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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도의 별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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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최근연재일 :
2024.06.0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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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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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덤블링 나이프 4

DUMMY

다시 돌아오면,

자기가 7보 거리 투척이라 해도, 컨디션 상관없이 칼이 박히는 각도까지 정확히 반복되진 않는다. 꼽히기만 하면 된다. 칼 끝이 목표에 수평 아래위 45도에만 걸리면 거의 꼽힌다. 허나 동계피복을 두툼히 입은 상대 등에 30도 바깥으로 적중해봤자 안 던진만 못할 수도 있다.


예전에는 사격용 타깃을 여러 겹 대거나 인형을 만들어서 했는데, 인간의 살은 그런 표적보다 잘 박힌다고 봐야 한다. 칼은 잘 갈아놔야 한다. 특히 날의 뾰족한 끝부분. 끝부분이 엉성하게 갈려 있으면 찌르기 모든 것에 영향을 준다. 범죄에서 회칼을 쓰는 이유도 칼끝이 좋고 단단하기 때문이다. 횟집 주방장은 물고기의 단단한 척추뼈도 썰어야 한다. 싼 스테인레스강이면 날이 나간다. 횟집 주방장은 칼끝을 잘 갈아놓고 잘 다뤄야 한다. 회칼의 생명은 칼끝과 재질 강도다.


투검. 어느 정도 수준이 되지 않으며 실전에서 안 하는 게 바람직하다. 실전에선 특히 ‘거리’가 원하는 대로 정해지지 않는다. 상대 뒤라면 원하는 거리에서 시도할 수 있지만, 연습하지 않은 거리로 고정되어 조정이 불가능한 경우는, 눈짐작 가늠과 힘 조절이 성패를 좌우한다. 보초가 화만 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연습한다면 같은 단검이 5~10개는 있어야 한다. 군용은 쉬이 구부러지고 파손된다. 수십 만 개를 만들기 위한 최저가 철편이다. 적당한 담금질 된 철판에서 계속 잘라냈다. 군용대검은 어느 정도 힘 있는 사람이 양손으로 구부린다. 약한 사람도 허벅지에 대고 구부리면 휘어진다. 군용대검 강도는 사람의 살집 대비 충분한 강도로 구성된 것이지, 그 이상 너무 강한 걸 찌르거나 때리면 좀 굵은 철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긴 칼은 다르다. 두꺼운 철판을 잘라 긴 도를 그냥 만들면, 어디 치다 텅 부러진다. 일본도 같은 최고품질은 부러지지 않고 휘어질 수 있는 유연성이 가격이다. 베기 시범을 슬로우비디오로 보면 긴 도는 출렁이고 비틀리며 진행한다. 강한 곳을 만나면 부드럽게 타고 넘는 것이 고가다. 그냥 철판을 잘라 만든 장도는 사람 몸을 베다 척추 같은 뼈를 만나 끊어질 수도 있다. (효과는 치명적이나 이제 너에게 칼끝 없는 단검만 남았다.)


그런 고가 검이나 도는 군용대검과 전혀 비교 대상이 아니지만, 같은 길이 나이프도 가격을 보면 재료와 강도의 차이가 크다. 군용대검 바로 위 레벨이 미군 서바이벌 나이프인데, 모양도 투검에 용이하지 않을뿐더러, 비싸다. 투검을 위해 고가로 몇 개를 구입할 종류가 아니다. 몇 개는 반드시 파손된다.


군용대검을 두꺼운 나무에 몇 번 탕탕 때리면 금방 휘어진다. 두꺼운 나무에 연습하면 대검 버리는 거다. 정확히 박힌다고 해도 칼 본체에 충격이 계속 쌓이고 금속 피로도가 높아진다. 사제 고가 제품이 강하다. 저가 군용대검으로 훈련하려면 열 개는 말아먹어야 할 거다. 실전을 대비해 그라인더나 숫돌에 갈았을 때 더 얇아지니 투검에 더 불리해지고, 그 많은 병력의 대검을 전문가가 균형을 잡으며 갈아주지도 않는다.


투검용으로 갈려면 날을 전체 다 갈지 말고 손가락 하나 길이 정도 앞부분만 갈아도 충분하다. 마지막 회전 30도 안쪽에 걸려 꼽히려면 그래도 칼끝은 날카로워야 한다. 전시라면 한 50%까지만 갈아도 될 것 같다. 그 30도 안에서 비싼 칼이 당연히 잘 꼽힌다. 역시 효력은 칼끝이다. 거기부터 잘 들어가야 뭘 하고 자시고 한다.


