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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me 님의 서재입니다.

퍼펙트 메이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justme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0
최근연재일 :
2019.12.14 07:00
연재수 :
223 회
조회수 :
408,072
추천수 :
6,068
글자수 :
1,143,357

작성
19.08.0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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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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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
11쪽

111. 7막 2장 - 항구 도시 (2) | Isaac

DUMMY

바다는 너무나 아름답다. 그 아름다움이 나를 집어삼킨다. 물속에서 허우적거린다. 나를 잃지 않게.

살아생전 본 적 없는 바다를 죽어서 본다. 지금도 살아있긴 하지만. 어찌 되었든 죽고 나서니까.

여관의 유리창이 바닷바람에 흔들린다. 저 바람에 몸을 맡기고 바다 위로 떠다니고 싶다. 그랬으면 좋겠다.

"마법사님. 방에 계실 거에요?"

"아니요. 금방 가겠습니다."

글린다가 나를 부른다. 아마 배를 알아보려는 거겠지. 별로 나가고 싶지는 않다. 그냥 여기서 바다를 보고 싶다.

그럴 수는 없지만. 정말 이대로 바다를 보고 있으면 나를 잃을 거 같다.

바다는 나에게 큰 의미가 담겨 있다. 가족들은 항상 나에게 말했다. 두 손을 잡고 약속했다. 병이 전부 나으면 바다를 보러 가자고.

그 약속은 결국 지키지 못했다. 나는 바다를 보지 못하고 죽었다. 가족들은 나를 바다에 데리고 가지 못했다.

"좋아. 생각은 그만하자."

손으로 뺨을 두드린다. 집을 나가 버린 정신을 다시 붙잡는다. 집중하자. 나는 이유진이 아니라 아이작이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나무문으로 다가간다. 손잡이를 잡고 열어젖힌다.

"으앗!"

문 앞에서 글린다가 넘어진다. 염동 마법으로 쓰러지지 않게 붙잡는다. 글린다는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괜찮으십니까?"

손을 뻗어 글린다에게 내민다. 글린다는 한숨을 쉬고 내 손을 붙잡는다. 손에 힘을 줘서 글린다를 일으킨다.

"놀랐잖아요. 인기척 좀 내고 다니세요."

글린다가 나를 나무란다. 그런데 내가 혼날 일인가? 방 문앞에 서 있던 사람 잘못 아니야? 그렇다고 글린다에게 따질 자신은 없으므로 그냥 넘어가자.

"죄송합니다."

"알았으면 됐어요."

제 자리에 일어선 글린다가 콧방귀를 끼며 말한다. 그대로 복도를 달려가 계단을 내려간다.

내가 진짜 저 인간 때문에 이게 뭐하는 거람. 한숨을 쉬고 머리를 긁적인다. 글린다가 사라진 계단을 보고 한숨을 또 쉰다.

어쩌겠는가. 원래 글린다는 저런 사람이었는 걸. 처음 만났을 때 뺨부터 맞았었지.

떠오른 옛 기억에 웃음이 지어진다.

"얼른 내려오세요!"

"내려갑니다!"

글린다가 나를 재촉한다. 더 기다리게 하면 화를 낼 것이다. 글린다가 걸어갔던 복도를 따라서 걸어간다. 계단 아래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난다. 맥과 에스나, 글린다가 떠드는 소리.

"뭐가 그렇게 재밌는데?"

살짝 웃으며 나무 층계를 밟으며 아래로 향한다. 에스나가 나를 발견하고 손을 들어 올린다.

"맥이 바다가 무섭답니다."

에스나의 목소리는 가볍다. 맥을 놀리고 있었구나. 글린다와 힘을 합쳐서 맥을 놀리다니. 불쌍하지도 않은 건가.

맥은 공포에 질린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제발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다.

"어떻게 저런 커다란 게 물 위에 떠요. 분명 가라앉을 거에요."

목소리가 심각하게 떨린다. 정말 가라앉을 거라고 믿고 있는 모양. 글린다는 그런 맥을 바라보며 사악한 미소를 짓는다.

