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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하자

천몽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완결

도월씨
작품등록일 :
2023.05.19 13:49
최근연재일 :
2023.05.20 22:45
연재수 :
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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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69
추천수 :
202
글자수 :
37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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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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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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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9쪽

깨어나다(2)

DUMMY

그 시각, 담수의 초청을 받은 황국의 병사들이 복성의 외곽까지도 꽉 채워 축제를 벌이고 있었다. 이미 이월은 술을 꽤나 많이 마셨는지 붉게 물든 얼굴을 담수에게 들이 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담장군은 참 좋은 사람이오, 이제 이곳을 떠나려고 하니 내 마음이 이렇게 불편해서야."


"하하, 자자, 이곳을 떠나기전에 제가 드리는 마지막 성의의 잔치니 오늘 만큼은 충분히 더 즐기시지요."


담수가 이진의 잔에 녹색의 빛깔이 물든 술을 따랐다. 평범한 자라면 눈치 챘겠지만 술에 취한 이들은 분별하기 어려웠을터, 천관의 눈을 피해 몸을 점점 굳게 만드는 독초를 가루로 만들어 섞은 술이었다.


"장군, 이제 곧 효과가 나타나야 될 시간입니다."


"아직, 아직은 아니다. 그나저나 우리 병사들이 실수하진 않았겠지?"


"예, 술병에 따로 선을 그어놓고는 그것만 마시라 명했습니다."


"그래, 알겠다."


미리 북남국의 병사들에게는 술을 해독하는데 뛰어난 약초가 섞인 것을 따로 알려주었다. 그래서 그런지 황국의 병사들은 이제 몸도 가누지 못하는 자들이 상당수 나타나고 있었고, 북남국의 병사들은 취한척 연기만 할 뿐 아무런 이상이 없는 상태였다.


"담장군, 나는 너무 취한거 같으니 잠시 막사에 들어가서 좀 쉬어야 겠습니다."


몸이 점점 이상해짐을 느꼈는지 이월이 담수에게 다가와 휴식을 요청했다.


"아, 아니 아직 이렇게 많이 남았는데.."


"아직 날이 밝으려면 멀었으니, 조금 쉬다가 돌아오도록 하지요."


이월은 비틀거리면서도 손에서 술병을 놓지 않았다. 그리고는 자신을 부축하는 병사들의 손에 들려 연회장을 빠져나갔다.


그런 이월의 모습을 보며 담수는 곰곰히 생각했다.


'지금 일을 거행 해야하나? 아니다. 잠에 빠져 있을 때를 노리는 것이 가장 좋겠지. '


담수는 조금 더 시간을 기다리기로 했다. 약을 썼지만 그래도 반항하는 이가 나온다면 피해가 생기는건 뻔했기 때문이었다.


"으윽, 몸이 좀 이상하구나. 하루종일 술을 마셔서 그런것인가."


"맞습니다 장군. 오늘 너무 많이 드셨습니다."


부축을 받고 막사로 돌아온 이월이 침대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몽롱해져가는 정신 속에서 포근 함을 만끽하는중이었다.


"그래, 그렇지. 너희들도 다시 연회장을 가거라. 나는 정신이 좀 들면 다시 가도록 하마."


손드는 것 조차 귀찮아 졌는지 이월은 대충 고개를 돌려 그들을 밖으로 내보냈다. 그리고는 말할 것도 없이 곧 바로 잠에 들었다.


"황국으로 돌아갔다가 그 구씨가의 공자가 뭐라고 하지 않을까?"


막사에서 빠져나온 병사 한명이 옆에 있던 동료에게 물었다.


"설마 뭐라 하겠나? 두 공자님이 살아있는걸 아는데."


"하긴, 할 일도 없으니깐 이러는 거지."


"하하, 당연하지. 엇?"


"응? 왜 그러는가?"


"내가 잘못 본 것인가?"


