 삑삑 움직여도 코앞조차 분간하기 힘드니 말이다. 그래도 되도록 서둘러 이즈하라로 귀환하기 위해 모든 정신을 집중시켰다.


그때였다.

방금 다시 켜 둔 핸드폰이 그의 주머니에서 진동한 것은. 하지만 혼마는 확보되지 않는 시야로 인해 정신이 하나도 없어, 저도 모르게 제 핸드폰을 아리에게 다급히 휙 던져 주었다.


“손님. 죄송한데, 내가 지금 전화를 받을 수 없다고 전해 주세요. 상황은 보이는 그대로 설명하시고. 아, 일본어로 그렇게 설명하는 게 어려울 테죠. 그냥 여기가 개떡 같다는 한마디만 해도 돼요.”


아리는 그 정도 일어는 되는지라 일단 제 손에서 부르르 떨고 있는 핸드폰을 열어 전화를 받았다.


“네! 지금 이 전화의 주인께서는 통화가 가능하지 않습니다. 여기가 개떡 같아서요!”

“핫! 여자? 아, 여보세요?”

“앗! 네! 죄송합니다. 전화의 주인께서 지금 운전에 집중 중이시고 여긴 존나 개떡 같아요.”

“혹시 지금 전화 받으신 분! 한국에서 오신 손아리 상 입니까?!”

“으에에에?!”


뭐, 뭐지? 아리는 누군지도 알 수 없는 상대편이 갑자기 자신의 이름을 입에 담는 것에 놀라 저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뭐, 빗소리만으로도 묻히는 비명이었지만 그녀의 당혹감이 느껴지기엔 모자람이 없었다.

아리의 그런 모습에 고작 주차장에서 빠져나가는데도 남은 여생분의 집중력을 기울여야 했던 혼마가 놀란 얼굴로 아리를 향해 돌아보았다.


“맞습니까? 손아리상입니까?”

“아. 네에 저, 제가 손아린데요. 하지만 이건 제 핸드폰이 아닌데······. 누구세요?”


상대방은 여전히 귓전을 때리는 빗소리와 천둥소리로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묘하게 귓속에 파고드는 은근한 목소리의 남자였다.

아리는 멍해진 얼굴로 굳어졌다가, 영문은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지금은 이게 최선이라는 생각에 다시 탈출을 도모하는 혼마 상을 바라보았다.


“과연 일본어도 하시는 군요. 좋습니다. 그러면 이제부터는 손아리 상은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이쪽에서 묻는 말에 예. 아니오. 대답만 해 주십시오. 우선 저는 쓰시마의 남부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무로이 신지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이와무라에게 시킨 전화 임무였건만, 아무리 걸어도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혼마 상이 아예 전원을 꺼뒀다는 이야기에 무로이는 펄쩍 뛰었다. 그리곤 무로이 자신이 직접 전화통을 붙들고 정신이 나갈 것 같은 걱정과 스트레스로 일곱 번의 도전 끝에 겨우 조카 사돈댁의 전화와 연결되었다.


끝끝내 손아리가 받았을 때. 그건 기적이랄 수 있는 타이밍이었고, 온몸이 땀과 빗물로 흠뻑 젖은 무로이는 그 순간 하늘과 땅에 감사했다. 그런데 수화기 너머의 손아리는······.


“아아, 무로이 신지 상. 그······. 풉! 앗! 죄송합니다!”


뭐지?! 순간 무로이는 제 귀를 의심했다.

자신의 이름과 신분을 먼저 밝히자 손아리라는 여자는 짧지 않은 공백의 시간 동안 뭔가를 가만히 생각하는 듯 조용해졌다가 갑자기 풉! 하고 웃음을 터트리는 것이 아닌가?


‘설마! 그 빌어먹을 형사 드라마를 그녀도 본 것인가!’


공포(?)스럽지만 그럴 가능성이 없지 않았다.

그 정도로 일본어를 구사할 수 있는 한국인이다. 일본어 공부를 핑계로 이런저런 일본 애니메이션이며 드라마를 어쩌면 자신보다 더 광범위하게 섭렵하고 있는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어째서냐. 뭐냐고 이 이상한 상황은.

위험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당사자인 아리는 맑게 웃고 있었고, 외국인 관광객의 안위를 걱정해 주는 무로이는 그녀의 반응에 진저리를 치고 있는 현실?


