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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몽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완결

도월씨
작품등록일 :
2023.05.19 13:49
최근연재일 :
2023.05.20 22:45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17,616
추천수 :
202
글자수 :
371,828

작성
23.05.1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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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6
추천
3
글자
12쪽

태동(4)

DUMMY

주변이 온통 초원으로 뒤 덮인 장소 위로 은근히 어울리는 목성(木城)이 보였다.


세화서고(世話書庫).


지기의 수행자중 최고의 경지에 오른 견목대사가 하늘의 틈을 본 뒤 다가올 위험을 대비하고자 만든 장소였다. 천기와 지기를 가리지 않고 제자를 받아주는 세화서고는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장소였으나, 주변에 펼쳐둔 강한 진법으로 인해 허락된 이를 제외하고는 발을 들이지 못했다.


“이번에는 어떤 소식을 가져왔니?”


세화서고에 도착한 새가 창문을 두들기자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여인이 새를 쓰다듬기시작했다.


“짹.”


여인의 부드러운 손길이 나쁘지 않았는지, 손에 들려 있던 작은 생명체에서 반응이 들려왔다.


“호오, 오늘은 꽤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네. 이번에는 대사건의 징조가 담겨 있을까?”


무수히 많은 흑백의 글자가 새의 눈동자에서 떨어져 나오며 공중으로 떠올랐다.


“사저. 오늘은 지난번 보다 양이 더 많은 거 같습니다.”

“쉿, 조용히 해라.”


묵직한 몸매를 가지고 있던 조평이 글자를 받아 내던 공란에게 말을 건넸으나, 그의 의도를 눈치챈 그녀가 단칼의 말을 잘라내버렸다.


“쳇, 사저는 눈치가 너무 좋아서 탈이라니깐. 사형이 오면 도와달라고 해야겠다.”


나름 이야기에 미처 있다고 자부하던 그 조차 그녀를 보면 숨이 턱 막힐 정도였는지, 재빨리 그녀의 곁을 벗어났다.


“평아, 또 농땡이를 부리는 게냐?”

“아, 사형 잠시 쉬고 있을 뿐입니다.”

“저 쌓여 있는 새들의 글자를 오늘 옮겨 담지 않으면 스승님께서도 뭐라고 하실 텐데?”

“조, 조금만 더 쉬다가 마저 해놓겠습니다. 이왕 오신 거 저 좀 도와주시면 안 됩니까?”

“하하하, 농이였다. 편할 때 다시 하면 된다.”


사다리를 타고 서고에서 내려오던 조평이 마침 밑에서 자신을 바라보던 진가를 발견하고는 대화를 나누었다.


“그나저나 사매는 아직도 이야기를 찾는 게냐?”

“네, 사저는 어찌 저렇게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볼 수 있는지 신기할 정도입니다.”

“하하, 그러게 말이다. 나도 꽤나 이야기를 좋아한다지만 란이 만큼은 도저히 엄두가 나질 않는구나.

“제 짧은 생각입니다만, 아무래도 사저가 저희와는 다르게 천기를 이용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요?”


조평이 진가의 귓가로 손을 모아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자, 진가 또한 그럴 수있겠다는 표정으로 그개를 끄덕였다.


“사형, 사제. 이리로 와 보시지요.”

“무슨 일이냐?”

“스승님이 말씀하신 것을 찾은 것 같습니다.”


갑작스러운 란의 목소리에 조평과 진가가 화들짝 놀라다가 이내 황급히 위로 올라갔다.


“정말 찾은건가요?”


한쪽 팔에 새를 올려놓은 란의 모습을 보고 조평이 긴장되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것을 한번 보시지요.”


조평의 말을 들은 그녀가 한손으로 책을 펼치며 그들이 보기 쉽게 책상에 내려놓았다. 빼곡하게 적힌 글귀들 위로 시처럼 보이는 문구가 그들의 눈에 들어왔다.


[바람이 불어 단풍 낙엽이 휘날리니, 그 모습이 매우 가련하구나.


