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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하자

천몽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완결

도월씨
작품등록일 :
2023.05.19 13:49
최근연재일 :
2023.05.20 22:45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17,562
추천수 :
202
글자수 :
371,828

작성
23.05.19 18:50
조회
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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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3쪽

또 다른 세계

DUMMY

“아, 스승님. 큰 일이 났습니다.”


밖으로 나오는 견목에게 공란이 다가와 이야기가 담긴 책을 펼쳤다. 그 안에는 방금 들어온 최근의 소식이 담겨있었다.


“무엇이냐?”


견목이 작게 뜬 실눈으로 다가가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못가 그의 얼굴의 어둠이 드리웠다.


“북남국이 복성의 있는 황국의 군대를 공격했다?”


“네, 스승님.”


“이것을 누구에게 보여주었느냐?”


“아직, 저만 알고 있습니다. 사형과 사제는 다른 일행과 함께 있기에 아직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공란이 건넨 책을 들고 천천히 책상으로 다가갔다. 낙원이 기억을 찾음과 동시에 세상에 큰 변란이 찾아왔다. 자신이 바라본 틈의 전쟁이 이것을 말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 사실을 일단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아라.”


“네? 급한 일이 아닙니까? 평이의 나라와 공자의 나라 사이에 전쟁이 났다면,”


공란이 말을 하던 와중에 견목이 손을 들어 대화를 끊었다.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그의 심정이 묻어나왔다.


“전에 날린 새들이 각국에 제대로 도착을 한다면 이 전쟁은 금방 끝이 날 수도 있으니 조금더 기다려 보자.”


견목의 주름잡힌 이마가 점점 평온함을 되찾아갔다. 아무리 집안이 싫어 뛰쳐나왔다고는 하지만 조평도 엄연히 북남국의 사람이었다.


괜히 낙원과 마찰이 생길 수가 있었기에 섣불리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이 든 것이다.


“저.. 도련님은 나오셨습니까?”


부끄러운 듯 소심하게 다가온 소산이 견목과 공란이 있는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 아직 생각을 정리 하는 중 인가 보구나.”


“도련님이 꼭 다른 사람 같습니다.”


소산은 아까 전 보았던 낙원의 모습이 어렵게 느껴졌는지 견목에게 작은 투정을 부렸다.


“갑자기 자신의 기억을 찾게 된다면, 어느 사람이라도 혼란스러운게 당연한 법. 조금 기다려 보는게 좋겠구나.”


“그럴 필요 없습니다.”


생각을 다 정리했는지 문을 열고 안이 나왔다.


“도련님!”


소산이 안에게 달려가다가 이내 멈칫했다.


“왜, 달려오다가 말아?”


이번에는 자신이 알고 있던 안의 목소리였다. 소산은 우울해있던 기억을 잊고 낙원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도련님이, 다른 사람이 될 까봐 무서웠습니다. 공주마마에게 어찌 말을 해야 될 지 고민했다고요.”


“그런 걱정할 필요 없다. 대신 이제부터 나를 안이라고 부르지 말거라.”


“네?”


뜻밖의 말이 안에 입에서 나오자, 소산이 당황한 듯 두눈을 크게 떴다. 안을 안이라고 부르지 말라니, 어처구니가 없는 소리였다.


“그럼, 안 도련님을 뭐라고 불러야합니까? 그냥 도련님이라고 하면 나중에 다른 도련님들이랑 헷갈리지 않습니까?”


이상한 분위기 속에서 안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낙원, 낙원이라고 부르거라.”


“낙원? 그것이 도련님의 본명이십니까? 그럼, 도련님은 어느나라 사람이였습니까? 그리고 낙원은 뭔가 이상합니다, 저는 계속 안 도련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소산은 한꺼번에 많은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것이 버거웠는지 안은 손으로 그녀를 밀쳐내며 말했다.


“자자, 알았다. 그냥 안이라고 부르거라. 그것도 어찌됐든 내 이름이니, 그리고 남은 질문에 대한 답은 집에 돌아가서 실컷 해주마.”


“공, 공자! 스승님!”


밑에 있던 조평이 무엇이 다급한지 소리를 지르며 뛰쳐 올라왔다.


