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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me 님의 서재입니다.

퍼펙트 메이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justme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0
최근연재일 :
2019.12.14 07:00
연재수 :
223 회
조회수 :
408,081
추천수 :
6,068
글자수 :
1,143,357

작성
19.08.1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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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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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글자
11쪽

121. 7막 5장 - 해적왕 (4) | Isaac

DUMMY

개자식이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목에 칼이 겨누어진 상황에서 침을 삼킨다.

"뭐가 어떻게 된 겁니까."

"어떻게 되긴. 넌 끝장났다는 거지."

놈을 보고 웃는다. 놈의 얼굴이 사색이 되어간다.

천천히 놈에게 다가간다. 그 공포에 질린 얼굴을 바라본다.

"나를 죽인다면 첫째 형님이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용서하지 말라고 해. 눈에 보이지도 않는 사람은 안 무서워."

더 가까이 다가간다. 멍청이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군대를 상대할 수 있습니까? 저의 형님이 군대를 끌고 올 겁니다."

"그럼 둘째 왕자를 도와야겠네. 그래서 함께 첫째 왕자를 쳐부수면 되겠어."

손에 얼음 송곳을 만들어낸다. 천천히 놈의 눈으로 가져다 덴다. 놈의 눈꺼풀이 떨린다.

"넌 상대를 잘못 골랐어."

"아이작. 이제 충분한 거 같습니다."

에스나가 손을 뻗어 내 팔을 잡는다. 눈을 돌려 에스나를 바라본다.

"뭐가 충분한데?"

"이미 겁을 먹을 대로 먹지 않았습니까. 더는 아까 같은 헛소리를 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겠지.

"하지만 내뱉은 말에는 책임을 져야 남자지?"

에스나의 손을 뿌리친다. 막을 생각은 없는지 한숨만 내쉰다. 그론을 살짝 돌아본다.

"알아서 하게. 책임도 혼자 지고."

책임은 조금 귀찮지만, 난 이 자식을 용서하고 싶지 않다.

"인긴이 왜 죽었느냐고 물어보면, 입을 잘못 놀려서라고 말해."

"제발 살려주시오."

드디어 듣고 싶었던 말이 나온다. 왕자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온다. 죽음이 두려운 인간이 흘리는 눈물.

"싫어."

"이게 무슨 일인가요!"

갑자기 글린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글린다는 선실로 내려가는 문 앞에 팔짱을 끼고 서 있다.

글린다는 우리들의 시선을 받으면서 천천히 걸어온다. 손에 있는 얼음 송곳을 지워낸다.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나를 노려본다.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

"저 사람은 누군가요?"

글린다가 내 옆에 딱 달라붙는다. 조금 불편할 정도의 위치다.

"적입니다. 배를 침몰시키겠다고 협박했어요."

주변을 떠다니는 해적선들을 가리킨다. 글린다는 해적선을 한 바퀴 둘러본다.

"저거 다 해적이에요?"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그 사람은 해적 선장?"

내 코트 자락을 잡으며 글린다가 물어본다. 뭐하자는 거지.

"덤으로 펠파트니스의 왕자입니다."

"펠파트니스?"

글린다의 얼굴에 의문이 떠오른다.

"카이드리히 왕자?"

이름을 알고 있어? 왕자도 나도 에스나도 그론도 다른 모든 선원도 글린다를 바라본다.

"그렇게 보시면 조금 부담스러운데."

코트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아는 사이십니까?"

에스나의 질문에 글린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굳이 따지자면 사촌이죠."

사촌? 그론과 왕자의 얼굴에도 당황의 빛이 여려 있다.

"제 어머니 성함은 루오니아 로한 알카이저. 펠파트니스의 공주였어요. 현왕의 누나일걸요?"

이게 이렇게 이어지네. 상당히 당황스럽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지?

"오스왈츠 백작의 자녀십니까?"

왕자는 구원의 빛이라도 본듯한 표정을 짓는다. 글린다는 왕자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인다.

"글린다 알폰소 오스왈츠입니다."

글린다가 가볍게 허리를 숙여 인사한다. 그 와중에도 내 코트를 놓지 않는다.

왕자는 안도의 한숨을 쉰다. 에스나가 나를 바라본다.

"놔줘."

에스나가 왕자의 목에 겨누던 검을 거두어간다. 왕자는 목에서 흐르는 피를 손으로 훔친다.

"그런데 해적 선장이 왕자였어요?"

"내전이 일어나서 해적질로 번 돈으로 지원하고 있답니다."

"소문은 들었는데 진짜였구나."

별다른 감흥은 없나 보다. 외가와 친하지는 않았나 보다.

"다행입니다. 이런 장소에서 친척을 만나다니."

몸이 자유로워진 왕자는 글린다에게 다가온다. 표정이나 자세가 예사롭지 않다. 상당히 변태 같다.

