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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수상함 님의 서재입니다.

대한제국 전함이 일제를 찢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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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수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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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9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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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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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황제 (2)

DUMMY

딸?

지금··· 자기 딸이랑 결혼하라고 말한 건가?


대한제국의 황제가?


나한테?


“왜 그러시오? 혹 이미 마음에 두는 상대라도 있소?”


얼이 타서 어버버 하자니 황제가 의아하게 묻는다.


다급히 자세를 고쳐 잡으며 말했다.


“그런 게 아니옵고···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조금 더 생각할 시간이···.”

“그럴 수도 있지. 너무 부담스럽게 이야기할 필요 없소이다. 여긴 우리 둘만 있는 공간이니.”


너 같으면 니가 일병인데 사단장이 편하게 있으랬다고 그럴 수 있겠냐.


아니지.

궁궐에서 나고 자란 사람인데.


그런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내가 넓은 아량으로 봐줘야지.


절대로 봐주는 거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어서가 아니다.


아무튼.

결혼이라니.


너무도 뜬금없는 소리라서 차마 뭐라고 해야 할지 감이 안 온다.


대체 왜?

내가 뭐 이상한 거라도 말했나.


아무리 생각해도 짐작 가는 게 없는데···.


“이제 보니 얼굴도 모르는데 대뜸 권하고 말았군. 잠시 기다려보시오.”


슥―

정복 주머니를 뒤적거리던 그가 웬 흑백 사진을 건넨다.


나는 떨떠름한 표정을 감추려 노력하며 사진을 받았다.


와···.

이건 좀, 얘기가 다를지도 모르겠··· 네?


“어떻소? 마음에 드시오?”


반응이 달라진 걸 눈치챘는지 얼굴에 화색이 돋는 황제.


솔직히 살짝 마음이 흔들린다.

이 정도일지는 몰랐는데.


···아니지.


유리도 그렇고. 생각해보니 애초에 스킨을 끼워뒀으니까. 어지간한 네임드 캐릭터는 디폴트가 이 정도이리라.


굳이 황제의 딸에게만 눈을 돌릴 이유가 없다는 거지.


무엇보다도 지금 황실과 연을 맺게 되면 너무 고려해야 할 점이 많아진다.


황실의 일원으로서 온갖 정치적 구설수에 오르내릴 수 있고. 무엇보다도 순항 훈련에 따라가지 못할 수도 있다.


그게 무슨 말이냐.


‘이순신함의 지휘권을 내려놔야 할지도 모른다는 말이지.’


그럴 수는 없다.


당장 내가 없으면 앞으로의 계획은?

지금까지 육성해 온 이순신함의 잠재력은?


내가 없이는 안 된다.

살아남을 수 없다.


위기의 순간에 그들을 구할 수 있는 건,


“폐하의 성은에 몸 둘 바를 모르겠사옵니다.”

“고맙소.”

“허나 아직은 결혼에 뜻을 두는 것은 어려울 듯하옵니다.”


오직 나뿐이다.


“소신에게는 아직 이순신함을 지휘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아직 폐하를 위해 해군에서 못 이룬 일들이 많아 당분간 가족을 가까이하는 일은 어려워, 자칫 폐하께 심려를 끼쳐드릴 것 같아 두렵사옵니다.”


일 바빠서 당분간 어려울 거 같다는 말을 최대한 돌려보았다.


설마 못 알아듣는 건 아니겠지?

명색이 일국의 최고 지도자인데.


다행히 황제는 잠시 고심하는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려. 알겠소. 함장의 뜻이 그러하시다면야 나도 강요할 생각은 없소.”


다행이다.


이후 분위기 전환 겸 시시콜콜한 대담을 좀 이어간 후, 자리를 파할 때 즈음이 되자 그가 말했다.


“함장의 고견은 잘 들었소. 솔직히 아주 흥미롭소. 내 취미 삼아 해사의 논문 같은 것도 찾아보고 하지만, 이게 정말 맞는 말인지는 잘 모르겠더구려.”