차가운 달빛이 그 모습을 보고는 눈물을 흘리고 떨어지는 별들은 그들을 바라만 보네.


3개의 태양과 별, 그리고 달이 한자리에 모이니, 곧 모든 것이 무너지는구나.]


“이게 무슨 말인가요?”


조평은 글귀를 보고는 알 수 없다는 듯 머리를 긁적거렸다.


“나도 잘 모르겠구나, 란아 너는 이 뜻을 이해하였느냐?”


진가의 궁금 섞인 목소리에 공란은 악간 혼란스러운 듯 눈썹을 치켜 올리며 말을 꺼냈다.


“스승님께서 전에 하늘의 균열을 보고 유례없는 큰 풍파가 세상에 닥칠 것이라 하셨던 것을 기억하십니까? 그때가 언제인지 알 수가 없기에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듣고 모으기 위해 이곳을 만드시고 저희를 불러 모으셨지요.”

“그건, 우리도 다 알지 않느냐.”

“네, 이제 스승님께서 보셨다는 그 위험이 이 글귀를 통해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사저, 죄송하지만 그 글귀 어디를 보아도 마지막 문구만 제외하면 큰 의미가 없는 내용이지 않습니까?”


조평이 시답잖은 이야기를 들었다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문제는, 이와 비슷한 글귀가 이것뿐만이 아니라는 거지.”


공란은 자신의 옆에 놓여있던 다른 서책도 펼쳐 그들에게 보여주었다.


“이것은 오늘 황국의 땅에서 날아 온 새에게서 얻은 이야기입니다.”


[금색의 물결이 흐르는 곳에 낯선 이가 방문을 하니, 어리석은 자가 곧 대지를 흔드는구나.


아아, 어진 이는 일찍이 세상을 떠나고 공허조차 모르는 한줄기의 빛만이 유일한 버팀목이로다.]


아까와는 다른 문구였지만, 비슷한 분위기를 암시하는 내용을 보고는 조평과 진가의 표정도 점점 혼란스러워졌다. 지금껏 세화서고에 날아온 이야기들은 고작해야 사람들의 입을 타고 퍼져나가는 의미 없는 소문들과, 역사에 기록될만한 수행자들의 대결이 전부였다. 그런데 돌연 갑자기 나타난 예언 같은 문구에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심히 혼란스러워 했다.


“이것이 끝이 아닐 겁니다. 앞으로도 몇 번이나 더 비슷한 내용을 새들이 가지고 오겠지요.”

“그래, 이제 슬슬 스승님을 모시러 가야겠구나.”


진가가 공란을 보며 말을 하자 옆에 있던 조평이 재 빨리 합장을 하고는 입을 열었다.


“그, 그럼 제가 어서 스승님께 폐관수련을 마치라 전달하겠습니다.”

“그래, 어서 스승님을 찾아가거라.”


진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조평은 서고 구석진 외곽에 있는 견목대사를 향해 그 무거운 몸을 옮기며 달려 나갔다.


***


따가운 햇살이 아침을 알리듯 매섭게 대지를 내리쬐고 있었다.


그 빛을 흠뻑 맞으며 되돌려주듯 금색 물결의 대군이 메마른 사막을 지나치고 있었다. 그들의 앞에는 황국의 군대임을 알려주는 깃대가 펄럭이고 있었고, 그 옆에는 백색의 말이 이끄는 마차가 그들을 따라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으음, 병사들이 조금 지쳐 가는 것 같습니다.”

“예, 하지만 조금만 더 지나가면 북남국의 경계에 들어서니 그때까지만 버티면 됩니다.”


마차 안에서 안이 주변을 둘러보다가 이월장군과의 짧은 대화를 마쳤다.


‘천도산으로 가는 길이 생각 외로 많이 험난하였구나.’


생각보다 험한 길에 형님들이 생각났는지 아려오는 한쪽 가슴을 안이 움켜잡았다.


황국을 떠나 온지 이틀이나 지났으나, 아직까지 천도산에서 그들을 발견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훠어!”


