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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me 님의 서재입니다.

퍼펙트 메이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justme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0
최근연재일 :
2019.12.14 07:00
연재수 :
223 회
조회수 :
408,046
추천수 :
6,068
글자수 :
1,143,357

작성
19.08.16 10:30
조회
1,424
추천
15
글자
12쪽

120. 7막 5장 - 해적왕 (3) | Isaac

DUMMY

"그러니까 자네가 펠파트니스의 왕자라고?"

그론이 한숨을 쉬며 카이드리히 왕자를 바라본다. 역시 다시 생각해 보아도 긴 이름이다. 그냥 왕자라고 부르자.

"네 그렇습니다."

왕자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 이곳은 외로운 항해자 호의 갑판. 해적 선장이 왕자란 걸 알게 된 이상 나 혼자 처리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론과 함께 대화하는 거다.

왕자는 호위 한 명도 없이 얌전히 날 따라왔다. 호위의 무의미함을 알고 있어서겠지. 그래도 해적선들은 외로운 항해자를 포위하듯 둘러싸고 있다.

"또 일을 저지르셨다고 들었습니다."

계단을 올라오는 에스나가 나를 바라보며 말한다. 망할. 그게 내 잘못인가.

"글린다랑 맥은?"

"둘 다 방에서 자고 있습니다. 글린다의 침대는 눈물에 젖어있었습니다."

글린다가 울었다고? 쉽게 믿기 힘든 일이다.

"제발 이 대화에 집중 좀 해주게. 자네가 데리고 온 사람이지 않나."

그론이 나를 바라보며 한숨을 쉰다. 내가 데려온 건 맞지만, 나는 별로 상관하고 싶지 않다.

"무슨 일입니까?"

방금 올라와 상황을 모르는 에스나가 질문해온다.

"저기 저 남자가 펠파트니스의 왕자라고 하더라고."

"카이드리히 프로페흐 알카이저 3세 말입니까?"

왕자라고만 했는데 풀네임이 나온다. 그론과 왕자가 동시에 에스나를 바라본다.

"알고 있는 건가?"

"유명한 이야기지 않습니까. 펠파트니스의 왕위 쟁탈전 말입니다."

역시 귀찮은 일에 엮인 게 분명하다. 왕위 쟁탈전이라니. 그런 정치적인 문제는 피하고 싶다.

"소문으로는 들어봤지만,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

그론은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다.

"그럼 제가 설명하겠습니다."

가만히 있던 왕자가 입을 연다. 다른 사람 입으로 자기네 나라 사정을 듣는 걸 좋아하지 않는 모양이다.

왕자는 헛기침한다. 외로운 항해자의 모든 사람이 왕자를 바라본다.

"펠파트니스의 왕인 아하스블 로한 알카이저 폐하는 현재 생명이 경각에 달했습니다. 벌써 1년째 침상에만 누워 계시죠."

분명 자기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다. 그런데도 왕자의 말투에는 왕에 대한 존경이 담겨 있지 않다. 오히려 혐오에 가까운 감정이 숨어져 있다.

그게 호기심을 자극했지만, 남의 가정사에는 끼어드는 게 아니다······. 이미 글린다의 가정사에 끼어들었네. 심지어 글린다의 아버지도 죽였지.

아무튼, 왕자는 말을 이어간다.

"폐하께서 쓰러지시고 국정은 왕세자였던 첫째 형님이 맡으셨습니다. 아무런 문제도 없었습니다. 원래 왕이 될 사람이었으니까요."

왕자가 한숨을 쉰다.

"문제는 둘째 형님이었습니다. 원래도 권력욕이 강한 분이셨죠. 그걸 걱정한 폐하께서 군의 지휘를 맡기셨는데, 덕분에 쿠데타가 일어났죠."

그 왕이란 사람이 판단을 잘못했군. 아예 다른 나라로 보내버리던가, 한직으로 보냈어야 했는데.

"순식간에 수도가 함락되었습니다. 첫째 형님은 도망치셨지만, 남아있던 동생들은······."

말하지 않아도 알겠다. 다 죽었겠군. 경쟁자라고 해도 자기 동생들을 죽이다니. 둘째라는 인간은 미친 인간인 게 분명하다.

"그렇게 첫째 형님의 사람들과 둘째 형님의 군대가 맞붙는 게 펠파트니스의 현재 실정입니다."

생각보다 간단하다. 그리고 상당히 귀찮다. 도대체 저 인간이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뭘까.

수상쩍다. 저렇게 다기 이야기를 줄줄이 늘어트리다니. 뭔가 이유가 있는 거다.

"제 이야기는 이것으로 끝입니다."

왕자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자네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그러게. 그론이 왕자를 바라보며 질문한다. 왕자는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저는 그때 배를 타고 무하나 공국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대사의 권한으로 말이죠."

운이 좋았군. 수도에 있었다면 죽었겠지.

"해적선들의 정체가 그거였군. 자네가 타고 있던 대사선."

그론의 말에 왕자가 고개를 끄덕인다.

"무하나 공국에 들러서 반란 소식을 들었습니다."

왕자는 한숨을 쉰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 같다.