하긴 나라의 관심사가 해군에 쏠려 있으니. 군에 문외한인 사람이라도 공부는 해보는 게 이상하지는 않지.


“형님께선 대부분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하셨지만 짐이 보기엔 그럴듯한 이야기도 많았다는 말이오. 함장의 설명을 듣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 참으로 다행이오.”

“미력한 도움이나마 드릴 수 있어 영광이옵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제안이라 당황했지만.


어쨌든 이 정도면 크게 나쁘지 않은 인상.

적어도 손해는 아니리라.


“함장. 딸을 소개시켜주고 싶다는 말은 진심이오.”


만남을 마치고 궁을 나서려는 길.

황제는 마지막으로 나에게 말했다.


“언제든 생각이 바뀌면 이야기하시오.”


대체 왜 이렇게 나에게 관심을 보이는 걸까.


수상할 정도의 호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한마디뿐이었다.


어디 보자··· 사극 같은 데선 이럴 때 뭐라 하더라?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요즘은 그렇게 말 안 해도 된다오.”


아니.

내관들이 이러라고 했는데?


진즉에 좀 말해주지.


골탕 먹인 악동처럼 실실 미소 짓던 황제는 이윽고 고개를 끄덕였다.


“살펴 가시오. 고마웠소.”


***


대한제국의 황제 이은은 석조전 2층의 난간 너머로 궁 밖을 나서는 함장을 바라보았다.


슬슬 비가 오려는지 하늘 위로는 먹구름이 조금씩 몰려들고 있었다.


“폐하, 날이 춥습니다. 안으로 드시지요.”

“괜찮소. 경들의 몸이나 주의하시오.”


내관들의 만류에 대꾸하고서 조용히 한숨을 내쉰다.

그는 군을 모르지만 그렇다고 무지한 사람은 아니었다.


단 1척의 전함을 주력으로 하는 1개 기동부대.


제아무리 강한 전함이라 한들, 규모에서 훨씬 대단한 일본 연합함대를 당해낼 수 있을 리가 없다.


그 과거의 충무공께서도 함대를 통해 왜적을 물리치셨지 배 한 척으로 물리치신 건 아니셨거늘.


이건 자살 행위다.


군 작전에 조예가 없는 그라도 황제의 자리에서 연마한 정치력으로 알 수 있었다.


전쟁이 임박한 것은 기정사실.


헌데 다가올 전쟁 이후, 이순신함이 하는 일 없이 항구에 박혀 있는 모습을 보인다면 해군은 어떤 비난을 받을 것인가?


전쟁에서 그 배의 운명은 둘 중 하나다.


전쟁에서 패하여 죽든지.

아니면 승리하여 살아남든지.


허나 현재로서 후자의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시종무관을 통해 보고된 인선 또한 그의 생각을 보증했다.


일부러 제비뽑기를 가장해 애매한 성적의 생도들만 선정된 순항 훈련단.


실험적인 요소가 큰 순양함.

연안 작전에서 큰 쓸모가 없는 항공모함.


그 외에 우수하지만 어딘가 조금씩 모자란 인선들.


의도가 명백하다.

최대한 살려보지만, 죽는다면 손해는 적게끔 유도한 구조.


하지만 그, 이순신의 함장은 다르다.


지금까지 해군에서 들려오는 소문.

해군총장에게 전해 들은 훈련 결과.

직접 대면해서 이야기를 들어보며 느낀 특유의 직감.


그 모든 정보가 황제에게 알려주었다.


대한의 미래를 위해 저자는 살아남아야 한다.

그렇기에 어떻게든 붙잡아두려 한 거지만.


“세상일이 결국 뜻대로만 되지는 않구나···.”


그렇다고 이 이상 해군에 간섭할 순 없었다.

그는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 군주니까.


자칫하면 충무협회에 있는 그의 형님, 의친왕도 불편한 기색을 내비칠 수 있고.


하지만 이대로 손 놓고만 있을 순 없다.


“레이더인가··· 이보시오, 시종무관.”

“예, 폐하.”


멀리서 그를 수행하던 군인이 한 발짝 앞으로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해봐야지.

