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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몽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완결

도월씨
작품등록일 :
2023.05.19 13:49
최근연재일 :
2023.05.20 22:45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17,564
추천수 :
202
글자수 :
371,828

작성
23.05.19 16:20
조회
237
추천
3
글자
11쪽

움직이다(2)

DUMMY

황국을 향하는 행렬속에서 마차가 눈에 들어왔다. 말들은 더위에 지쳐 나가는지 거친 호흡을 내뱉고 있었고, 그 뒤를 따르는 수행자들도 흐르는 땀을 닦아내고 있었다. 황국을 빨리 가기 위해서 사막지역을 통과하자는 안의 의견을 받아드린 탓이었다. 그들의 고생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차 안을 짓누르는 무거운 공기에도 불구하고 안은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이곳은..”


안은 꿈속에서 오래된 골목을 걷고 있었다. 언젠가 한번 왔던 것처럼 약간의 친숙함이 느껴진다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이곳은 대체 어디지? 설마, 내가 잊은 기억인가?”


안은 누군가 자신을 이끌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며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 안가서 안의 발걸음이 멈췄다.


“나의 기억이 아니군.”


골목은 이상한 괴리감이 느껴졌다. 황국을 제외하더라도 다른 국가의 모습과도 달라 보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안이 가본 적이 없는 나라가 있었지만, 이곳에서 풍기는 오묘한 느낌은 바람이 세계에 존재하는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자자, 이곳으로 와 보세요. 아주 놀라운 이야기가 있습니다.”


발걸음을 조금 더 옮기자 이야기꾼으로 보이는 중년의 남자가 골목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붙잡는 것이 보였다. 안은 갑자기 궁금증이 생겼는지 남자가 서있는 자리로 다가가 사람들 사이로 들어갔다.


“무슨 이야긴데 그렇게 분위기를 잡는 거요?”


늙은 노인이 남자에게 시답잖은 이야기를 한다며 물었다.


“아니, 어떤 남자가 나라를 세운다고 그러는데, 그게 이 자리라고 하지 않습니까?”


남자의 말에 안이 궁금했는지 그에게 한마디 던졌다.


“그 사내가 누구입니까?”


누가 들어도 잘 들릴만한 목소리였다. 그러나 안의 목소리가 전달되지 않았는지 남자는 계속해서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내 뱉었다. 사람이 많아서 소리가 묻혔다고 생각한 안이 이번에는 골목이 떠나갈 정도로 우렁차게 소리 질렀다.


“그 사내가 누구 입니까!!”


그러나 이번에도 같은 결과가 돌아왔다. 남자뿐만 아니라 주변의 모든 이들이 안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는 듯, 서로만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꿈속이라서 나는 이들과 대화를 하지 못하는 것인가?”


안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며 그 골목을 벗어났다.


“엇, 이건 또 무슨 일이지?”


시간이 흘렀는지 안이 있던 골목이 순식간에 사람들이 북적이는 시장으로 바뀌었다 .


안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잠시 당황했지만, 이곳이 꿈이라는 것을 다시 자각하고는 천천히 길을 걸었다.


“이렇게 변칙적인 꿈은 처음이네.”


무지개가 떠있는 하늘을 바라보며 구경을 하던 찰나에, 안의 눈동자로 가난해 보이는 아이가 들어왔다. 안은 그 아이의 얼굴을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이 이끌리는 것을 느꼈다.


‘이곳이 꿈만 아니었다면 저 아이에게 금화라도 쥐어 줬을 텐데.’


안은 꿈속의 세계에서는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고 잠시 우울한 표정으로 아이를 바라봤다.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던 때. 이번에도 얼굴이 자세히 보이지 않는 남자한명이 아이에게 다가와 무언가 말을 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네가...꼭....될.”

“뭐라는 거지?”

“반...고맙.”


남자의 말이 흐릿하게 흘러가며 제대로 들리지 않자, 안이 가까이 다가가 귀를 기울이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도련님!!”

“억!”

“무슨 잠을 그리 오래 자십니까? 벌써 도성 안으로 들어온 지 한참이 지났습니다.”

“아? 아, 그래.”


꿈에서 막 깨어난 안이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미 마차가 황국의 국경을 통과하고 도성으로 들어온 지 꽤 지나 있었다.


‘묘한 꿈이로구나. 천도산의 영향 때문인가?’


천관에 다녀온 이후부터 알 수 없는 꿈을 꾸자, 안의 마음이 점점 복잡해져 나갔다.


“도련님, 바로 어르신을 뵈러 가실 겁니까?”


옆에 있던 수행자가 안에게 물었다.


“그래, 바로 아버지를 뵙고, 형님의 말씀을 전달해 드려야겠구나. 빨리 이동하자.”


안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수행자들이 재빨리 마차를 이끌고 구씨가로 향해나갔다.


