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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하자

천몽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완결

도월씨
작품등록일 :
2023.05.19 13:49
최근연재일 :
2023.05.20 22:45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17,618
추천수 :
202
글자수 :
37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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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9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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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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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8쪽

시작(1)

DUMMY

“이보게 도품. 자네의 말대로 이번 사건의 범인을 황국으로 보내기로 했네. 정말 괜찮은 게 맞는가?”


“걱정 마시지요. 불똥이 튀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니 너무 염려하실 필요 없습니다.”


도품이 흰색과 검은색의 조화롭지 못한 수염을 쓸어내렸다. 조상은 그런 그의 행동을 보며 의구심이 들었지만, 예언에 관해서는 꽤나 조예가 깊은 그였기에 별다른 말을 잇지 않았다.


“그래, 우리는 언제쯤 움직이면 좋은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귀인이 이곳을 방문하는 날, 황국은 북남국에게 무릎을 꿇게 될 것입니다.”

“흠, 그렇게 된다면야 더할 나위 없지. 그런데 정말 주변국들이 황국을 공격하는 것을 가만히 보고 있겠는가?”


조상이 한편의 불안감을 그에게 던지며 물었다.


“하하, 걱정 마시지요. 적당한 논리가 있다면 적어도 소연국을 제외한 나머지 나라들은 저희를 지지할 것입니다. 다만..”

“다만?”

“제가 본 예언의 장에서 유달리 두 명의 인물들을 알아볼 수 없었습니다. 한명에게서는 저 하늘의 광대한 별들을 아우르는 까마득한 어둠의 우주로 보였으며, 다른 한명에게서는 너무나도 밝으며 은은한 광채가 흐르는 모습 이였습니다. 그 황홀한 광경 속에서 자칫 제 시력을 잃을 뻔했지요. 게다가 그들 곁에 있는 자를 보았는데... 조평 태자께서 같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도품의 입에서 듣기 싫은 이름이 나왔는지, 조상이 표정을 일그러트리며 탁자를 내리쳤다.


“그놈에 관한 말은 꺼내지도 마시오!”

“송구하옵니다. 제가, 실언을 하였습니다.”


사실, 북남국은 조안이 아니라, 조평이 다음 황위를 받기를 원했다. 평소에 책을 가까이 하였으며 총명함이 북남국 전체를 아울러도 따라올 자가 없었기에 그에게 거는 기대감이 대단했다. 그러나 그런 환경이 답답했던 조평은 결국 북남국을 달아났고, 그 사건 이후로 조평에 관한 이야기는 금기시 됐다.


“이제, 그놈은 더 이상 태자라고 부를 녀석도 아니요. 아무리 자네라고 해도 두 번 다시 이를 언급한다면 가만히 있지 않겠소.”


“....”


조상은 감정이 격해졌는지, 진정되지 않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차를 연거푸 마셔 대기만 할 뿐이었다.


***


콰당.


“평아, 어찌 이리도 달라진 게 없느냐? 하하하.”

“죄송합니다. 스승님.”


폐관수련을 마치고 나온 견목이 의자에서 넘어진 조평을 보고는 특유의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누가 내 이야기를 하나?’


조평이 손가락으로 귀를 후벼 팜과 동시에 육중한 몸을 일으키며 묻어있는 먼지를 털어냈다.


“평아, 힘들면 잠시 쉬도록 해라. 나머지는 나와 란이가 하면 되니.”

“정말이십니까?”


란가의 말에 조평이 어린 아이마냥 배시시 웃었다.


“사형, 그런 말씀 함부로 하시면 안 됩니다. 그러다가 평이 버릇만 나빠집니다.”


새들에게 둘러싸여 이야기를 하나씩 받아내던 공란이 소매로 땀을 닦아내며 말하자, 란가가 그녀의 시선을 느끼고는 재빨리 입을 닫았다.


“평아 열심히 해라.”


머쓱해진 란가가 머리를 긁적이며 조평에게 말했다.


“알, 알겠습니다.”


“하하하, 오랜만에 봤는데도 너희 셋은 변한 것이 없구나.”


공란의 신경이 날카로워지면 견목 말고는 말릴 사람이 없었기에, 그들은 다급히 말을 끝내고 다시 이야기를 받아 내기 시작했다.


“흐음, 매가 날아오는구나.”


앉아서 그들을 바라보던 견목의 곁으로 한 마리의 매가 날아 왔다. 그리고 부드럽게 뻗은 자신의 팔위로 견목이 매를 올려놓았다.


“음?”


무언가를 느꼈는지 매의 눈을 바라보던 견목이 손으로 글씨를 뽑아내기 시작했다.