우선 오늘 들은 그 물건부터.


황제는 여전히 궁 바깥의 대로를 지나는 차에 시선에 둔 채 물었다.


“우리 해군에 그 레이더··· 전탐이라는 장비를 더 늘릴 수 있소?”


***


황제와의 만남 이후.


모처럼 시간이 남아 한성에 남아 시내라도 좀 둘러보려고 했다.


기왕 이 세계에 떨어졌으니 세상 바뀐 것도 돌아보고. 대련처럼 구리구리한 동네가 아니라 좀 발전된 현지 문물을 즐겨보고 싶은데.


“대령, 정운룡.”

“오느라 고생했네, 함장.”


왜 내가 해군 본부에 출두해야 하는 거냐고.

대답 좀 해주세요, 총장님.


아니, 당장 나라 망하게 생겼으니까 구르는 거지.

나라고 놀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게 아니라고.


맘 같아선 계급장이고 뭐고 떼고 드잡이질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정운함과 나대용함에 레이더와 항공관제 시설을 말입니까?”

“그렇다네.”


생각지도 못한 복덩이가 굴러 들어왔다.


레이더라니.

그것도 귀중한 주력함 두 척에 모두!


다가오는 적기를 탐지하는 레이더는 사실 전함보다도 항공모함에 더 필요한 장비다.


공습 한두 번 정도는 장갑으로 버티는 전함에 비해 떠다니는 탄약고인 항모는 취약성이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정운함의 함장이 아니라 이래라저래라 할 수 없었는데. 이렇게 알아서 해결되다니.


그런데··· 왜 갑자기?


“폐하께서 관심을 가지신 덕분에 사업을 진행하기 수월하게 되었어. 자네 덕분이네.”


아, 설마 어제의 면담 덕분인가.

그렇다면 내가 나가자마자 이야기가 진행되었다는 건데.


그새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사업 진행시킨 해참총장도 대단하다.


반쯤 감탄 섞인 얼굴로 바라보자니 제독은 화제를 돌렸다.


“시원 제독은 어떤가? 모실 만한가?”

“너무도 훌륭하신지라 제가 부족하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입바른 소리도 좋지만 나는 자네의 의견이 듣고 싶네. 왜 대련에서 말하던 것처럼 하지 않는 건가?”


뭐지.

돌리는 건가.


잔뜩 긴장하자 제독은 껄껄 웃으며 손을 저었다.


“농담일세. 훈련 성적을 보니 자네의 뜻이 옳은 듯해서 안심이야.”


아잇, 사람 쫄게 만들고 있어.


하여간 별일은 아니고.

그 일로 수고했다며 덕담 좀 해줄 겸 부른 모양.


이후로도 얼마간 의례적인 대화 몇 마디 나누고 물러나려는 순간 총장이 말했다.


“부친께서도 자랑스러워하실 거야. 분명히.”


묘하게 무거운 목소리에 나는 다시금 그를 돌아보았다.


뒷짐을 지고서 일어난 제독은 묵묵히 창가를 바라볼 뿐이었다.


순간 대답을 망설이던 나는 간신히 말을 꺼냈다.


“감사합니다.”


그러고 보니 내 가족.

여기 오고 난 이후로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모르는 건 아니다.

처음 빙의한 날에 상황 파악과 함께 신상도 조사했으니까.


해군 중역이었던 아버지를 사고로 일찍 여의고, 상관이던 신순성 제독이 자라는 동안 뒤를 봐줬다고 했지.


그렇기에 이 자리까지 오른 걸지도 모르겠다.


총장이 뒤를 봐주는데 실력도 대단하니 인성이 시궁창이던 것도 이해가 가고.


별로 생각은 안 하고 있던 사실인데.


새삼 내가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다는 게 느껴져서 어딘가 허망하다.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겨 한성의 거리를 지나던 그때.


“호외요! 호외!”


전단지를 날리며 거리를 달리는 소년.


하늘을 펄럭이는 용지 위로 대문짝만한 글자가 급보를 알린다.


나도 모르게 전단지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굳어 멈춰 섰다.


