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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수상함 님의 서재입니다.

대한제국 전함이 일제를 찢음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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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수상함
작품등록일 :
2024.07.29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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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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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위대한 항로

DUMMY

대한제국, 한성부.

총리 관저.


대한제국 총리 이동녕은 일흔이 넘은 노령에도 불구하고 피가 끓는 것만 같았다.


선전포고 없는 기습.

그로 인한 개전 초의 피해와 연락 두절된 함대.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 대사관이고 뭐고 전부 밀어버리고 싶었지만, 총리는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그들의 접견을 허가했다.


그는 차가운 분노를 가슴 깊이 억누른 채 일본 대사를 바라보았다.


“총리, 무엇을 고민하시는 겁니까?”


찻잔을 내려놓은 대사가 느긋한 목소리로 묻는다.


“여러분의 함대가 제주도 앞바다에서 패퇴하고 이순신함은 폭풍 속에 가라앉았다고 합니다. 아직도 우리 대일본제국에 대항할 능력이 남아있다고 보십니까?”


일부러 늑장을 피워 선전포고문도 없이 전쟁을 일으킨 주제에.


그는 외무대신을 만나더니 기어이 총리에게 해야 할 이야기가 있다고 윽박지르기까지 했다.


대사관이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사이,


기습당한 이순신 함대를 구원하러 가던 대한 함대가 일본 항공대와 잠수함의 습격을 받아 큰 피해를 입었다.


해군에 4척밖에 없는 중순양함 중 하나가 침몰하고 전함은 3척이 모두 손상당했다.


대한 해군 최초의 전함인 충무함은 반파되어 거제도로 임시 피난했다.


향후 3~4개월, 길면 반년간 해군은 작전 불능이다.


이게 다 개전 초의 기습 때문에 벌어진 일인데.

장본인이나 다름없는 대사는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총리를 부르고 앉았다.


당장 축객령을 내려도 모자라지 않지만 총리는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그를 불렀다.


도대체 저들이 왜 이런 정신 나간 짓을 자행하는지.

지금이라도 전쟁을 멈출 수는 없는지.


그 실마리라도 잡고자 하기 위해서였다.


“황국의 건아들이 남해안의 제공권을 장악했습니다! 지금이라도 이 반도를 통째로 불바다로 만들 수 있지만, 그러지 않는 건 오로지 당신들 조선이! 향후 탈구입아의 시대에 대동아의 영광을 함께할 동료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총리가 마주한 건 종전의 실마리가 아니라.


광기에 사로잡힌 외교관의 눈이었다.


“총리, 어찌 과거의 원한에 사로잡혀 일을 그르치시는 겁니까? 이건 기회입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저 승냥이 같은 서구 열강을 몰아내고 아시아인을 위한 세계를 만들 수 있겠습니까?”

“당신네들 일본을 위한 세계겠지.”


총리는 코웃음을 치며 대꾸했다.


대사 또한 부정할 생각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인다.


“하지만 여러분에게도 나쁠 거 없는 조건입니다. 총리, 생각해 보세요. 당신네들이 러시아에게 받은 만주 땅··· 장개석이가 언제까지 가만히 두고 볼 거 같습니까?”

“당신네들 총리가 중화민국에도 정확히 똑같은 제안을 했더구려.”


이윽고 눈을 가늘게 뜨는 대사.


총리는 조용히, 하지만 무거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우리 대한이 언제까지 중화민국의 위협을 참고만 있을 거냐고 말이지요. 이간계가 너무 허술한 거 아니오?”

“그래서 뭐 어찌하시겠습니까?”


이윽고 총리는 자신이 말을 잘못 들었나 고민했다.

하지만 대사의 태도는 태연자약하기 그지없었다.


“그대들의 함대는 무너졌고 하늘을 제압당했으며 도시는 풍전등화인데. 이제 와서 전쟁에서 이길 가능성이 3%라도 남아있습니까? 당장 필리핀과 인도차이나의 진공도 상상 이상으로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소이다.”


의심할 여지 없는 일이었다.


인도차이나는 프랑스가 박살 난 이상 빈집이나 다름없었고.

필리핀의 미군은 준비가 안 되었다.


반면 일본은 이 전쟁에 결사의 각오로 달려들었다.

육군 총전력의 절반 이상을 남방 침공에 쏟아부은 것이다.


어떻게 보면 대한 육군이 대한해협을 건너 본토를 침공하기 좋은 상황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제공권도, 제해권도 없었다.


대한해협을 건너 봤자 해안포과 항공기의 포격, 폭격에 물고기밥이 될 뿐이다.