***


“아주 좋구나!”


뭐가 그리 기분이 좋은지 왕준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있었다.


“태자마마. 너무 웃으시면 밖에 소리가 다 세어 나갑니다.”


내관 한명이 진정시키듯 왕준에게 말을 꺼냈다. 그러나 왕준은 신경 쓰지 않는 듯 계속해서 웃음을 보이며 그에게 말했다.


“어찌 내가 웃지 않을 수 있겠는가? 생각해보게, 아바마마께서 나에게 모든 업무를 위임하신다 하셨으니, 사실상 내가 이 나라의 지존이 된 게 아닌가?”

“마마! 폐하께서는 몸이 좋지 않으셔서 잠시 위임을 하신 것입니다. 벌써부터 그런 말을 입 밖으로 내셨다가 폐하께서 들으시면 경을 치실 겁니다.”

“에잉, 재미없는 자로구나. 그만 나가보아라.”


왕준이 내관의 말을 듣고는 마음이 상했는지 그를 밖으로 내 쫒아버렸다.


“여기 계십니까?”


내관이 밖으로 나가자, 이번에도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그가 공중을 향해 말을 건넸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어디에서도 여인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번에는 왜 모습을 보이지 않지? 뭐, 상관없다. 이것도 그 여인이 다 계획한 것일 테니.”


왕준이 앞에 놓여있는 술잔에 술을 가득히 따르고는 그대로 목 뒤로 넘겼다. 기분 좋은 상태에서 마신 술이 달달했는지 한 잔 더 마시기 위해 손을 기울인 순간, 누군가가 황급히 달려오는 소리를 들렸다.


“무슨 일이냐?”


왕준이 밖을 향해 말을 건네고는 술을 입에 머금었다.


“마마, 안 공자가 지금 막 도성에 도착하였다고 합니다.”

“뭐라?”


갑작스러운 소식에 놀랐는지 왕준이 입에 머금고 있던 술을 바닥으로 내 뱉었다. 안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은 왕준의 표정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그..곧 구씨를 만난 뒤 폐하께 전할 말이 있다며 궁을 방문한다고 합니다.”

“무슨 소식을 전할게 있어 온단 말이냐?”


왕준이 말을 내 뱉고는 문득 고개를 저었다.


‘아니지. 이미 나는 모든 권한을 위임 받은 상태인데 내가 왜 그를 신경 써야 하는가?’


자신이 다음 황권을 무조건적으로 넘겨받는다는 확신이 서자 왕준은 밖에 있는 내관을 불러 자신의 말을 전하게 했다.


“여봐라, 만약 구씨가의 공자가 황궁에 들어오거든, 내가 먼저 그를 만날 테니 내게 소식을 먼저 전하 거라.”

“네, 알겠습니다.”


***


시간이 많이 흐르지는 않았지만, 떠날 때 와 모습이 사뭇 달라진 방이 도성을 둘러싸고 있는 성벽 위에서 황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느낌이 묘하구나.’


짧게 도성을 내려다보던 방이 뒤숭숭한지 잠시 생각을 하다가, 이내 누가 볼까 황급히 몸을 숨겨 자신의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니, 어떻게 오늘 하루 사이에 이런 일이!”

“잘 지냈는가?”

“방 도련님! 살아계셨습니까?”


저택으로 돌아온 방을 발견하고는 바닥을 쓸던 시종 한명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그 소리를 들었는지 구씨가에 있는 모든 이들이 뛰쳐나와 문 앞으로 달려 나왔다.


“도련님?”


소산도 소리를 듣고 따라 나왔다. 그녀의 뒤로는 안이 구해줬던 은월이 소산의 손을 붙잡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왜들 그렇게 놀라는가? 내가 죽길 바랐던 것처럼 그러는구먼.”

“아휴, 어르신께서 얼마나 걱정하셨는데, 그런 농이라도 함부로 하지 마십시오.”

“형님!”


먼저 도착해 있던 안이 구씨와 이야기를 하던 와 중 방이 왔다는 소식에 맨발로 뛰쳐나왔다.


“너도 여기 있었느냐.”


안의 모습을 본 방이 순간적으로 손을 뻗으려는 욕구를 느꼈다. 그가 서 있는 자리라면 안의 목을 비틀어버리기 충분했다. 그러나 아직은 자신의 모습을 숨겨야 했기에 마음을 다잡고는 흥분을 가라앉혔다.


“다행입니다. 두 형님이 모두 무사한 것을 알았으니, 이제 폐하와 아버지께서도 큰 걱정을 덜게 되었습니다.”

“아버지는?”


평소랑 사뭇 달라진 분위기와 더불어 알 수 없는 기운을 느낀 안이 잠시 머뭇거렸다. 그러자 방이 다시 입을 열며 안에게 물었다.


“못 알아들었느냐? 아버지는 어디계시냐.”