[어둠에 가려진 작은 빛이 서서히 눈물을 흘리게 되니, 그것이 천망몽을 깨트리네. 나눠진 하늘은 균열이 가고 세상에 끔직한 고통이 찾아오니 멸인가 아니면 또 다른 시작인가.]


글귀를 받아본 견목의 눈빛이 흔들렸다. 자신이 바라 본 일들을 암시하는 듯한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평,란아. 내게 가까이 오너라.”

“예, 스승님.”


하던 일들을 멈춘 그들이 견목의 곁으로 다가왔다.


“전에 이것과 비슷한 문구가 있었느냐?”

“예, 맞습니다.”

“빛이 눈물을 흘린다...지금까지 왔던 문구와는 다르게 매우 직설적인 표현이 담겨있구나.”

“그렇군요. 세상의 멸과 시작을 암시 하는 듯 한 내용이라니.”


조평이 고개를 끄덕이며 견목의 말의 귀를 기울였다.


“내가 폐관수련을 마치고 나온 뒤부터 세계 곳곳에서 이상 징후가 발생하는 이야기들을 볼 수가 있었다.”

“아! 주국의 열대지역에 눈이 내린 것과 서국의 만년설이 녹기 시작한 것을 말씀하시는 거군요.”


공란이 자신의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이야기들을 생각해냈다.


“그래 그렇지. 하늘이 열린지 수천 년이 지난 지금껏 고대 어느 국가의 서들을 찾아봐도 이런 증상이 나타난 적은 없었다.”


견목이 말을 마치자 잠시 무거운 침묵이 서고를 가득 채웠다.


“그럼, 저희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합니까?”


침묵을 깨고 란가가 견목에게 물었다.


“새들을 이용하여 모든 국가의 황제에게 전달해야겠구나. 하늘의 벌이 곧 세상을 뒤덮게 될지도 모른다고.”


견목이 이야기를 마치며 자신의 단전을 통해 지기의 기운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러자 서고에 가득 차 있는 새들의 몸을 향해 기운이 자연스럽게 흘러들어가며 이번에 받은 이야기들이 모두 담겨졌다.


“새들의 몸에 이야기를 모두 주입시켰으니, 이제 다음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앞으로 날아 올 이야기를 기다리면 되겠구나.”


휘익!


견목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란가가 손가락으로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자 수많은 새들이 세화서고를 빠져나가면서 세계 곳곳으로 이야기를 나르기 시작했다.


***


왕준이 조급한 일이 있는지 발을 동동 구르며 안절부절 자신의 방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여인이 말한 사람은 대체 언제 도착하는가?’


이미 안은 황국을 떠났고, 진명이 천관에서 사람을 데려온다는 사실이 황국 전체에 퍼져 있었다.


잘못하면 이번일로 인해 자신의 모든 정치적 입지가 흔들릴 수 있는 심각한 상황 이였으나. 며칠이 지나도 여인이 말한 사람은 자신을 찾아오지 않았다.


“마마, 구씨가의 둘째인 방 공자가 뵙기를 청합니다.”

“물러가라 하라.”


왕준은 구씨라는 말만 들어도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 신경을 곤두세우며 날카롭게 외쳤다.


“마마, 여인이 말한 자를 뵙고 싶지 않나 보군요.”

“뭐라? 들, 들라하라.”


뜻밖의 이름이 방에게서 흘러나오자 왕준이 들어오는 방의 손을 붙잡고 그를 맞이했다.


“자네가, 그 여인이 말한 자였군! 왜 이리 늦게 온 것이냐, 황국에 도착한지 벌써 며칠이 지났는데!”


왕준이 살짝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처리해야 할 일들이 있었거든요.”


방의 차가운 목소리가 순간 왕준의 몸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방의 모습과는 달라진 분위기에 조금 놀란 눈치로 그에게 물었다.


“그, 그래. 어찌됐든 그 여인이 내게 뭐라고 전하던가?”


“협력을 하라고 말함과 동시에 위기가 기회라고 하셨습니다.”

“위기가 기회?”

“네, 그 뜻이 무엇을 말하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으나, 위기가 기회라고 분명히 그랬습니다.”

“다른 말을 없더냐?”

“네, 없었습니다.”


자신이 생각한 것과 다른 대답이 들려오자, 왕준의 머릿속에 있는 고민이 더 깊어졌다. 여인의 말대로라면 분명히 위기가 찾아오는 것인데, 그것이 천관에서 돌아오는 진명과 관련된 일인지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그래, 일단 그 정도면 됐다. 그만 나가보아라.”

