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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me 님의 서재입니다.

퍼펙트 메이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완결

justme
작품등록일 :
2019.04.01 10:10
최근연재일 :
2019.12.14 07:00
연재수 :
2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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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8,2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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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43,357

작성
19.08.0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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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자
11쪽

112. 7막 2장 - 항구 도시 (3) | Isaac

DUMMY

그론의 집무실. 나무로 된 책상, 나무로 된 책장, 나무로 된 의자. 벽 한 면에 뚫린 창문으로는 바다에 떠 있는 배가 보인다.

"좋아. 일단 내 소개를 먼저 해야겠군."

책상 옆에 자리를 잡은 그론이 옷매무새를 고친다. 잠시 헛기침을 하고 우리를 바라본다.

"내 이름은 그론 홀스타. 무하나 공국의 남작이다. 무하나 공국 선단의 선주중 하나기도 하고."

귀족이었구나. 외모는 해적에 더 어울린다.

"덤으로 백룡 기사의 후원자 중 한 분이십니다."

에스나가 부족한 설명을 보충해준다.

"백룡 기사의 해상 운송을 도와주고 있지."

그론이 콧방귀를 끼며 고개를 끄덕인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다. 백룡 기사를 돕는 일에 자부심을 느끼는 듯하다.

"이제 그쪽에서 소개할 차례로군."

그론이 우리를 바라본다.

"이 분은 글린다 입니다."

소개는 에스나가 대신해준다. 그론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다 멈춘다. 고개를 들고 크게 뜬 왼눈으로 에스나를 바라본다.

"글린다라면 큰뱀의 아이?"

이 사람도 알고 있네. 글린다는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인상을 찌푸린다.

"그 글린다가 맞습니다."

에스나가 고개를 끄덕인다.

"놀랍군. 생포하다니."

"생포는 아닙니다만."

글린다가 그론의 말에 반박한다.

"전 스스로 따라온 거지 잡힌 게 아닙니다."

그론은 그런 글린다의 말에 크게 웃는다. 방이 떠나갈 정도의 큰 웃음. 귀를 막고 싶을 정도로 시끄럽다.

"소문대로 재미난 친구로군."

"저에 대해 무슨 소문이 있는 겁니까?"

"테페리의 오스왈츠 백작가에 막내딸이 한 성격 한다는 소문. 예전에 기사도 하나 때려눕혔다지?"

처음 듣는 이야기다. 기사를 때려눕혔다니. 글린다를 바라본다. 글린다는 미간을 모으고 그론을 노려본다. 소문이 사실인 것 같다.

"여기 이 사람은 맥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맥은 허리를 숙여 그론에게 인사한다. 맥에게는 별 관심이 없는지 그저 고개를 끄덕인다.

"이 분은 마법사인 아이작입니다."

"반갑습니다. 아이작입니다."

가볍게 고개를 숙인다.

"마법사?"

그론이 나에게 관심을 보인다. 정확히 말하면 마법사라는 직함에.

"그렇습니다."

"호오."

별로 기분 좋은 시선은 아니다. 불길한 감각이 몸을 감싸고 지나간다.

"일단 일행 소개는 이렇게 끝입니다."

그론은 에스나의 말에 반응하지 않는다. 그냥 나를 바라볼 뿐. 으아. 싫다. 저런 시선.

"그론?"

"아! 미안하군. 제대로 된 마법사를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라서 말이지."

그론은 박수를 치며 에스나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좋아. 그래서 무슨 일이지?"

"당연히 무하나 공국으로 가는 배편을 구하러 왔습니다."

에스나의 말에 그론이 한숨을 내쉰다. 그러고는 의자에 앉는다.

"배편을 구하는 건 힘들 거네. 지금 상당히 곤란한 일이 발생했어."

그론은 한숨을 내쉰다. 이럴 줄 알았다. 왠지 불안하더라.

"다른 사람들도 같은 이유로 바쁜 겁니까?"

"그렇다네."

또 한숨을 내쉰 그론이 고개를 끄덕인다.

"내해에 해적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네."

"해적이요?"

맥이 딸꾹질한다. 해적이라는 단어 하나에 반응하다니.

"자칭 해적왕이라는 인간이 내해의 바다를 자기의 영토라고 선포했어."

해적왕이라니. 작명 센스가 대단하다.

"해군은 뭘 하고 있는 건가요?"

글린다가 대화에 끼어든다. 그론은 다시 한숨을 쉬고 질문에 대답해준다.