“아, 죄송합니다. 안에 계십니다. 어서 들어가시지요.”


안이 고개를 숙이고는 방에게 손을 뻗어 안내했다. 그러자 방이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를 슬쩍 바라보고는 구씨가 기다리는 방으로 걸어갔다.


“어휴, 방도련님 평소에도 안 도련님께 매정하셨던 건 알고 있었는데 뭔가 느낌이 다르지 않아?”


중년의 여성 시종 한명이 옆에 있던 소산의 허리춤을 팔굽치로 쿡 찔러넣으며 말했다.


“그러게요, 안 도련님이 얼마나 발 벗고 뛰어 다니셨는데, 너무하시네요.”


평소에 방보다 안과 더 가깝게 지낸 소산이 자신의 기분도 덩달아 나빠졌는지 불만을 표출했다. 방을 뒤 따라 몸을 옮기는 안의 모습이 눈앞에서 사라지자 사근사근한 목소리가 그녀의 옆에서 들려왔다.


“저 분이 둘째 도련님이셔?”


소산의 손을 잡고 있던 은월이 방에 대해 물었다.


구씨가에 들어온 이후로 같은 나이라는 것을 알게 된 그녀들은 빠르게 가까워졌다. 가끔씩 빈껍데기만 있는 사람처럼 행동하던 은월이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풍부한 감정이 느껴졌다.


“그래, 우리 안 도련님을 매우 싫어하시지.”

“산아, 그만해라. 이곳까지 다 들리잖아.”


그녀들의 대화를 들었는지 안이 다시 모습을 보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랜만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목소리에 소산이 고개를 숙이며 슬그머니 뒤로 물러났다.


“여러분들도 이만 하던 일을 마저 하시죠.”

“아, 네 도련님.”


안이 주변에 있던 사람들에게 손짓하며 말하자 모두가 다급히 발을 옮겨 자신의 자리로 되돌아갔다.


‘이상하군, 형님의 기운이 묘하게 달라진 느낌인데. 착각인가?’


안이 방의 기운이 미묘하게 달라진 것을 발견했다. 천기의 기운이기는 했으나 알 수 없는 이질감이 그에게는 느껴진 것이었다. 안이 깊은 생각에 빠졌는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다른 이들은 모두 자리를 떠났으나, 아직 남아 있던 은월만이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월아, 뭐해?”

“갈게.”


은월이 자신을 따라오지 않은 것을 알아차린 소산이 그녀를 불렀다. 은월은 소산이 자신의 모습을 봤을 것을 우려했는지, 재빨리 그곳에서 자리를 옮겼다.


“별일 아니겠지. 이런, 내 정신 좀 봐. 황궁에 간다는 것을 잊고 있었구나.”


한참을 고민하며 서 있던 안이 잊어버리고 있던 생각이 떠올랐는지, 황급히 자신의 신발을 찾아 신었다. 이미 구씨에게는 진명의 말을 전해놓은 상태였기에, 남은 일은 황제에게 진명과 방의 일을 보고 하는 것이었다. 해가 떨어지기 전에 다녀와야 했기에, 안이 몸을 단정히 정리하고는 서둘러 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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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비밀 23.05.19 170 3 11쪽
34 후계자 23.05.19 178 3 12쪽
33 조우 23.05.19 178 3 12쪽
32 천관으로 23.05.19 180 3 11쪽
31 수도자 부대 23.05.19 177 3 22쪽
30 소산 23.05.19 183 3 14쪽
29 구호방 23.05.19 170 3 15쪽
28 황국으로 23.05.19 175 3 16쪽
27 또 다른 세계 23.05.19 180 3 13쪽
26 집어삼키다 23.05.19 191 3 14쪽
25 깨어나다(2) 23.05.19 195 3 19쪽
24 깨어나다(1) 23.05.19 198 4 16쪽
23 시작(4) 23.05.19 226 3 18쪽
22 시작(3) 23.05.19 212 3 11쪽
21 시작(2) 23.05.19 219 3 9쪽
20 시작(1) 23.05.19 227 3 18쪽
19 움직이다(4) 23.05.19 242 4 10쪽
18 움직이다(3) 23.05.19 222 3 10쪽
» 움직이다(2) 23.05.19 238 3 11쪽
16 움직이다(1) 23.05.19 262 3 14쪽
15 발단(3) 23.05.19 253 3 11쪽
14 발단(2) 23.05.19 297 3 16쪽
13 발단(1) 23.05.19 293 3 11쪽
12 마관도주 그리고 천관 23.05.19 309 3 14쪽
11 태동(4) 23.05.19 356 3 12쪽
10 태동(3) 23.05.19 373 4 15쪽
9 태동(2) 23.05.19 400 3 12쪽
8 태동(1) 23.05.19 448 3 18쪽
7 천주와 동주 23.05.19 466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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