“독일이 화란을 침공했소! 호외요!”


화란.

네덜란드.


서유럽에서 본격적으로 교전이 시작되었다는 뜻이다. 사람들은 유럽에서 기나긴 참호전의 악몽이 다시금 이어지리라 예상하겠지.


하지만 저건 미끼다.


독일군의 실제 주력은 네덜란드와 프랑스 사이, 아르덴 숲을 지나는 중.


지금쯤 수십만 연합군 주력을 포위섬멸하기 위한, 역사에 남을 기동 작전을 수행 중이리라.


전격전,

프랑스 침공.


2차 세계대전 초기의 전황을 결정지은 역사적인 대전이 시작되었다.


이 말인즉 시간이 없다는 뜻이다.


프랑스는 앞으로 6주면 무너질 것이다.


유럽은 나치 독일의 손아귀에 들어가고 영국은 홀로 남아 절망적인 방어전을 강요받겠지.


그리고 일본은 알게 되리라.


서구 열강이 극동에 힘을 투사할 수 없으리란 것도.

그들이 생각보다 허깨비라는 사실도.


개전의 때가 다가왔다는 사실도.


남은 시간은 대략 앞으로 두 달.

아니 어쩌면 한 달.


동아시아··· 동양 전체를 집어삼킬 이 절호의 기회를 결코 놓치지 않겠지. 승리는 따 놓은 당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누구 마음대로?


우드득―

손아귀에 힘이 들어가며 신문 용지가 구겨졌다.


어렸을 때부터 해군에 들어가 구를 때까지.

이거 하나는 자신 있었다.


주어진 상황에서의 최선을 다하는 일.


지금 내 상황이 어쨌든.

이 몸이 본래 누구였든 간에.


지금 ‘내가’ 이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놈들을 막는 것.

승산은 충분하다.


***


1940년 6월.


제13순항훈련전단은 제주도 남방으로 이동했다.


그달 말,

프랑스가 독일에 항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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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남방 수호자, 탄생 +29 24.08.22 12,440 421 13쪽
27 말레이 해전 (3) +22 24.08.21 12,309 447 15쪽
26 말레이 해전 (2) +25 24.08.20 12,165 412 16쪽
25 말레이 해전 (1) +15 24.08.19 12,214 391 14쪽
24 ABDA 함대 +17 24.08.18 12,262 400 20쪽
23 비밀 기지 +21 24.08.17 12,381 397 14쪽
22 웨이크 섬 +16 24.08.16 12,230 415 15쪽
21 추격 +19 24.08.15 12,545 422 11쪽
20 위대한 항로 +20 24.08.14 12,962 419 18쪽
19 운명의 5분 (2) +29 24.08.13 12,871 421 16쪽
18 운명의 5분 (1) +18 24.08.12 12,615 420 13쪽
17 폭풍 속으로 (2) +18 24.08.11 12,665 412 24쪽
16 폭풍 속으로 (1) +16 24.08.10 12,540 403 12쪽
15 불타는 하늘 +23 24.08.09 12,712 365 22쪽
14 This is not a drill +22 24.08.08 12,373 383 12쪽
13 폭풍전야 +17 24.08.07 12,400 390 14쪽
» 황제 (2) +15 24.08.06 12,530 366 12쪽
11 황제 (1) +13 24.08.05 13,166 373 14쪽
10 기동부대 (2) +11 24.08.04 13,276 368 15쪽
9 기동부대 (1) +11 24.08.04 13,997 381 12쪽
8 에이스 +19 24.08.03 14,504 394 13쪽
7 자진 입대 +12 24.08.02 15,082 397 13쪽
6 찾아라 드래곤볼 +19 24.08.01 16,065 396 14쪽
5 최고의 복지 +29 24.07.31 17,722 435 12쪽
4 안전운전 +18 24.07.30 19,757 469 15쪽
3 전함 이순신 (2) +27 24.07.29 21,396 515 15쪽
2 전함 이순신 (1) +29 24.07.29 24,997 556 12쪽
1 프롤로그 +47 24.07.29 30,951 58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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