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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B

함경도의 별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최근연재일 :
2024.05.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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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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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덤블링 나이프 3

DUMMY

칼이 1자로 정확히 회전하며 날아가면, 그 다음은 거리다. 투검은 모든 거리에서 정확히 적중시킬 수 없다. 자신이 훈련한 거리에서 잘 꼽히는 건 고정된 칼의 종류 + 무의식적으로 던지는 고정된 힘 (후리는 속도) + 거리(회전수)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목표까지 연습하던 회전수가 맞지 않으면 칼은 목표에 손잡이 끝으로 맞을 수도 있다. 안 꼽힌 것이다. 2~3회 회전은 머나먼 수준이다. 1회전으로 5미터 내외를 맞추는 것이 안정적이라 본다. 2회전부터는 상당히 힘들다. 1회전이 익히기 쉬운 이유는, 칼날 끝이 일본문자 の 처럼 늘어지는 타-원형으로 돌아가는 날끝 궤적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 궤적이 눈에 익으면 점차 꼽히기 시작한다. 칼끝에 야광봉이 달렸다고 그 궤도 모양을 안정적으로 익혀면 된다.


위는 설명이 편하도록 한 것이고, 최초 그립에서 시작해 1회전 투검하면 완벽히 360가 아니다. 그립에서 칼을 놓을 때 수평으로 누워야 정확히 1회전이기 때문이다. 예전 교범에선 손잡이 끝으로 맞아도 정수리에 적중시키면 상대를 기절시킬 수 있다고 하지만 사부는 믿지 않았다.


투검의 최고 레벨은, 인간의 목 뒷덜미 위쪽에 양쪽 해골이 만나는 숨골에 정확히 수평으로 적중시키는 것인데, 그 정도가 아니면, 몸통에 꼽혔을 때 곧바로 달려들어 2차 공격으로 절명/혼수로 몰아넣어야 한다. 발소리를 낼 수 없을 때, 총을 쏠 수 없을 때 칼을 던진다.


훈련된 투검시범단이라도 훈련하던 거리와 정해진 칼을 써야 멋있는 시범이 된다. 첫 번째 투척에서 실패했다 생각해보라. 시범 작살난 거다. 대검을 세 개 가지고 있으면 일단 첫 대검이 꼽혀야 된다. 다섯 개를 던졌다고 했을 때 4개 이상 맞지 않으면 시범 우스워진다. 바람 많이 부는 날은 당연히 칼 비틀어질 수 있다.


하여, 매일 훈련하던 거리에 타깃을 꼽고 던지는 건 쉬우나, 다른 장소에서 갑자기 하면 어려워진다. 그럴 때는 먼저 눈짐작으로 거리를 측정하고, 타깃 고정을 확인하는 척 실제 걸어가 자기 보폭으로 거리를 측정한다. 자기 보폭은 가감 없이 정확하도록 감이 있어야 한다. 굳이 자로 잴 필요 없이 나에게 몇 '보'가 최적인가 알면 된다. 타깃까지 걸어가 먼저 1차로 거리를 측정하고, 돌아오면서 앞의 측정이 정확한가 확인한다.


훈련거리와 달라져 갑자기 던지는 상황이라면 손으로 힘 조절하는 방법 밖에 없다. 주로 던지던 거리에서 멀어졌다면 더 강하게 회전을 걸어주면 되나, 말만 쉽다. 여기에 조건이 있다. 투척하는 손 그립과 스냅의 힘이 일정해야 거리 측정도 의미가 있다. 던질 때마다 힘이 달라지면 영점잡을 방법이 없다.


투검은 실전에서 눈짐작이 중요하다. 그 다음 정확하게 1자를 만드는 것에 주력. 약간의 팔힘이라 해도 회전력으로 꼽히는 힘과 깊이를 보면 생각보다 회전력의 힘이 상당하다. 고수는 처음 잡는 칼로 + 눈짐작 거리의 목표를 향해 던지는 것인데, 그 수준이 되어도 잡고 바로 던지는 것이 아니라, 처음 만난 그 칼을 손으로 흔들어서 균형과 무게중심을 간파한다. 사부가 처음 나무 벽에 던질 때 거리를 본 것은 그 벽 그 거리에서 던진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같은 이치로, 영화에서 도끼 던지는 장면이 나오는데, 날이 너무 큰 도끼는 회전투척이 힘들다. 회전은 잘 일어나지만 무게 때문에 날아가면서 밑으로 쳐진다. 그래서 약간 위로 던져야 하며, 투검도 거리가 멀면 약간 상향으로 던져야 한다. 영화처럼 날이 적당한 크기의 인디언 도끼가 분명 회전투척에 유리하다. 대신 도끼날이 넓기 때문에 1자로만 돌면 치명상 입힐 확률은 대검보다 높다. 구쿠리도 계속 쓰는 사람이 적응하면 투척도 가능하다 생각한다.


