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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하자

천몽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완결

도월씨
작품등록일 :
2023.05.19 13:49
최근연재일 :
2023.05.20 22:45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17,567
추천수 :
202
글자수 :
371,828

작성
23.05.19 21:00
조회
180
추천
3
글자
11쪽

천관으로

DUMMY

어느덧 세화서고가 있는 장소에도 눈이 휘날리는 계절이 찾아왔다.


“막내야, 가서 물좀 끓여 오거라.”


“네, 사형.”


진가의 말을 전해들은 안이 우물로 향했다.


“도련님, 지금 어디 가시나요?”


“아, 사형의 부탁을 받아서 물좀 가지러 가는 길이다. 왜, 네가 대신 해줄것이냐?”


“아, 아닙니다. 그럼 이만.”


은월은 안의 말을 가만히 듣고는 그대로 총총 걸음으로 자리를 떠났다.


‘흐음.’


안은 그녀의 모습을 보며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의구심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처음 만남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듯한 모습. 그녀의 모습은 이미 세상을 떠난 소산과 많이 닮아 있었다.


“막내야. 뭐하느냐, 스승님께서 차를 찾으신다.”


“아, 금방 가겠습니다.”


안은 다시 한번 들린 목소리에 재빨리 몸을 움직였다.


“사형, 막내사제가 벌써 아픔을 잊은 것일까요?”


“그럴 리가 있겠느냐, 그저 모른척 밝은척 하는 것이지.”


“그래도, 이제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언제까지 서고에 머무를까요? ”


“음.. 아마도 황국에서 별 다른 소식이 없어서 그렇지 않겠느냐.”


조평은 가만히 책을 들여다 보고 있는 진가에게 여러 질문을 던졌으나, 그는 조용히 답만 해줄 뿐이였다.


“사형. 여기 차를 끓여 왔습니다.”


어느덧 차를 가져온 안이 진가와 조평의 앞에 나타났다.


“그래, 어서 위로 차를 가져다 드리거라.”


“네, 알겠습니다.”


안은 조심스럽게 찻잔을 들어 서고 위로 몸을 옮겼다.


“스승님. 차를 내왔습니다.”


“오, 그래. 고맙구나.”


안은 작은 찻잔을 들어 조심스럽게 차를 따라냈다.


“안아, 아직도 때가 되지 않은 것이냐?”


“....예”


조르르 내려오던 차의 줄기가 잠시 끊겼다가, 이내 다시 흘러 내렸다.


“음.. 무슨 때를 기다리는 것인지 정녕 답해주지 않는구나. 넌 이미 내 모든 것을 넘겨 받았는대도 말이다.”


“아직 스승님에 비하면 한참 모자릅니다.”


“하하하, 그래, 그렇게 겸손한 모습이 너 다운 것이지.”


“그 마저도 사형과 사저에 비하면 비할바가 못됩니다.”


“허허.. 그래. 그나저나, 그 때가 언제인지 빨리 왔으면 좋겠구나.”


견목은 안이 건네주는 잔을 받아 조심스럽게 차를 음미했다.


“스승님. 헌데 어찌 저를 이 서고에서 빨리 나가게 하려는 것 입니까?”


“음? 내가 말하지 않았던가?”


“무엇을 말씀입니까?”


안과 견목의 눈동자가 공중에서 충돌했다. 서로 모른다는 눈치였다.


“크흠, 내가 이야기를 하지 않았나 보구나.”


“말씀해주시지요.”


“사실, 전에 동주와 약조를 한 것이 있었단다.”


“약조 말씀입니까?”


견목은 안에게 자신이 동주와 했던 약조에 대해 모든걸 말해 주었다.


“이런! 스승님 그런 기회가 있었는데 이제야 알려주시다니요?”


“흠.. 미안하구나. 그런데, 어차피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며?”


“그건 그렇지만... 동주에게 가서 천기의 운용법을 일찍 수련했다면, 더 완성된 준비를 할수 있지 않았겠습니까.”


견목은 안의 억울한 표정을 뒤로하고 고개를 돌렸다.


“이, 이만 나가 보거라.”


“알겠습니다..”


안은 힘 없이 견목에게 인사를 올린 뒤 방을 나섰다.


‘후우.. 내가 이야기를 안했었구나.’


“자네, 그걸 이제 말해주는겐가? 내 지금까지 쭉 지켜보고 있었는데 너무 한거 아닌가?”


“동, 동주!”


안이 방문을 나서자 동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이제 안을 내게로 보내주는게 어떤가?”


“물론, 지금 보내도 상관은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지켜 보셨다면서 왜 전에는 연락이 없던 겁니까?”


“하하하, 장난일세, 사실 나도 천주와 함께 좀 바빴던 일이 있었거든.”


“음, 그렇군요.”


“그래, 그래서 안은 내게 언제 보낼겐가?”


“내일 당장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안이 기다리는 때가 무엇인지 알수는 없지만, 동주께 뭔가를 배운다면 도움이 되겠지요.”


“좋네, 그럼 기다리도록 하지.”