“무슨일이냐.”


“헉,헉, 이것을 이것을 좀.”


조평이 이야기가 담긴 책 한권을 손에 들고 있었다.


“무슨 일 이길레 이리.”


조평이 가지고온 책을 읽던 공란의 눈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의 눈을 읽었는지 급히 책을 감추려던 것을 안이 막아 세우고 물었다.


“왜, 숨기시는 겁니까?”


“공자와는 관련 없는 내용입니다.”


“거짓이로군.”


안이 재빨리 그녀의 품속에서 책을 빼앗아 왔다. 이전에는 몸쓰는 것이 힘들었겠지만, 지금 그는 백정장군의 몸상태와 다름이 없었기에 그리 어렵지 않았다.


“황국, 도성, 마벽의 습격, 구씨가. 첫째 공자 사망.. 잠깐, 사망..? 누가..?”


낙원이 책에서 눈을 돌려 조평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그, 그게.”


“어서요!”


낙원의 말에 조평이 겁을 먹었는지 떨리는 입술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적혀있는 그대로요. 황국 도성 구씨가에 마관도주 마벽의 습격이 있었고, 당신의 첫째 형이 죽었다는 이야기요.”


안과 소산은 조평의 말을 듣고는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도, 도련님..? 거짓이겠지요? 진명도련님이 돌아가시다니요?”


“그래, 분명히 거짓이다. 형님이 갑자기 돌아가시다니, 말이 안된다.”


“거짓이 아닙니다. 그 이야기들은 새들이 직접 현장을 목격하고 가지고 오는 것입니다.”


“이놈, 평아!”


조평이 쓰잘데기 없는 입을 나불거리자 견목이 자신의 이마를 붙잡으며 혼을 냈다.


“이...이럴수는 없습니다.. 형님이..으흐흑.”


오늘은 참 이상한 날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원래 속해있던 세상의 기억을 찾음과 동시에, 또 다른 세상이 무너져 버린것이다.


***


"이쪽도 찾아봐라."


"이런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이지."


기영은 자신을 쫒는 병사들을 피해 뒷간으로 몸을 숨겼다.


한 시간전, 죽을듯이 달려 도성에 도착한 기영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보았다. 구씨가는 페허가 되어있었고, 수 많은 병사들이 역적 구씨를 잡으라는 목소리만 외쳐댔다.


"무, 무슨일이요?"


"이크, 저리가시오"


누군가를 붙잡고 지금의 상황에 대해 물어보고 싶었으나, 대다수가 이야기를 꺼려하며 도망칠 뿐이였다.


'구씨가가 반역이라니 이게 무슨,'


"이보게, 기영 이쪽으로 얼른!"


누군가 쥐죽은듯 작은 목소리로 자신을 부르자, 기영이 고개를 돌려 그곳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미처 도성을 빠져나가지 못한 구씨와 그의 사람들이 있었다.


"어르신, 무사하셨군요."


"그래, 복성에서 이제 왔구나."


기영은 구씨에게 예를 올렸고, 구씨는 답했다. 다급한 상황이였기에 짧게만 인사를 하고 현상황에 대해 기영이 물었다.


"어르신, 왜 어르신께서 역적으로 몰리신겁니까?"


기영의 물음에 구씨는 표정없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시간이 없으니, 짧게만 이야기 해주마. 황궁은 태자마마께서 장악을 하셨다. 반란을 꾀했다는 누명으로 구씨가를 지금 쫒고있지."


그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간단했다. 누군가가 구씨가를 습격을 했고, 왕준이 구씨를 반역의 수장으로 몰았다.


"갑자기 반역이라니요?"


기영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 다시 물었다.


"이번에 복성에서 황국군을 모조리 죽인것을 시작으로 전쟁이 터졌다더군. 형식상으로는 진명이와 천관의 제자가 북남국과 모략을 해서, 황자전하를 감금했다는."


"잠시만요 어르신."


기영의 미간이 일그러져갔다. 일개 시종과 다름 없는 사람이 자신의 주인의 말을 끊는것은 매우 무례 했지만, 그는 단 한번도 구씨의 말을 멈춘적이 없었기에, 오히려 구씨가 놀라 물었다.