병사 한명이 말을 하다말고 무엇을 봤는지 손으로 자신의 눈을 부비적거렸다.


"에끼, 짐승이라도 보았는가?"


"아니, 저기 복성 병사가 무기를 숨기고 있는 것 처럼 보이지 않는가?"


"숨기다니, 연회에 참석하지 않는 병사들인가 보지."


"그런가?"


병사는 자신이 잘못 봤다고 생각하고 다시 연회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때 그들의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는걸 알아차렸다.


"윽, 갑자기 몸이."


"자네도?"


병사가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할때 복성의 병사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 거기 우리들 좀 도와주시오! 술을 너무 마셔서 그런지 몸이 말을 듣."


쉬익.


다가온 병사들은 품속에 숨긴 칼을 꺼내 황국 병사의 목을 단번에 날렸다.


"히익, 무, 무슨!"


옆에 있던 병사가 겁에 질려 소리를 치려 했으나, 그도 얼마 안가 자신의 동료 처럼 목이 바닥에 떨어졌다.


"귀찮아졌군."


병사 한명이 말했다.


"시간이 조금 빠르게 됐지만, 어쩔수 없구나. 장군께 신호를 보내야 겠다."


부장의 말에 옆에 있던 병사가 활을 꺼내들고 불을 붙혔다.


그리고는 밤하늘을 향해 활을 쏘아올렸다. 마치 불나방 처럼 곡선을 그리며 날아가던 화살이 밖에 나와있던 담수의 눈에 들어왔다.


'옳거니, 어쩔수 없이 일을 진행하게 되었구나. '


담수는 자신의 술상 아래에 숨겨둔 칼을 빼어들었다. 그러자 그 자리에 있던 황국의 병사들은 칼춤을 추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길 뿐 별다른 생각은 안하고 있었다.


"자, 생각 한 것보단 좀 빨리 찾아왔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다!"


담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풍악이 울리는 장소가 순식간에 비명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뒤 늦게 상황을 파악하고 칼을 찾는 병사들도 있었으나, 이미 약으로 인해 몸을 움직일수가 없었다.


"네 이놈들! 감히 황국을 공격하다니! 이 사실을 당장 북남국 조정에도 일러 만천하에 알리겠다!"


"조정에 알리면 어쩌겠는가? 황제께서 직접 명하셨는데."


"무, 무슨 소리냐."


이월의 부장이 당황하며 그를 쳐다보았다. 당당한 얼굴, 동물보듯이 대하는 눈빛. 그제서야 이 모든게 계획 됐다는 것을 눈치챘다.


"이곳에 우리를 묶어두려는...윽!"


담수의 칼이 부장의 허벅지를 뚫고 나갔다.


"그래, 우리 북남국은 지난날의 수모를 여기있는 너희들의 피를 시작으로 천천히 갚아 나갈것이다."


부장은 고통스러워 하며 몸을 뒹구르고 싶었으나, 굳어버린 탓인지 입으로만 작게 신음을 내뱉을 뿐이었다.


"그만, 더 이상 날 모욕하지 말고 어서 죽여라!."


"알겠다."


담수의 칼이 공중을 갈랐다. 그리고 부장의 목에서 분수같이 피가 터져나왔다.


"자! 어서 모두를 죽여라!"


피로 물들은 담수의 얼굴에서 광기가 돌았다.


***


"장군, 장군!"


"으으음...무슨 소리냐."


"당했습니다! 북남국이 저희 군대를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뭐라?!"


달콤한 잠에 빠져있던 이월은 밖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화들짝 정신을 차렸다.


"검, 검을 다오. 내 갑옷도 빨리!"


"그럴 필요 없습니다 장군."


갑옷을 찾던 병사의 목이 누군가에게 베어져 그대로 떨어졌다.


"담수...이 빌어먹을 놈!"


