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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수상함 님의 서재입니다.

대한제국 전함이 일제를 찢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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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수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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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9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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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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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자진 입대

DUMMY

임승철.


1904년 해방전쟁 시기 의병장을 지낸 부모 밑에서 자라 사관학교에 입학.


평범한 지방 유지의 모범생이었으나 도시 신문물의 매운맛을 보고 전향.


술, 도박, 여자.

사관학교에서 하지 말라는 건 전부 마스터.


물론 이걸로 끝날 인생이었으면 여기에 나오지도 않았으리라.


“햣하! 생도 등장!”

“판돈은 죽이고 소주는 겁탈하라!”


사실 저 정도야 혈기왕성한 젊은 날의 일탈 정도.


다른 생도들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이런 문제에서 아예 자유로울 순 없었다.


선을 넘지만 않으면 퇴학 수준으로 제지하지 않을 뿐.


“승철아, 짭새들이 말한 거 너 아니지?”

“예.”

“그래, 잘하자.”


승철 또한 그때까지는 선을 아는 사람이었고 어찌저찌 임관에 성공해서 대련항에 배치되었다.


그리고 마침 대일 전투를 염두에 두어 이전된 작전 사령부에 발령.


이쁜 처자와 눈이 마주치고,


“임승철 이 미친 새끼야!!!”


선을 넘어 버렸다.


“건들 사람이 따로 있지, 제독님 딸을 건드려?! 그냥 뒤지고 싶어 환장했냐!”

“죄,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뜨거운 밤을 보내고 잊어버릴 인연이 하필이면 당시 해군 함대장, 현 해군 작전 사령관의 친딸인 줄이야.


길가에서 지뢰 밟는 것이 어떤 기분일지 승철은 잠시 편린이나마 느꼈다.


다행히 의병장이었던 할아버지의 간곡한 부탁으로 예편은 면한 채 산간벽지 초소 경비대장으로 좌천.


꼴에 사관학교 출신이라 형식상 대위만 달고서 전역 예정.


본인 또한 인생 조졌다는 걸 체감하고 여자 부르고 술만 마시며 시간 죽이던 중.


“도착했네.”


이변이 일어났다.

부둣가에 멈춰 선 차 안에서 그는 고개 숙인 채 몸을 떨었다.


그는 아직도 믿기지가 않았다.

해군 최대의 전함 함장이 자신을 찾아오다니.


거기다 해군총장의 진급 명령서까지 들고서.


대체 왜?

무엇을 위해서?


자신을 꿰어내기 위한 속임수가 아니었을까?


“아, 나오기 전에···.”


차에서 내리기 전,

얼굴에 검은 봉다리가 씌워지자 승철은 확신했다.


여기는 도살장이다.


당연한 일이지. 작전 사령관을 노하게 한 주제에 멀쩡히 살아 돌아갈 리가.


문득 뭐라도 기대한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진다.


저항하려는 마음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상하게도 몸에 힘이 풀려 움직이지 않았다.


더 살아 무엇을 하겠나. 어디에 있든 결국 오늘처럼 찾아올 텐데.


도축당하는 짐승처럼 어디론가 끌려 올라간 그는 미로 같은 통로와 계단을 지나 마침내 어딘가에서 봉다리가 벗겨졌고···.


“어?”


전혀 예상 못 한 풍경이 펼쳐졌다.


온갖 통신 설비와 도표, 작도가 비치된 사무실.

마치 해군 함선에 마련된 자그마한 통신실 같다.


아니,

조금 다르다.


승철은 금방 위화감의 원인을 찾아냈다.


벽에 걸린 커다란 원형 작도,

그리고 전기 신호를 표시하는 듯한 콘솔.


“전탐?”


레이더.


서류뿐인 초소에서 시간 죽이던 그도 알음알음 들은 기억이 있다.


언젠가 그의 초소에 웬 기술 부대 대원들이 통신용 안테나처럼 생긴 물건을 들고 와 이리저리 돌려보고 갔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분명 전파를 통해 물체의 거리와 방향 등을 탐지하는 도구라고 했다.


“생도 시절, 재미있는 논문을 냈더군.”


