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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me 님의 서재입니다.

퍼펙트 메이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justme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0
최근연재일 :
2019.12.14 07:00
연재수 :
223 회
조회수 :
408,054
추천수 :
6,068
글자수 :
1,143,357

작성
19.08.3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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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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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자
11쪽

133. 8막 3장 - 유령선장 (4)| Isaac

DUMMY

"우와와! 되게 빠르네요."

"확실히 엄청난 속도로군. 이대로라면 금방 도착할 수 있겠어."

맥과 그론은 배의 선두 난간에 매달려 앞을 바라본다. 유령선은 빠른 속도로 바다를 헤치며 달려간다.

사실 이 배가 유령선이라는 건 알려주지 않았다. 그걸 알려줬다면 기절할 사람이 하나 있어서 말이야.

"다들 즐거워하는군요."

옆에 서 있는 에스나가 말을 걸어온다. 그 말대로 다.

유령선원들이 일을 다 해주니 그론의 선원들은 편하게 쉬고 있다. 선실에 들어가거나 갑판에서 바다를 구경하거나. 아주 평화로운 광경이다.

"저야 이런 광경을 좋아합니다만. 아이작은 어떠십니까?"

무슨 의미의 질문인지 알겠다. 심심하지 않으냐는 거다.

더 자세한 속뜻을 보자면. 재미없다고 재밌으려고 사고를 치지 말라는 말이다.

"나도 평화로운 광경을 싫어하지는 않거든?"

"다행입니다."

그래. 다행이지. 이제 슬슬 아무런 일도 없이 인테아 까지 가고 싶다. 너무 많은 일이 있었어.

따스한 햇볕이 나를 비춘다. 몸이 나른해진다. 선실에 들어가 있을까.

"마법사님! 여기로 와보세요!"

글린다가 나를 부른다. 무슨 일일까. 크게 기지개를 켜고 글린다가 서 있는 곳으로 다가간다.

"저기 좀 보세요!"

측면의 난간에 서 있는 글린다가 바다 너머로 손을 뻗는다.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본다.

푸른 바다에 하얀 물거품이 일어난다. 파도가 배에 부딪혀서 생기는 게 아니다. 깊은 곳에서 뭔가 끓어오르는 듯한 움직임.

불안감에 침을 삼킨다. 아무런 일도 인테아 까지 가고 싶었다. 그리고 이제 뭔가 일이 일어날 거다.

확신에 가까운 생각과 함께 한숨을 쉰다. 옆에서 글린다가 불안한 눈동자로 나를 바라본다.

"저게 뭘까요?"

"좋은 게 아니란 건 확실합니다."

"그런 거 같습니다. 대장."

뒤쪽에서 걸걸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고개를 돌린다. 약간 낡았지만, 여전히 화려한 옷을 입은 사람이 서 있다.

정확히 말하면 사람이 아니지만. 유령선의 버티 선장이다.

"뭐라고 생각하는데?"

"제가 이 세계에 대해 잘 몰라서 말입니다."

버티는 크게 웃는다. 하긴 버티나 이 유령선이나 UMO의 소환물이니까.

"무슨 일인가?"

웃음소리를 들었는지 그론이 우리에게 다가온다. 버티는 그론을 보자 살짝 고개를 숙인다. 그론도 버티의 묵례에 맞추어 고개를 숙인다. 선장끼리의 인사 같은 건가.

"저기 이상한 게 있습니다."

글린다가 알려준 물거품을 가리킨다. 처음보다 더 커져 있다.

그론은 난간에 몸을 기대고 물거품을 바라본다. 자세하게 관찰하더니 점점 표정이 심각해진다.

"젠장!"

난간을 강하게 후려치고 숨을 크게 들이쉰다. 얼굴이 하얗게 변해간다. 좋지 않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좋지 않나 보다.

"도대체 뭐길래 그러세요?"

글린다가 그론을 바라보며 묻는다. 그론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대답한다.

"크라켄."

크라켄? 내가 알고 있는 크라켄은 거대 문어인데. 그게 맞을까?

"저 물거품은 크라켄이 먹이를 발견하고 올라온다는 증거일세."

그론이 더욱 커진 물거품을 가리킨다.

"도대체 무슨 일 이길레 거기서 그러고 계십니까?"

에스나까지 난간 주변으로 다가온다.

"크라켄이 오고 있다는데."

"거대 문어 말입니까?"

