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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하자

천몽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완결

도월씨
작품등록일 :
2023.05.19 13:49
최근연재일 :
2023.05.20 22:45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17,619
추천수 :
202
글자수 :
371,828

작성
23.05.19 16:00
조회
253
추천
3
글자
11쪽

발단(3)

DUMMY

툭.


수안경이 작은 소리를 내더니 방울로 변하며 공중으로 사라졌다.


“흐음.”

“왜 그러십니까?”

“아니, 나야 그렇다 쳐도 자네가 반응이 없어서.”

“하하, 제 생각을 읽어보시면 되는 것 아닙니까?”

“그럼 재미가 없지 않은가?”


천주와 동주가 대화를 나눴다.


진명은 수련의 길로, 방은 마벽의 제자로, 여러 나라들은 서로를 향한 칼날을 겨누려 하고 있었다.


“앞으로의 일은 어느 정도 본 것 같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움직여야 되지 않겠는가? 잠시 아래에 다녀오는 것이 좋아 보이는데.”

“아닙니다. 그냥 제자 놈들에게 말만 전달해 놓도록 하겠습니다.”


동주는 잠시 헛기침을 하고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천주가 그를 바라보자, 동주의 머리로 푸른 기운이 빨려 들어가며 정신력이 하나로 모이기 시작했다.


“내 목소리가 들리느냐?”


천관의 제자들이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어리둥절하다 이내 무릎을 꿇고는 한 방향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스승님께 인사드립니다.”

“동주를 뵙습니다.”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던 진명 또한 금세 허리를 숙여 인사를 올렸다.


“내가 잠시 이곳에서 바라보니 꽤 많은 일들이 일어 날 것 같구나. 금기시 했던 천법의 사용을 잠시 허용을 해줄 터이니, 그곳에 있는 공자를 지계수준으로 올려놓도록 해라.”

“스승님의 말씀을 받들겠습니다.”

“아, 그리고 이번 전달을 끝으로 잠시 천도산을 벗어나고자 하니, 무슨 일이 생기거든 공이가 잘 맡아서 해결하도록 해라.”

“네, 알겠습니다.”


원공이 한발 짝 앞으로 나와 손을 모음과 동시에 더 이상 동주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후우.”


말할 것을 다 전달을 했는지 동주가 천천히 눈을 떴다.


“하하, 자네 나와 함께 위로 가려고 하는 겐가?”

“저도 한번쯤은 이 천도산 위에 뭐가 있는지는 봐야하지 않겠습니까?”

“하긴, 이제 곧 문이 열릴 때가 다가왔으니 잠시 위에서 살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럼 슬슬 이동하시지요, 천도산에 오래 머물러 계셨으니 삭신이 쑤시지 않습니까?”

“자네, 이제 나를 너무 잘 아는구먼.”


대화를 마친 천주가 몸을 일으킴과 동시에 공중을 향해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작은 물결이 일렁이던 구름이 삽시간에 주변으로 퍼지며 강한 빛을 내뿜었다.


“자, 이곳으로 가면 내가 거주 하는 곳이 나온다네. 이곳에서도 거리가 꽤나 있으니 자네의 경지로도 버거울 게야.”

“하하, 천주께서나 뒤처지지 마시지요.”


펼쳐진 빛을 따라 동주와 천주가 한 발짝 발을 내딛었다. 그러자 눈 깜짝할 사이에 그들의 모습이 사라졌다.


***

동주가 말을 남긴 직후.


“대사형, 스승님께서 천법의 사용을 허락하셨습니다. 어찌 하시겠습니까?”


늦은 아침을 먹기 위해 모인 천관의 제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의논을 하고 있었다.


“스승님께서 천법의 사용을 허락하신 것이 아무래도 진명 공자의 승급을 단시간에 이루게 하기 위함이 아닐까 싶구나.”

“그럼, 대사형께서는 공자의 승급만 천법을 이용하고 전투에서는 사용하지 못하게 막으실 겁니까?”

“음, 내 생각은 그렇다.”


젓가락으로 밥을 집어 먹던 원공이 그릇을 놓으며 말하자, 약간은 아쉬운 표정의 관방이 덤덤하게 말했다.


“어쩔 수 없군요. 스승님이 계시지 않을 때는 대사형의 말씀을 들어야하니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관방이 답하자 다른 제자들도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스승님이 말씀하신 마지막 제자가 혹시.. 아니겠지. 잡생각은 집어 치우자.’


원공은 예전에 동주가 했던 말을 떠올렸으나, 머릿속에서 그 생각을 바로 지워버렸다.


“저, 그런데.. 천법 이라는 것이 정확하게 무엇입니까?”


그들의 대화를 지켜보던 진명이 간질거리는 입을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음, 쉽게 말하자면 하늘의 힘을 강제적으로 사용 하는 것 입니다.”