이월은 화가 많이 났는지 자신의 앞에서 실실 웃고 있는 그의 얼굴을 보고는 관자 놀이의 핏줄을 굵게 세웠다.


그런 모습을 보고는 속이 시원해 졌는지 약올리는듯 한 표정을 지으며 담수가 다가왔다.


"이제, 황국은 북남국이 짓밟고 곧 멸망할것이오"


"황국은 절대 무너지지 않는다!"


이월이 움직이지 않는 몸을 알아 차리고는 분한듯 목소리를 토해냈다.


"하하. 장군께서는 황국의 도성길을 막고있는 천자로(天子路)를 믿으시나 본데, 이미 당신네 태자가 그 길을 우리에게 알려 주었으니 끝난게 아니겠소?"


"그게.. 그게, 무슨 소리냐."


태자라는 단어가 담수의 입에서 나오자 이월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태자가 기밀을 넘겼다? 이 모든 사건이 황자와 북남국의 밀약으로 시작된 것을 뒤늦게 눈치 챈 것이였다.


"말도 안돼, 태자께서 이리 어리석으실 줄이야!!"


"그 못난 태자가 황제가 너무 되고 싶었나 보오. 자, 그럼 이만 잘 가시지요"


담수의 칼날이 형광의 빛을 띠며 이진의 목을 갈랐다. 전부 다 베지는 못했는지 작게 베인 피부사이로 스며드듯 피가 흘러나왔다. 공주의 최측근은 그렇게 어이없게 목숨을 잃었다.


'눈을 부릅 뜨면서 까지 죽다니'


담수는 자신을 노려보며 죽은 이월의 얼굴을 바라봤다.


나라의 충성을 다한 장수의 마지막이 라는 것이 마음을 작게 흔들었는지, 손으로 그의 눈을 감겨주었다.


"자, 적들의 수장을 베었으니 남은 잔당을 모조리 죽여라."


"예, 장군!"


담수의 명을 받은 병사들이 곳곳에 쓰러져 있는 황국 병사를 모조리 도륙하기 시작했다. 이미 그들은 저항할 힘조차 없었기에 손쉽게 일을 진행 할 수 있었다.


'이, 이럴수가! 어찌 이런 일이.'


몰래 밖을 돌아다니던 기영이 비명소리가 들린 곳을 왔다가 믿기지 않는 장면을 목격했다.


황국의 병사들이 무참히 살해당하는 살육의 현장. 기영의 주먹쥔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자신이 전투에 참가하면 목숨을 잃기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이 사실을 당장 황국에 알려야한다."


냉정하게 판단을 한 기영이였다. 자신이 최대한 빠르게 달리면 적어도 황국이 군사를 집결시킬 시간은 충분했다.


"저, 저놈도 죽여라!"


"이크!"


기영을 찾은 병사가 소리를 지르자, 재빨리 복성 밖으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

같은 시각, 황국에도 이상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소식을 기다리는 듯한 움직임이 도성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거기 누구있느냐?"


자신의 방에서 책을 읽던 진명이 이상한 기운을 느끼고 시종 한명을 찾았다. 지계에 경지에 오른 뒤 부터 가능해진 덕분이었다.


"밖이 꽤 소란 스러운 듯 싶은데 무슨 일이 있는 것이냐?"


"예? 아, 저녁 식사후 미처 다 하지 못한 청소를 하는중이였는데 죄송합니다 도련님."


"아, 그런가? 아닐세. 내가 좀 민감한 듯 싶었어."


시종은 진명에게 인사를 한 뒤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시종의 뒤를 이어 구씨가의 수도자 한명이 진명을 찾아왔다.


"도련님."


"자네는 무슨 일인가?"


수도자는 급히 할 말이 있는지 창백해진 얼굴로 몸을 떨고 있었다.


"도련님도 느끼셨습니까?"


"무엇을?"


진명이 의아해 하며 물었다.


"이곳에 누군가 오고 있습니다."