"도대체 뭘 가르치시는 겁니까?"

"무거운 물건은 물에 가라앉는다는 상식을 일깨워졌죠."

어떻게 보면 상식이긴 하지. 밀도가 낮은 물건은 물 위에 뜬다는 상식도 있지만.

"저 배에 타기 싫어요. 그냥 걸어가요."

맥이 헛소리를 내뱉는다. 그만 놀리는 게 좋을 거 같다.

"걱정하지 마. 밖에만 봐도 떠다니는 배가 있잖아. 배는 쉽게 가라앉지 않아."

아마도. 내가 살던 곳에서는 그랬는데. 여기는 어떨지 모르겠다.

"정말 괜찮은 거죠?"

"괜찮습니다. 배는 쉽게 가라앉지 않습니다. 폭풍이나 해적을 만나지 않는다면요. 그리고 가을철은 폭풍과 해적이 기승을 부리는 계절입니다."

에스나는 놀리기를 그만둘 생각이 없다. 맥의 얼굴이 하얗게 변한다.

"심지어 바다에 사는 괴물들도 있습니다. 크라켄이나 리바이어던, 거대 상어나 난폭한 고래도 많습니다."

맥은 벌린 입을 다물 생각을 하지 못한다. 눈이 크게 떨리고 있다.

"괴물만 무서운 게 아닙니다. 선상 반란과 괴혈병같이 배 안에서만 일어나는 위험한 일도 많습니다."

에스나는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마치 어린 꼬마에게 무서운 이야기를 해주는 못된 형 같다.

그러고 보니 우리 형도 저런 이야기 많이 해줬지. 그때는 진짜 무서웠다. 밤에 일찍 안 자면 잡아가는 귀신이라니.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갑자기 잔잔한 바다에 큰 파도가 치는 일도 있습니다. 기록상 5층 높이의 파도가 쳤다는 말이 있습니다."

쓰나미 같은 건가? 맥은 기록까지 들먹이는 에스나의 말에 몸이 굳어버린다. 불쌍한 녀석.

"오래된 배는 이유 없이 침몰하기도 합니다. 선주가 관리하지 않으면 이런 일이 발생합니다."

에스나가 이렇게 말이 많았구나. 처음 알았다. 맥을 놀리는 게 그렇게 재미난 일이니.

"유령선의 출몰 기록도 있습니다. 완전히 낡은 배가 해골 선원들을 태우고 안개를 헤치며 다가온답니다."

"히이익!"

맥에게 치명타가 들어갔다. 비명을 지른 맥의 몸이 뒤로 넘어간다. 염동 마법으로 쓰러지지 않게 붙잡는다.

"... 괜찮으십니까?"

책임감을 느낀 건지 에스나가 맥에게 다가간다. 흰자만 보이는 눈앞에서 손을 흔든다.

"기절했습니다."

"곤란하네. 물벼락."

곤란하니까 깨우자. 맥의 머리 위에 물방울이 나타난다. 내가 손바닥을 치자 물방울 속의 물이 맥의 얼굴을 향해 떨어진다.

"푸하하!"

물을 얻어맞은 맥이 몸을 일으킨다, 잔뜩 젖은 얼굴을 이리저리 돌린다.

"무서운 꿈을 꿨어요."

맥이 얼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에스나의 말이 무섭긴 했나 보다. 그 짧은 시간에 악몽을 꿀 정도라니.

"하하하. 그렇게 겁먹으면 어떡해."

한참이나 입을 다물고 있던 글린다가 입을 연다. 글린다를 바라본다.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웃고 있지만, 입꼬리가 떨린다.

"무서우신 겁니까?"

"설마요!"

글린다가 양팔을 뻗고 휘적인다. 그 동작이 너무 부자연스럽다. 부자연스러운 과장된 행동. 글린다는 겁을 먹은 상태다. 그걸 숨기고 있을 뿐이지.

