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독서하자

천몽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완결

도월씨
작품등록일 :
2023.05.19 13:49
최근연재일 :
2023.05.20 22:45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17,625
추천수 :
202
글자수 :
371,828

작성
23.05.19 15:40
조회
297
추천
3
글자
16쪽

발단(2)

DUMMY

가면의 사내가 이상함을 느끼고는 발걸음을 멈췄다.


“당신이 이 사건을 일으킨 자인가? 몸의 기운을 보아하니 맞는 거 같은데?”

“사형, 저놈의 몸에 냄새가 남아있습니다. 저 자가 확실합니다.”


법소와 관방이 뒤를 밟았는지 사내의 등을 잡고 말을 꺼냈다.


“네놈들, 천관 놈들이구나.”


그들을 뒤늦게 발견한 사내도 어처구니없다는 웃음과 함께 그들을 바라봤다.


“음?”


웃음이 끊어짐과 동시에 먼저 손을 뻗은 것은 사내였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잠시 당황했는지 가까스로 몸을 뒤로 빼낸 관방과 법소의 몸이 사내와의 거리를 벌렸다.


“너무 우리를 얕보는 게 아닌가?”


선공의 기회를 빼앗긴 것을 무마하기 위한 관방의 손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형, 초반부터 강하게 나가시는군요!”


공기의 흐름이 관방의 손을 거치자, 점점 압축되기 시작했다.


압공탄(壓空彈).


농도가 진한 공기는 그 무엇보다 단단하며 날카로웠다. 의외로 단순하기 짝이 없는 공격처럼 보이겠지만, 지계의 끝자락에 있는 수준이 아니라면 막기 어려운 공격이었다.


“재미있군!”


사내 또한 물러서지 않겠다는 듯 숨을 크게 들이 마시며 빠른 손놀림으로 바닥을 파기 시작했다.


쾅!


땅이 흔들릴만한 진동이 주변의 있던 나무들을 모조리 넘어트렸다. 사내가 던져낸 진흙과 관방의 압공탄이 공중에서 충돌한 까닭이었다.


“크윽, 사형의 압공탄을 정말 대단하군.”


법소는 충돌과 동시에 이리저리 튀는 파편을 간신히 피하며 몸을 움직였다. 그러나 법소는 추적에 특화된 능력을 가진 자였다. 미처 피하지 못한 파편들이 몸을 스쳐 지나갔는지, 그의 몸 곳곳에 피가 스며든 것이 관방의 눈에 들어왔다.


“넌, 싸움에 특화되어 있지 않으니 저리로 가 있어라.”


방해가 될 것이라고 판단한 관방이 기를 뻗어 법소를 당겨낸 뒤 자신의 뒤로 날려버렸다.


“하! 저 멍해빠진 놈이 만만하게 생겨 네놈도 같은 줄 알았더니 좀 다르구나.”


사내는 틈을 주지 않겠다는 듯 순식간에 관방의 근처로 달려왔다. 언제 만들었는지 흙으로 빚어진 창모양의 무기가 관방의 가슴 가까이 향하고 있었다.


“나는 사제와는 다르게 싸움하나는 자신이 있거든.”


쇄도해 오는 창을 공기를 움직여 멈춰 세우자, 좌우로 움직이며 떨리던 창이 잘게 부서져 나갔다.


“이크! “


무기가 사라지자 무방비 상태의 사내가 드러났다.


“자, 간다.”


관방이 공중으로 몸을 띄운 다음, 그대로 허공에 발을 내리 치며 가면의 사내를 공격했다.


“이런.”


사내는 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갑자기 휘어지는 공격을 피하지 못하며 그가 쓰고 있던 가면이 반으로 쪼개져 버렸다.


“네놈, 설마?”


남자의 얼굴을 본 관방이 흐릿해진 기억 속에서 한 인물을 떠올렸다.


“쳇, 꽤 아껴 쓰던 가면인데, 아깝구나.”


사내는 쪼개진 가면을 바닥에 내동댕이치며 고개를 들었다. 찢어질 뻔 했는지 입가 한쪽의 흉터가 귀까지 이어진 모습이 관방의 눈에 들어왔다.


“저놈, 설마 번사인가? 냄새도 기의 흐름도 완전히 딴 사람이 됐잖아?”