그 사실을 알기에 대사도 저리 자신만만하게 우쭐대는 거리라.


“이미 끝난 전쟁입니다. 총리, 미래를 생각하시지요.”


저 입.

가증스럽게 주접을 떠는 저 입을 당장이라도 비틀어버리고 싶다.


외무대신의 보고에 따르면 미합중국과 대영제국의 대사관에서는 정상적으로 선전포고문을 받았다고 한다.


오직 대한제국에서만 선전포고문의 전달이 늦었다.


번역이 늦었다는 하찮은 핑계를 대며 말이다.


그런 무례를 저질러도 뒤탈이 없고 가볍게 처리할 수 있는 상대라 여겼으니까 저지른 거겠지.


하지만 항의하기엔 개전 초의 피해가 너무도 컸다.


러일전쟁··· 대한제국에서 국민전쟁이라 부르는 대결전이 끝난 이후, 수십 년간 육성해 온 해군이 한 번에 반신불수가 되었으니.


설상가상 일본의 폭주를 막을 서방 세력도 유럽에 발이 묶였다. 남방마저 집어삼킨 저들이 해상봉쇄를 실시하면 대한제국은 저항할 방법이 없다.


당장 남해안 공업 도시에 전략 폭격이 쏟아지지 않을까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정말로 너무도 참담한 처지다.


답이 보이지 않는 상황 속에 총리가 아무 말 없이 주먹을 부르르 떨던 그때였다.


“···뭐라고?”


보좌관의 귓속말을 들은 일본 대사가 눈을 찌푸린다.


의아해하던 그때,

총리에게도 외무대신이 급히 달려와 보고했다.


“총리 각하, 제1항공함대가 전멸했습니다.”


눈을 찌푸리는 이동녕 총리.

대한제국군 부대가 전멸했다는 소식은 그다지 놀랄 일이 아니었다.


다만 처음 듣는 명칭이라 놀랄 뿐이다.


“항공함대···? 우리 군에 그런 부대가 있었소?”

“일본 항공모함 기동부대 말입니다. 13기동부대에서 올라온 보고입니다.”


그 순간.

총리와 일본 대사,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일순 침묵이 흐르더니―


“오만방자하고 무례한 왜놈 오랑캐 자식들! 협상은 취소요. 당장 돌아가시오!”


탁자를 내리친 총리가 엄한 목소리로 외쳤다.


***


구름 얼마 없는 하늘 아래,

한 와일드캣 전투기가 항공모함의 뒤로 다가간다.


조종간을 잡은 유리는 긴장하며 숨을 내뱉었다.


격렬한 전투도 소강상태에 접어들고, 그녀의 와일드캣도 슬슬 연료 부족에 직면한 상황.


동료기들은 모두 무사히 복귀했다.

남은 건 그녀 혼자뿐.


한 번에 성공해야 한다.


<유리, 내가 고집부리지 말고 먼저 착함하라고 했지?>


“아직 할 수 있습니다.”


<딱 봐도 불안해 보이는데 뭐가 할 수 있다는 거야! 한 번만 더 비행기 날려 먹어봐. 영창이야, 영창!>


거참 시끄럽네.


이번에도 등 뒤에 붙은 전투기를 떼어준 게 누구라고 생각하는 건가?


당장 지난 해전에서도 가장 먼저 출격해 폭격기를 엄호한 건 그녀의 전투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대로 행동한다며 노발대발하는 비행단장을 볼 때마다 맘 같아선 정강이를 걷어차 주고 싶었다.


<단장님, 자기가 할 수 있다지 않습니까? 한번 지켜보시죠.>


<저 자식이 몇 번째인 줄 알아?>


<함상 작전은 또 다를지도 모르잖습니까.>


<똑같은 놈한테 세 번 속으면 그놈도 공범이야 공범!>


무전 통신을 꺼버릴까 고민하면서도 유리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계기판을 조작했다.


스로틀을 내리자 기체의 속도가 줄어들며 정운함의 갑판이 점점 가까워진다.


착함 코스에 돌입하자 플랩을 전개하고 기어를 돌린다.


몇 바퀴더라.

29? 30?


정신없이 레버를 돌리던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떠올렸다.


공중전을 치르는 것만 해도 지치는데 착륙 한 번 하려고 생고생을 다 하다니.


심지어 이 레버··· 스무 바퀴를 좀 넘어가면 엄청 뻑뻑해진다. 그녀의 힘으로는 잘 돌아가지도 않을 정도.


연료도 부족해 이제 와서 코스를 바꿀 수도 없는데.