내가 알고 있는 거랑 똑같네. 정말 똑같은지는 올라와야 알겠지만.

"도망가야 해!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해!"

그론이 버티의 몸을 붙잡고 흔들기 시작한다. 버티는 곤란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아무리 그래도 이게 최대 속도인데······."

버티의 대답에 그론은 갑판에 쓰러진다. 저 자세는 카 산 슈의 섬에서 본 자세다. 울기 직전의 자세.

한숨이 나온다. 그래도 일단 크라켄은 처리해야겠지. 만약 UMO의 크라켄과 같다면 손쉽게 처리할 수 있지. 마법이 없어도 말이야.

"우린 다 망했어!"

그론이 크게 소리 지른다. 그 목소리는 갑판의 다른 선원들에게까지 전해졌다. 선원들의 표정이 불안으로 가득 찬다. 이 사람 도움이 안 된다.

"버티. 이 사람 좀 안쪽에 모셔라."

"네. 대장."

버티가 유령선원들을 향해 손짓한다. 선장의 명령에 유령선원들은 그론의 양팔을 붙잡고 선실로 끌고 간다. 그론은 별다른 저항을 하지 않는다.

"우리도 준비하자."

"뭐를요?"

"당연히 크라켄 사냥이죠."

에스나가 나를 바라본다.

"괜찮겠습니까? 마법도 못 쓰시지 않습니까."

"문제없어."

에스나의 질문에 딱 잘라 대답한다.

"알겠습니다. 그럼 무엇을 준비해야 합니까?"

"선원들 사이에 혼란이 일어나지 않게 통제해 줘."

에스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모여 있는 선원들을 향해 걸어간다.

"저는요?"

"글린다 양은 맥과 함께 선실에 있으시면 됩니다."

글린다는 한숨을 쉬고 선두에 있는 맥에게 다가간다. 그러는 동안에도 물거품은 더욱 커진다. 배의 절반 정도 되는 크기. 슬슬 모습을 드러낼 때가 되었네.

"무슨 일인데?"

"그냥 닥치고 따라와."

불쌍한 맥. 그걸 왜 질문해서 욕을 먹을까. 그냥 얌전히 잡혀가지. 그렇게 맥은 뒷덜미를 붙잡힌 체 선실로 끌려들어 간다.

"버티. 슬슬 전투를 준비하자고."

"그러도록 하죠. 대장."

버티 선장의 배. 황금 돌고래는 전함으로 만들어진 배다. 즉. 이 배의 선원들은 전부 해군이라는 의미다.

"멍청이들아! 전투를 준비해라!"

"우와!!!"

버티의 외침에 선원들이 답한다. 유령선원들은 일제히 사방으로 흩어진다. 일부는 갑판의 아래로 내려간다.

"대장. 저기 문어 다리가 보입니다."

물거품이 올라오던 곳에 갈색의 다리가 하나 올라와 있다. 크라켄의 감각기관 역할을 하는 다리다. 이제 곧 몸통이 올라올 거다.

바다가 갈라진다. 물이 좌우로 밀려난다. 그리고 거대한 갈색의 문어 머리가 올라온다.

"우와. 되게 못생겼네."

우둘투둘한 피부가 두꺼비 같다. 거대한 눈은 하얗게 변해서 장님 같이 보인다.

"맛있어 보이는 문어군요."

"으엑. 난 별로 먹고 싶지 않은데."

버티와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는다. 크라켄은 그 농담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보다. 거대한 다리를 들어 올린다. 유령선을 내려칠 듯이.

"으아악!"

"진정하십시오!"

뒤에서는 비명을 지르는 선원들과 그들을 통제하는 에스나의 목소리가 들린다. 에스나가 고생이 많다.

"옵니다."

크라켄이 다리를 휘두른다. 배를 부숴버릴 듯이. 부서질 생각은 없지만.

"유령화."

일반적인 유령화와는 다르다. 유령선 위에서 하는 유령화는 배 전체에 적용된다.

나무로 만든 배가 흐릿한 안개처럼 변한다. 유령선의 선원들도 반투명해진다. 유령선의 소환자인 나의 몸도 면해간다. 변하지 않은 것은 유령선과 직접 관계사 없는 선원들. 덤으로 에스나도 있지.

크라켄의 거대한 다리는 그대로 유령선을 통과한다. 당연하지. 유령을 어떻게 손으로 만지겠어.

"좋아! 반격이다! 함포 발사!"

"함포 발사!"