그의 말에 진명이 호흡을 가다듬고 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평범한 사람들의 기운. 별다른 것은 찾을수가 없었다.


"대체 무엇이.."


콰앙.


구씨가의 있는 연못쪽에서 큰 폭발음이 울렸다. 그리고 짙게 깔린 붉은 안개가 도성전체를 덮쳐오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냐!"


"어르신과 공자님을 보호해, 어서!"


휴식을 취하던 수도자들이 모두 뛰쳐나왔다.


"이곳이 그 구씨가로구나."


'마영적!'


수도자들의 머리에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저렇게 강한 경지의 사람은 마영적에서도 드물다는것을.


"마관도주 마벽이 이곳에는 왜 왔는가!"


그를 알아본 늙은 수도자 한명이 공중에 떠있는 마벽을 향해 소리쳤다.


"오늘은 다른 곳에서 동시에 피의 축제가 열리는데, 마관도주가 빠지면 섭섭하지 않겠는가?"


"당신이 어찌 이곳에 온 것이오!"


"도, 도련님! 이곳에 오시면 안 됩니다."


진명이 다급히 뛰쳐나와 마벽을 바라보며 물었다. 처음에는 눈치 채지 못했으나, 자신을 습격했던 자임을 금방 알아 차렸다.


'저 놈. 천기의 기운을 담더니 더욱 비범해 졌구나.'


"왜 말이없는가!"


진명이 크게 소리쳤다.


"어차피 곧 죽을텐데, 알아서 뭘 하겠는가?"


마벽은 말을 마치고는 손을 벌렸다. 그러자 검붉은 색의 날이선 검이 허공에서 떨어져 나왔다.


"저, 저것은 마혈도(魔血刀)가 아닌가?"


마벽에 손에 들린 검을 보고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것마냥 수도자들의 두려움이 퍼져나갔다.


붉은 검에는 피가 묻어도 티가 나지 않는다. 수도자들 사이에서는 이 말이 곧 죽음을 암시했다. 마벽의 검을 본자 중 살아남은 인물이 극히 드물었기 때문에 생긴 소문이었다.


"다들, 조용히!"


진명은 혼란에 빠진 자들에게 소리쳤다. 구씨가를 지키는 이들이 두려움에 떨면, 구씨와 일반 시종들을 지킬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도, 도련님 어서 피하시지요."


"피하다니, 내가 비록 천관의 제자는 아니지만."


"그럼, 천관의 제자가 도움을 줘야 겠군요."


목욕을 하느라 늦게 모습을 나타낸 연목이 사뿐이 걸어왔다.


"천관의 셋째 선생이로군."


마벽이 연목을 알아보고는 말을 꺼냈다.


"당신같이 유명한 자가 나 같은 일개 선생을 기억하고 있으니 영광이군요."


천관의 제자라서 그런건지 연목의 목소리와 태도에서는 전혀 마벽을 두려워 하는 느낌이 없었다.


"공자께서는 대인과 다른 사람들을 대피시키시지요. 이곳은 저와 다른 사람들이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연목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자 그 뜻을 이해하고는 진명도 고개를 끄덕였다.


"잔재주를 부리려 하는구나."


그러나 그들의 행동을 이미 읽고 있던 마벽이 먼저 칼을 휘둘렀다. 꽤 거리가 떨어진 상태였지만 그의 검에서 나온 검기는 약해지지 않고 강하게 땅을 향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으악!”


“다들 조심해라!”


날아온 검기를 피하지 못한 수도자들의 몸이 충격으로 인해 공중으로 떠올랐다.


“오늘 이곳에 있는 모두가 목숨을 내 놓아야 될 것이다.”


“나를 공격하는 것은 천관을 상대로 싸움을 거는 것인데 뒷 감당을 어찌하려고 그러는겁니까.”


“어차피, 동주는 세상일에 관심이 없으니 별 달라질게 있겠는가?”