글린다는 내 뒤로 몸을 숨기고 왕자를 바라본다. 왕자는 글린다의 감정은 신경 쓰지도 않는지 더 가까이 다가온다.

"마법사님. 저 인간 발로 차버리세요."

왜? 의문이 들지만, 질문은 나중에 해도 된다.

"알겠습니다."

가까이 다가온 왕자의 가슴을 발로 밀어 찬다. 왕자는 그대로 뒤로 굴러버린다.

"제가 그쪽이랑 사촌은 맞겠지만. 저는 알카이저 가문을 엄청 싫어하거든요?"

글린다가 고개만 빼꼼 내밀고 혀를 내민다. 여기도 메롱이라는 것이 있군.

왕자는 쓰러진 채로 상체만 일으켜 글린다를 바라본다. 그 눈동자에는 당황과 공포가 가득하다.

믿었던 구원이 거짓이었다. 유일한 활로가 사로였다. 그렇게 느끼고 있겠지.

"그래서 어떻게 된 건 지 자세히 설명해 주실래요?"

"간단하게 말해서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뭘요?"

"둘째 왕자의 군함들이 자신들을 노린답니다. 그래서 해결해 달라고 했죠."

글린다는 아직 바닥에 쓰러져 있는 왕자를 바라본다.

"협박은 어디서 한 거에요?"

"안 도와주겠다고 했더니 배를 침몰시키겠다고 하더군요."

"이건 그걸 막기 위한 건가요?"

글린다가 회색으로 반짝이는 갑판을 발로 두드린다.

"예전에 보았던 그 마법입니다."

마차를 타고 움직일 때 한 번 썼었지. 기억하고 있는지 글린다는 고개를 끄덕인다.

"제발 저를 도와주십시오!"

왕자의 외침. 쓰러졌던 그 자리에 엎드려 있다. 협박 다음에 비굴하게 빌기라니. 여러모로 대단하다.

"으엑."

글린다가 작은 소리로 감상을 내뱉는다. 그론과 에스나도 그 모습을 보고 한숨을 쉰다.

"당신의 도움이 없으면 펠파트니스는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왕자도 땅에 머리를 박는다. 강철의 성질을 가진 갑판은 손쉽게 왕자의 이마를 찢는다. 글린다는 양손으로 내 코트를 꼭 쥔다.

"그래 봤자 반란이잖아. 심지어 왕조가 바뀌는 것도 아니고. 그냥 운명이라고 생각해."

저 인간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 눈곱만큼도 들지 않는다. 오히려 혐오스럽지. 자신이 위에 있다고 판단하면 협박하고, 힘에서 밀리면 비굴하게 애원하고. 마음에 안 든다.

왕자는 머리를 땅에 박은 채 움직이지 않는다. 흘러나온 피가 갑판을 적신다.

"어떻게 할 텐가?"

그론이 나를 바라보며 질문한다.

"그냥 죽으라고 내버려두죠. 해적들은 바다에 수장시켜 버리고."

용오름이라도 한 번 더 쓰면 될 거다.

그론은 내 대답에 작게 한숨을 쉰다. 에스나도 불만이 있는 것 같지만 반대하지 않는다.

"잠시만요."

글린다가 얼굴을 내밀어 나를 올려다본다.

"정말 죽일 생각이세요?"

"저는 적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습니다."

내 사상이랑은 잘 맞지 않나 보다. 글린다의 얼굴이 굳어진다.

"그냥 얌전히 돌려보내면 안 되나요?"

그런 거 별로 안 좋아하는데.

"그리고 기왕이면 도와주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거 같아요."

그건 정말 안 좋은 거 같은데.

"알카이저 가문과 사이가 안 좋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글린다가 내 시선을 피한다.

"어···. 개인사에 가정사가 끼어있는 거라서···."

가정사는 파고들고 싶지 않은데.

"아무튼! 도와줬으면 좋겠습니다!"

역시 글린다. 엄청난 수준의 자기주장. 한숨이 나오는 상황이지만, 글린다의 주장을 꺾는 게 더 귀찮은 일이다.

"우리 시간은 괜찮은 겁니까?"

그론을 바라보며 질문한다. 그론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펠파트니스 정도면 들렀다 갈 수 있을걸세."

칫. 시간을 문제 삼아서 거절할 생각이었는데. 어쩔 수 없다.

"알겠습니다. 조금 돕도록 하죠."

"감사합니다!"

머리를 땅에 박고 있던 왕자가 다시 움직인다. 머리를 들고 갑판에 강하게 부딪힌다.

"그만하라고."

내가 중지를 요청하기 전까지 몇 번이고 머리를 박았다. 다시 생각하는 거지만 여러모로 대단하다.

갑판에 머리 박기를 멈춘 왕자가 고개를 들어 올린다. 이마에서 흘러내린 피가 얼굴을 가린다.

"감사합니다."

으윽.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다.