배의 측면에 달린 함포가 일제히 불을 내뿜는다. 그냥 대포라면 크라켄에게 큰 피해를 주지 못한다. 물론 이건 유령선이고, 대포도 유령대포지만.

날아간 포탄들은 전부 반투명한 녹색으로 빛난다. 포탄은 크라켄의 피부에 부딪히지 않는다. 그대로 지나가 버린다.

눈에 보이는 상처는 없지만, 크라켄이 고통스러운 듯 다리를 사방으로 휘두른다. 유령선은 다리를 그냥 통과시킨다.

"전군 전진!"

"전진! 문어 대가리를 공격하라!"

유령선원들이 함성을 내지르며 크라켄에게 달려든다. 유령이기에 바다에 빠지지 않고 날아간다. 반투명한 유령선원들이 크라켄의 전신에 달라붙는다.

크라켄이 울부짖는다. 약간 묘한 말이지만, 바다 전체가 진동하며 소리를 낸다. 원리는 몰라도 흥미로운 광경이다.

유령선원들은 크라켄에게 달라붙어 신나게 칼질을 한다. 크라켄이 다리를 휘두르지만, 유령들에게 닿을 리가 없다.

"정말 너무합니다."

어느샌가 다가온 에스나가 중얼거린다.

"도대체 이건 뭡니까?"

"당연히 유령선이지."

에스나는 한숨을 쉬고 크라켄을 바라본다. 크라켄은 힘을 잃고 다리를 허공에 휘적인다. 금방 죽겠네.

예상대로 크라켄은 축 늘어져서 바다에 떠다닌다. 빠르게 움직이는 배는 크라켄의 사체를 뒤로하고 앞으로 나아간다.

"선원들은 어떻게 합니까?"

에스나는 크라켄의 사체 위에 올라가 있는 유령선원들을 가리킨다.

"걱정할 거 없어. 알아서 돌아올 테니."

배는 점차 크라켄의 사체에서 멀어진다. 점처럼 작게 변할 때쯤 갑판에 유령선원들이 하나씩 나타난다.

"우하! 재밌었다!"

"역시 대장이랑 있으면 날마다 즐거워!"

배에 돌아온 유령선원들이 즐겁게 웃는다. 그론의 선원들도 어색하게 그 웃음을 따라 한다.

"유령화 해체."

반투명했던 선체가 다시 나무로 변한다. 유령의 모습이었던 선원들도 사람의 모습으로 변한다.

"다 끝났으니 선실에 있는 손님들을 데리고 나와야지."

"대장이 명령했다. 얼른 일해라 멍청이들아!"

버티가 외치자 선원들이 선실로 들어간다. 그리고 곧 그론이 모습을 드러낸다.

표정이 별로 좋지 않다. 그론은 나를 바라보고 한숨을 쉰다.

"마법은 사기일세."

뭐. 그렇지. 마법은 원래 사기다.

"정말 너무하시네요. 배가 사실 유령선이었다니."

글린다도 갑판으로 올라온다. 한 손에는 축 늘어진 맥을 붙잡고 있다. 유령선인 걸 알고 기절했구나. 이래서 비밀로 한 건데.

"맥은 그냥 눕혀두지 그러셨습니까?"

"그러게 말입니다."

글린다는 한숨을 쉬며 맥을 갑판에 내려놓는다.

"혼자 나오려고 했더니 갑자기 제 팔을 잡더라고요. 기절했는데도 혼자 있는 건 싫은가 봐요."

대단한 능력이다. 나와 글린다가 동시에 한숨을 쉰다.

"쉽게 끝나서 다행입니다."

에스나가 담담히 말을 이어간다.

"역시 아이작 당신과 있으면 귀찮은 일이 많이 일어납니다."

"왠지 내 탓을 하는 거 같다?"

"마법사님 탓이 맞아요."

"글린다 양까지 그렇게 말하는 겁니까?"

"원래 영웅의 주변은 파란만장한 법입니다. 흐하하!"

버티가 크게 웃는다. 결국, 내 주변에는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는 말이잖아. 짧게 혀를 찬다.

"뭐 그건 중요한 게 아니지."

어느샌가 그론이 다가와 말을 걸어온다. 흐트러진 옷을 가다듬으며.

"그럼 뭐가 중요합니까?"

"당연히 밥!"

"그래요! 밥은 중요합니다!"

순식간에 글린다와 그론이 의견을 일치시킨다. 확실히 배가 고플 때긴 하지.

