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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me 님의 서재입니다.

퍼펙트 메이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justme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0
최근연재일 :
2019.12.14 07:00
연재수 :
223 회
조회수 :
408,022
추천수 :
6,068
글자수 :
1,143,357

작성
19.08.2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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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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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글자
11쪽

123. 8막 서장 - Tempest | Isaac

DUMMY

맑은 하늘을 바라보기 위해서는

폭풍의 눈으로 들어가야 한다


폭풍 속으로

그 혼돈과 파괴 속으로

한 줌의 평안을 위하여​


- 시, `폭풍 속으로` 전문 -


배가 흔들린다. 나무 천장이 흔들린다. 폭풍이 다가온다는 말이 진짜구나.

항구를 떠난 지 23일째. 어젯밤부터 하늘이 불온했다. 먹구름이 가득하고 파도가 강하게 쳤지.

그론이나 다른 선원들은 이틀 내로 폭풍의 영향권에 들어간다고 했다. 별일 없을 거라고도 했고.

그런 말은 믿지 않지만. 분명 저 폭풍은 엄청난 폭풍일 거다. 내 인생이 원래 그렇다.

"아이작. 들어가도 되겠나?"

문밖에서 그론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예감이 좋지 않다.

"들어오시죠."

그렇다고 하더라도 문밖에 세워둘 수는 없지. 내 허락을 받자 그론은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온다.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침대에 걸터앉는다. 그론은 좋지 않은 표정으로 한숨을 쉰다.

"뭐가 문제입니까?"

안 좋은 예감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그론이 한숨을 쉬는 동안 배가 크게 흔들린다.

"이게 문제일세."

폭풍이구먼. 이럴 줄 알았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

"무슨 도움이 필요한 겁니까?"

"일단 따라오게."

그론이 방을 나선다. 한숨을 한 번 더 쉬고 그 뒤를 따라간다.

"어? 어디 가세요?"

문을 나서는 순간 글린다와 마주쳤다. 돌아왔을 때는 어색했지만, 금방 원래대로 돌아갔다.

"그론 씨에게 제 도움이 필요해서요."

배가 다시 거세게 출렁인다. 나와 글린다 그론은 간신히 균형을 잡았다.

방 하나에서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글린다의 방과 마주 보는 곳.

"저기 맥 방이죠?"

글린다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인다.

"빨리 가보세요. 급한 일인 거 같네요."

그론은 벽에 몸을 기댄 체 초조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꽤 심각한 일이구나.

"별일 없을 테니 방에 들어가 계세요."

배가 또 흔들린다. 맥의 방에서는 뭔가 부딪히는 소리가 또 들려온다.

글린다는 한숨을 쉬고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얼른 따라오게. 눈치챘듯이 별로 좋은 상황은 아니라네."

그론은 복도를 걸어간다. 발걸음에서 급하다는 것이 느껴진다. 도대체 무슨 상황이길래.

혀를 한 번 차고 그론을 따라서 계단을 올라간다. 식당을 지나서 갑판에 올라온다.

"우와와아."

감탄이 나올 정도의 광경이다. 거센 바람에 눈을 뜨기도 쉽지 않다. 굵직한 빗줄기가 전신을 때린다. 하늘은 온통 먹구름에 상당히 높은 파도. 배라는 거 생각보다 안 흔들리는 거였구나.

"어떻게 된 겁니까!"

천둥과 바람 때문에 소리 질러야만 의사소통할 수 있다. 그론은 나를 바라보며 소리친다.

"보면 모르겠나! 폭풍에 휘말렸네!"

별일 없을 거라며. 당연히 믿은 적은 없지만. 그저 불운한 내 인생을 한탄해야지.

"어떤 도움이 필요한 겁니까!"

"몰라! 그냥 적당히 뭐든 해보라고!"

어려운 부탁이다. 미안하게도 나는 능동적인 삶을 살지 않은 사람이라. 일단 뭐든 해보자.

"무풍 강화."

바람 마법을 막는 마법. 말 그대로 바람을 그치게 한다. 문제는 거의 쓰지 않는 마법이라 레벨이 낮다는 것.

앞으로 내뻗은 손이 반짝인다. 손을 중심으로 마법이 퍼져나간다. 바람이 약해진다. 상대적으로 말이다.

약해진 바람으로도 균형을 잡기 어렵다. 얼마나 강한 바람인 거지.

"선장! 이건 좀 무리일 거 같은데?"

선원 하나가 앞을 가리킨다. 그곳에는 높다란 파도가 그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배의 높이에 맞먹는다. 끝내주는군.

"저건 좀 심하네."

솔직한 감상이 입 밖으로 튀어나온다.

"아이작! 어떻게 해보게!"

저런 걸 어떻게 하라고. 너무 무리한 부탁을 하는 거 아니야?

다가오는 파도를 바라본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크다. 저거 못 막으면 위험하겠지. 방법을 떠올리자. 분명 있을 거다.

생각하자. 머리를 굴리자. 마법을 떠올리자. 파도를 잠재울 만한 게 있나?