여기서 과학적이지 않은 또 다른 면이 존재한다. 정확히 꼽겠다는 투검자의 의지 집중력. 당구와 비슷하다. 이런저런 법칙을 초보자도 이해는 하지만, 실력이 좋은 사람에 비해 잘되지 않는다. 역으로, 각이 당구 책 법칙보다 좀 애매한데, 될 거라고 믿고 치는 것은 결과에서 이상하게 차이가 난다. 오차를 몸이 조금 맞춰주는 일도 일어난다. 정확히 맞추겠다는 집중력도 투검에 중요하다. 다만 몸에 힘이 들어가면 안 된다.


원사님이 처음 투검을 나에게 선보였을 때, 그분 눈빛이 순간 변하는 것을 봤다. 살벌하다 그런 게 아니라, 좀 차가우면서 확신에 찬 그런 눈. 자신은 변하는 눈빛을 모르고, 알 필요도 느끼지 못하며, 중요한 건 부드러운 집중력이라고 했다. 미묘한 표정 서너 개가 흘러갔는데, 마지막 눈빛은 살기 같았다. 던지기 전과 다른 사람 같았다. 아마 측정사격을 하고 나오는 군인의 눈도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모르지. 난 그저 적중시키려는 집중력이 전부였어. 누굴 죽인다는 생각으로 던진 적 없어. 무모한 사람들이 칼 가지고 다니다가 칼에게 눌려 사고 나. 시골에서 낫이나 삽 굉 쇠스랑에 살(기)이 끼면 장난치다 사람 죽인다 그러지. 농사 존나게 짓는 집 거는 삽날이 거의 도 수준이야.”


이런 말도 하셨다.


“옛날에 어떤 녀석이 내 목에 칼을 겨눠. 폭이 좁고 예리한 부엌칼. 배에 디밀다가 열이 받았는지 겁을 더 주려는 건지, 내 눈알 바로 앞까지 칼날을 들이밀어. 초점을 잃어 칼끝이 희미하게 보여. 그 친구가 칼을 쓰던 사람인지 생각했어. 아냐. 그 친구는 내가 강하다고 생각해서 칼을 든 거야. 대학생. 그럴 때는 젠틀하게 존댓말 하면서 하라는 대로 하면 돼. 야이 씨발새끼야 했다가 그 친구 공포가 힘을 써서 날 찌를 거니까."


"여자 때문에 눈이 돈 거야. 한 시간 있다가 와서 사과하더라고. 그 한 시간 동안 돌아가서 내 칼로 해치려는 생각과 싸우며 앉아 있었어. 담배 엄청 피웠지. 칼에도 검기가 있는데 마음에 살기까지 있으면 일은 벌어지거든. 하지만 녀석이 겨눴을 때, 가만 놔두면 안 찌를 사람이란 걸 알았어. 칼 겨누고 욕설 반말하다가, 내가 알았다고 하고 걸어가 한 30미터 멀어지니까 존댓말을 하더라고."


"자기도 겁먹은 거지. 영화에서 보면 그럴 때 찔러봐 찔러봐 하대, 나이 먹고 0.5%의 오류까지 감당하고 싶진 않았으니까... 가장 상대하기 힘든 놈은, 모든 행동에 인과가 없이, 분위기와 다르게 갑자기 행동하는 놈들이야. 웃다가 찌르고, 분위기 좋아졌는데 갑자기 찌르고... 칼잡이로는 최적이지. 그러나, 그런 사람은 같은 편에게도 죽어. 빨리 죽어. 모두 그 상태를 알기에 쇼부 전혀 없고 바로 질러버리는 대상이거든.”


칼을 우습게 보면 베이고 다친다. 공들여 만들어진 칼은 '검기'가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말이 검기지 본인의 원시 본능적인 마음일 수도 있다. 회전투검이 정확히 걸리면 날을 갈지 않은 대검도 박힌다. 사부, 아니 민원사님은 연습 마지막에 그랬다.