“어··· 어어?”


어느 순간에 훌쩍 가까워진 갑판을 보며 유리는 눈을 크게 떴다.


바퀴가 덜 내려간 전투기는 이내 사뿐히 정운함의 갑판에 내려앉았고―


쿵!

랜딩기어가 부러진 채 항모의 갑판 위로 미끄러졌다.


<아니! 저게 3만 달러짜리 전투기를!!!>


그물망에 걸린 채 감속하던 기체는 앞서 착륙한 전투기들의 꽁무니를 들이박고 나서야 완전히 멈춰 섰다.


충격이 가신 후,

눈을 뜬 유리는 무전기로 들리는 절규를 들을 수 있었다.


<전투기값 물어내! 물어내라고 이 자식아!>


<단장님, 진정하십쇼!>


무더운 여름이었다.


***


“정운함에서 보고. 함상기 착함 도중 사고 발생. 함재기 3기 손상.”

“인명 피해는?”

“없습니다.”

“다행이군.”


청명한 하늘 아래, 남중국해의 바다.


이순신함의 대공 함교는 쌍안경에 눈을 붙인 견시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추가로 추격해오는 적 함대 없음 보고.”

“좋아.”


작전관의 말을 들으며 나는 내심 안도했다.


일본 항공모함을 박살 낸 이후,

우리는 1항공함대 호위함들의 추격을 받았다.


공고급 2척과 중순양함 2척이 주포를 쏴재끼며 접근했지만 구축함으로 연막을 뿌리고 어뢰를 던지자 도망쳤다.


놈들도 46cm 주포를 가진 전함과 정면 승부를 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덕분에 13기동부대도 무사히 이탈했으니 우리로서는 다행이다.


“함 손상 상황은?”

“침수 피해가 심각합니다.”


기실 이쪽의 피해도 만만치 않았으니까.


“격실 폐쇄는 완료. 하지만 저번처럼 급기동이 이어질 경우 침수 구역이 확대될 겁니다. 현재 최대 속도는··· 약 25노트. 피해가 늘어나면 더 느려질 겁니다.”

“4번 부포탑은? 사용 불가인가?”

“예, 36cm 포를 직격으로 맞았으니 당연한 결과입니다.”


한 손에 결재판을 든 채 안경을 고쳐 쓰는 작전관.

말이 묘하게 재수 없지만 내용 자체는 다 사실이다.


공고급의 명중탄으로 우현의 15cm 부포탑 1기가 완파.

그 외 대공포좌 몇 기가 추가로 파괴되었다.


어뢰로 인한 침수 피해도 악화되었으니 이순신함도 마냥 더 싸울 만한 상태는 아니었던 거다.


다행히 남아있는 적 항공대는 정운함의 전투기가 쫓아내 주었으나 우리도 남은 항모의 숨통을 확실히 끝내지 못했다.


일단 아카기, 카가는 확실히 나가리. 소류로 추정되는 놈도 레이더 관제 사격으로 더 공격했으니 침몰하겠지.


하지만 마지막 항모, 히류는··· 잘 모르겠다.


500kg 폭탄 1발을 맞았다지만 제아무리 경량 항모라도 폭탄 한 발로 격침하기는 쉽지 않다.


자칫 대파된 채로 살아 돌아갈지도 모른다.

그나마 꼬박 반년에서 1년은 전투 불능이라 다행일까.


내심 정운함이 공격기를 좀 더 보내줬다면 하는 아쉬움이 들지만 어쩔 수 없다.


이쪽도 태풍으로 갑판 계류한 함재기를 모조리 날려먹고 부랴부랴 띄운 거니까. 늦지 않게 비행기를 보내준 것만 해도 감사해야지.


“임무 목표는 완수했습니다. 적 항모 기동부대는 작전 불가.”

“자네 예측이 맞은 덕분이야. 잘했어, 작전관.”

“당연한 결과입니다. 항로를 볼 수 있다면 바보라도 알 수 있는···.”

“나는 못 봤는데, 그럼 나도 바보인가?”


장난스레 묻자 작전관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얼굴을 붉혔다.


마치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고 말하려는 듯 어버버하는 모습.


나는 손을 내저으며 말을 이었다.


“농담이야. 잠시 내려갔다가 오지.”

“예, 예! 함장님!”


각 잡힌 경례를 뒤로한 채 대공 함교를 나갔다.


하여간 저 녀석,

작전 계획 수립은 정말로 대단하다.


말본새만 고쳤으면 진즉에 진급했을 텐데.