"아이작!"

"마법사님!"

그론과 선원들이 나를 부른다. 마침 떠오른 게 있다. 기대에 부응해 줘야지.

"부양."

비행 마법의 강화판. 비행은 내 몸과 사람 크기 정도의 물체를 띄우는 마법이다. 부양은 그보다 더욱 큰 물건, 예를 들면 배 정도의 물체를 들어 올리지.

실제로 쓰이는 마법은 아닌지라 기억 저편에 잠들어 있었다.

"으아앗! 이건 또 뭔가!"

그론이 비명을 지른다. 당연히 지르겠지. 항상 바다에 떠 있던 배가 하늘로 올라가고 있으니.

배가 공중에 날아오른다. 다가오던 파도는 배의 밑을 살짝 스치고 지나간다. 바람은 여전히 그대로지만, 마법으로 떠오른 배는 흔들리지 않는다.

"뭐가 어떻게 된 건가."

그론이 한숨을 쉬며 나에게로 다가온다. 배가 흔들리지 않으니 움직이는 것도 문제가 없다.

"그냥 평범한 마법입니다."

"이게 평범이면 전 나가 죽어야겠네요."

선실로 내려가는 문을 열고 쿠로가 나타난다. 입가에는 쓴웃음이 걸려있다.

"어차피 오래 유지 못 해. 이런 용도로 쓰는 마법도 아니고."

배가 떠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앞으로 3분 정도. 부양 마법이 모두의 기억 속에서 잊히는 원인 중 하나다.

다른 이유로는 너무 많이 사용되는 마나. 거북이 수준의 이동속도가 있지.

"이 상태로 폭풍을 빠져나가지는 못하나?"

그론의 질문에 고개를 젓는다.

"불가능합니다."

각성하고 권능을 쓰면 가능할 거 같긴 하다. 그런데 지금 각성할 기분이 아니란 말이지. 재미보다 짜증이 더 강하다.

내 대답을 들은 그론은 혀를 짧게 찬다.

"이 상태는 오래가지 않는단다! 다들 긴장 풀지 마!"

선원들이 한목소리로 대답한다. 표정에 가득하던 경악과 놀람은 사라졌다. 프로는 프로구나.

"근본적으로 날씨를 조종할 수는 없나?"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

"얼마 정도?"

마법진 그려야 하고, 재료도 좀 필요하고, 발동 시간도 있으니까.

"한 시간 정도?"

그론이 한숨을 쉰다. 실망한 것 같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마법은 만능이 아닌걸.

"그냥 버텨내는 수밖에 없겠군. 쿠로. 선실에 있는 사람들을 다 식당으로 모아주게."

"알겠습니다."

쿠로는 다시 선실로 내려간다. 아직 떠 있는 배는 바람에 조금씩 흔들린다.

"이제 어떻게 할 겁니까?"

그론은 가만히 하늘을 바라본다.

"빠져나가기에는 늦었어. 그저 기도하고 신께 맡겨야지."

그냥 기다리는 건 별로 안 좋아하는데. 병실에 누워 있을 때 할 수 있던 건 기다리는 것뿐이었거든.

"선장 번개입니다!"

하늘의 먹구름이 하얗게 번쩍인다. 벼락이 떨어질 조짐이 보인다.

아무것도 없는 바다에서 가장 높은 것은 공중에 뜬 이 배. 저 번개는 무조건 이곳으로 떨어진다. 그것도 돛대로.

굉음과 함께 눈앞이 새하얘진다. 벼락이 떨어졌다. 눈과 귀가 아프다. 이명이 들린다.

"돛대가 무너진다!"

서원 하나가 소리친다. 벼락을 맞은 돛대가 부러져서 기울기 시작한다.

"젠장!"

그론의 외침을 들을 시간은 없다. 그대로 무너져 내리는 돛대를 향해 달려간다. 비바람이 온몸을 적신다.

"복원!"

돛대에 손을 데고 마법을 사용한다. 돛대가 다시 일어서기 시작한다. 탄 흔적은 사라지고 부러진 부분이 원래대로 돌아간다.

"정말 놀랍군."

지금이 감탄할 때인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도 아니다. 배가 서서히 내려가기 시작한다. 부양의 효과가 끝이 났다. 이제 파도도 우리를 공격할 거다.

거대한 배에 걸맞게 거대한 소리와 함께 바다에 닿는다. 파도가 배를 난타한다. 배가 이리저리 기운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선실로 통하는 문을 박차고 에스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나오자마자 하얀 갑옷이 비에 흠뻑 젖는다.

이런 와중에도 용케 갑옷을 입었네. 아니면 잠을 잘 때도 입고 있는 걸까.

"이게 무슨···."

갑판의 광경을 본 에스나가 멈춰 선다. 쉽게 입을 열지 못한다.

바람과 파도에 흔들리는 배. 균형을 잡지 못해 비틀거리는 선원들. 사람 키만 한 파도. 놀라운 광경이긴 하지.

"민간인은 식당에 가 있어!"