둘의 싸움을 구경하던 법소가 그의 얼굴을 보며 놀랐는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천기를 수련하던 네놈이 어찌 지기의 수행자가 되었느냐!”

“자세한 것은 알 것 없고 어서 하던 일이나 마저 하자!”


멈춰 있던 번사가 호흡을 다듬기 시작하더니 갈색의 기운이 그의 손에 모이기 시작했다.


“쳇.”


관방이 펼치는 공격이 무엇인지 알아차린 관방이 다시 한 번 압공탄을 펼치려고 했다.


“걸렸구나!”

“커헉.”


속이기 위한 동작 이였는지 공격을 멈추고 달려 나온 번사의 손이 관방의 가슴을 그대로 타격했다.


“이것은?”


가슴을 맞고 뒤로 나가떨어진. 관방이 입에 올라온 피를 뱉으며 자세를 고쳐 잡았다.


지장(地掌). 지기의 수행자들이 기본적으로 익히는 암기였다. 가장 기본적인 공격이지만, 제대로 당하면 사흘은 충분히 쉬어야 회복이 가능했다.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할 경우에는 내장이 뒤틀리며 그대로 죽을 수도 있었기에 초경의 수행자들이 꽤나 골머리 썩는 기술이었다.


“천법(天法)을 사용 해야겠구나.”

“사형, 그건 스승님이 금지 하시지 않았습니까?”


푸른 기운이 관방의 몸을 감싸들기 시작하자 법소가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이놈과 나의 경지는 비등하다. 천법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한 끗의 차이로 죽음을 피하지 못하겠지.”

“호오, 천법이라, 동주의 말을 어기면서 까지 나를 죽이려 들다니.”


주변의 있던 만물의 흐름이 점차 공명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보인 공격과는 사뭇 달라 보일정도로 큰 울림이 느껴졌다.


“하하, 역시 천법인가.”


번사가 밟고 있던 땅이 움직이는 것을 느꼈는지, 두려움과 기대감이 보이는 눈동자로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 이것도 한번 막아보아라.”


준비가 끝났는지, 극한의 원기가 관방의 손에 들렸다. 그리고 손을 뻗으려던 찰나의 순간.


“이 이상한 진동이 어디서 울리는 거지?


말에서 내린 안이 흔들리는 진동에 놀랐는지 나무를 붙잡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집중하고 있는 동안은 감각이 예민해졌기에 안의 소리를 들은 관방이 공격을 멈추기 시작했다.


“이런 곳에 웬 사내가..? 소야, 네가 한번 다녀오너라.”


다급히 힘을 걷어 들이자, 주변이 거짓말처럼 조용해졌다. 그리고는 법소에게 말을 꺼내며 안을 부탁했다.


“저 사내가 나와 너의 목숨을 구한 게 아니더냐?”

“네놈한테는 물어볼 것이 많으니 오히려 잘됐다. 죽이지 않고 천관으로 끌고 가주마.”


말을 당당하게 하고 있었으나, 천법으로 인해 기운이 소진됐는지 그의 숨이 작게 헐떡거렸다.


‘기회구나.’


그 모습을 본 번사가 기회를 잡았는지 몸을 움직였다.


“하앗!”


번사가 뛰어 오르며 진흙 밭을 발로 내리쳤다. 그러자 주변의 흙들이 파도를 이루며 관방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만, 이쯤 하면 됐다.”


번사의 공격이 관방에게 다가 갔을 때 쯤. 구름 모양의 안개가 번사의 눈을 가렸다.


“윽, 뭐냐!”


통제를 잃은 흙의 파도가 그대로 무너져 내리며 관방의 몸을 약하게 덮친 걸로 사라졌다.


“대사형께 인사를 드립니다.”


번사의 공격을 막은 사람은 다름 아닌 원공이었다. 서철문이 관방과 법소에게 이야기를 하지 않고 돌아온 것을 듣고는, 그들을 직접 부르기 위해 찾아 온 것이었다.


“철문이 이놈이 너희들을 잊고 그냥 왔지 뭐냐. 그나저나 방이 네놈, 천법을 사용하려 했더구나.”

“죄, 죄송합니다. 대사형.”


