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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도의 별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최근연재일 :
2024.06.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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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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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어떤 이의 꿈 1

DUMMY

"진짜 가실 겁니까?”

“가야지. 당연히.”

“대대 모두가 바라지 않는 일입니다.”


“그런 소리 말고, 단독군장과 소총 하나 가와 봐.”

“그럼 목표까지 가지 마시고 한 1km 까지만 가시죠.”

“내가 알아서 한다.... 날 그렇게 잘 알아? 삼과장.”

“불안해서 그럽니다.”

“내가 묻잖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냐고...”


대화를 끝낸 이대위는 은거지에서 떨어진 숲으로 따로 김석환 중사를 불렀다.


“딱 붙어 있어야 돼. 타격 폭음이 들리면 곧바로 모시고 퇴출 시작해. 여기 지형이나 산길은 따로 확인하지 않아도 되지?”


“백지시험 볼까요?”


“위치 노출 안 되게 자네는 절대로 총 쏘면 안 돼. 위급상황 아니면. 적을 쏜다고 생각하면 안 되고 ‘장’에게 위험요소가 되는 걸 쏜다고 생각해야 돼. 만약 장이 다치면 상병과 함께 어떻게 해서라도 은거지로 데리고 와야 돼.”


이대위는 대대에서 가장 전투력 좋다는 김석환 중사를 신뢰한다. 보통, 몸이 매우 좋거나 체력단련이 강하면 주특기가 딸리던지, 한 사람이 다 잘하진 못 한다. 체력이 약해도 주특기가 뛰어난 경우도 있으니까.


이대위가 이 김석환 중사를 선택한 이유는 체력 사격 모든 걸 갖추고 머리가 명석하다는 특징이었다. 외관은 평범하고 어쩌면 고3처럼 보이나, 단련된 몸에 상황판단과 두뇌가 명석했다.


키는 175 정도였으나 입식 격투을 사회에서부터 단련해 능숙했다. 여단 체육대회에서 여단장이 실전격투라는 종목을 만들어 단일체급 각 대대 3명씩 모여 토너먼트 했는데, 링에서 대부분 체구가 훨씬 큰 타 대대를 모두 KO로 이겼다.


김중사가 사회에서 어떤 무술을 배웠는지 밝히지 않았지만, 중요한 건 게임 직전 상대를 간파하는 능력이었다. 공이 울리고 1분 정도 맞으며 간파하다가, 팔굽과 목잡고 니킥과 정확한 카운터펀치로 체구를 얕보던 타 대대 응원단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정 안 되자 팔굽으로 상대 갈비뼈를 연타했는데, 같은 대대원이 보기에도 참 그러했다.


팔굽 잘 쓰는 걸 보고 대체로 무에 타이였다고 추정했다. 좁은 여단에서는 그럴 경우 말이 같다. ‘뭐야? 못 보던 새낀데?’ 힘과 운동신경과 판단력은. 아마도 최초 전입이 백호여서 그런 모양이다. 거기 대테러 지역대는 지능과 판단력 순발력이 필요하다. 백호 대테러는 1~2초 사이 상황판단이 목숨과 같은 곳이다.


지금 이 숲속의 2인 대화 장면은, 0여단 1대대 작전참모 이대위가 작전에 나가겠다는 대대장 때문에 고심하는 장면이다. 김석환 중사는 대대장이 함께 하는 1지역대가 아닌 2지역대 소속인데, 이대위가 대대장 보디가드로 차출했다.


김중사는 백호에서 중사 달고 장기를 마음먹으면서, 가족 본가가 가까운 여단을 지원해 온 좀 특별한 경우다. 여단 정찰대에 있다가 자원해 대대로 올라왔다. 특전여단 고유의 그것을 체험해보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고공 마스터까지 받았지만, 정찰대가 아니므로 대대장과 함께 수송기에서 저고도 전투강하 해서 들어왔다.


이런 상황의 야기는 작계 세부조정 때부터 시작되었다. 나이 40이 넘은 대대장들이 꼭 넘어가야 하는가에 관한. 아무리 그래도 산 타고 급속행군에 도피탈출도 해야 하는데, 상급 지휘관의 존재는 좋지만 위험하다는 이유였다.


보다 냉정하게 말하면 작전부대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 작계 조정 당시 여단의 대대장 중 한 명은 몸이 매우 안 좋아서 아예 북침이 제외됐고, 남은 대대장 세 명 중에서 두 명은 반드시 대대원과 함께 올라가겠다고 여단장에게 의사를 밝혔다.


기름에 불을 붓듯이 수도권 모 여단장은 자신도 넘어가겠다고 의사를 밝혔다가 곧바로 사령관 전화를 받았다. 부하들을 사지에 내몰면서 죄책감이나 인간적 부담을 느끼는 건 당연하나, 과연 체력이 가능할 것이며 자칫하면 부하들에게 짐이 되어 위험한 가중시킨다는 말을 들었고, 어찌 보면 대대장들도 사령관의 이 표현에 아슬아슬하게 걸리는 지휘관급이었다.