가만히 있던 법소가 입을 나불거리며 즐거운 표정을 짓고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하늘의 법?”

“네, 하늘의 법이요. 천법은 스승님께서 만드신 명칭인데, 자신의 경지보다 더 높은 수준의 기운을 순식간에 몸에 담는 방법입니다.”


“아, 그렇군요.”

“그만, 거기까지. 소야 너는 밥을 다 먹었다면 안 공자를 안내해드려라.”

“아,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 공자는 왜 아직까지 잠을 자고 있는 것입니까?”


법소의 물음에 진명이 별일 아니라는 듯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안이가 가끔 잠을 오래 잔답니다. 무슨 꿈을 꾸는지 천도산으로 떠나올 때도 제가 먼저 찾아갔었지요.”

“그렇군요. 아직 잠이 많을 나이가 맞긴 하지요.”


연목이 빙그레 웃고는 자리에서 먼저 일어섰다. 그러자 법소 또한 그녀를 따라서 자리에서 일어나 안이 있는 방으로 달려갔다.


“공자, 공자! 이미 해가 중천입니다. 이제 그만 일어나셔야지요.”


방 앞에 도착한 법소가 작은 목소리로 안을 깨웠다. 그러나 깊이 잠이 들었는지 방 안에서는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공자, 공자, 시간이 없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둘째 형님을 찾으시려면 어서 움직이셔야지요.”


반응이 없던 안의 움직임 때문에 법소가 목소리를 높이며 문을 두드렸다.


“공자! 아무런 말도 없으시면 직접 들어가겠습니다.”


세 번째 물음에도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법소가 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공자! 아니 이게 무슨.”


법소가 안의 모습을 보고는 화들짝 놀라며 다가갔다. 안을 덮고 있던 이불이 흥건히 젖을 정도로 그의 몸에서 식은땀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으음...”


신음 소리를 내는 안의 상태를 보고는 법소가 이상한 향을 맡았는지,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이 냄새는 악몽? 이렇게 많은 감정이 뒤 섞인 냄새는 처음 맡아보는구나.’


법소는 작게 떠오르는 생각을 정리한 체 안의 몸을 강하게 흔들기 시작했다.


“공자, 괜찮습니까? 정신 좀 차리시지요.”

“으어어!”


허리를 벌떡 세우며 일어선 안이 주위를 둘러보다가 한숨을 깊게 내뱉었다.


“여기가, 어딘지...”

“천관입니다 공자. 기억나십니까?”

“천관.. 아, 미안합니다. 좋지 못한 꿈을 꾸는 바람에 늦게 일어나버렸군요.”


꿈에서 덜 깼는지, 아니면 기억이 너무 또렷하게 남은 꿈이었는지, 안이 이마에 손을 가져다 대며 남은 땀을 닦아냈다. 그 모습을 본 법소가 품속에서 수건을 꺼내 안에게 건네주었다.


“이걸로 좀 닦고 나오시지요. 젖은 옷은 제가 빌려 드릴 테니 갈아입으시고요.”

“고맙습니다.”


안이 손을 모아 감사를 표하자, 법소 또한 답하며 방을 나왔다.


‘도대체, 무슨 꿈이 그리도 생생한지. 천관에 있어서 그런 건가? 생전 처음 겪은 꿈이군.’


불편한 감정이 속에서 끓어오르며 안의 머리를 뒤덮었다. 한 번도 꾼 적이 없던 악몽.


수많은 사람들의 목이 떨어져 나가고 살가죽이 베이는 살육의 현장. 그리고 누군가로부터 쫒기는 사내의 모습. 그 속에서 안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체 모든 것을 봐야만 했다.


“안아, 괜찮으냐?”


소식을 들은 진명이 허겁지겁 달려와 안에게 물었다.


“아, 형님. 저는 괜찮습니다.”

“네가 식은땀을 흘리며 잠을 자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정말 괜찮으냐?”

“네, 정말 괜찮습니다.”


자신을 걱정해주는 진명의 표정을 바라보고는 애써 표정을 바꾸며 안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제 그럼 어서 준비를 하고 황국으로 돌아 가야하지 않겠느냐.”

“네, 형님. 금방 준비해서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알겠다. 아참, 그리고 이 옷으로 갈아입으라고 법소 선생이 그러더구나.”


적색의 도포를 안에게 건네주며 진명이 방을 나왔다.


“후우, 정신 차리자.”


정신을 차리기 위해 자신의 두 뺨을 때린 안이 옷을 갈아입고는 방을 나섰다.


“괜찮습니까?”

“아, 덕분에 잘 보냈습니다.”


원공이 안을 기다리고 있다가 말을 꺼냈다.


“아마, 천도산의 영향을 조금은 받으시는 거 같군요. 오래 머물면 좋지 않으니 법소 대신 제가 직접 공자를 밖으로 안내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선생.”