관방이 원공에게 고개를 숙이며 용서를 구했다.


“일단, 혼내는 것은 천관에 돌아가서 하도록 하고, 저놈부터 사로잡아야겠구나.”

“크윽.”


아직도 앞이 보이지 않는지 번사가 공중을 향해 손을 휘두르며 몸을 흔들고 있었다.


“나의 진안호기(鎭眼護氣)는 잠시 상대의 기를 차단시킨다네. 자네는 지금 아무런 무공도 펼칠 수 없어.”


“말도 안 되는 소리!”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번사가 재빨리 몸을 돌려 달리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잡히면 계획이 틀어지게 되기에 최대한 도망을 쳐야했다. 그러나 그는 얼마 못가 원공에게 목덜미를 붙잡힌 채 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


“커헉,”


머리를 크게 부딪쳤는지 번사가 초점이 없는 눈을 까뒤집으며 거품을 물었다.


“자, 이곳은 이렇게 정리를 하도록 하고 법소가 찾으러간 사내에게 가보자.”


술식을 펼쳐 번사를 가둔 원공이 관방의 어깨를 살짝 두드리며 법소에게 다가갔다.


“소야, 거기서 뭘 그리 꾸물거리는 게냐. 그자는 누구고.”


“아, 대사형, 이 공자가 구씨가의 셋째라고 합니다.”


정신이 없는 듯 혼란스러워 하는 안에게 원공이 손을 올려 인사를 했다.


“아, 저는 천관의 첫째 제자인 원공이라고 합니다. 형님을 찾으러 오신 게로군요?”

“아, 아 예 맞습니다. 구안이라고 합니다.”

“그나저나, 공자께서는 이곳까지 들어 오실수가 없으셨을 텐데. 어찌 몸에 아무런 이상이 없으십니까?”


원공의 물음에 안이 몸을 만지작거리며 괜찮다는 의사를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상황을 파악한 원공이 안에게 물었다.


“음, 지금껏 아무런 이상도 느끼지 못하셨다면, 저희와 함께 천관으로 가시겠습니까? 형님께서 그곳에 계시니 얼굴은 한번 봐야지요.”

“아, 그래도 괜찮습니까? 그 연목이라는 분께서는 안 된다고 하시길 레.”

“괜찮습니다. 공자께서는 왠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 같아서요. 자, 어서 저희를 따라오시지요.”


짧았던 상황이 종결 된 뒤 안과 천관의 사람들이 잡혀있는 번사를 옮기며 다 같이 자리를 떠났다.


****


끼익.


나무로 닫혀 진 문이 묘한 소리를 내며 천천히 열렸다.


“이곳이 제 사제들이 거주하는 천관의 입구입니다.”

“굉장히 묘한 기운이 흐르는군요.”

“공자께서는 수행자도 아니면서 어찌 그걸 느끼시는 겁니까?”

“아, 제가 좀 특별한 눈을 가졌거든요. 하하.”


원공의 물음에 안이 신기하다는 듯 천관의 모습을 살펴보며 답했다.


‘이곳까지 왔는데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은 건가?’


원공은 아무리 봐도 하늘의 기운이 흐르지 않는 안의 몸을 보며 이상함을 느꼈다. 그런 원공의 눈빛을 알아차렸는지 안이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아, 아닙니다. 다만, 천관 주변에 큰 진법을 설치 해 놨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다가 길을 잃을 수 있으니 저희를 잘 따라 오시지요.”

“네, 알겠습니다.”


원공의 당부를 들은 안이 그들을 보며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정말로 묘한 곳이구나. 어디선가 한번 느껴본 기억이 있는 것 같아.”


몸속 깊은 곳에서 비슷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는지 안의 팔에 놓여있는 솜털들이 주뼛 섰다.


깊숙이 들어갈수록 주변에 놓인 고목들이 웅장하게 길을 만들어 그들을 안내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길의 끝에 서 있었을 때, 이때까지만 해도 보이지 않던 주황빛의 건물이 나타났다.


“이곳이 천관입니다.”

“이곳에 형님이 계신다는 소리지요?”


안이 해맑은 표정으로 천관 안으로 뛰어 들어가려고 할 때, 사람들의 웅성거림을 들었는지 연목이 문을 열고 모습을 보였다.