"선원들과 이야기를 해본 결과 돌아가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펠파트니스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해봤습니다."

"그 생각의 결과가 해적질입니까?"

에스나의 말에는 명백한 비난이 담겨 있다. 그걸 알아챈 것인지 왕자가 씁쓸하게 웃는다.

"제 생각은 거기까지 밖에 미치지 않더군요. 이렇게 모은 돈으로 첫째 형님을 돕고 있습니다."

"항구도 그곳을 이용하는 거겠군."

왕자가 고개를 끄덕인다.

"첫째 형님은 주로 해안가의 지방을 통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해적 일을 할 생각을 했지요."

"그건 그런데. 왜 배 상태가 그 모양이야? 그리고 해적질을 해먹으려고 했으면서 왜 배들이 항해를 못 하게 방해했지?"

왕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더니 의문이 생겨났다. 그리고 지금이 물어볼 적시라고 판단해 물어본다.

"간단한 이유입니다. 둘째 형님에게 공격을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왕자도 해양에 진출했습니까?"

"저를 잡겠다고 나왔습니다."

에스나의 질문에 왕자가 바로 대답한다. 살짝 혀를 찬 왕자가 설명을 이어간다.

"첫째 형님이 해안을 통치한다고 해도, 전부는 아닙니다. 군사적인 요충지는 오히려 둘째 형님이 가지고 있죠."

"다른 배들의 항해를 방해한 건?"

난 오히려 이 부분이 더 궁금하다. 실제로 바다를 지배할 생각도 없었으면서.

"그것 역시 둘째 형님의 덕분입니다."

"둘째 왕자가 소문이라도 퍼트렸나 보군."

왕자는 고개를 끄덕인다. 해적질로 얻은 돈이 첫째 왕자에게 흘러들어 가는 게 보기 좋지는 않았겠지. 원래 전쟁에서 이기려면 보급을 먼저 끊어야 하는 거다.

"좋아. 대충 이해했어."

"다행입니다. 이해해주셔서."

"그런데 말이야. 가장 궁금한 게 있는데."

왕자의 눈동자를 노려본다. 왕자는 침을 삼키고 나를 바라본다. 눈동자가 불안으로 흔들린다.

"왜 이런 걸 줄줄이 말해주는 거야?"

"그냥 물어보셔서 대답했을 뿐입니다."

순식간에 불안이 사라지고 자신감 넘치는 대답이 들려온다. 자신을 감추고 타인을 속이는데 능하다. 나한테는 안되지만.

"웃기지 말고. 이런 이야기를 처음 보는 사람한테 하는 사람이 어딨어? 적인지 아군인지도 모르는 사람인데."

"도와달라고 하고 싶으시면 확실하게 말하는 게 더 좋습니다."

에스나도 왕자를 바라보며 말한다. 왕자는 한숨을 쉬고 나를 바라본다.

"예. 목적이 있어서 그랬습니다. 저기 계시는 기사님의 말 대로입니다. 도와주십시오."

처음부터 이게 목적일 거라 생각은 했다. 나야 항상 이런 일에 엮이는 인간이니까. 그런데 너무 당당한 거 아니야?

조금 전까지는 해적으로서 습격하려고 했으면서. 지금은 왕자로서 도와달라고 하네.

"도와달라니. 어떻게 말인가."

대화를 잠잠히 듣고 있던 그론이 입을 연다.

"둘째 형님의 군함들이 저희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습니다. 그 부분만 해결해 주시기 바랍니다."

"싫어."

왕자의 부탁을 딱 잘라 거절한다. 왕자의 얼굴이 굳는다. 금세 다시 풀어지지만.

"왜 싫으십니까?"

"당연히 싫지. 어찌 되었든 너희는 우리를 공격했잖아. 나는 적을 도와주는 멍청이는 아니라서."

"틀린 말은 아니지. 우리에게 이득이 될 것도 없고."

그론이 내 말에 힘을 실어준다. 왕자의 얼굴에 당황이 묻어나온다.

설마 부탁하면 들어줄 거로 생각한 거야? 왕자로서 떠받들어지는 삶을 살아서 그런 건가.

"이득은 있을 겁니다. 첫째 형님에게 부탁하면 세금 면제라던가, 작위라던가."

"나는 무하나 공국의 남작이네만. 펠파트니스에 세금을 낼 일도 없고, 다른 작위도 별로 탐나지 않네."

왕자가 에스나를 바라본다.

"저는 백룡 기사로서 따지자면 무하나 공국의 시민입니다. 또한, 교리상 작위를 받을 수도 없고요."

그런 교리도 있구나. 속세와 떨어진 삶을 살겠다는 건가.

왕자가 애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난 떠돌이 마법사라서 세금을 낼 상대가 없는데? 작위같이 귀찮은 건 싫고."

주요 인원들에게 모두 거절당했다. 왕자의 얼굴에 실망한 기색이 스쳐 지나간다.

"그럼 돈은 어떻습니까? 둘째 형님이 쌓아놓은 재산은 나눠 가질 수 있을 겁니다."

상당히 급박해 보인다.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겠지.

"백룡 기사는 개인적인 재산을 축적할 수 없습니다."