넘어가는 게 도움이 되는 대대장들도 있다. 위관 때부터 오랜 특수작전 경험으로 남아 있던 이른바 특전맨들로, 그들은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대대원 만큼 뛰는 체력과 과목 거의 모든 것에 정통하고, 또한 즐기는 사람들이다. 대대장이 일과 후에 체력단련하는 모습을 간간히 보는 게 이 부대다.


오래 전에 작성된 작계는 대대장들도 넘어가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무엇을 할 것인가 그게 문제였다. 대대급 통합작전은 위험해 몇몇 대대만 빼고 제외된 상태로, 나이가 좀 찬 부사관들도 위험할 수 있는데, 고급 지휘관이 다치거나 전사하거나 적에게 포로로 잡혔을 경우 문제는 커진다. 원래 없었더라도 상황에 따라 대대가 규합해 정말 뭔가 절단 내는 대형작전이 차후 하달될 수는 있었다.


대대가 규합한다고 해도 대대 섹터가 그렇게 작지도 않고, 한 곳에 규합해서 지역을 돌아다니는 것보다 지역대 별로 은거하면서 활동하면, 적 소탕부대에 당할 피해도 최소화할 수 있고 기동도 빠르다. 만약 대대가 전투력 손실이 적은 상태에서 규합한다 해도, 특수전으로 치면 규모가 커서 노출될 위험이 높아진다.


남한의 산악이라면 뭐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하겠지만, 북한 산악은 훨씬 열악하며 의식주 물품 탈취하기도 힘들고, 주민들은 세뇌되어 게릴라전 최악의 조건이다. 그러므로 비정규전의 기본 원칙인 민사심리전은 포기했다. 비정규전과 게릴라는 차원이 다른 문제지만, 게릴라전 시각으로 볼 경우 협조할 북한 거주민은 없다고 보는 것이 좋다. 모든 걸 자력으로 해야 한다. 재보급도 가능할지 의문이었다.


결국 대대장 전투투입 문제는 사령관이 각 여단장에게 위임했다. 위임 내용은 [각 대대 목표 별로 분석하여 결정하라.] 예를 들어, 대대 지원장교(참모), 인사, 통신장교는 굳이 넘어갈 필요가 없어 대대에 참가 여부를 일임했다. 대다수 대대 참모들은 넘어 가고 싶어 했지만, 모두 받아줄 경우 대대본부 부피가 커진다.


대대본부 부사관 병도 검토 대상이었다. 병 중에도 같이 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결국 주류는 이렇게 흘렀다. [체력과 근무경력을 바탕으로 결정. 전투 팀/지역대 외에 작전참가 희망자는 1개 전투원의 역량으로 평가하고, 위험을 분명히 고지해 확답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미묘했다. 참모장교 중에서 보통 작전장교는 팀장이 만료되는 사람이 맡아서 체력이나 기타에 큰 문제가 없었고, 여차할 경우 삼과장은 유고 지역대장을 대신할 수도 있었다. 오히려 작전장교는 1년을 못 채우고 보병으로 발령 나는 사람들이 있어서 문제였다. 그 외에 참모들도 팀장 출신이 있기는 했으나 모두는 아니었다. 팀장을 한 1년 정도 하다가 대대나 여단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


이 문제는 정확한 문구로 모아졌다.


[만약 대대 참모와 대대본부 부사관/병... 이들이 모여 1개 팀으로 구성할 때 목표타격이 가능한가. 아니면 지역대 목표타격에 조력이 가능한 전투력인가.]


입으로 할 수 있다고 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었다. 지역대 병사 행정병은 전술훈련을 계속 따라다녀 적응이 어렵지 않았다. 맨날 보던 것이고 행군도 하고 가장 힘든 특전병 보직이니까.


그렇게 해서 떠나는 자와 남는 자가 결정되었다. 만약 작계대로 대대본부 전체가 통으로 넘어갈 경우, 대대 기동력은 상당히 떨어지고 지휘부가 무거워지며, 지휘부를 방어해줄 병력은 사실상 없다. 시작부터 철저히 구분된 팀작전이다. 여러 대대 결정은, 넘어가도 대본 단독이 아니라 대대장이 지정한 1개 지역대와 같이 함께 하는 형태였다. 당연하다. 대대본부 자체로는 어느 수준까지 작전이 가능할지 장담 못하고 방어력도 약하다. 대체로 넘어가고 싶어 했다.


대대본부 원사들도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참여하고 싶어 했다. 물론 지역대 원사는 남고 싶어도 못 뺀다. 지역대 원사는 본부중대건 팀이건 모두 팀 전투원으로 등재되어 있다. 어떤 대대 원사는 자신이 의무주특기이며 의료장비를 챙겨서 넘어가면 될 것이고, 자기 같은 의무주특기는 전투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해 월북 낙점을 얻어냈다.