"일단 좀 치료를 시키죠."

그론이 고개를 끄덕이고 손짓으로 선원을 부른다. 선원 하나가 깨끗한 천을 들고 와 피를 닦아준다.

"감사합니다."

왕자가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한다. 분명 협박까지 했으면서. 진짜 여러모로 대단하다.

"좋아. 그럼 둘째 왕자를 만나러 가보자고. 어디 있는지는 알지?"

"제 배를 타고 항구 근처로 가면 확실히 쫓아올 겁니다."

미끼를 던지는 건가. 확실히 이길 방법이 있다면 나쁜 방법은 아니지.

"좋아 그럼 네 배로 넘어가자."

"감사합니다."

그 말 밖에 할 줄 모르는 건가.

한숨을 쉬고 앞으로 걸어나간다. 누군가 코트를 잡고 있지 않았다면.

글린다가 옷을 붙잡고 있어서 걸어갈 수 없다. 글린다는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있다.

"글린다 양? 그렇게 붙잡고 있으면 제가 갈 수 없는데요?"

"가지 마요."

글린다가 고개를 젓는다. 의미불명. 가지 말라니. 그것도 의미불명. 볼을 왜 부풀리는 거지. 이것도 의미를 모르겠다.

"저기 글린다 양? 어 왕자를 도우려면 가야 합니다만?"

"싫어요."

망할.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한숨을 쉰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어. 글린다 양이 부탁하지 않았습니까?"

"그래도 싫어요."

글린다의 말에는 논리라고는 없다. 그냥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거다. 생각을 거치치 않고 말이다.

"뭐가 그렇게 싫으신 겁니까?"

당황 때문에 말도 제대로 못 하는 나 대신에 에스나가 질문한다. 글린다는 고개를 돌려 에스나를 바라본다.

"마법사님이랑 떨어지는 게 싫어요."

클럭. 마른기침이 터져 나온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지? 난 여자에게 면역이 없단 말이야.

그론도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에스나의 얼굴은 보이지 않아도 당황하고 있을 게 분명하다.

"어디 가지 마세요."

켁. 글린다가 나를 바라보며 말한다. 눈물이 아롱이는 눈이다. 예전에 소설에서 읽었던 여자의 파괴력이란 이런 건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는다. 그냥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한다. 눈앞도 하얗게 변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하아."

옆에서 에스나의 한숨이 들린다.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코트를 잡고 있던 손이 놓인다.

시야가 돌아온다. 머릿속에 색깔이 돌아온다. 고개를 돌려 글린다가 있던 자리를 바라본다.

"글린다는 제가 데리고 있겠습니다."

에스나가 글린다를 어깨에 메고 있다. 축 늘어진 걸 보아 기절한 상태로 보인다. 다행이다. 되게 무서웠었어.

"괜찮으십니까?"

고개를 젓는다.

"여러 가지 의미로 충격이었어."

"그렇겠지요. 아무튼, 빨리 일을 처리하고 돌아오면 좋겠습니다."

"그럴 거니까. 걱정하지 마."

빨리 안 돌아오면 여러 가지 의미로 위험할 거다.

"그러니까 거기 자빠져 있는 왕자 놈. 빨리 가자고."

왕자의 뒷덜미를 잡아채고 공중으로 날아오른다. 올 때도 이런 방식이었기에 왕자는 놀라지 않는다.

"우리도 쫓아갈까?"

밑에서 그론이 소리친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원래 항로대로 가고 계시면 마법으로 돌아오겠습니다!"

공간이동 정도면 충분하겠지. 왕자를 손에 든 채로 해적선을 향해 날아간다. 둘째 왕자를 빨리 부숴버리고 돌아오자.

글린다는······. 나중에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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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 126. 8막 2장 - 산 위의 마녀 (1)| Isaac +6 19.08.23 1,340 13 11쪽
125 125. 8막 1장 - 푹풍이 지나간 후 (2)| Isaac +4 19.08.22 1,354 16 11쪽
124 124. 8막 1장 - 푹풍이 지나간 후 (1)| Isaac +2 19.08.21 1,387 15 11쪽
123 123. 8막 서장 - Tempest | Isaac +4 19.08.20 1,373 17 11쪽
122 122. 7막 막간 - 마법사는 어디 계신가 | Glinda +4 19.08.19 1,437 14 11쪽
» 121. 7막 5장 - 해적왕 (4) | Isaac +6 19.08.17 1,431 14 11쪽
120 120. 7막 5장 - 해적왕 (3) | Isaac +2 19.08.16 1,425 15 12쪽
119 119. 7막 5장 - 해적왕 (2) | Isaac +2 19.08.15 1,440 13 11쪽
118 118. 7막 5장 - 해적왕 (1) | Glinda +2 19.08.14 1,472 14 11쪽
117 117. 7막 4장 - 본질에 관하여 (2) | Isaac +3 19.08.13 1,455 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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