“내 사부 얘기를 마지막에 해준다고 했지? 그래. 내 사부는 실제로 칼을 쓰신 분이야. 사부가 크게 화를 냈을 때가 딱 한 번인데. 찔렀을 때 기분이 어땠냐고 물었을 때지. 무섭게 변하시더라고. 이내 평정을 찾으시더니 그러셨어. 자신의 실제 경험 중에, 어느 순간 한 5미터 거리에서 달려갈 수도 어쩔 수도 없었을 때, 문득 투검이 떠올랐다고. 그때는 투검하는 사람들이 좀 있었대. 전시가 아닌 이상 배운다고 쓸 데가 있겠어? 나와 약속을 해. 투검을 남들 앞에선 보여주지 않겠다고. 과시로 하면 안 돼. 또한, 사람한테 던지는 것은, 정말로 전시에 자네가 위험할 때뿐이라고. 그것만은 내가 허락한다. 던져도 된다.”


그래서 던졌다.


k-7 사수는 첨병조에 없고 저 뒤에 떨어져 버렸다.

조원 모두가 난감하고 더 이상 움직이거나 다른 방법이 없다.


보초는 총을 각개로 걸어 배에 AK를 수평으로 놓고 바다를 보고 서 있다.


난 첨병/선두개척조, 대검 끝을 약간 뽑아 놓았고, 달려가 공격하려고 하다...... 문득...... 보초의 발에서 내 위치까지 땅으로 줄로 그어 거리를 가늠했다. 내가 항상 던지던 거리에서 한 걸음 정도 많았다. 대검을 들고 달려가려던 찰라, 문득 나도 모르게 대검을 뽑아 공중에서 180도 회전시켜 날 끝을 잡았다. 엄지와 검지 사이에 아주 착 들어온다. 옆의 조원이 놀란 눈으로 입을 벌리고 날 쳐다보는 게 느껴진다. 쳐다보지 않아도 말이 전해져온다. 뭐야 이런 미친놈이...


세상은 그 보초를 중심으로 좌우 두 개로 완전히 갈라져 있고, 두 세상의 접촉은 보초 몸의 중간 수직선... 상상의 선을 본다. 호흡을 들이마시며 몸을 왼쪽으로 살짝 기울이면서 대검을 머리 위 수직으로 들어, 가벼운 숨을 내쉬면서 최대한 수직 1자로 검을 투척했다. 대검이 손을 떠나는 느낌은 좋았으나 맞을 것 같진 않았다.


안 맞을 것이라 생각하고 발 앞에 큼지막한 짱돌을 집었다. 보초는 서 있었다. 옆으로 지나갔으면 뒤를 돌아봐야 정상인데... 칼날이 아닌 부분으로 맞았다면 총을 잡거나 뒤돌아봐야 하는데... 완전히 빗나간 것 같다. 바닷소리에 그걸 못 느낀 건가?...


어?


천천히 주저앉는다....


맞았어.


짱돌을 들고 뛴다.


이럴 때 AK라면 개머리판을 써도 되는데.

어서 카라시니코프를 구해야겠다.


곧바로 공격조가 성형장약 만든 걸 들고 출입구로 뛴다.


저 멀리 남쪽 2지역대 섹터에서 폭발과 함께 섬광,

기관총 예광탄들이 모래사장을 향해 날아간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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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반사 굴절 회절 3 +1 20.09.09 672 21 14쪽
67 반사 굴절 회절 2 20.09.08 673 22 15쪽
66 반사 굴절 회절 1 +1 20.09.07 738 22 14쪽
65 후미경계조 5 20.09.04 703 28 11쪽
64 후미경계조 4 20.09.03 686 24 9쪽
63 후미경계조 3 20.09.02 699 23 13쪽
62 후미경계조 2 20.09.01 713 22 13쪽
61 후미경계조 1 +5 20.08.31 783 24 11쪽
60 선처럼 가만히 누워 5 +3 20.08.28 795 24 12쪽
59 선처럼 가만히 누워 4 20.08.27 725 24 11쪽
58 선처럼 가만히 누워 3 20.08.26 728 24 11쪽
57 선처럼 가만히 누워 2 20.08.25 789 20 12쪽
56 선처럼 가만히 누워 1 20.08.24 863 27 11쪽
55 Rain 6 20.08.21 809 24 14쪽
54 Rain 5 20.08.20 755 24 11쪽
53 Rain 4 20.08.19 754 25 12쪽
52 Rain 3 +3 20.08.18 802 26 14쪽
51 Rain 2 20.08.17 861 2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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