안이 생각에 잠기며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을 때. 밖에서 왠 소리가 들려왔다.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부터 저희가 함께 동행 하며 길을 알려드리겠습니다.”


검은 수염이 길게도 뻗어 가슴까지 내려온 사내 한명이 말에서 내려 이월에게 손을 뻗는 것이 보였다.


“아, 북남국에서 오신 분들이군요. 반갑습니다. 저는 황국의 장군 이월이라고 합니다.”


그의 모습을 본 이월 또한 손을 뻗어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저는, 북남국의 복성(福城)을 담담하고 있는 담수라고 합니다. 자, 저희르 따라오시지요.”


짧은 인사를 나눈 그들이 다시 목적지를 향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저... 실례지만 이곳을 통과하면 천도산까지는 얼마나 걸리는 알수 있겠습니까?”


마차를 타고 있던 안이 복성의 성문을 통과할 때 쯤 담수를 향해 물었다.


“아, 이곳에서 약 반나절을 가시면 천도산이 보이실 겁니다. 그곳의 날씨는 이곳과는 다르게 매우 춥고 변덕스럽기까지 하니 많은 이들이 대부분 이곳, 복성을 거치며 잠시 머물러 간답니다. 그런데.. 안에 계신 분은 누구신지?”

“아, 인사가 늦었습니다. 황국 구씨가의 셋째 구안이라고 합니다.”


“아, 참으로 좋지 못한 일을 당하셨습니다. 저희가 지금 열심히 형님 분들을 찾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지요.”


담수는 안을 향해 간단하게 목을 숙여 대신 인사를 건넸다. 그의 모습을 본 안 또한 고개를 숙여 답을 했으나, 눈은 빠르게 돌아가며 그의 몸을 살펴보는 중이였다.


‘무언가 숨기고 있는 기운이 보이는구나.’


안의 눈빛을 눈치 채지 못했는지, 담수는 가벼운 미소로 황국의 무리를 성으로 안내했다.


성안으로 들어서자 겉보기와는 다르게 많은 이들이 활기차게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그들 사이로 군대가 걸어들어오자 객잔에 있던 수행자들과 일반 백성들이 그들을 빤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황국 사람들이 무슨 염치로...”

“에끼, 입조심하게 자네.”


소매에 양손을 집어넣고 있던 남자 중 한명이 화들짝 놀라며 다른 이의 입을 막았다. 그 모습을 본 안은 묻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서둘러 발길을 옮기는 담수와 이월을 보며 그들을 조용히 따랐다.


“자, 오늘은 피곤 하실 테니, 잠시 쉬다가 천도산으로 향하시지요.”


자신의 방으로 안과 이월을 초대한 담수가 갑옷을 벗으면서 그들을 향해 말했다. 무언가 바쁘게 움직였는지, 그가 사용하는 탁자위로 아직 정리가 덜 된 듯 큰 지도가 널브러져있는 것이 보였다. 그것을 발견한 안이 궁금증이 생겼는지 지도로 다가가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황국, 서국(西國), 북남국, 주국(州國), 소연국(小然國)...”


지도에는 대륙에 있는 국가들의 명이 각각의 지역에 맞게 표시되어있었다. 갑옷을 벗어 두느라 몸을 돌리고 있던 담수가 안의 모습을 뒤늦게 발견했는지 황급히 달려와 손을 잽싸게 뻗어 지도를 말았다.


“하하, 제가 급하게 나오느라 정신이 없어 좀 지저분합니다.”


멋쩍은 듯 웃고 있는 담수를 보며 안이 물었다.


“근데, 지도에 없는 국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네? 없는 국가라니요?”


안의 질문에 담수가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는 듯 말없이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아니... 무언가 없는 나라가 있는 듯 싶어서. 혹시 지도가 오래된 지도입니까?”


안이 다시 질문하자 이번에는 이월이 다가와 그에게 물었다.


“지도에 다섯의 국가가 없었습니까?”

“아니요, 다섯의 국가가 표시가 되어있었는데 그게 다가 아닌듯한 느낌이 들어서 그럽니다.”