그의 뒤에서 뒷짐을 진 대령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가까운 미래. 전투기의 무전기와 직접 교신이 가능한 직책을 신설하여 함선에서 직접 머리 위의 편대를 통제하여 함대 방공에 활용하여야 한다고.”


승철은 그와 눈을 마주쳤다.


여유로운 표정에 대비되는 완고한 눈빛.


가볍게 턱짓한 그, 이순신함의 함장이 말했다.


“이 정도면 어때? 해볼 만하지 않나?”


그의 뒤에 따라온 장교 또한 이 장소가 뭐 하는 곳인지 모르는 모양이었다.


손원일이라 불린 장교는 방 안을 돌아보며 눈을 휘동그레 뜬 채 말했다.


“함장님, 여기는 대체···.”

“전탐의 정보를 통해 적기의 방향과 속도, 침로를 계산하면 되겠지요.”


승철은 알아차렸지만.


함장이 흥미로운 시선을 보내는 동안, 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작도에 대략적인 위치를 표시한 후, 가장 가까운 아군 편대를 호출하여 요격하면 됩니다.”


점점 유심히 바라보고 있지만 승철은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언젠가 그가 예상했던 모든 설비가 그대로 갖춰져 있었으니까. 마치 그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기라도 한 것처럼.


“호출 부호는 표를 통해 정해 두면 되고 통신망은··· 직접 연결이 가능한 무전 장비로 실시간 통제가 가능하도록 해야 할 테고.”


처음 보는 구조를 줄줄 꿰듯 말하면서도 승철은 당황했다.


어떻게?

어떻게 이 모든 걸 그대로 구현할 수가 있지?


논문만 보고 구현할 수준이 아닌데?


“자네의 보직은.”


이어지는 함장의 말에 승철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전투기 통제관이네.”


그 보직명 또한 그가 생각했던 것 그대로였기에.


***


전투기 통제관.


탑재된 주포로 함포 사격전을 벌이는 전함에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실은 함대 방공의 핵심이자 중추적인 보직이다.


기존 전투기를 이용한 함대 방공은 각 편대장이 스스로의 직감에 의존하여 적기를 찾아 나서서 알아서 싸우는 방식이다.


하지만 하늘은 넓고 편대장이 레이더도 없이 눈으로 적기를 찾다가는 놓치기 일쑤였다.


하지만 전투기 통제관이 있다면 다르다,


레이더를 갖춘 함선의 정보를 토대로 주변 반경의 전투기 편대를 마치 RTS 게임을 하듯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거다.


각 편대장은 명령에 따라 이동해 눈앞의 적과 교전하기만 하면 되는 시스템. 쉽게 말해 미니맵이 있고 없고의 차이다.


실제로 항공 통제 시스템이 활성화된 미 해군은 1944년, 마리아나 해전에서 수백 기의 일본 해군기 공습을 성공적으로 방어했다.


그 중심에 선 시스템이 바로 전투기 통제 장교.


압도적인 일본 해군항공력과 맞서게 될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인재다.


“대체 어느 세월에 이런 설비를 갖출 생각을···.”

“임승철 소령.”


넋 놓고 방 안을 둘러보는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


“분명 작전 사령관님 딸을 꼬셨다가 군 생활 꼬였다고 했지?”

“예, 예···?”

“작전 사령관님 아직 정정하시더군. 앞으로도 10년은 더 싸우실 수 있으실 정도로 말이야.”


순식간에 사색이 되는 얼굴.


“어··· 어어···.”

“자네가 이곳 이순신함에 내 추천으로 부임했다는 사실을 작전 사령관께서 아시면, 참으로 좋아하시겠지? 당장이라도 시찰을 오실 수 있을 거라 보는데, 어떤가?”

“사, 사···.”


당황하며 주절거리던 그는 이윽고 넙죽 엎드렸고.


“살려주십쇼!”


처절한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진짜! 진짜 진짜 실수였습니다! 믿어주십시오! 저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하자길래 했을 뿐입니다! 작전 사령관님 따님인 줄 알았다면 제가 그 자리에 있었겠습니까?!”


자존심은 쓸개처럼 내버린 모습.

뒤에 선 항해장조차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물론 녀석의 실력은 내가 직접 스카웃하러 갈 만큼 출중하다.


게임에 붙어 있는 트레잇만 해도 요격 성공률을 70%나 끌어올리는 사기급 인재였으니까.