"왜 그러는가?"


"태자마마께서 어찌 복성의 일을 아신다 말입니까? 병사들이 죽어나가는것을 보고 제가 바로 도망쳐 온것인데, 그 누구도 저보다 빠르게 소식을 전달할수 없습니다."


기영이 말을 마치자 구씨와 주변에 있던 모든이들의 표정이 굳었다. 무거운 침묵. 그 누구도 쉽게 입을 열수가 없었다.


“설마, 태자께서.”


“모든 사건이 태자마마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구씨는 충격을 받았는지 어지럼증을 느끼며 벽을 붙잡았다. 그리고는 이내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는지 기영을 바라보며 물었다.


“안, 안이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겠구나.”


“안 도련님이요? 같이 계신 것 아니였습니까?”


“안은, 지금 소연국으로 향했다. 태자마마를 막고 공주마마를 도울 수 있는 것은 유일하게 외부에 있는 그 아이뿐이야.”


구씨는 냉정히 생각을 정리했다. 그리고는 기영을 소연국으로 보내기로 결심을 했다. 그에게는 가혹할지 모르겠지만, 지금 도성 안에서 가장 빠르고 누구에게 들키지 않게 움직일수 있는건 그뿐이였다.


“기영아, 부탁한다. 안에게 절대로 지금 황국으로 와서는 안 된다고 전해야한다.”


“어르신..”


기영은 구씨를 바라봤다. 황제와의 친분으로 인해 역적으로 몰려도 죽음만은 피할수 있다고 판단 돼서 인지, 늙은 중년의 얼굴에서는 두려움이라고는 찾아볼수 없었다.


“자, 이곳에 역적의 무리가 있다고 한다. 샅샅히 찾아라!”


밖에서 한바탕 소란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병사들이 구씨가문의 사람들이 있는곳을 발견했기 때문이였다. 다급해진 소리에 구씨가 재빨리 손짓을 기영에게 보냈다. 그리고 그 신호를 받은 기영이 병사들이 들이 닥치기전 그곳을 떠났다.


‘황국의 앞날이 어둡구나.’


기영이 떠나고 구씨가 있는 곳에 병사들이 들이 닥쳤다. 병사들은 칼을 꺼내 그를 겨누고 있었고, 그의 사람들이 구씨를 보호하기위해 앞을 막아섰다.


“이보게들, 그럴 필요 없다네.”


“어르신, 하지만.”


구씨는 자신을 지키는 가문의 사람들 앞으로 몸을 비집고 나왔다. 병사들을 이끌고온 대장으로 보이는 인물 한명이 구씨의 목에 칼을 겨눴다.


“적국의 사람을 도성에 끌어들여, 황궁의 법도를 어그러 트린 죄, 태자마마의 앞으로 가 낱낱이 고하게 될것이오.”


“좋소, 갑시다.”


구씨는 지금 분노의 감정을 느끼지 않았고, 두려움도 없었다. 그저 두 번 다시 가족들을 볼수 없을지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만 들뿐이였다.


“자, 이자를 묶어라.”


“어르신!”


“저기 남은 사람들도 모조리 포박해라.”


한밤에 일어난 작고도 거대한 움직임은 이렇게 조용히 마무리 되어가기 시작했다. 내일 아침의 해가 뜬다면 황국과 전 대륙에 이 소식이 빠르게 퍼져 나갈 것이다. 이제 다시 돌일킬수 없는 파동은 전쟁이 되어 돌아올 것을 알리기 충분했다.


***


새벽달이 서서히 고개를 숙이고 눈부신 태양이 하늘 아래를 뒤덮기 시작했다.


동주는 천주와의 만남을 종료하고 천도산에 도착해 모든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구씨가의 멸문, 그리고 황국과 북남국의 전쟁. 그런데,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었는지 그는 자신의 수염만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그리 하나?”


“천주, 분명히 어제 이곳에 내려오고 나서 십년전 그녀석과 같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느끼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그런데 그 기운이 저 구씨가의 셋째를 가리키고 있으니, 착각을 한 것이 아니겠나?”