‘아니, 그랬으면 데려오기 힘들었을 테니 오히려 다행인가?’


아무튼 당초의 목표는 모두 완수했다.


히류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제1항공함대라는 조직은 지구상에서 확실하게 사라졌다.


이걸로 일본의 해상 항공력은 크게 저하되었다.


남은 건 타격력이 제한되는 경항모나 유연성이 떨어지는 육상 발진 항공대뿐.


전자는 이순신함에 위협이 되지 못한다.

후자는 개전 초기의 항공전처럼 정운함의 요격기로 대응할 수 있다.


태평양 통상파괴전에 필요한 선결조건.

운신의 폭을 확보한 거다.


후우―

함장실로 들어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앉았다.


잠시 생각을 정리할 시간.


아직 13기동부대가 연합함대를 기동력에서 앞서는 지금.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다.


이대로 남쪽의 필리핀으로 남하하여 현지의 미군과 합류하기.


혹은 태평양의 거점으로 직행하여 재보급 및 정비를 받고 재출격하기.


함 내의 분위기는 전자를 바라는 느낌이다.


미군이라는 확실한 지원 세력도 있고, 당장 일본 육군의 상륙을 저지한다면 놈들의 대전략에 큰 타격을 입히는 셈이니.


하지만 그건 너무 위험한 선택이다.


당장 인도차이나에도 일본군이 상륙하고 있고 이들이 남방을 점거하는 건 시간문제겠지.


당장 제로센이 남방의 하늘을 장악하는 마당에 미군이라고 이순신함을 도울 뚜렷한 방법이 있지는 않을 거다.


무엇보다 남방함대.

필리핀 공략을 지원하는 일본 해군이 문제다.


공고급 2척과 다수의 순양함, 구축함, 그리고 경항모로 이루어진 남방 함대는 질적으로는 구식이지만 숫자는 무시 못 한다.


이들에게 발이 묶인 사이 육상 발진 항공대와 연합함대 주력이 들이닥치면 이순신함도 어쩔 방법이 없다.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역시 태평양 기지로 피신하는 게 정답이지만 이건 나 혼자 결정할 사항이 아니다.


정운함과 나대용함.

그리고 태풍에서 낙오했다가 복귀한 구축함 전대장까지.


나보다 연공서열에서 앞서는 선임 함장들이 있으니까.


역시 담판을 지어야겠지.

결심을 굳히고 나는 의무실로 내려갔다.


“부상자들 상황은 어떤가?”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해놨습니다만, 역시 가까운 육상에서 치료를 받는 편이 좋습니다. 특히 제독은···.”


여전히 신음 소리가 가득한 병실.

보고하던 의무장의 표정에 그늘이 드리운다.


이순신함의 시설은 대단하지만 역시 육지의 제대로 된 병원과 비교할 바는 아니다.


부상자들은 가능한 빨리 내려주는 편이 좋다.


나는 그의 어깨를 토닥이곤 제독이 누운 병실로 들어갔다.


“제독님.”


침대에 누워 있던 류시원 제독이 방문 소리에 고개를 돌린다. 상태는 많이 호전되었지만 여전히 일어날 순 없는 상태다.


나는 경례한 채로 말을 이었다.


“제1항공함대를 격멸했습니다.”


조용히 눈만 깜박거리는 제독.

이윽고 헛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내 죽을 날이 머지않았다고 안심이라도 시킬 생각인가, 함장?”

“상부에도 보고를 올렸습니다. 아카기와 카가는 격침, 소류급 1척 대파에 다른 1척도 폭격으로 최소 중파입니다.”


그제야 제독은 진지하게 내 말을 받아들였다.


“믿기 어려운 말이지만··· 이 배가 아직 떠 있는 걸 보면 거짓말은 아닌 듯하군.”


그는 천장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함대가 살아남았다는 안도감일까.

아니면 이런 상황 속에서도 자신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 혹은 착잡함일까.


어쩌면 둘 다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오직 제독 본인만이 알고 있겠지.


“앞으로의 함대 행동은, 어찌하시겠습니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다.


“지휘권은 자네에게 승계하지 않았나.”

“선임 함장님들의 의견은···.”

“내 명령이라고 전해. 그럼 간단하지 않나.”


생각보다 간단한 해답.

류시원 제독의 이름을 빌려 지시를 내리라는 소리다.


이래도 되나 싶지만 그는 걱정 말라는 듯 웃으며 설명을 더했다.


“육상에 도착하고 나서야 진실을 알겠지만··· 아마 그 전에 자네가 진급하는 게 먼저일 걸세.”