“대사형, 사형, 사제,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래, 목아 일단 내가 데려온 이놈을 주박술로 포박해주면 고맙겠구나.”

“이자는 누구입니까?”

“아, 예전에 시험에서 난동을 피웠던 그놈이다. 그리고 이쪽은 너도 알다시피 구씨가 셋째 공자시고.”

“다시 한 번 뵙습니다.”


원공이 손으로 안을 가리키자, 안이 두 손으로 인사를 올렸다. 그러자 연목도 그에 답하며 서로 마주했다.


“헌데, 이분이 어떻게 천관에 오신 겁니까?”

“내가 모셔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더구나.”


약간의 의심 섞인 눈초리로 안을 바라보는 연목이 고개를 한층 내빼고 그를 바라봤다. 정말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지 안의 모습에서 생채기 하나 찾을 수 없었다.


“자자, 일단 첫째 공자와 셋째 공자를 서로 만나게 해줘야 되지 않겠느냐? 자세한건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 하자.”

“알겠습니다. 저는 말씀하신대로 이자를 묶어두고 안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사매, 고생하게.”

“사저,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뒤에 있던 관방과 법소가 연목에게 간단히 인사 한 후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들을 뒤따라 안과 원공도 몸을 옮겼다.


“안아!”

“형님!”


서철문과 담소를 나누던 진명이 발소리가 들리는 곳을 봤다. 그리고는 안의 모습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짓다가 앞으로 달려 나가며 그를 꽉 안았다.


“형님,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그래, 괜찮다. 그런데 네가 이곳으로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구나.”

“아우 된 입장으로 어찌 그저 가만히 있겠습니까.”


복받쳐 올라오는 감정을 억누르며 안이 울음을 참고 있었다. 여태껏 감정을 많이 드러낸 적이 없었던 그였지만, 지금 만큼은 하루 종일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모습을 본 진명도 같이 목 놓아 울고 싶었으나 주변의 보는 눈이 많아 그러지는 못하였다.


“그래. 황국에 계신 아버지와 다른 사람들은 어찌 지내느냐? 걱정이 많았을 텐데.”

“제가 출발하기 전만해도 굉장히 걱정을 많이 하셨으나, 지금은 황국에도 소식이 전달됐을 터이니 한시름 놓으셨을 겁니다.”

“그래? 다행이구나. 이제 방이의 소식만 찾으면 모든 것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겠구나.”


진명이 한숨을 내쉬며 안의 어깨를 움켜잡았다. 안 또한 그 모습을 보고는 자신도 크게 한숨을 내뱉었다.


“자 그럼, 이제 두 분이 만나셨으니, 제가 공자께 말씀드린 이야기를 직접 전해주시지요.”


원공이 감동스러운 장면을 꿰뚫으며 말을 던졌다.


“아, 그렇지. 안아, 너에게 해 줄 말이 있다.”

“그게 무엇입니까?”


안이 궁금하다는 듯 진명을 바라보았다.


“나는 이 천관에 잠시 머무를까 싶다.”

“머무르다니요?”


안이 놀라 그에게 되물었다.


“비록 정식적으로 시험을 통과해 제자가 되지는 못했지만, 이곳에서 나를 수련시켜 주시겠다고 하시더구나.”

“형님, 지금 황국으로 돌아가시지 않으시면 아버지께서 또 걱정을 하실 텐데요?”

“너에게는 미안하지만 황국으로 돌아가 빈자리를 잠시 맡아주겠느냐? 너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아버지께도 잘 말씀드리고.”


안은 대답하지 않은 채 진명의 눈을 바라보았다. 무언가 잔뜩 결심한 표정. 이미 마음을 굳혔다고 느낀 안이 짧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유라도 듣고 싶습니다.”


“내가 직접 힘을 기른 후에 방이를 찾아 나서고 싶구나. 물론 그전에 찾을 수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알겠습니다. 아버지께 그대로 전달 해 놓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고맙구나.”

“그럼, 저도 복성에 잠시 들렸다가 황국으로 돌아가야 하니 이만 떠나도록 하겠습니다.”


안이 진명에게 손을 올려 인사를 한 뒤 문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원공이 재빨리 손을 뻗어 그의 가슴을 막았다.