한숨이 나온다. 바다를 무서워하는 두 사람을 데리고 바다를 건넌다니. 어느 정도 고생이 있을 게 분명하다.

"자자. 둘 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죠."

"누가 걱정했다고 그래요!"

글린다는 자신의 상태를 인정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불쌍한 사람.

"어차피 에스나가 말한 건 다 마법으로 처리 가능합니다."

가능할 거다. 괴물들이야 죽이면 된다. 선상반란, 해적, 유령선도 다 부수면 된다. 괴혈병이야 과일을 먹이면 되는 거고. 폭풍이 조금 곤란하긴 한데 날씨를 조정하는 마법도 있으니 어떻게든 될 거다.

"정말 괜찮은 거 맞죠?"

글린다의 말에는 의심이 담겨 있다.

"괜찮습니다. 그러니 얼른 배편을 알아보러 갑시다."

여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선다. 눈 앞에 펼쳐진 바다와 배가 보인다. 갈매기로 보이는 새와 작은 뭉게구름들도.

아주 멋진 풍경이다.

"일단 여객선을 알아봅시다. 제가 알고 있는 곳이 있으니 따라오시면 됩니다."

뒤이어 나온 에스나가 부둣가를 걸어간다. 돌로 깔끔하게 포장된 길에는 수많은 사람이 걸어 다닌다. 부두로 내려오는 길보다 사람은 적지만, 훨씬 시끄럽다.

좌판을 깔고 생선을 파는 사람들. 상인과 흥정하는 시민들. 화물을 운송하는 노동자들. UMO에서 보았던 항구의 모습이다.

"사람 엄청 많네요."

내 뒤에 바짝 붙은 글린다가 중얼거린다. 걷는 게 불편할 정도는 아니지만 많은 건 많은 거다.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걸까요?"

"교역의 중심지니까."

맥의 질문에 대답해준다. 언제나 항구는 교역의 중심지였다. 돈이 흐르는 곳에는 사람이 있었고. 아주 간단한 일이다.

"그래도 평소보다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 거야?"

에스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평소의 모습을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많은 거 같다면 많은 거겠지.

"뭔가 불안하지 않아요?"

"뭐가 말입니까?"

글린다가 팔짱을 끼고 몸을 부르르 떤다. 눈에는 긴장이 담겨 있다.

"평소보다 많다는 것은 평소와 다른 일이 있다는 거잖아요? 그리고 평소와 다른 일이 도움되는 경우는 거의 없죠."

"그런 말을 들으니까 저도 불안해 집니다."

확실히 별로 좋은 기분은 아니다. 맥도 찜찜한지 눈썹을 찌푸린다.

"빨리 갑시다. 확인을 해봐야겠습니다."

에스나가 걸음을 더 빠르게 옮긴다. 두 사람이나 이러니까 나도 불안해진다.

모여있는 사람들은 다리는 것에 가까운 에스나의 걸음에 길을 비켜준다. 덕분에 바로 에스나가 안내하는 곳으로 갈 수 있었다.

"이곳입니다."

조타륜이라고 하나? 배에 연결된 톱니 비슷한 것이 간판을 대신하는 건물. 이페리아 왕국의 건물이 다 그렇듯이 높다란 지붕이 인상적이다.

"뭐 하는 곳이에요?"

"무하나 공국에서 운영하는 선단의 사무실입니다."

에스나는 자세한 설명을 생략하고 건물의 나무문을 연다. 녹슨 경첩이 높고 시끄러운 소리를 낸다.

"지난달 예약했던 사람들 서류 가져와!"

"물품 선적 증명서 여기 있습니다!"

"해적들 움직임 보고서입니다!"

엄청 시끄럽네. 건물 내부는 시끌벅적 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사람들이 서류 더미를 가지고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계속 소리를 치면서 바쁘게 움직인다.

"이게 무슨···."

에스나가 한껏 당황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이게 평소 모습은 아니구나.

"제 말대로네요. 평소와 다른 일이 도움되는 경우는 드물죠."