“흠흠. 우선 짧게 여쭙겠습니다. 예. 아니오로만 대답해 주십시오. 지금 손아리 상은 무사하십니까?”


뭐래?


아리는 작년에 허은정에게 받아서 보고는 한동안 심취해서 몇 번이고 거듭 돌려 봤던 드라마의 주인공. 그중 한 명과 동명이인인 경찰서 직원의 질문에 잠시 어이가 없어 어깨를 들썩였다.


“네.”

“부근에 택시기사가 있습니까?”

“네.”

“혹, 위험에 처해 있지는 않으십니까?”

“네. 아니, 아니오. 눈앞이 안 보이는 것 외에는 괜찮아요.”

“네?!!”


무로이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눈앞이 안 보이다니! 혹시 눈이 가려지기라도 한 것인가? 설마! 말도 안 돼! 포박이라도 당한 거야?! 하지만 그렇다면 어떻게? 손아리 상. 어떻게 저토록 차분하면서도 가벼운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 거지?

눈앞이 안 보인다니? 예. 아니오로만 답하라고 했는데도 제멋대로 무슨 그런 엄한 소리를, 그것도 혼마상이 곁에 있다는데?


“아, 앞이 안 보인다니요! 신체적 이상입니까?!”


무로이는 누가 머리를 열고 뇌에 빙수 얼음을 끼얹은 듯 싸늘하게 놀라고 두려워 당장에라도 울 것 같은 목소리로 그리 외쳤다.


“네? 아뇨. 비가 너무 많이 와서 택시 차창 밖이 줄줄 흘러내려서요. 시야 확보가 전혀 안 되고 있어서 지금 택시가 기고 있거든요. 머리 위에서는 천둥이 꽝꽝 난리도 아니고요. 그 문제만 아니면 저로서는 매우 쾌적한 상황이에요.”


엄청난 일본어 실력이었다.

무로이는 깡깡 얼어버린 듯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후우, 그래. 그 정도 상황이면 아무리 혐한 주의자인 사돈댁 어른이 혹여 나쁜 의도를 품었다 해도 실행에 옮기는 일 자체가 쉽지 않으리라.

그리고 다행히 손아리가 언어를 몰라 이리저리 끌려다녀도 뭣 모르고 바보처럼 당할 사람으로 보이지도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완전히 마음을 놓을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어쩐지 한순간이나마 외국인 관광객의 안전 여부 때문에 같은 섬사람이자 사돈인 혼마를 의심했다는 찜찜함은 금방 털어버리기가 힘들었다.


“그래. 그래서 지금 어디에 계신 것입니까? 알 수 있습니까?”


이제 예스 노우 질답은 관두기로 한 것인가.


“여기요? 쓰쓰자키 공원이요. 그런데 전 주차장에 내려 보지도 못했어요. 밖에 나가면 비에 맞아 죽든 벼락 맞아 죽든 할 것 같아서 다시 돌아가고 있어요. 그런데 비 때문에 보이는 게 없어서 오늘 안에 호텔까지 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아아!”


또박또박 대답하는 아리의 이야기에 무로이는 안도의 탄식을 내질렀다. 허리에서 모든 힘이 싹 가시는 느낌이었다. 유서를 남긴 건 노인들인데 그가 제일 걱정했던 관광객은 손아리였기 때문이었다.

아직 노인들의 안전 여부는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손아리의 무사함을 확인하자 다른 문제는 모두 다 망각한 듯 깊은 안도감을 느꼈다.


“휴우······.”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7 희도르
    작성일
    15.04.27 11:59
    No. 1

    옆동네에서 종종 댓글썼었는데, 작가님 블로그에서 공지보고 문피아 들어와서 정주행했습니다. 작가님 다른 작품보다 어둡고 안타까운 내용이지만 왠지 끌리네요. 영화처럼 촤악~ 장면이 펼쳐지는 소설인 것 같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밝은스텔라
    작성일
    15.04.27 15:03
    No. 2

    앗. ; ㅅ;) sia님이신거군요. 이곳에서 뵙게 되니 정말 감격입니다! 하핫.. 역시 19금을 걸 수 밖에 없는 어두컴컴한 분위기가 되었지요;; 그래도 영화처럼 보이는 소설이라는 감상을 들려주시다니 정말.. (큭- 눈물 닦기;) 감사,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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