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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몽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완결

도월씨
작품등록일 :
2023.05.19 13:49
최근연재일 :
2023.05.20 22:45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17,617
추천수 :
202
글자수 :
371,828

작성
23.05.19 15:30
조회
293
추천
3
글자
11쪽

발단(1)

DUMMY

“멈, 멈추시오!”


기괴한 움직임을 내뿜으며 멀리서 달려오는 사내가 보이자, 그를 본 북남국의 병사 한명이 손을 뻗으며 외쳤다.


“고, 고맙네. 자네.”


수행자의 등에서 내린 안은 속이 좋지 않았는지 병사가 보는 앞에서 헛구역질을 해댔다.


“누, 누구십니까.”


경계하듯 쳐다보는 병사를 의식했는지, 안이 재빨리 손을 모아 인사를 건넸다.


“구씨가의 셋째 안이라고 합니다.”

“아, 구씨가의 자제분이셨군요. 제가 듣기로는 복성에 도착한 것이 얼마 전이셨을 텐데.”

“저희 집안의 수행자중 가장 발이 빠른 자의 도움을 받아 이리 일찍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안을 옮겨준 수행자는 이미 탈진을 한 듯 구석에 놓인 막사 한편에 몸을 기대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이곳이 제 형님들이 사라진 장소입니까?”

“네, 지금은 어느 정도 정리를 해둔 터라 당시 상황의 모습과는 좀 다릅니다.”

“그렇군요.”


안이 아쉬운 듯 혀를 찼다. 조금의 단서라도 찾을 수 있다면 좋았을 텐데, 지금은 그것조차 할 수 없었다.


“구씨가의 첫째 공자님을 찾았다고 합니다!!”


주위를 둘러보던 안과 병사를 향해 누군가 크게 목소리를 외쳤다.


“응? 이게 무슨 소리지?”


소리에 놀랐는지, 주위에 있던 안과 병사들이 그를 향해 우르르 몰려갔다.


“형님을 찾았다니,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안의 질문 섞인 목소리가 다급하게 들리지, 그를 내려다보던 병사가 흠칫하며 말했다.


“다행히도, 천관의 선생께서 발견을 하셨다고 합니다.”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생각보다 빠른 소식에 안의 얼굴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러나 그의 말속에서 잊은 것을 생각해냈는지 그를 향해 다시 물었다.


“근데, 왜 큰 형님 이야기만 하시는 겁니까? 둘째 형님의 소식은 없습니까?”

“아, 그게.. 그.. 둘째 공자님의 대한 소식은 저도 듣지는 못했습니다.”


안은 잠시나마 느꼈던 안도의 감정이 무너짐을 느꼈다. 자신을 아우로 생각하지 않는 방이였지만 그래도 그에게는 진명과 다르지 않는 형님이었다.


“그, 일단 내가 형님을 좀 봐야겠습니다. 그 천관이라는 곳으로 저를 안내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천관은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뒤편에서 맑은 목소리를 가진 여성이 천천히 걸어오며 말했다.


“아, 천관의 제자들 중 셋째 선생이신 연목님이시로군요.”


북남국의 병사들이 그녀를 향해 손을 모아 인사를 했다. 그들의 모습을 보고는 안도 얼떨결에 인사를 올렸다.


“아무리 구씨가 와 관련이 있으신 분이라도 천관은 원하는 대로 갈수가 없습니다. 적어도 공자께서는 더더욱 갈수가 없으시지요.”

“왜, 나는 갈수가 없다고 하는 겁니까?”

“공자의 몸을 보니 수행자가 될 수 없는 몸이신데, 지금 그 상태로 천도산의 더 가까이 다가가셨다가는 몸이 버티지 못하고 터져 죽으실 테니깐 요.”


보기와는 다른 차가운 대답에 안이 고개를 저었다.


“그럼, 형님이라도 이곳으로 불러 주실 수 있으십니까?”

“대사형께서 그를 살피고 있다고 하시니 조금만 더 기다리시면 답을 들으실 수 있겠지요.”


연목과 안이 한참을 서서 서로를 바라만 보던 그때, 저 멀리서 누군가 뛰어오는 게 보였다.


“사저께 인사를 드립니다.”


자신을 향해 달려온 서철문이 연목을 발견하고는 손을 모아 인사를 올렸다.


“그래, 대사형께서는 뭐라고 하시더냐?”


“그게, 저도 대사형께서 첫째 공자가 생존해 있는 사실만 알리라고 하는 바람에 그 내용만 전달했을 뿐 다른 것은 듣지 못했습니다.”

“그래? 안타깝지만 공자께서는 이곳에 계셔야 될 거 같군요. 어차피 생존 소식도 들으셨으니 저와 철문이가 천관으로 가서 대사형과 형님께 말을 전달해 놓도록 하겠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어차피 진명형님의 소식은 확인했으니, 잠시 여기서 기다리도록 하지요.”