견목에게 간단한 말을 남기고 동주의 목소리가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드디어, 안이 세상으로 다시 나가는 구나.’


견목은 남은 차를 들이키며 천장을 바라봤다.



***


“빨리 움직여!”


“이렇게 느려 터져서야.”


황국의 깃발이 흔들리는 도성안으로 수많은 병사들이 채찍질을 당하고 있었다. 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명분이였다.


“그만! 이제 그만좀 하시오! 당신들도 우리와 같은 병사들인데 왜, 일은 우리만 해야 하는 것이오?”


“뭐라? 네놈이 미쳤구나.”


고함을 내지르는 병사 앞으로 채찍을 휘두르던 병사가 팔을 뻗었다.


“커헉, 수..수도자..”


“그래, 우리는 네놈들과 급이 다른 사람이다.”


손에 들린 병사가 순식간에 비쩍 말라 버리며 바닥에 뒹굴었다.


“쯧쯧, 입대한지 얼마 안된 친구였나보네, 이미 황국은 수도자가 장악했다는 것을 몰랐나 보우.”


마벽의 조종을 받고 있는 왕준은 이미 허수아비나 다름이 없었다. 왕화원은 아직까지 감금된 상태였고, 황제는 아직도 의식이 깨어나지 않았다.


가장 궁금했던 것은, 마벽은 왜 구씨를 아직까지 살려 뒀냐는 것이였다.


“자, 오늘은 이만 하고 끝내도록 하지.”


“아, 알겠소.”


병사를 쓰러트린 남자의 곁으로 마관도주의 도포를 뒤집어쓴 사내가 다가왔다.


“이크, 저 사람은 마영적이 아니오?”


“맞네, 지기 뿐만 아니라 마영적의 인물들까지 이미 이곳을 장악했지.”


“쯧즛, 어쩌다 대국이였던 황국이 이리도..”


“거기, 일이 끝났으면 빨리 움직일 것이지 무슨 잡담을 그리 하느냐?”


“이크!”


이야기를 나누던 병사들은 마관도주의 인물이 자신들을 노려보자 재빨리 몸을 일으켜 자리를 떠났다.


‘역시, 맘에 들지 않는군.’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원은 자신의 군대가 망가지는 모습을 보고 속으로 울분을 삼켰다.


‘내가 아무리 출세에 눈이 멀었다고는 하나, 참는것도 한계가 있다.’


이원은 무언가 결심이 선 듯 발길을 옮겨 왕화원의 거처로 발을 옮겼다.


****


“위이!”


황국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하는 관수성.


전쟁 초기 빠른 속도로 황국을 집어삼키던 북남국의 발목은 이곳에서 붙잡혀 버렸다.


“장군. 아무래도 수도자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황국은커녕 우리가 전멸할 판입니다.”


“맞습니다. 게다가 겨울바람에 공격을 시도하기도 힘듭니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됩니다. 아직 충분한 인원이 모이질 않았어요.”


“도대체 무얼 기다리는 것 입니까?”


북남국의 부대를 이끌고 있는 장군은 다름 아닌 구방이었다.


그는 대책을 내놓으라는 장수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 것 마냥, 자신이 타고 있는 말의 목덜미만 쓰다듬을 뿐이었다.


“젠장, 저자가 정말 북남국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맞는가?”


“그러게 말입니다. 일부러 공격을 지체 하여 황국의 방어를 돕는게 아닙니까?”


장수들은 방이 듣는체도 안하자 자리를 뜨며 구시렁됐다.


‘멍청한 북남국 놈들. 조만간 네놈들이 놀랄만한 결과를 직접 보여주마.’


사실, 방은 관수성으로 더 많은 수도자가 모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몇몇의 수도자들의 힘을 취한 그는 수행 능력이 꽤나 올라와 있었고, 더 많은 수도자들의 피를 취해 자신의 경지를 승급 시킬 생각이였다.


“저, 장군.”


“무슨 일입니까?”

황국에서 왠 사내가 한명이 왔는데, 장군을 꼭 뵙고 싶다고 합니다.


“사내?”


방은 자신을 찾아올 인물이 누가 있나 곰곰이 생각하다가, 이내 누군가 떠올랐는지 말에서 내려 자리를 옮겼다.


****


“월아, 아직도 멀었느냐?”


“금, 금방 나갑니다!”


날이 밝아 오자 안과 은월은 분주하게 몸을 움직였다.


“자, 사제 이걸 들고 가면 좋을게야.”


“이게 무엇입니까?”


조평은 자신의 손에 들린 주머니 하나를 몰래 안에게 던져주었다.


“동주가 계신곳을 갈 때, 이게 도움이 될 테니 잘 넣어둬.”


“이게 뭐기에..”


“잠깐, 지금 말고.”


“아, 예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사형.”


“흐음. 떠날 준비는 다 됐느냐?”


조평과 안이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견목이 서고 밖으로 나와 말을 꺼냈다.


“예 스승님. 그나저나 대사형과 사저는..?”