"첫 출병 때 함선 다섯을 잃고는 몸을 사리고 있지."

함선 다섯이면 어느 정도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군함을 다섯 척이나?"

에스나가 이를 간다. 저 반응으로 보건대 다섯 척이면 큰 숫자란 걸 알 수 있다.

"도대체 해적은 몇 척이나 가지고 있는 겁니까?"

"120척. 함선만 따져서. 다른 배까지 전부 합치면 500척이 넘어간다는군."

역시나 감이 잡히지 않는다. 이래서 눈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다.

"그 정도면 일개 국가 수준의 함대지 않습니까."

에스나의 목소리가 굳어있다. 글린다의 표정도 얼어붙어 있다. 맥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 아마 나도 비슷하겠지.

그론은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낸다. 흔히 시가라고 부르는 궐련 담배. 입에 담배를 문 그론은 손에 끼고 있는 반지를 담배의 끝에 가져다 댄다.

반지의 붉은 보석이 빛난다. 담배에 불이 옮겨붙는다. 일종의 마법 물품인 건가.

"아무튼, 그런 해적들이 가득해서 우리도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말을 하는 그론의 입에서 연기가 내뿜어진다. 글린다는 얼굴 앞에서 손을 내저으며 연기를 내쫓는다.

"배가 움직이지 못하니 화물들이 쌓여 있고, 승객들도 오가지 못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손해만 보고 있지."

자세히는 몰라도 힘들겠다. 그론의 얼굴에 주름이 깊어진다.

"그럼 저희도 무하나 공국으로 못 가는 겁니까?"

"당연하지."

에스나가 한숨을 내쉰다.

"그럼 지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거야?"

글린다의 질문에 에스나는 고개를 젓는다.

"육로를 택하면 3개월은 더 걸립니다. 어떻게든 배를 타야 합니다."

"안 돼. 절대 안 돼. 난 내 배를 잃을 생각이 없어."

배의 주인이 딱 잘라 말한다.

"그냥 통행세를 주면 되는 거 아닙니까?"

그것도 방법의 하나겠군. 어차피 해적들은 돈만 받으면 되는 거니까.

"그랬으면 나도 그냥 돈으로 넘어갔지. 놈들은 자신들을 란타 내해의 실질적 지배자로 인정해 달라고 했어. 인정받기 전까지는 모든 배를 침몰시키겠다고 선언도."

"돈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군요."

글린다가 한숨을 내쉰다.

"몰래 지나가는 건 어떨까요?"

맥이 손을 들어 올리며 의견을 제시한다.

"그게 가능했으면 이런 걱정은 안 하지."

그론은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한숨을 쉰다.

"다른 방법이 아예 없는 겁니까?"

"작은 낚싯배 하나를 빌려보는 방법은 있어."

미친 짓이로군. 우리 중에 배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없는 거 맞지?

"다른 방법도 하나 있네만."

그론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본다. 별로 좋은 눈빛은 아니다. 나한테 뭘 시킬 생각이지.

"아이작. 자네 실력이 어느 정도지?"

물론 세계 최강이죠. 이렇게 말하면 안 된다. 절대 안 돼. 좋아. 거짓말을 하는 거다.

저는 그냥 평범한 마법사입니다. 이 정도면 될 거다.

"아이작은 세계 최고의 마법사입니다."

"이 자식아!"

에스나가 다 말해버렸다. 그냥 부드럽게 넘어가고 싶었는데. 이제 진짜 큰일 났다. 봐라. 그론의 눈동자를. 으으. 소름 돋아.

"오호. 세계최강?"

"아닙니다. 그럴 리가 없지 않습니까!"

"차원이탈자입니다."

"으아아아!"

저 인간이 또! 내가 숨기고 싶은 건 다 말하고 다니네! 에스나가 나를 돌아본다. 저건 일부러 저러는 거다. 내가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차원이탈자라면 세계 최강이 맞겠군."

그론의 눈동자가 반짝인다. 망했다. 망했어.

"그럼 방법이 있지! 그냥 해적 같은 건 다 부수고 가면 되는 거야."

아니. 내가 다 부수고 그런 건 좋아하긴 하는데. 그것도 내가 원할 때 해야 재밌지. 다른 사람이 시켜서 하면 재미없단 말이야.

한숨만 나온다. 그래도 그론의 말대로 하는 게 가장 효율적일 거다. 어차피 바다를 건너려면 해적을 만날 테고, 그러면 어찌 되었든 내가 나서야 할 테니.

"마법사님. 가능하시겠죠?"