그런가.

확실히···.


일본 해군의 무전을 감청해본 결과 본국에 남은 우리 함대의 피해도 크다고 했다.


유일한 전투 부대인 13기동부대의 주력 함장을 현장 진급 시키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렇게 되면 지휘권 문제는 안심이지만 더 큰 문제가 따로 있다.


“제독님께서 아시는 작계는 어떻게 될 예정이었습니까?”

“그건 잊게. 죽음을 전제한 계획이니까.”


단호히 고개를 젓는 류시원 제독.


“이순신함은 최대한 개전 전에 탈출을 목표로 하고, 불가능할 시 장렬히 침몰하는 것. 그것이 본계획이었네만 자네가 상황을 바꾼 이상 무의미하지.”

“하지만 제독께서 곧이곧대로 그 작계를 따랐으리라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가 무슨 수로 말인가. 보급도 지원도 못 받는 전함 1척으로 어떻게?”


맞는 말이다.


현재 이순신함이 받은 피해는 본격적인 조선소에 입거하여 수리를 받아야 할 상황.


더군다나 탄약이나 연료도 무한정 있는 게 아니다.


순항 훈련 대비로 만재 상태이긴 했지만 계속 교전을 치르고 고속으로 기동하다간 언젠가 바닥날 수밖에 없다.


전함 1척만으로 전쟁을 이기기 어려운 이유다. 그 어떤 강대한 함대라도 보급과 지원이 없다면 작전을 지속할 수 없다.


그렇기에 함대는 배를 만들 능력뿐만 아니라 계속 지원하고 보조할 뒷심이 있어야만 전력을 발휘하는 거다.


하지만 이순신함의 거체를 수용할 만한 조선소는 적어도 남방에는 없다.


싱가포르의 대형 건선거도 이순신함이 들어가기에는 조금 작다. 제대로 된 수리 및 정비를 받으려면 대련이나 거제도의 대형 건선거로 가야 한다.


당연히 여기서 본국으로 귀환하려 하면 연합함대가 얼씨구나 하고 때려잡으러 오겠지.


무선침묵으로 지나가려 해도 놈들이 두 번이나 속지는 않을 거다.


결론은 태평양 기지 중 수리를 할 수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


물론 장소는 마땅치 않다. 진주만의 가장 큰 도크도 이순신함을 수용하기에는 약간 작으니까.


하지만 단 한 군데.

오직 나만이 알고 있는 장소가 있다.


···아니 엄밀히 말해 나 혼자만은 아니겠다.


“제독님께서는 필리핀해를 지나 트럭 기지로 가실 생각 아니셨습니까?”


내 말을 들은 류시원 제독이 눈을 크게 뜨며 놀란다.

대체 어떻게 알고 있었냐는 얼굴이다.


현대에는 추크 제도로 알려진 지역.


이 부근에 중부 태평양을 따라 펼쳐진 섬들은 대한제국과 일본이 양분해서 지배하고 있다.


이 중 트럭 제도는 대한 해군의 해외 잠수함 기지로 사용하는 중.


그리고 여기에는 내가 설정해 둔 비밀 기지가 있다.


짧은 침묵 후.

나는 심호흡을 하고 입을 열었다.


“그곳에··· 미국에서 수입한 부유 선거가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계획은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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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말레이 해전 (3) +22 24.08.21 12,309 447 15쪽
26 말레이 해전 (2) +25 24.08.20 12,166 412 16쪽
25 말레이 해전 (1) +15 24.08.19 12,215 391 14쪽
24 ABDA 함대 +17 24.08.18 12,263 400 20쪽
23 비밀 기지 +21 24.08.17 12,383 397 14쪽
22 웨이크 섬 +16 24.08.16 12,232 415 15쪽
21 추격 +19 24.08.15 12,547 422 11쪽
» 위대한 항로 +20 24.08.14 12,963 419 18쪽
19 운명의 5분 (2) +29 24.08.13 12,871 421 16쪽
18 운명의 5분 (1) +18 24.08.12 12,616 420 13쪽
17 폭풍 속으로 (2) +18 24.08.11 12,666 412 24쪽
16 폭풍 속으로 (1) +16 24.08.10 12,540 403 12쪽
15 불타는 하늘 +23 24.08.09 12,713 365 22쪽
14 This is not a drill +22 24.08.08 12,373 383 12쪽
13 폭풍전야 +17 24.08.07 12,401 390 14쪽
12 황제 (2) +15 24.08.06 12,531 366 12쪽
11 황제 (1) +13 24.08.05 13,168 37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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