“허허, 아무래도 오늘 날아오는 이야기가 꽤나 많은 것 같아 배웅하지 못하는 듯 싶구나.”


“아쉽군요. 이야기를 담아낼 때는 민감하시니 인사를 하기도 힘들겠군요.”


“어차피 영영 못보는 사이도 아닌데, 뭐 어떻느냐.”

“스승님 말씀이 옳습니다.”


“아, 참 그리고 잠시.”


견목이 안을 향해 손짓하면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라 말했다.


“무슨..?”


안은 견목의 부름에 발을 옮겨 그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안아, 네 몸속에 천기가 존재한다는 것을 그 누구에게도 말해서는 안된다.]


[이유가 있습니까?]


[아직은 드러내서는 안된다. 그것만 명시하거라. 네 몸속에 천기의 흐름이 있다는 것은 동주, 너와 나, 그리고 은월 뿐이여야한다.]


[알겠습니다..]


작게 귓속말로 대화를 나눈 그들을 보며 의아함을 느낀 조평이였지만. 그것을 자세히 들으려고는 하지 않았다.


“도, 도련님! 준비 다 했습니다.”


“그래, 그럼 인사를 하고 바로 떠나도록 하자.”


“그래, 이정도면 됐으니, 나와 평이는 이만 들어가 보도록 하마. 부디 몸조심히 다녀오도록 해라.”


견목이 마지막 말을 남기고 서고로 들어가자 은월과 안이 뒷모습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자, 사제. 저기 보면 마차가 준비 되어 있을거야. 몸 조심히 하고.”


“감사합니다.”


조평이 작게 가르킨 곳에 마차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나서 견목을 따라 서고로 들어갔다.


“후.. 드디어 떠나는 구나. 자, 어서 산이가 있는곳으로 가자.”


“네, 도련님.”


안과 은월은 서고를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소산이 묻혀있는곳으로 몸을 옮겼다.


‘산아, 이미 많은 시간이 흐른 듯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구나.’


안이 소산의 무덤에 절을 올렸다.


‘산아, 네가 원한 것처럼. 도련님은 내가 꼭 지키도록 할게.’


은월 또한 그녀의 무덤에 절을 올렸다.


잠시동안 정적이 흘렀다.


“자, 이제 슬슬 출발하도록 하자.”


“네, 도련님 어서 가요.”


안과 은월은 짧은 인사를 마치고 마차로 다가갔다.


마차는 이미 많이 손을 봐 뒀는지 깨끗이 수리가 된 상태였다.


“월아, 마차안에 들어가거라. 내가 말을 몰테니.”


“알겠습니다.”


은월이 마차 안으로 들어가자 안이 말 위로 올라탔다.


“드디어 오는구나.”


갑자기 목소리가 들려오자, 안이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 하늘을 바라봤다.


“누구십니까? 혹시, 동주..?”


“그래, 맞다. 내가 동주이니라.”


“동주, 지금 어디 계십니까? 무작정 천관으로 향하려 했는데.”


“하하하, 지금은 천관에 없지만, 곧 천관에 들린 예정이니 그대로 천관으로 오면 된다.”


“알겠습니다. 그럼 천관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동주와의 짧은 대화가 끊기고 나서야 안이 말을 몰기 시작했다.

‘아버지, 형님, 제가 곧 황국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서고를 나서는 안의 눈가의 작은 일렁임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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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남매 23.05.19 173 3 11쪽
35 비밀 23.05.19 170 3 11쪽
34 후계자 23.05.19 179 3 12쪽
33 조우 23.05.19 178 3 12쪽
» 천관으로 23.05.19 181 3 11쪽
31 수도자 부대 23.05.19 177 3 22쪽
30 소산 23.05.19 183 3 14쪽
29 구호방 23.05.19 170 3 15쪽
28 황국으로 23.05.19 175 3 16쪽
27 또 다른 세계 23.05.19 180 3 13쪽
26 집어삼키다 23.05.19 191 3 14쪽
25 깨어나다(2) 23.05.19 195 3 19쪽
24 깨어나다(1) 23.05.19 198 4 16쪽
23 시작(4) 23.05.19 226 3 18쪽
22 시작(3) 23.05.19 212 3 11쪽
21 시작(2) 23.05.19 219 3 9쪽
20 시작(1) 23.05.19 227 3 18쪽
19 움직이다(4) 23.05.19 242 4 10쪽
18 움직이다(3) 23.05.19 222 3 10쪽
17 움직이다(2) 23.05.19 238 3 11쪽
16 움직이다(1) 23.05.19 262 3 14쪽
15 발단(3) 23.05.19 253 3 11쪽
14 발단(2) 23.05.19 297 3 16쪽
13 발단(1) 23.05.19 293 3 11쪽
12 마관도주 그리고 천관 23.05.19 309 3 14쪽
11 태동(4) 23.05.19 356 3 12쪽
10 태동(3) 23.05.19 373 4 15쪽
9 태동(2) 23.05.19 400 3 12쪽
8 태동(1) 23.05.19 449 3 18쪽
7 천주와 동주 23.05.19 466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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