“네, 알겠습니다.”


왕준의 손짓에 방이 당당하고 거만한 자세로 방을 빠져나갔다.


“저, 저 무례한!”


건방지다고 생각이 들었는지 왕준은 다시 그를 불러 멈춰 세우려 했다. 그러나 방금 전 자신을 향해 풍기던 분위기가 떠올라 쉽게 말하지는 못하고 침만 꿀꺽 삼킨 체 그저 뒷모습만 바라보았다.


****


다음날 오후,


진명이 번사와 함께 입궁한다는 소식에 황궁이 소란스러웠다. 모든 대신들과 왕실 사람들, 그리고 구씨가의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였고, 그 중에는 정치에 관심이 없던 둘째 공주 왕소명도 모습을 보였다.


“들어오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 진명과 연목의 모습이 문 너머로 작게 보였다. 점점 다가오는 그들의 뒤에는 재갈이 물린 채 끌려오는 번사의 모습도 보였다.


“황제폐하를 뵙습니다.”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구나.”


진명이 황제에게 예를 올리며, 다른 한편으로는 조심스럽게 방의 얼굴을 확인했다.


‘별 일 없었나 보군.’


탈이 없는 방의 얼굴이 진명의 눈에 들어왔다.


‘괜찮아 보이시니 다행이구나.’


방 또한 그런 그의 얼굴을 보고는 안도하며 작게 웃어 보였다.


“황국의 폐하를 뵙습니다. 저는 천관의 셋째 제자인 연목이라고 합니다.”


진명과 함께 있던 연목이 예를 갖추며 인사를 올렸다.


“황국의 오신 것을 환영하오. 천관의 이야기는 많이 들었소. 이번에도 큰 도움을 주심에 감사를 표하오.”


황제가 손을 들어 감사의 인사를 표하자 연목이 다시 한 번 무릎을 꿇고 예를 갖췄다.


“그나저나, 저 괘씸한 이가 이번 사건을 일으킨 주범인가?”

“예, 맞습니다. 폐하.”


진명이 황제에게 답하며 옆에 있던 왕준을 바라봤다.


‘역시.’


진명의 따가운 눈초리가 보이자 왕준이 애써 태연한척 고개를 돌렸다.


‘이런, 역시 다 알고 있구나.’


왕준은 속에서 몰려오는 두려움 때문이었는지, 떨러 오는 팔을 붙잡았다.


“그래, 이자를 통해 배후를 알게 되었다고 들었는데, 그 범인이 누구인지 어서 말하거라.”


진명은 황제의 물음에 짧게 고개를 숙이며 번사의 입에 물린 재갈을 빼냈다.


“그 대답은 이자에게 직접 들으심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커헉,”


재갈이 풀린 번사의 입에서 머금고 있던 침들이 쏟아져 나왔다.


“자, 네놈의 입으로 이번 사건을 사주한 범인의 이름을 말해라.”


진명이 번사의 뒷덜미를 강하게 붙잡고 물었다.


“내가 말할 것 같으냐? 저 위에 앉아 있는 황제가 무릎을 꿇고 빌면 또 모를까.”

“닥쳐라!”

“저런 무례한 놈!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저 따위 망발을 한단 말이냐!”

“폐하, 당장 저자의 목을 참수하시여 능멸의 죄로 다스리심이 옳은 줄 아뢰옵니다.”


주변의 있던 대신들과 장수들이 번사의 말을 듣고 격분하며 번사를 처형해야한다는 의견을 꺼냈다.


“자자, 조용히 하시오.”


황제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저으며 말했다.


“이자가 직접 말을 하지 않는다면 진명이가 답하거라.”

“폐하, 송구스럽지만... ”


진명이 말끝을 살짝 흐렸다.


“무슨 걱정이 있느냐? 어서 말해 보거라.”


황제는 애간장을 태운다며 진명을 향해 닦달했다. “


“실은..”


진명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사실, 이번 사건의 배후는...태자마마 입니다.”


“뭐라! 그 말이 사실임을 입증 할 수 있느냐?”


순식간에 대전이 소란으로 뒤덮였다. 아무리 황제와 연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 봤자 진명은 일게 상인 가문의 아들일 뿐이었다. 그런 그의 입에서 한 나라의 황자가 범인이라는 말이 나온 것은 사실 불경죄에 해당 됐다.


“무엄한 놈! 내가 구씨가를 탐탁지 않아 한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라의 위기를 가져올 만한 행동은 하지 않는다!”


수많은 눈초리가 왕준을 향해 날아가자 마음이 조급해진 그가 한 발짝 나서서 소리를 쳤다.