모든 것은 1자로 비틀림 없이 회전하는 그 기본이다. 흔히 파는 접이식 칼은 투검이 힘들 것이다. 이탈리아 switch blade나 화려하게 돌리는 butterfly knife도 손잡이가 무거워 투검에는 아니다. 잘하면 탁자에 박기 정도. 구형 북한군 보총용 대검은 날이 우리 것보다 길고 앞날 쪽이 훨씬 무겁다. 신형 AK 대검은 전혀 투검용이 아니다.


숙련자로 가는 길은 영화 ‘타짜’와 같다. 눈짐작과 함께 손과 몸이 익숙해지는데, 그 익숙함은 ‘좀 가까운데.’ ‘회전을 더 걸어?’ 등 감각적이다. 어느 정도 하면 감이 올까? 난 동일한 조건에서 1천 회 이상이 안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시라소니도 복수하기 위해 미 군용대검으로 투검을 엄청나게 연습했다. 같은 칼로 적중률이 80% 이상 높아지면 전반적인 능력도 오른다. 다른 칼을 들었을 때 기준이 생기기 때문이다. 자기가 계속 던지던 익숙한 칼을 기준으로 더 무겁다 가볍다, 중심이 앞이다 뒤다 판단하고 조정해 던졌을 때 사람들이 놀라는 실력이다.


시범이든 실전이든 투검 실패는 아니 던진 만 못하고, 짱돌이 더 나을 수도 있다. 반복된 조건에서 적중률이 90% 이상 높아지면 다른 조건으로도 간다. 거리와 칼이 바뀌고 그립이 달라지고 회전이 비틀어져도 박히는 것까지 간다. 빨리 하려면 적당한 사제 칼이 조금 유리하나, 가격이 너무 싼 칼은 그럴 용도로 만든 게 아니라서 무게중심이 애매하다.


사부의 사부는 투검시범단도 했었는데, 시범용은 사제로 제작했다고 한다. 더 발전하면 달려오다가 공중에 도약해서 던지고, 뒤돌아선 상태에서 몸을 돌리면서 던진다. 시범영상도 다 그 칼 그 거리에서 연습한 다음 촬영한 것이다. 녹화된 시범영상은 적중률 100%. PD가 편집하니까 실패가 없다.


적중확률은 날이 360도 박힌 성편(별 표창)이 높다. 수평이든 수직이든 1자 회전만 일어나면 거리가 멀어도 박힌다. 성편도 던져봤는데 1자로 날아가게 만드는 건 역시 연습해야 한다. 던지는 이치는 투검과 비슷하나, 공중에서 쉽게 비틀린다. 성편 역시 돌려가면서 좌우 무게를 측정해 차이가 나면 갈아서 맞춰야 한다. 성편은 비쌀수록 균형이 360도 고르다. 6-8개 되는 칼들을 너무 길게 만들 수 없고, 그렇게 깊게 박히지 않는다. 날 두세 개 정도가 평균적으로 박힌다. 성편의 3cm 날이 사람 몸에 들어갈 때 어느 정도 제압력이 있는지는 나도 확언할 수 없다.


명심할 것이 있다. 어느 조폭 영화에서 주인공이 신입들에게 칼 쓰는 방법을 설명하는 말. ‘상대가 칼을 맞았다는 걸 알도록 인식시켜야 한다.’ 틀린 말이 아닌 것 같다. 칼이 박히고도 날뛰면 큰일이다. 6.25 수기들을 읽어 보면 총 맞고도 몰랐던 병사가 ‘너 총 맞았어!’ 소리에 눈을 돌려 보고 기절한다던가 그런. 어떤 사람은 성편 맞고 기절할 수 있고, 어떤 사람은 나뭇가지가 찔렀나 벌에 쏘였다나 생각하고, 상당한 부상인데도 쓰러지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나라 형사들이 위험한 상황에서 투투(권총)를 좀 불안해 하듯이. 내 추측으로, 투검이 정확히 수평으로 몸을 직격해도 사람이 푹 쓰러질 확률은 반반이다. 추가 일반상식으로 말하면, 칼에 꼽혔을 경우 뽑지 말고 그대로 병원으로 가야 한다. 칼 맞은 사람이 전문의라서 동맥과 정맥을 꿰고 있지 않으면 그대로 병원에 가는 것이 안전하다.


사람들은 칼도 칼잡이도 멋있게 언급하지만 누군가는 그런다. 너 뜨끈뜨끈한 피가 주사기로 쏘듯이 니 얼굴에 쏟아지는 거 영화처럼 초연하게 마주할 수 있을 것 같아? 나도 그런 것까진 공부하지 않았지만, 조금 비싼 인체해부도라도 사서 동맥 정맥 혈관의 위치 크기는 알아야 원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난 특전의무주특기가 아니다.

20170721_022423.jpg


작가의말

가장 편한 투검법은 빼고 기술하였음.

내용은 사실상 구형 투검법임. 

읽느라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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