“안아. 몸 조심히 돌아가 아버지께 사정을 잘 말씀드리려무나.”


진명이 안의 어깨를 가볍게 감싸 쥐고는 지긋이 바라봤다.


“네, 형님, 걱정하지 마세요.”

“자, 그럼 가시지요.”


원공의 안내를 받으며 안이 천천히 그를 따라갔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진명은 가슴 한쪽이 쓰라려 오는 것을 느꼈다.


눈앞의 있는 안 조차 좋지 못한 모습을 보이면 마음이 이렇게나 아픈데, 아직 생사를 알 수 없는 방을 생가하자니 가슴이 무거워졌기 때문이었다.


‘곧 찾으러 가마, 방아.’


그렇게 안은 천관을 떠났고, 진명은 그곳에 남게 되었다.


***


얼마 전까지 소란스러웠던 도성이 조금은 잠잠해진 듯 평화의 침묵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침묵을 깨는 발걸음을 보이며 화원이 급하게 황제를 찾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어딜 그리 급하게 가는 게냐?”

“아, 오라버니.”


화원의 길을 막은 것은 다름 아닌 왕준이었다. 그의 표정은 좋지 못한 일을 겪었는지 살짝 어둠이 들어나 있었다.


“아버지를 뵈러 가는 것이냐?”

“네, 맞습니다.”

“그래, 알겠다. 지나가거라.”

“그럼, 먼저 지나가 보겠습니다.”


왕준에게 간단한 인사를 올린 화원이 재빨리 그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일이 꼬였구나. 그 여자가 이것까지 예상한 것인가? 지금이라도 사실을 고해야 하는 건가?’


수없이 떠오르는 생각에 복잡해진 머리를 부여잡던 왕준이 발걸음을 옮겨 자신의 거초로 돌아갔다.


“여기 계십니까?!”


주변 사람들을 물린 왕준이 두리번거리며 공중을 향해 말을 던졌다. 그러자 지난번과 동일한 곳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인이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여기 있으니 목소리 좀 낮추어라.”


“이게 당신이 생각한 대로 움직이는 겁니까? 지금 죽은 줄 알았던 진명이 살아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심지어 천관의 제자들이 내가 매수한 자를 붙잡고 정보를 얻어내려고 한다는데 이 일을 어찌하면 좋습니까?”


분노에 쌓인 목소리가 그녀를 향해 날카롭게 날아갔다.


“시끄러워. 넌 내 말만 듣기만 하면 된다.”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였지만, 왕준의 행동이 거슬린다는 것을 나타내주었다.


“조만간 아주 귀한 사람이 너를 찾아올 것이다. 너와 같이 가슴속에 야망을 품은 인간이지.”

“그 자가 오면 저는 어찌 해야 합니까?”

“그 자와 손을 잡아라. 그 뒤에 일은 내가 다시 찾아와 말해주마.”

“저, 그자의 이름이라도..!”


왕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여인의 몸이 사라졌다.


‘그 귀한 자가 누군지 내가 어찌 알아본단 말인가?’


왕준은 이름을 알려주지 않은 채 떠난 그녀의 자리를 한없이 바라보며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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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남매 23.05.19 174 3 11쪽
35 비밀 23.05.19 171 3 11쪽
34 후계자 23.05.19 180 3 12쪽
33 조우 23.05.19 178 3 12쪽
32 천관으로 23.05.19 181 3 11쪽
31 수도자 부대 23.05.19 177 3 22쪽
30 소산 23.05.19 183 3 14쪽
29 구호방 23.05.19 170 3 15쪽
28 황국으로 23.05.19 175 3 16쪽
27 또 다른 세계 23.05.19 180 3 13쪽
26 집어삼키다 23.05.19 191 3 14쪽
25 깨어나다(2) 23.05.19 196 3 19쪽
24 깨어나다(1) 23.05.19 198 4 16쪽
23 시작(4) 23.05.19 226 3 18쪽
22 시작(3) 23.05.19 212 3 11쪽
21 시작(2) 23.05.19 219 3 9쪽
20 시작(1) 23.05.19 228 3 18쪽
19 움직이다(4) 23.05.19 242 4 10쪽
18 움직이다(3) 23.05.19 222 3 10쪽
17 움직이다(2) 23.05.19 238 3 11쪽
16 움직이다(1) 23.05.19 262 3 14쪽
» 발단(3) 23.05.19 254 3 11쪽
14 발단(2) 23.05.19 297 3 16쪽
13 발단(1) 23.05.19 294 3 11쪽
12 마관도주 그리고 천관 23.05.19 310 3 14쪽
11 태동(4) 23.05.19 357 3 12쪽
10 태동(3) 23.05.19 373 4 15쪽
9 태동(2) 23.05.19 400 3 12쪽
8 태동(1) 23.05.19 449 3 18쪽
7 천주와 동주 23.05.19 467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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