연목의 말을 들은 안은 약간은 걱정스러웠지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없었기에 수긍하며 서철문과 연목을 향해 인사를 올렸다. 그러자 그들도 안에게 간단하게 답을 한 뒤 자리를 떠났다.


“철문아, 무언가 이상하지 않느냐?”


자리를 떠나면서 미묘한 표정을 짓던 연목이 그를 향해 물었다.


“사저, 무엇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저, 공자. 기원도문이 존재하지 않는 그저 평범한 사내인데, 북남국의 병사도 아니면서 천도산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 이상하지 않느냐?”

“오, 그러고 보니 그렇습니다. 북남국 사람들은 대부분 천도산 영향권에서 지내기에 적응이 됐다고 하지만, 저 공자는 이곳이 꽤 거리가 있다고 해도 분명히 영향이 미칠 텐데 아무렇지도 않아 보입니다.”


서철문이 뒤늦게 알아차렸는지 손바닥을 주먹으로 탁치며 말했다.


“그래, 저 공자도 뭔가 숨기는 게 있거나, 아니면 특별한 게 존재 할 수도 있겠구나.”


서철문과 연목은 안의 모습을 떠올리다가 이내, 그곳에서 완전히 모습을 감췄다.


“후우, 일단은, 진명 형님의 소식이라도 알았으니, 다른곳을 둘러보며 방형님의 흔적도 봐야겠구나.”


안이 복잡한 감정이 섞인 표정으로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리고는 자신을 업고 온 수행자가 생각이 났는지 그에게 다가갔다.


“자네, 몸은 좀 어떠한가?”

“아직, 회복이 덜 됐습니다. 말이라도 타고 왔으면...”

“아, 자네는 여기서 좀 쉬게. 나는 저 주변 좀 잠깐 둘러보고 올 테니.”


수행자의 말끝에서 원망 섞인 목소리가 살짝 흘러나오자, 안이 재빨리 말을 돌리며 주변에 있던 병사에게 다가갔다. 그도 그럴 것이 복성에서 준비해준 말을 빌려 출발해도 늦지 않았으나, 길게 끌어봤자 좋을 것이 없다고 판단해서 인지 반 강제적으로 그를 끌어들였기 때문이었다.


‘흐음, 황국으로 돌아가면 저 사내에게는 큰 보답을 해야겠구나.’


자신 때문에 고생을 한 수행자를 바라보며 안이 미안했는지 고개를 돌렸다.


“저, 혹시 제가 말을 한필 빌릴 수 있겠습니까?”


어느덧 중년의 북남국 병사에게 다가간 안이 손을 모으며 입을 열었다.


“뭐...말을 빌려달라구요?”


병사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지며 퉁명스러운 대답이 돌아왔다.


“아, 주변을 한번 둘러보고 싶어서요, 안되겠습니까?”

“역시, 황국 사람들은 마음에 들지 않단 말이지.”


작게 들린 목소리가 안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그래서 인지 승낙의 말이 떨어지길 기다리는 안 의이 그를 멀뚱히 바라보고 있었다.


“저, 공자 잠시 이쪽으로 오시지요.”

“아, 당신은 처음 봤던 병사시군요.”


갑자기 다가온 병사가 안을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 그를 본 중년의 병사는 재수가 없었는지 바닥에 침을 뱉었다.


“저, 공자. 사실 이런 말씀 드리기가 좀 그런데, 혹시 황국과 북남국의 관계를 아십니까?”

“네, 잘 알지요. 누구보다 협력하는 관계 아닙니까?”


“지금은 그렇지요. 공자와 제가 비슷한 또래로 보여서 말씀드리지만, 저희 같은 젊은이들 말고 대부분의 중년과 노년층의 북남국 사람들은 황국을 원수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설마, 30년 전에 있었던 작은 전쟁 때문에 그런 것 입니까?”

“네, 맞습니다.”


병사의 말을 들은 안은 곰곰이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북남국의 사람들이 황국에게 악감정이 남아있다면, 이번 사건이 북남국과도 연관이 되어있을 거라는 생각이 문뜩 들었기 때문이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아, 아닙니다. 공자께서 조심스럽게 행동하셔야 될 거 같아 말씀드린 겁니다. 자 여기 제 말을 잠시 빌려드릴테니 늦지 않게 돌아오시기만 하면 될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안이 병사에 손에서 고삐를 넘겨받고는 말을 빌려 자신이 달려온 방향과 반대쪽으로 내달려 나갔다.


***


약간은 어두운 대전 안으로 무거운 분위기가 잠시 흘렀다.


“대신들을 들으라, 구씨가의 장자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다들 들었겠지?”

“예, 폐하.”


북남국의 황제인 조상은 머리가 아픈지 한손을 이마에 가져다 대며 말했다.


“복성에 연락을 넣어 계획했던 것을 멈추라 일러야겠는데, 경들을 어떻게 생각하시오?”