글린다가 나를 바라보며 말한다. 맥과 에스나도 나를 바라본다. 나에게 걸린 기대가 이렇게 크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알겠습니다. 제가 어떻게든 해보죠."

"좋아! 그럼 출항을 준비해야겠군!"

나의 한숨 섞인 대답에 그론이 책상을 치며 일어선다.

"내려와서 구경이나 하고 있으라고!"

밝게 웃으며 집무실을 빠져나간다. 주인이 사라진 집무실에 남은 우리. 다른 사람은 없다.

좋아. 그럼 해결해야 할 일을 해 볼까?

"어. 아이작? 그런 표정으로 다가오시면 약간 무섭습니다만."

에스나가 뒤로 물러선다. 그론의 책상에 부딪히고 멈춰 선다.

"저. 마법사님?"

겁먹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글린다를 지나친다. 그대로 딸꾹질을 하는 에스나의 앞에 멈춰 선다.

"어···. 저기···.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목소리에 진심이 담겨 있지 않다.

"죄송할 일은 하면 안 되지. 핵 꿀밤."

주먹을 들어 올리고 하얀 투구를 향해 내려친다. 방안을 가득 채우는 충돌음. 글린다가 경악의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에스나가 비틀거리더니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주저앉는다. 기절했는지 고개를 푹 숙이고 반응을 하지 않는다.

"주···. 죽은 거에요?"

맥이 겁먹은 목소리로 물어본다.

"설마 죽었겠어? 이걸로 안 죽어."

특이한 이름의 마법 핵 꿀밤은 절대 상대를 죽일 수 없다. 체력이 1이 될지언정 죽지는 않는다. 잠시 기절 정도는 하겠지만.

심지어 마법을 방어하는 백룡 기사의 갑옷이 있으니 금방 깨어날 거다. 봐라. 손을 움찔거리잖아.

"정신 차렸으면 일어나."

"너무하신 거 아닙니까. 어떻게 마법으로 사람을 때립니까."

에스나가 신음을 흘리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다른 사람의 신상 정보를 함부로 말하면 그렇게 되는 거야."

"어···. 괜찮은 거 맞지?"

글린다가 걱정이 되는지 에스나에게 다가간다.

"괜찮습니다. 골이 흔들린 것 같지만 괜찮습니다."

저놈 또 비꼬고 있네.

"아무튼, 밑으로 내려가 보자. 말하는 걸 보니까 금방 출항할 거 같더라."

"알겠습니다."

에스나는 비뚤어진 투구를 고쳐 쓴다. 완전히 정신을 차린 걸 확인하고 집무실을 벗어나 계단으로 내려간다.

"화물 선적 확인서 가져와!"

"창고에도 연락 돌려!"

"선원들 모집했습니다!"

처음 봤을 때와 상황이 다르지 않다. 오히려 더 바빠진 거 같다. 사무소 사람들이 서류를 들고 이리저리 오간다. 통신용 수정 구슬을 붙잡고 말을 한다. 그론은 책상에 올라서서 사람들을 지휘하고 있다.

"왔나! 조금만 기다리라고!"

계단을 내려오는 나를 보고 소리 지른다. 그리고 다시 직원들에게 명령한다.

"아직 바쁜가 보네요."

글린다가 계단 난간 너머로 몸을 내민다. 위험해 보이지만 떨어지면 마법으로 붙잡으면 되니까.

"진짜 바빠 보이네요."

엄청 바쁠 거다. 갑자기 출항을 결정했으니. 처리해야 할 것이 산더미일 거다.

"그래도 금방 정리될 겁니다. 그론은 뛰어난 사람이니까요."

글쎄다. 이 상황이 개인이 뛰어나다고 해결될까?

"거기 승객분들은 짐이나 챙겨 오시지! 3번 부두로 오면 돼!"

그론이 손가락으로 우리를 가리키며 소리친다. 짐 챙길 게 있나? 대부분은 내가 물품창에 집어넣고 다니는데.

"말을 데려와야겠군요."

아. 말이 있었지. 여관 밑의 마구간에 맡겨놓은 에스나의 말.

"그럼 움직이자고."

계단을 마저 내려간다. 시끄러운 사무소의 풍경에 한숨을 쉬고 나무문을 열어젖힌다. 바다가 나를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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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119. 7막 5장 - 해적왕 (2) | Isaac +2 19.08.15 1,441 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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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110. 7막 2장 - 항구 도시 (1) | Glinda +3 19.08.05 1,586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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