거 참 빡빡한 교리네.

"많은 돈은 많은 화를 불러오는 법이지."

그론은 철학적인 말로 돌려 거절한다. 이제 왕자는 표정을 숨길 여유도 사라졌다. 절박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내가 펠파트니스의 모든 사람보다 가지고 있는 돈이 많을걸?"

믿는 표정은 아니다. 그래도 거절의 의사는 전달되었나 보다. 왕자의 눈동자가 격하게 흔들린다.

"정말 필요 없는 겁니까?"

나를 포함한 세 명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인다. 왕자는 깊은 한숨을 쉰다.

"그럼 어쩔 수 없군요. 이 방법은 쓰고 싶지 않았습니다."

왕자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뭘 하려는 거지? 등골이 오싹해진다.

에스나와 그론도 왕자를 바라보며 칼자루에 손을 올린다. 나도 뼈 화살을 만들어내 쏠 준비를 한다.

일어선 왕자는 주변을 둘러본다. 모여있는 해적선들을 바라본다. 그리고 손을 들어 올린다.

대포를 쏘는 소리가 들려온다. 외로운 항해자 옆에서 물기둥이 치솟는다. 바다가 흔들리고 배도 같이 흔들린다.

"반응이 상당하시군요."

간신히 균형을 잡고 왕자를 바라본다. 이미 에스나가 왕자의 목에 칼을 겨누고 있다.

왕자는 두 손을 올리며 항복을 표시한다. 비릿하게 웃고 있는 표정은 항복을 뜻하지 않고 있다.

"이미 제 배들이 주변을 포위했습니다. 일제히 사격하면 이 정도 배는 순식간에 침몰합니다."

지금 협박하는 거야?

"그렇게 되기 전에 당신은 죽을 겁니다."

"그다음으로 여러분도 죽겠지요."

그러니까 지금 협박하는 거지? 다른 사람들의 목숨을 가지고.

"저도 아무런 상관없는 사람을 끌어들이고 싶지는 않습니다. 쉽게 쉽게 가자고요."

왕자가 능글맞게 웃는다. 에스나는 검을 더 바짝 가져다 덴다. 왕자의 목에서 피가 흘러내린다.

"저를 도와서 첫째 형님의 왕위 쟁탈을 도와주신다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겁니다."

"으하하하하하!"

웃음을 참지 못하겠다. 아픈 배를 부여잡고 배가 떠나가라 웃는다.

"왜 웃는 겁니까?"

목 앞에 칼이 겨누어진 왕자가 얼굴을 찌푸린다. 지금 안 웃게 생겼어? 고작 해적선 열 척으로 협박하고 있는데

너무나 재밌는 상황이다. 짜증이 날 정도로 재밌는 상황이다.

웃음을 멈추고 왕자를 바라본다. 왕자의 얼굴에 당황이 감돈다.

"아이작? 또 눈이 황금색입니다."

"알아."

그리고 권능을 사용하기 딱 좋은 상태라는 것도 알고 있지.

"철벽의 가호."

권능을 끌어올려 마법을 사용한다. 마나가 뭉텅이로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진다.

나무로 만든 배가 회색빛으로 변해간다. 그 신비롭고 놀라운 광경을 보는 모든 사람의 눈에 경악이 나타난다.

거대한 배가 전부 금속의 성질을 가지게 되는 건 순식간. 원래라면 이런 사용은 불가능하지만, 권능이 있으면 가능해진다.

"이게 무슨······."

왕자가 나를 바라본다.

"왜? 놀랐어? 이제 대포는 안 통해."

"말도 안 돼."

"마법은 원래 말도 안 되는 거야."

왕자를 보며 미소를 짓는다. 잔혹하고 비릿하게. 왕자가 두려움에 떨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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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126. 8막 2장 - 산 위의 마녀 (1)| Isaac +6 19.08.23 1,340 13 11쪽
125 125. 8막 1장 - 푹풍이 지나간 후 (2)| Isaac +4 19.08.22 1,354 1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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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123. 8막 서장 - Tempest | Isaac +4 19.08.20 1,373 17 11쪽
122 122. 7막 막간 - 마법사는 어디 계신가 | Glinda +4 19.08.19 1,437 14 11쪽
121 121. 7막 5장 - 해적왕 (4) | Isaac +6 19.08.17 1,430 14 11쪽
» 120. 7막 5장 - 해적왕 (3) | Isaac +2 19.08.16 1,425 15 12쪽
119 119. 7막 5장 - 해적왕 (2) | Isaac +2 19.08.15 1,440 13 11쪽
118 118. 7막 5장 - 해적왕 (1) | Glinda +2 19.08.14 1,472 14 11쪽
117 117. 7막 4장 - 본질에 관하여 (2) | Isaac +3 19.08.13 1,454 13 11쪽
116 116. 7막 4장 - 본질에 관하여 (1) | Isaac +2 19.08.12 1,478 13 11쪽
115 115. 7막 3장 - 외로운 항해자 (3) | Isaac +2 19.08.10 1,477 15 11쪽
114 114. 7막 3장 - 외로운 항해자 (2) | Isaac +3 19.08.09 1,505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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