사실, 이들은 착각을 한 것이 아니였다. 안이 낙원의 기억을 찾고 낙원이 된 찰나의 순간. 그의 기운이 천도산에 막 발을 내딛은 그들에게 닿았었다. 정말로 짧은 순간이였지만 확실하게 느낄수가 있었다. 그러나 그 아이는 십년전의 사람. 나이가 같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이번에 좀 사건의 방향이 달라진거 같은데, 어찌 생각하는가?”


천주가 동주에게 물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천관에서 진명을 수련시키고, 그의 죽음까지 모든 것을 알고 있었는데, 배후를 찾지를 못했습니다.”


“그렇지, 맞네.”


그들은 수경안으로 이미 이 사건이 벌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개입을 하지 않고 그저 방관만 하기로 결정했다.


천주는 원래 인간들의 세계에 관여를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었고, 동주 또한 숨겨진 인물을 찾기 위해 그와 같은 노선을 택했다. 그러나 모든 희생을 뒤로 하고도 이번 사건의 주범을 찾을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제가 오랜만에 세상일에 관여를 좀 해야겠습니다.”


“자네가?”


동주의 눈빛에 고요한 눈망울이 흘렀다. 자신이 직접 배후를 찾기 위해 몸을 움직이기로 결심한 것이였다. 그러나, 그 전에 그는 자신이 먼저 해야할일을 알고있었다. 천관의 제자들을 움직이는 것.


“천주, 그럼 저는 이만 천관으로 가 봐야겠습니다.”


“알겠네.”


동주는 별다른말 없이 천주에게 간단히 인사만 올린채 공간을 이동하여 사라졌다. 동주가 사라질 쯤 천주는 간단히 미소를 지으며 배웅했다.


그러나 금새 여태컷 보이지 않던 미묘한 표정으로 아래를 내려다 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깨끗하고 밝은 기운이였지만, 한편으로는 살을 파고 들정도로 서늘했다.


‘동생놈이 장난질을 하는군.’


천주는 이번 사건이 동생중 한명이 벌인 짓이라는 것을 언뜻 짐작을 하고 있었다. 그의 동생들이 아니면 이러한 일을 천주조차 모르게 움직이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였다.


‘그나저나, 그놈의 기운이 정말 그녀석일까? 나이가 꽤 들었을 터인데.’


또 한편으로는 낙원의 기운이 다른사람에게 흐르는 것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모든 흐름을 읽고 생각을 정리해 봐도 자신의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능력 밖의 일이라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그는 자신의 아버지만 떠올릴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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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남매 23.05.19 173 3 11쪽
35 비밀 23.05.19 170 3 11쪽
34 후계자 23.05.19 178 3 12쪽
33 조우 23.05.19 178 3 12쪽
32 천관으로 23.05.19 180 3 11쪽
31 수도자 부대 23.05.19 177 3 22쪽
30 소산 23.05.19 183 3 14쪽
29 구호방 23.05.19 169 3 15쪽
28 황국으로 23.05.19 175 3 16쪽
» 또 다른 세계 23.05.19 180 3 13쪽
26 집어삼키다 23.05.19 191 3 14쪽
25 깨어나다(2) 23.05.19 195 3 19쪽
24 깨어나다(1) 23.05.19 198 4 16쪽
23 시작(4) 23.05.19 226 3 18쪽
22 시작(3) 23.05.19 212 3 11쪽
21 시작(2) 23.05.19 219 3 9쪽
20 시작(1) 23.05.19 227 3 18쪽
19 움직이다(4) 23.05.19 242 4 10쪽
18 움직이다(3) 23.05.19 222 3 10쪽
17 움직이다(2) 23.05.19 237 3 11쪽
16 움직이다(1) 23.05.19 262 3 14쪽
15 발단(3) 23.05.19 253 3 11쪽
14 발단(2) 23.05.19 297 3 16쪽
13 발단(1) 23.05.19 293 3 11쪽
12 마관도주 그리고 천관 23.05.19 309 3 14쪽
11 태동(4) 23.05.19 356 3 12쪽
10 태동(3) 23.05.19 373 4 15쪽
9 태동(2) 23.05.19 400 3 12쪽
8 태동(1) 23.05.19 448 3 18쪽
7 천주와 동주 23.05.19 466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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