“잠깐, 공자께서는 여기 하루 더 머무르셨다 가시지요.”

“무슨 이유 때문에 그렇습니까? 저는 시간이 부족합니다.”


안이 잠깐 고개를 흔들며 거부 의사를 밝히자 원공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천관에서 밖으로 나갈 때는 들어 올 때와 마찬가지로 안내가 필요할 것 입니다. 그런데 저는 공자께 물어보고 싶은 것이 참 많으니, 그냥 오늘은 여기서 머물다 내일 아침에 출발하시지요.”

“아, 생각해보니, 선생의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약간 힘이 섞인 목소리에 안이 태도를 전환하며 주춤거렸다. 안의 동의가 떨어지자 원공이 그를 이끌며 앞뜰로 장소를 옮겼다.


“공자께서는, 혹시 과거에 어떤 기이한 일을 겪으신 적이 있으십니까?”


밖으로 나온 두 사람이 마당에서 걸음을 멈췄다.


“아닙니다. 저는 어릴 적 기억이라고는 구씨가의 들어오기 전 잠깐의 기억과 그 이후의 일들 밖에 없습니다. 그 동안 특별한 일은 겪은 적이 없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그 특이한 눈은 어떻게 되신 겁니까?”


“이 눈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릴 때 묘한 기운이 흐르는 것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그것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 사람의 상태를 볼 수 있다고 해야 할까? 사실 눈으로 보는지도 잘 모르겠지만요. 그저 다른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만 말하고 있습니다.


“혹시, 지속적으로 볼 수 있으신 겁니까?”


깊게 파고드는 원공의 질문에 안이 이마를 찡그리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잘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에게 말했다.


“생각해보니, 계속 볼 수 있던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무언가 의심을 하거나 생각을 할 때 보인 것 같군요.”

“그렇군요. 말씀 감사합니다. 막내 사제에게 말을 전달해 놓을 테니 방을 안내 받으시면 될 것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편히 쉬시지요.”


안과 원공이 서로에게 손을 올려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금세 자신의 뒤로 온 법소를 따라 안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참으로 묘한 사람이로구나. 기원도문은 막혀 있는데, 수행자의 기본을 자연스럽게 하고 있다니.’


안이 자리에서 사라지자 원공은 깊은 고민을 정리하듯 앞에 있는 연못을 지긋이 바라만 볼 뿐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 글 설정에 의해 댓글을 쓸 수 없습니다.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천몽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6 남매 23.05.19 174 3 11쪽
35 비밀 23.05.19 171 3 11쪽
34 후계자 23.05.19 180 3 12쪽
33 조우 23.05.19 179 3 12쪽
32 천관으로 23.05.19 181 3 11쪽
31 수도자 부대 23.05.19 177 3 22쪽
30 소산 23.05.19 184 3 14쪽
29 구호방 23.05.19 170 3 15쪽
28 황국으로 23.05.19 175 3 16쪽
27 또 다른 세계 23.05.19 180 3 13쪽
26 집어삼키다 23.05.19 191 3 14쪽
25 깨어나다(2) 23.05.19 196 3 19쪽
24 깨어나다(1) 23.05.19 198 4 16쪽
23 시작(4) 23.05.19 226 3 18쪽
22 시작(3) 23.05.19 212 3 11쪽
21 시작(2) 23.05.19 219 3 9쪽
20 시작(1) 23.05.19 228 3 18쪽
19 움직이다(4) 23.05.19 242 4 10쪽
18 움직이다(3) 23.05.19 222 3 10쪽
17 움직이다(2) 23.05.19 238 3 11쪽
16 움직이다(1) 23.05.19 263 3 14쪽
15 발단(3) 23.05.19 254 3 11쪽
» 발단(2) 23.05.19 298 3 16쪽
13 발단(1) 23.05.19 294 3 11쪽
12 마관도주 그리고 천관 23.05.19 310 3 14쪽
11 태동(4) 23.05.19 357 3 12쪽
10 태동(3) 23.05.19 373 4 15쪽
9 태동(2) 23.05.19 400 3 12쪽
8 태동(1) 23.05.19 449 3 18쪽
7 천주와 동주 23.05.19 467 4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