“그 사실을 입증 할 수 있습니다.”


연목이 자신의 품에서 단약을 하나 꺼내 들어내 보였다.


“이 단약은 상대의 마음속에 있는 진실을 꺼내게 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걸 먹이고 그에게 묻는다면 답을 직접 들으실 수 있습니다.”


“저것은 말이 되질 않습니다! 저 약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습니까?”


왕준의 지지 세력 중 한명이었던 이임소 장군이 황제에게 무릎을 꿇으며 앞으로 나섰다.


“천관의 명예를 걸고 진실만을 이야기 한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연목도 이임소 장군에게 밀리지 않고 강수를 꺼내들었다. 천관의 명예, 어쩌면 동주의 명성에도 금이 갈 수 있는 발언 이였기에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좋소, 천관의 제자가 명예를 걸고 말한다면 거짓은 있을 수 없겠지. 당장 그에게 단약을 먹이시오.”


“큭, 놔..놔라!”


진명이 두 손으로 번사의 입을 벌리자 그 사이로 연목이 단약을 던져 넣었다.


“커, 커허어..”


약이 재빨리 몸에 퍼져나갔는지, 번사의 눈은 순식간에 흰자로 뒤덮여졌다.


“그래, 이번 사건의 배후가 누군지 이제 말하라.”


황제가 낮음 음성으로 그에게 물었다.


“난, 돈을 받았소... 황국의 태자가 건네주는 돈을..”


“이이이!! 저놈이 거짓을! 아바마마 이것은 거짓입니다.”


“닥쳐라!”


번사의 말을 들은 왕준이 황급히 황제의 발아래에 엎드렸다. 그러나 그의 모습을 보고 상당히 화가 많이 났는지 붉어진 표정의 황제가 옆에 있던 벼루를 그에게 집어 던졌다.


“짐이 믿고 맡긴 모든 것을 네놈이 배신하는구나! 여봐라, 지금 이 시간부로 저놈에게 부여한 모든 권한을 빼앗고 누구와도 접촉을 금하게 하며 방에 가둬 버리거라!”


“폐하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아, 아바마마 한번만 용서 해주십시오! 저도 협박을 받았을 뿐입니다!”

“어서 저 못난 놈을 치우지 못할까! 콜록콜록”


주변에 있던 장수들이 왕준을 질질 끌고 가는 모습이 보이자, 지병이 도졌는지 뒷목을 부여잡던 황제가 그대로 쓰러졌다.


“폐하! 괜찮으십니까?”


주변에 있던 신하들과 화원이 놀라며 그에게 달려갔다.


“뭣들 하느냐! 당장 아바마마를 처소로 모시도록해라!”

“예, 공주마마.”


충격을 받았는지 눈물을 보이는 화원이 다급히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급하게 달려온 어의가 황제를 부축해 대전을 떠났다.


***


“도련님, 지금 이곳을 지나가게 된다면 어디로 가는 것입니까?”


“너는 지도도 볼 줄 모르는 거야? 자, 여기가 우리가 지나는 곳이다. 곧 황국의 국경을 벗어나게 될 거야.”


안은 소산과 은월 그리고 몇몇의 수행자들과 함께 소연국으로 향하고 있었다. 지도를 펼치며 길잡이를 자처한 소산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한참을 바라보다 도저히 모르겠는지 안에게 물은 것이었다.


“산아, 너 정말 지도를 볼 줄 모르는구나.”

“너는 볼 줄 아니?”

“사실 나도 지도는 처음 봤어.”


그들의 대화에서 엉뚱함이 흘러나오자 안이 짧게 한숨을 내뱉고는 싱긋 웃음을 지었다.


“도련님, 이제 저기 초원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초원? 이제 곧 황국의 국경을 벗어나게 되는군.”


펼쳐진 초원이 눈에 들어오자 안이 곧 국경을 벗어난다는 것을 모두에게 알렸다. 그리고 그들이 점점 초원에 가까워질수록 그 곳을 지키던 수비대의 모습도 들어왔다.


“잠시 멈추십시오. 통행증이 있으십니까?”


안의 일행을 알아차렸는지, 무장을 한 병사들이 그들을 막기 위해 다가와 물었다.


“아, 여기 황궁의 허락을 받고 소연국으로 향하는 길입니다.”

“아, 황궁에서 오시는 분들인가 보군요. 지나가셔도 좋습니다.”


자신에게 다가온 수비대장을 보고는 안이 품속에서 황궁의 사람을 알리는 작은 징표를 꺼내 들었다.