“페하, 이번 일만 성공시킨다면 선왕께서 당하셨던 치욕을 잊는 첫 발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그대로 일을 진행하심이 어떠신지요?”


중년의 대신들이 조상의 앞에 나와 무릎을 꿇고는 답했다.


“하하하, 다 늙은 대신들의 말을 신경 쓰시는 겁니까.”

“누구냐, 누가 감히 폐하의 앞에서 웃음소리를 내는가!”


호탕하게 들리는 웃음소리에 무릎을 꿇고 있던 대신이 고개를 들려 한곳을 바라봤다. 부드러운 피부가 아직 어려 보이는 작은 몸집의 남자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태, 태자셨군요.”


웃음소리의 주인을 알아본 늙은 대신이 고개를 숙였다.


“태자, 이 중요한 사안을 의논하는데 어찌 웃음을 짓는단 말이냐.”


조상이 조안을 바라보며 꾸짖었다. 그러나 조안은 아무렇지 않게 입을 열었다.


“지금 일을 진행하시는 건 너무 무모합니다. 다음을 기약하시면 더 좋은 기회가 찾아온다 하였으니, 그때까지 기다리시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누가 그러더냐.”


조상의 물음에 조안이 손을 모으며 답했다.


“안도관(安道館)의 도품이 하늘을 읽어보니 지금은 때가 아니라 하였습니다.”


“도품! 그 자가 드디어 다시 나온 것이냐? 왜, 바로 이야기를 하지 않았느냐?”


예언을 보는 능력이 있던 도품이 수련을 마치고 돌아왔다는 이야기가 들리자, 조상과 주변 대신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래, 도품의 말이라면 일리가 있다. 그의 말을 듣고 움직이는 게 옳다. 여봐라, 지금 당장 복성으로 향해 계획한 일을 멈추라 전하 거라.”


“예, 폐하. 명을 받들겠습니다.”


대장군으로 보이는 장수 하나가 조상에게 예를 올린 뒤 자리를 떠났다. 주변에 있던 모든 이가 대장군의 뒤를 따라 차례로 사라져가자 조안이 조상에게 다가가 말을 꺼냈다.


“어차피 도품의 예언이 아니라고 해도, 이 일은 신중히 생각 하셔야 됐습니다.”

“어찌 그리 생각했느냐?”

“황국의 막대한 자금을 담당하는 구씨가가 혼란스러운 지금이 당연한 기회였으나, 사라졌던 공자 한명이 생존해 있다는 소식은 흔들리던 구씨 가문을 다시 붙잡아주겠지요.”


조안의 말을 들은 조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의 계획은 구씨가가 흔들리는 지금, 복성에 있는 황국의 병사들을 모조리 죽여 버리고 전쟁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전쟁을 장기전으로 이끌고 가면 공백이 생긴 구씨가는 점점 무너져 갈 것이고, 그와 동시에 황국의 기반도 흔들릴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었다.


“그래, 아직은 떼가 아니다. 일단 짐이 직접 도품을 보러 가야겠으니, 너도 나를 따라 오거라.”

“예, 알겠습니다.”


조상이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움직이자, 그 뒤를 조안이 따르며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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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비밀 23.05.19 171 3 11쪽
34 후계자 23.05.19 180 3 12쪽
33 조우 23.05.19 178 3 12쪽
32 천관으로 23.05.19 181 3 11쪽
31 수도자 부대 23.05.19 177 3 22쪽
30 소산 23.05.19 183 3 14쪽
29 구호방 23.05.19 170 3 15쪽
28 황국으로 23.05.19 175 3 16쪽
27 또 다른 세계 23.05.19 180 3 13쪽
26 집어삼키다 23.05.19 191 3 14쪽
25 깨어나다(2) 23.05.19 196 3 19쪽
24 깨어나다(1) 23.05.19 198 4 16쪽
23 시작(4) 23.05.19 226 3 18쪽
22 시작(3) 23.05.19 212 3 11쪽
21 시작(2) 23.05.19 219 3 9쪽
20 시작(1) 23.05.19 227 3 18쪽
19 움직이다(4) 23.05.19 242 4 10쪽
18 움직이다(3) 23.05.19 222 3 10쪽
17 움직이다(2) 23.05.19 238 3 11쪽
16 움직이다(1) 23.05.19 262 3 14쪽
15 발단(3) 23.05.19 253 3 11쪽
14 발단(2) 23.05.19 297 3 16쪽
» 발단(1) 23.05.19 294 3 11쪽
12 마관도주 그리고 천관 23.05.19 310 3 14쪽
11 태동(4) 23.05.19 357 3 12쪽
10 태동(3) 23.05.19 373 4 15쪽
9 태동(2) 23.05.19 400 3 12쪽
8 태동(1) 23.05.19 449 3 18쪽
7 천주와 동주 23.05.19 467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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