마벽은 비릿하게 웃음을 지었다. 연목은 그의 얼굴을 보면서 난감해 졌는지 입술을 깨물었다. 물론 자신이 천관 소속이며 동주의 제자신분이기는 했지만, 그는 지금껏 세상일에 큰 관심이 없었다.


천관에 제자를 들인 것도 지신이 정한 규율을 천호의 제자들이 따라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였을뿐, 큰 의미는 없었다.


‘저자가 진정 전쟁을 시작하려는구나.’


“선생, 정신 차리세요.”


진명의 목소리에 연목이 정신을 가다듬었다. 이대로 가다간 구씨가 뿐아니라 도성안에 있는 모두가 위험할 수 있었다. 적어도 마벽을 막기 위해서는 천법을 사용해야 했으나, 이것도 주변이 휩쓸리기에 선뜻 선택할 수가 없었다.


“공자, 일단 수도자들중 진법의 능통한 사람들과 함께 결계를 쳐야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여기 있는 자들 중 진법의 능통한 자가 있다면 선생을 도와 결계를 만들어라!”


“주변의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함인가? 이것 또한 괜찮겠지.”


마벽은 공격을 멈추고 그들이 결계를 완성 할 때까지 기다려주기로 결정했다. 어차피 자신의 수행능력을 높이려면 수도자들을 폐인으로 만들어야 됐기 때문에, 굳이 지금 죽일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자, 다 됐는가?”


“무슨, 속셈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시름 덜었군요.”


아직 쓰러지지 않은 수도자들과 함께 결계를 완성시킨 연목이 마벽을 바라봤다. 그의 뒷쪽으로 청녹색의 진법이 구씨가의 주변을 감싸 웅장함을 뽐내기 시작했다.


“그럼, 다시 시작하시지요.”


연목의 말에 맞춰 모든 수도자들이 일제히 마벽을 향해 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천기의 청량함이 담긴 바람과 함께 모든이들의 기가 합쳐져 그를 타격했다.


쿵!


거대한 소리가 들리며 주변의 먼지가 휘날렸다. 꽤나 큰 파동이 일어났지만 결계로 인해 밖은 크게 피해가 없었다. 무엇보다 다행이였던 점은, 펼쳐진 결계가 지계 이하의 경지인 사람들은 무사히 빠져 나갈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성공했나?”


먼지에 둘러쌓여 시야가 잘 보이지 않자, 한 수도자가 눈을 매섭게 뜨며 마벽을 찾고 있었다.


퍽.


“으, 으악!”


마벽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알려주듯 또 다시 붉은 검기가 그들을 향해 날아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수도 없이 많은 검기가 학의 날개처럼 펼쳐져 오고 있었다.


“제가 막도록 하지요.”


연목이 두 팔을 앞으로 뻗어 손으로 기운을 모으기 시작했다. 그녀는 약초의 통달했을뿐 전투에는 크게 소질이 없었지만, 지금은 무리를 하면서 까지 방어진을 펼치고 있었다. 그것을 반증해주듯 연목의 입가에는 희미하게 피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선생, 무리하시는 겁니다!”


“이렇게라도 막고 있는 동안 저 자를 향해 공격을 하세요!”


진명은 연목의 소리에 흩어져 있는 기억을 찾기 시작했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그래!’


진명은 지금 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 원공이 자신에게 알려준 진안호기를 떠올렸다.


‘그래, 이것이라면 충분하다.’


원공과 같은 수준의 진안 호기를 구현 해낼수는 없었지만, 잠깐의 틈만 만들면 기회가 생길지도 몰랐다. 진명은 연목의 뒤에서 호흡을 가다듬더니 이내 원공이 알려준 초식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진안호기를 사용하려는 건가.’


칼을 휘두르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던 마벽이 진명의 모습을 보고는 작게 손을 들어올리며 생각했다.


“자, 이제 무엇을 보여주려는겐가!”