그론은 에스나를 보자마자 소리 지른다.

"뭔가 도움이 될 만한."

"없어! 방해되니까 내려가!"

신경이 곤두선 모양이다. 에스나는 아무 말도 없이 뒤로 돌아 내려간다.

"그런데 민간인이라고 하면 저도 민간인 아닙니까?"

그론은 나를 돌아보며 소리친다.

"하! 마법사는 민간인이 아니야!"

특이한 논리네.

"거기 밧줄 풀린다! 더 단단히 묶어!"

나도 내 일이나 해야지. 일단 당장 보이는 위협은 없다. 그래도 언제든 마법을 사용하게 준비하자.

물품창에서 마나 회복제를 꺼낸다. 부양이나 복원 때문에 마나를 많이 썼다.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자.

"제기랄! 앞에 소용돌이!"

뭐? 소용돌이? 선원의 외침을 듣자마자 앞으로 달려나간다. 선두의 난간에 몸을 기대고 앞을 내다본다.

바다에 구멍이 뚫린 게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물이 저렇게 빨려 들어가지 않을 거다. 너무나 거대한 소용돌이.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회전한다.

"노를 저어! 휘말리면 끝이다!"

폭풍을 피해 배 안으로 집어넣었던 노들이 밖으로 나온다. 몰아치는 파도를 헤집는다.

"휘말렸습니다! 빨려 들어갑니다!"

선원들의 비명이 들린다. 어떻게 해야 하지? 부양의 재사용 대기시간은 아직 남아 있다.

"아이작! 방법을 생각하게!"

방법? 무슨 방법이 있지? 떠올리자. 떠올리자. 배를 들어 올리거나 소용돌이를 잠잠하게 할 마법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분명 그전에 빨려 들어간다.

그럼 내가 가지고 있는 게 뭐지? 마법들. 마법 물품들. 물약들. 방법이 떠올랐다.

"가져오기 천사의 세레나데."

천사의 세레나데에는 재사용 대기시간 초기화가 달려있다. 이걸 마시고 부양시키면 되는 거다. 간단하네.

배가 크게 출렁인다. 파도가 배의 옆구리를 후려친 모양이다. 갑판이 크게 기운다. 균형을 잃는다. 손에 들고 있던 병을 놓친다. 천사의 세레나데가 갑판에 흩뿌려진다.

아깝다는 생각을 할 때가 아니다. 다시 꺼낼 시간은 없다. 이미 배는 소용돌이에 삼켜진 상태다.

최후의 방법을 쓸 때가 왔다. 이건 정말 최악의 방법이지만, 효과는 끝내주지.

"긴급 탈출!"

배가 덜덜 떨린다. 그 위에 있는 선원들의 몸도 흔들린다. 배가 어딘가로 빨려 들어간다.

"이게 뭔가!"

"아무튼, 좋은 겁니다."

그론의 질문에 대충 대답한다. 머리가 몽롱하다. 벌써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흔들리지도 않는 배 위에서 몸을 비틀거린다. 간신히 난간을 붙잡는다.

"자네 괜찮은 건가?"

대답할 힘도 없다. 주변의 풍경이 새하얗게 변한다. 마법은 성공이다.

하얀 풍경이 고속으로 회전한다. 놀란 선원들은 배의 중앙으로 모인다. 그론도 주변을 바라보며 침을 삼킨다.

몸에 힘이 빠진다. 빗물로 가득한 갑판에 쓰러진다. 이제 안전은 확실하니 조금 기절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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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131. 8막 3장 - 유령선장 (2)| Isaac +2 19.08.29 1,238 14 11쪽
130 130. 8막 3장 -유령선장 (1) | Isaac +2 19.08.28 1,289 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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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7 127. 8막 2장 - 산 위의 마녀 (2)| Isaac +2 19.08.24 1,307 15 11쪽
126 126. 8막 2장 - 산 위의 마녀 (1)| Isaac +6 19.08.23 1,340 13 11쪽
125 125. 8막 1장 - 푹풍이 지나간 후 (2)| Isaac +4 19.08.22 1,354 16 11쪽
124 124. 8막 1장 - 푹풍이 지나간 후 (1)| Isaac +2 19.08.21 1,386 15 11쪽
» 123. 8막 서장 - Tempest | Isaac +4 19.08.20 1,373 17 11쪽
122 122. 7막 막간 - 마법사는 어디 계신가 | Glinda +4 19.08.19 1,437 14 11쪽
121 121. 7막 5장 - 해적왕 (4) | Isaac +6 19.08.17 1,430 14 11쪽
120 120. 7막 5장 - 해적왕 (3) | Isaac +2 19.08.16 1,424 15 12쪽
119 119. 7막 5장 - 해적왕 (2) | Isaac +2 19.08.15 1,439 13 11쪽
118 118. 7막 5장 - 해적왕 (1) | Glinda +2 19.08.14 1,471 14 11쪽
117 117. 7막 4장 - 본질에 관하여 (2) | Isaac +3 19.08.13 1,454 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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