대공포가 아닌 전투기의 직접 요격, 그리고 그 방법까지 제시했다는 점에서 선구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지만 문제점이 있다면 바로 이 사생활.


“아니 하필 나한테 그런 시련이 닥쳐서···.”


그리고 반성하는 기색이라곤 1도 없는 이 태도까지.

개인적으로는 거들떠볼 가치도 찾기 힘든 범부다.


“소령.”


하지만,


“난 자네 고해성사 들으려고 이 자리에 있는 게 아닐세.”


흰 소든 검은 소든 일만 잘하면 그만이다.


“내가 자네에게 바라는 건 오직 하나야. 임무에 충실할 것.”


조용히 그의 앞에 한쪽 무릎을 대고 앉는다.


납작 엎드린 승철이 천천히 고개를 든다.


“그 기준에 부합한다면 자네가 작전 사령관 따님과 노닐든 어디 경성 룸살롱에서 구르든 내 알 바 아니야. 하지만 기회를 줬는데도 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차분히 눈을 마주친 채, 나는 그에게 선고했다.


“제독께서 오래간만에 자네 얼굴을 독대할 기회가 생길지도 모르지.”

“아, 아아···.”


눈물이 벙글벙글 맺히는 눈동자.


녀석의 평판을 생각하면 당분간 이 통신실 안에서만 지내야 할 터이다.


그럴 줄 알고 침구류도 다 준비해 뒀지만.


“이순신함에 온 걸 환영하네.”


우는 건지 웃는 걸지 모를 녀석을 향해 나는 싱긋 미소 지으며 말했다.


함장실로 돌아가는 길.

수행하던 항해장이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로 내게 물었다.


“저런 놈인 줄 알고 부르신 겁니까?”

“저런 놈이라서 부른 거야.”


임승철.


트레잇으로 탐욕 같은 부정적 효과가 붙어 있기는 했지만 실제로 이런 식으로 나타날 줄은 나도 예상 못 했다.


하지만 오히려 괜찮다.

이걸로 녀석은 내게서 벗어날 수 없을 테니.


“적어도 시키는 일은 잘하니까.”


지금은 검은 소든 흰 소든 일만 잘하면 그만이다.


물론 항해장의 반응이 이상한 건 아니다.

늘상 여유를 가지고 침착하게 대응하던 그가 이럴 정도면 다른 이들의 시선은 명약관화니까.


하지만 내가 옳았다는 사실이 밝혀지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4월 중순.


노르웨이 전투의 결과는 대사관의 첩보 등을 통해 우리 해군에도 알음알음 퍼져 나갔다.


“루프트바페(독일 공군)가 영국 전함을 격침시켰다는데?”

“과장 보도겠지. 왕립해군에서 전함이 침몰한 적은 없다고 하네.”

“함적 처분이 늦는 거일 수도 있지 않나. 역시 항공력이 함대를 상대할 수 있는 게 맞았어!”

“내가 듣기로는 잠수함이 잡았다던데?”


가장 의견이 분분한 내용은 함대에 대한 공습과 그 결과.


어디서는 독일 공군이 전함을 폭격해 가라앉혔다고 하고.


어디서는 공습을 받은 건 맞지만 침몰하지는 않았고 손상도 대단치 않은 거라 이야기한다.


“로드니 말인가? 그 정도 전함의 갑판 장갑은 폭탄으로 뚫기 어려워. 아마 격침은 어렵겠지.”

“그럼 과장이라는 말씀이십니까?”

“확실한 증거가 없다면 말이야.”


물론 나는 모든 결과를 알고 있지만.


이야기를 들은 포술장은 고심에 빠진 얼굴을 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함장님이 그리 말씀하신다면 그렇겠지요!”


공고함 사건 이후, 그는 줄곧 내게 큰 신뢰를 보내고 있다. 일본에게 한 방 먹여준 게 좋다나 뭐라나.


하여간 노르웨이 전투에서 왕립해군이 공습에 시달린 건 맞다.


함선 대공포만으로는 항공기에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전훈이 드러난 것도 이때였고. 하지만 이때는 공습으로 치명적인 피해를 입은 전함이 나오지 않았다.