“저자의 말은 신경쓰지 말고 공자는 계속 집중만하세요.”


연목은 진안호기를 준비하는 진명을 바라보며 입가에 흐르는 피를 주시하고 있었다. 이대로 시간이 더 흐른다면 자신의 기원도문은 파괴될게 뻔했다.


“후우,”


호흡을 다스리던 진명이 짧게 숨을 내쉬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는 마벽을 향해 만세를 하듯 손을 펼치기 시작했다. 주변의 있던 공기의 흐름이 바뀌며 다른 수도자들의 몸을 한번씩 감싸가기 시작했다.


“공자, 이건!”


“미안합니다.”


번쩍.


작은 빛이 은은하게 터지더니 주변의 있던 모든 이들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호오, 대단하구나.”


놀랍게도 진명이 진안호기를 마지막에 뒤 틀으며 자신의 기술로 사람들을 모두 옮겨버린 것이었다. 마벽은 그의 정신을 보고는 놀랐는지 감탄을 내 뱉었다.


“쿨럭.”


이제 그곳에 남은 것은 진명과 마벽 단 둘뿐이였다.


“자신을 희생하며 다른 이들을 구한것이냐?”


“그렇소,”


“왜지?”


“나를, 그리고 나의 가문을 위해 일생을 일하던 사람들이오. 이번에도 내 목숨을 위해 그들을 내 던져버리면 평생 후회만 할 것 같았기에 이리 행동한 것이오.”


진명의 입으로 피가 솟구쳐 나오기 시작했다. 적어도 공간 이동을 하려는 경지가 되려면 무아의 수준은 됐어야만 했다. 진명은 자신이 얻은 수행능력을 모두 포기할 각오로 일을 행한것이다.


“이제 곧 죽겠군.”


“허억,허억.”


진명은 점점 떨려오는 다리를 지탱할 힘조차 없었는지 바닥에 풀썩 주저 앉았다. 그리고는 지금 느끼는 감정을 이해할 수가 없었는지 웃음을 지었다. 고통스럽거나, 삶이 아쉬운 것은 아니었다.


“내가 원하던 그림은 아니지만.. 뭐, 어쨌든 내 목표는 이루게 되었군.”


마벽은 자신의 눈앞에서 생명의 꽃을 불태우는 진명을 또렷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조금만 지나면 꽃은 다 타고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그가 원한대로 방을 위해 진명을 죽임과 동시에 그의 피로 자신의 경지를 올릴 수 있었다.


“방아,안아,아버지..”


아직 세상이 어떤지 많이 둘러보질 못했다. 안과 함께 떠난 이후로 다른곳도 더 많이 가보고 싶었을 것이다. 젋음을 위한 첫 걸음을 옮기기도 전에 큰 시련을 갖게 됐었고, 기회도 얻었었다.


구씨가의 자랑이자 그 누구보다 자신의 사람들을 사랑하던 진명은 그렇게 마지막 남은 생명의 꽃을 불태우며 한줌의 재가 되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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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조우 23.05.19 178 3 12쪽
32 천관으로 23.05.19 181 3 11쪽
31 수도자 부대 23.05.19 177 3 22쪽
30 소산 23.05.19 183 3 14쪽
29 구호방 23.05.19 170 3 15쪽
28 황국으로 23.05.19 175 3 16쪽
27 또 다른 세계 23.05.19 180 3 13쪽
26 집어삼키다 23.05.19 191 3 14쪽
» 깨어나다(2) 23.05.19 196 3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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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발단(3) 23.05.19 253 3 11쪽
14 발단(2) 23.05.19 297 3 16쪽
13 발단(1) 23.05.19 293 3 11쪽
12 마관도주 그리고 천관 23.05.19 310 3 14쪽
11 태동(4) 23.05.19 356 3 12쪽
10 태동(3) 23.05.19 373 4 15쪽
9 태동(2) 23.05.19 400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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