황국을 떠나기 전 왕준의 사람에게서 받은 작은 물품이었다. 황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징표. 그것을 본 수비대장은 잔뜩 겁을 먹었는지 몸을 움츠리며 재빨리 길을 열어주라 손짓했다.


“자, 가자.”


안의 말에 멈춰있던 행단이 다시 이동하며 국경의 문을 넘어서고 있었다.


푸드덕.


갑작이 작은 소리와 함께 한 마리의 새가 갑자기 날아들었다. 그 덕분에 앞장서서 말을 타고 이동하던 사내가 놀라며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으악!”


“괜찮은가?”


비명 소리가 들리자 무슨 일인지 확인하기 위해 안이 마차에서 몸을 꺼냈다.


“괜, 괜찮습니다.”


사내의 말과 함께 안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응? 저게...”


안이 사내의 머리위로 새가 놓여 있는 것을 찾았다.


“무슨 새가 이렇게 무거운 것이지?”


남자는 자신의 몸을 짓누르고 있는 새를 바라보며 안간힘을 쓰는지 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움푹 파인 그의 엉덩이가 그의 심정을 대변 하고 있었다.


“왜 일어나질 못하는 것이냐?”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쫒아내려고 해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를 돕기 위해 나온 소산이 머리에 있는 새를 날려 보내기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이 낑낑 거리는 소리를 내며 그녀 또한 새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자네, 저 남자의 새를 쫒아버리게”


그 모습을 보던 안이 답답했는지 수행자 한명을 시켜 남자를 돕게 시켰다.


“예, 알겠습니다. 도련님.”


남자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새에게 다가갔다.


번쩍.


남자가 가까이 접근하자, 밝은 빛과 함께 새의 눈에서 무수히 많은 글자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견목이 글자를 주입시킨 새가 글을 옮기던 와중, 길을 잃고 국경지대에 머물러 버린 것이었다.


“윽, 이게 무슨.”


빛이 너무 밝아 주변에 있던 모든 이들이 제대로 눈도 뜨고 있지 못하고 있을 때, 그 모습을 유일하게 바라보던 안과 은월이 글씨를 읽고 있었다.


[천몽을 깨트리네.]


많은 것을 보지는 못했지만 한가지의 문장이 안의 뇌리에 박혔다.


‘천몽?’


안이 의미를 생각하기 위해 단어를 떠올리자 갑자기 극심한 두통이 몰려왔는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도련님!”


놀란 소산과 주변의 수행자들이 안에게 달려와 그를 부축했다.


“새에게서 아주 강한 지기의 흐름이 느껴졌습니다. 누군가 강력한 술법으로 새에게 글씨를 넣어 둔 것입니다.”


옆에 있던 수행자가 안을 부축하며 말했다.


“으, 그래서 이렇게 머리가 어지러운,”


안은 수행자의 말을 듣고 미처 대답을 마치기 전에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는지 그대로 정신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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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비밀 23.05.19 171 3 11쪽
34 후계자 23.05.19 180 3 12쪽
33 조우 23.05.19 178 3 12쪽
32 천관으로 23.05.19 181 3 11쪽
31 수도자 부대 23.05.19 177 3 22쪽
30 소산 23.05.19 183 3 14쪽
29 구호방 23.05.19 170 3 15쪽
28 황국으로 23.05.19 175 3 16쪽
27 또 다른 세계 23.05.19 180 3 13쪽
26 집어삼키다 23.05.19 191 3 14쪽
25 깨어나다(2) 23.05.19 196 3 19쪽
24 깨어나다(1) 23.05.19 198 4 16쪽
23 시작(4) 23.05.19 226 3 18쪽
22 시작(3) 23.05.19 212 3 11쪽
21 시작(2) 23.05.19 219 3 9쪽
» 시작(1) 23.05.19 228 3 18쪽
19 움직이다(4) 23.05.19 242 4 10쪽
18 움직이다(3) 23.05.19 222 3 10쪽
17 움직이다(2) 23.05.19 238 3 11쪽
16 움직이다(1) 23.05.19 262 3 14쪽
15 발단(3) 23.05.19 253 3 11쪽
14 발단(2) 23.05.19 297 3 16쪽
13 발단(1) 23.05.19 294 3 11쪽
12 마관도주 그리고 천관 23.05.19 310 3 14쪽
11 태동(4) 23.05.19 357 3 12쪽
10 태동(3) 23.05.19 373 4 15쪽
9 태동(2) 23.05.19 400 3 12쪽
8 태동(1) 23.05.19 449 3 18쪽
7 천주와 동주 23.05.19 467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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