글린다가 한숨을 쉰다. 사무실 안의 사람들은 손님인 우리를 신경 쓰지 않는다. 정확히 말하면 인식조차 못 한 거겠지. 뭔지는 몰라도 큰일이 난 건 확실하다.

"어떻게 할 거야?"

에스나는 한숨을 내쉰다.

"조금 진정시켜야죠."

뭘 할 생각이지? 에스나는 주먹을 말아쥔다. 작은 기합과 함께 문 옆의 벽을 주먹을 친다.

거대한 충돌음. 건물이 흔들리는 충격. 천장에서 가루가 떨어진다. 사무소 내의 모든 사람이 에스나를 바라본다.

"그론은 있습니까?"

자신에게 쏠린 시선을 무시하면 필요한 사람을 불러낸다. 놀라운 방법이다. 진정 효과는 확실하네.

"에스나!!!"

굵직한 목소리가 위층에서 울려 퍼진다. 곧 계단을 타고 몸집이 커다란 남자가 내려온다.

거칠게 다듬은 수염. 덥수룩한 머리카락. 우람한 근육. 안대를 낀 눈. 해적 같이 생겼다.

"그론. 오랜만입니다."

에스나가 손을 올려 인사한다.

"망할."

그론이라고 불린 남자는 바닥에 침을 뱉는다.

"너흰 다시 일이나 해!"

아마 이 사무소의 소장인가 보다. 그론의 외침에 멈춰있던 사무실이 다시 움직인다. 서류를 들고 뛰어다니고, 소리친다.

"너희! 올라와!"

그 시끄러운 공간에서고 그론의 목소리가 명확히 들려온다. 그론은 계단 난간에 몸을 기대고 따라오라고 손짓한다. 난간이 무너질 듯 위태롭게 그론의 몸을 버틴다.

"올라갑시다."

에스나는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피해 계단으로 다가간다. 좋아. 따라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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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131. 8막 3장 - 유령선장 (2)| Isaac +2 19.08.29 1,239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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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 128. 8막 2장 - 산 위의 마녀 (3)| Isaac +2 19.08.26 1,300 14 11쪽
127 127. 8막 2장 - 산 위의 마녀 (2)| Isaac +2 19.08.24 1,307 15 11쪽
126 126. 8막 2장 - 산 위의 마녀 (1)| Isaac +6 19.08.23 1,340 13 11쪽
125 125. 8막 1장 - 푹풍이 지나간 후 (2)| Isaac +4 19.08.22 1,354 16 11쪽
124 124. 8막 1장 - 푹풍이 지나간 후 (1)| Isaac +2 19.08.21 1,387 15 11쪽
123 123. 8막 서장 - Tempest | Isaac +4 19.08.20 1,373 17 11쪽
122 122. 7막 막간 - 마법사는 어디 계신가 | Glinda +4 19.08.19 1,437 14 11쪽
121 121. 7막 5장 - 해적왕 (4) | Isaac +6 19.08.17 1,430 14 11쪽
120 120. 7막 5장 - 해적왕 (3) | Isaac +2 19.08.16 1,425 15 12쪽
119 119. 7막 5장 - 해적왕 (2) | Isaac +2 19.08.15 1,440 13 11쪽
118 118. 7막 5장 - 해적왕 (1) | Glinda +2 19.08.14 1,472 14 11쪽
117 117. 7막 4장 - 본질에 관하여 (2) | Isaac +3 19.08.13 1,455 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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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113. 7막 3장 - 외로운 항해자 (1) | Isaac +4 19.08.08 1,524 14 11쪽
112 112. 7막 2장 - 항구 도시 (3) | Isaac +2 19.08.07 1,512 16 11쪽
» 111. 7막 2장 - 항구 도시 (2) | Isaac +4 19.08.06 1,646 13 11쪽
110 110. 7막 2장 - 항구 도시 (1) | Glinda +3 19.08.05 1,585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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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107. 7막 1장 - 드래곤이 울부짖었다 (1) | Isaac +4 19.08.01 1,548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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