진명의 대답을 들은 이월과 담수가 아리송한 표정을 지으며 가볍게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공자께서 꽤 고단하셨나 봅니다. 200여 년 전 주국과 소연국이 나눠진 것 말고는 그 뒤로 계속 이대로 이어져 오지 않았습니까?”


이월의 말을 듣고는 자신이 착각을 했다고 느꼈는지 안이 멋쩍게 뒷짐을 지었다.


“제가 착각을 했나 봅니다. 아주 어릴 적부터 알고 있던 사실을 왜 이제 와서 이상히 여겼는지.. 하하”

“하하하. 자, 그럼 어서 이곳에 앉아 잠시 차라도 드시지요.”


어느덧 깨끗해진 탁자위로 찻잔을 꺼내 들은 담수가 정갈한 자세로 차를 따랐다.


“고맙소.”


찻잔을 든 이월이 따듯한 온기가 느껴지는 차를 먼저 목 뒤로 넘겼다. 그러나 안은 그와는 다르게 잔을 들지 않고 입을 열었다.


“음, 저는 제 가문 사람들과 먼저 형님들을 찾으러 나서겠습니다.”

“아니, 이렇게 빨리 움직이신다고요?”


이월이 놀라 안에게 물었다.


“네, 군사들은 갑옷을 입고 움직였으니 피로가 제 사람들보다 더 심할 것입니다. 그러니 장군과 군사들은 이곳에서 머물다 내일 움직이셔도 괜찮습니다.”


안의 대답을 들은 이월은 어쩔 줄 몰라 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담수가 덤덤한 표정으로 안에게 말했다.


“음, 좋습니다. 공자께서는 수행자들과 함께 움직이시니 괜찮을 겁니다. 대신, 필요한 물품은 제가 아랫사람을 불러 돕도록 하겠습니다.”


미묘하게 안을 빨리 내보내려는 듯 한 모습을 보이며 담수가 말을 꺼내자, 안이 고맙다는 듯 허리를 숙여 인사를 건넨 뒤 자리를 떠났다.


“하하, 아무래도 형제분들이 걱정되어서 저러는 것이겠지요.”

“제가 같은 입장이 됐다고 하더라도 같은 모습이었을 겁니다. 자, 장군은 저와 조금 더 차를 나누시지요.”


안이 자리를 떠난 뒤 남겨진 담수와 이월은 서로를 마주하며 차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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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비밀 23.05.19 171 3 11쪽
34 후계자 23.05.19 180 3 12쪽
33 조우 23.05.19 178 3 12쪽
32 천관으로 23.05.19 181 3 11쪽
31 수도자 부대 23.05.19 177 3 22쪽
30 소산 23.05.19 183 3 14쪽
29 구호방 23.05.19 170 3 15쪽
28 황국으로 23.05.19 175 3 16쪽
27 또 다른 세계 23.05.19 180 3 13쪽
26 집어삼키다 23.05.19 191 3 14쪽
25 깨어나다(2) 23.05.19 196 3 19쪽
24 깨어나다(1) 23.05.19 198 4 16쪽
23 시작(4) 23.05.19 226 3 18쪽
22 시작(3) 23.05.19 212 3 11쪽
21 시작(2) 23.05.19 219 3 9쪽
20 시작(1) 23.05.19 227 3 18쪽
19 움직이다(4) 23.05.19 242 4 10쪽
18 움직이다(3) 23.05.19 222 3 10쪽
17 움직이다(2) 23.05.19 238 3 11쪽
16 움직이다(1) 23.05.19 262 3 14쪽
15 발단(3) 23.05.19 253 3 11쪽
14 발단(2) 23.05.19 297 3 16쪽
13 발단(1) 23.05.19 293 3 11쪽
12 마관도주 그리고 천관 23.05.19 310 3 14쪽
» 태동(4) 23.05.19 357 3 12쪽
10 태동(3) 23.05.19 373 4 15쪽
9 태동(2) 23.05.19 400 3 12쪽
8 태동(1) 23.05.19 449 3 18쪽
7 천주와 동주 23.05.19 467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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