실제로 급강하폭격기의 공습을 당한 전함 로드니는 작은 손상만 입은 채 작전을 지속했다.


다만 이것을 독일 공군은 격침했다고 오인해서 상반된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허나 진실이 어찌 되었든,


“함대 방공 훈련에 대한 새로운 방법을 제안합니다.”


중요한 건 이걸 어떻게 활용하느냐이다.


“어떤 식으로 말인가, 함장?”

“함대 상공에 전투초계기를 두어 전탐으로 직접 통제하여 방공에 활용하는 것입니다.”


회의실에서 이야기를 들은 함장들이 술렁거린다.


“이론상으로는 그럴듯하군.”

“헌데 실전에서 가능한지는 의문이네. 전탐의 신호를 계속 비춰야 한다는 건데 적의 역탐지에 걸릴 위험이 더 크지 않나?”

“뭐, 이 기회에 시험해보는 것도 괜찮겠지.”


아직은 그리 믿지 못하는 분위기.


최근에 이상한 애들 전입시킨 것도 그렇고.

함장들 사이에서도 조금씩 말이 나오는 모양이다.


일각에서는 상부에서 너무 밀어주는 거 아니냐며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지만,


“훈련, 시작합니다.”


상관없다.


“좌현, 공격기 30기, 본 함으로 접근 중.”


결과로 증명하면 그만이니.


“통제관.”


<예.>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라는 건 알고 있겠지?”


<··· 예.>


“그래, 잘하자.”


전성관 너머로 들리는 긴장한 목소리.


혹여 실수하지는 않을까 싶을 수준이지만 나는 걱정하지 않는다.


“전투기 통제실, 요격 관제 시작합니다!”


내 눈이 틀릴 리가 없거든.


곧이어 머리 위로 전투기 편대가 날쌘 바람 소리를 남기며 지나간다.


“편대, 요격 개시.”


대련 항공대에서 지원해 준 전투초계기들.


십수 기의 편대가 삼각형 대형을 이룬 채 구름 사이로 나아가지만 어디에도 적기는 보이지 않는다.


하늘은 흐리고 구름도 많이 껴서 적기를 찾아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습에 대응하기 적절치 않은 조건.

하지만,


“공습 결과···.”


결과는 머지않아 나타났다.


“적기, 요격 성공. 공습 피해 없음!”


붉은 신호탄을 쏘아 올리며 돌아가는 훈련 폭격기들.


환호성이 울리는 함교에서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생각했다.


드디어 첫 퍼즐을 맞췄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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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남방 수호자, 탄생 +29 24.08.22 12,438 421 13쪽
27 말레이 해전 (3) +22 24.08.21 12,307 447 15쪽
26 말레이 해전 (2) +25 24.08.20 12,162 412 16쪽
25 말레이 해전 (1) +15 24.08.19 12,213 391 14쪽
24 ABDA 함대 +17 24.08.18 12,260 400 20쪽
23 비밀 기지 +21 24.08.17 12,379 397 14쪽
22 웨이크 섬 +16 24.08.16 12,226 415 15쪽
21 추격 +19 24.08.15 12,543 422 11쪽
20 위대한 항로 +20 24.08.14 12,960 419 18쪽
19 운명의 5분 (2) +29 24.08.13 12,868 421 16쪽
18 운명의 5분 (1) +18 24.08.12 12,614 420 13쪽
17 폭풍 속으로 (2) +18 24.08.11 12,663 412 24쪽
16 폭풍 속으로 (1) +16 24.08.10 12,538 403 12쪽
15 불타는 하늘 +23 24.08.09 12,711 365 22쪽
14 This is not a drill +22 24.08.08 12,373 383 12쪽
13 폭풍전야 +17 24.08.07 12,400 390 14쪽
12 황제 (2) +15 24.08.06 12,529 366 12쪽
11 황제 (1) +13 24.08.05 13,165 373 14쪽
10 기동부대 (2) +11 24.08.04 13,273 368 15쪽
9 기동부대 (1) +11 24.08.04 13,991 381 12쪽
8 에이스 +19 24.08.03 14,501 394 13쪽
» 자진 입대 +12 24.08.02 15,082 39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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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최고의 복지 +29 24.07.31 17,720 435 12쪽
4 안전운전 +18 24.07.30 19,755 469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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