"버티 식사를 준비해."

"들었느냐! 머저리들아! 얼른 식당에 음식을 차려라!"

버티의 명령을 받은 선원들이 선실로 걸어간다. 유령선이지만 배에 있을 건 전부 있다. 당연히 식당도 갖춰져 있지. 외로운 항해자의 식사보다 좋은 음식이 준비될 것이다.

"자! 우리도 밥을 먹으러 가 봅시다!"

손뼉을 치며 소리친다. 갑판 이곳저곳에 앉아 있던 선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유령선원들의 도움을 받아 선실로 내려간다.

"우리도 가죠! 밥을 먹으러!"

글린다가 밝게 웃으며 선실을 향해 걸어간다. 중간에 맥의 뒷덜미를 잡고 끌고 가는 것도 잊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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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134. 8막 4장 - 강철 연맹 (1)| Isaac +2 19.09.02 1,251 15 11쪽
» 133. 8막 3장 - 유령선장 (4)| Isaac +4 19.08.31 1,267 16 11쪽
132 132. 8막 3장 - 유령선장 (3)| Glinda +2 19.08.30 1,261 14 11쪽
131 131. 8막 3장 - 유령선장 (2)| Isaac +2 19.08.29 1,239 14 11쪽
130 130. 8막 3장 -유령선장 (1) | Isaac +2 19.08.28 1,289 13 11쪽
129 129. 8막 2장 - 산 위의 마녀 (4)| Isaac +4 19.08.27 1,277 15 12쪽
128 128. 8막 2장 - 산 위의 마녀 (3)| Isaac +2 19.08.26 1,300 14 11쪽
127 127. 8막 2장 - 산 위의 마녀 (2)| Isaac +2 19.08.24 1,307 15 11쪽
126 126. 8막 2장 - 산 위의 마녀 (1)| Isaac +6 19.08.23 1,340 13 11쪽
125 125. 8막 1장 - 푹풍이 지나간 후 (2)| Isaac +4 19.08.22 1,354 16 11쪽
124 124. 8막 1장 - 푹풍이 지나간 후 (1)| Isaac +2 19.08.21 1,386 15 11쪽
123 123. 8막 서장 - Tempest | Isaac +4 19.08.20 1,373 17 11쪽
122 122. 7막 막간 - 마법사는 어디 계신가 | Glinda +4 19.08.19 1,437 14 11쪽
121 121. 7막 5장 - 해적왕 (4) | Isaac +6 19.08.17 1,430 14 11쪽
120 120. 7막 5장 - 해적왕 (3) | Isaac +2 19.08.16 1,425 15 12쪽
119 119. 7막 5장 - 해적왕 (2) | Isaac +2 19.08.15 1,440 13 11쪽
118 118. 7막 5장 - 해적왕 (1) | Glinda +2 19.08.14 1,472 14 11쪽
117 117. 7막 4장 - 본질에 관하여 (2) | Isaac +3 19.08.13 1,455 13 11쪽
116 116. 7막 4장 - 본질에 관하여 (1) | Isaac +2 19.08.12 1,478 13 11쪽
115 115. 7막 3장 - 외로운 항해자 (3) | Isaac +2 19.08.10 1,477 15 11쪽
114 114. 7막 3장 - 외로운 항해자 (2) | Isaac +3 19.08.09 1,505 12 11쪽
113 113. 7막 3장 - 외로운 항해자 (1) | Isaac +4 19.08.08 1,524 14 11쪽
112 112. 7막 2장 - 항구 도시 (3) | Isaac +2 19.08.07 1,512 16 11쪽
111 111. 7막 2장 - 항구 도시 (2) | Isaac +4 19.08.06 1,645 13 11쪽
110 110. 7막 2장 - 항구 도시 (1) | Glinda +3 19.08.05 1,584 13 12쪽
109 109. 7막 1장 - 드래곤이 울부짖었다 (3) | Isaac +2 19.08.03 1,513 12 11쪽
108 108. 7막 1장 - 드래곤이 울부짖었다 (2) | Isaac +3 19.08.02 1,506 12 12쪽
107 107. 7막 1장 - 드래곤이 울부짖었다 (1) | Isaac +4 19.08.01 1,548 13 12쪽
106 106. 7막 서장 - 초원의 중앙에서 | Isaac +2 19.07.31 1,548 13 11쪽
105 105. 6막 종장 - Luna eclipse | Isaac +2 19.07.30 1,544 1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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