작전 제외를 수치로 여기는 원사들이 있었다. 상부는 필요에 따라 대대본부와 잔류인원들도 공침으로 차후 2차 투입도 고려한다는 방침을 내렸으나, 그런 상황이 가능하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작계를 한번도 안 본 사람이나 할 소리다.


대대만의 문제도 아니었다. 소령 달고 지역대장으로 얼마 전 부임은 했지만, 공수만 받고 특수전을 수료하지 못한 경우가 있었고, 대대장은 얼마 전까지 지역대장을 하다 여단 참모로 올라간 소령을 다시 불러 지역대장 대행으로 작전에 참가시키고 신임을 여단본부로 올렸다.


두 소령 모두의 양해를 얻어 결정된 것이다. 경험 없이 지역대장 우습게 알고 왔다가 당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희귀한 소령급 지휘관이고 육군의 소령 중에 가장 빡세다. 지역대장은 구보든 행군이든 절대로 쳐지면 안 되는 몸으로 때우는 소령 보직이다. 비정규전 전술은 당연히 숙달되어야 한다. 지역대 사격측정에도 동일한 측정 1인이다. 팀 타격 이후에는 정말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 대대가 내무반을 정리하고 주둔지를 떠나 격리지역으로 갈 때, 남는 자들은 눈물 많이 흘렸다. 왜냐고? 말로 설명할 필요 없었다. 낭만과 같은 상상은 원래 이곳에 없다. 영웅담과 같은 걸 바라기보다, 정말 다 죽지는 않겠지? 이 정도가 공통적인 생각이다. 어떤 원사는 자신이 충분히 항변했음에도 작전참가가 불허되자 화가 나 대대원 떠나는데 나와 보지도 않았다. 아무도 뭐라지 않았지만, 남는 사람 가운데 창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떠나는 대대원들은 막사를 보고 연민에 정에 빠지거나 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항상 이동하는 부대였고, 부대에 있는 시간도 다른 부대보다 적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체질화된 사람들이다. 작전 때문에 가장 열악한 부대에 가도 밥 잘 먹고 잠 잘 잔다. 종종 어떤 부대에 머물러야 할 때 상대가 대접하려고 하면 오히려 부담스러워한다. 반합 밥에 김치 쪼가리면 밤새 군장 지고 걷는다.


누가 봐도 무장 스타일의 체구와 외관인 편중령은 채비를 갖춘다. 얼굴이 시커메서 위관 시절 별명이 깜장이었다. 장구와 소총을 받았는데, 그마저도 작전장교와 의견마찰이 있었다. 작전장교는 대대장에게 권총만 들시라 했고, 대대장은 한 명이라도 화력에 동참하는 것이 올바르다 했다.


지역대 작전 중반부였고, 대대 병력은 이미 2/3로 줄었다. 대대의 피해가 꼭 자신의 지휘 때문도 아니지만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그러나 이 대대는 모르고 있었다. 북침된 전 여단 전 대대를 통틀어 그 정도 피해로 완강한 전력을 유지하고 있는 1-3등 안에 있는 대대란 걸 몰랐다. 사령부와의 짧은 교신에서 다른 제대 상황을 물어볼 수도 대답해줄 것 같지도 않았다.


“이 군장과 총 누구 거야?”

“2중대 통신 겁니다.”

“..... 전사한?”

“네.”


평시에 있던 총 끈의 주기표는 제거된 상태였다.


“서태화?”

“네. 중사.”

“귀한 것이군.”

“괜찮으시겠습니까?”

“어이 삼과장. 자네 팀장 했었지?”

“네.”

“내 시절 알아?”

“대충 압니다.”


“난 소위로 전입 왔고, 부팀장에서 팀장 지역대장까지 하고 사령부에서 참모하다 대대장 왔어. 요즘은 소위가 부팀장하는 거 드물지만 옛날엔 그랬거든. 물론 체력은 최고가 아니지만, 자네가 나보다 더 못 뛰잖아. 내려가서 자네나 조심해. 그리고 자네도 권총 말고 소총 들어. 권총만 가지고 목숨 부지 못해.”


“챙기겠습니다.”


"받는 총은 영점이 ‘돌아가신 분’들 거니까. 조준경 못 쓰는 걸 대비해서, 일단 가늠자 정중앙으로 클릭 돌려서 맞춰놔, 그럼 한 100까지는 대충 다 맞아. 뭐 100이면 땡이지.”


평시의 상상은 부서졌다. 북한군에 거의 없는 조준경 광학사이트를 달았지만, 충격에 고장 나고, 리플리카를 장착했던 대원들은 무수한 실사격에서 정확도의 문제를 실감했다. 사제 리플리카는 충격에 금방 망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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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이의 꿈 1 20.09.10 702 27 13쪽
68 반사 굴절 회절 3 +1 20.09.09 676 21 14쪽
67 반사 굴절 회절 2 20.09.08 675 22 15쪽
66 반사 굴절 회절 1 +1 20.09.07 743 22 14쪽
65 후미경계조 5 20.09.04 705 28 11쪽
64 후미경계조 4 20.09.03 691 24 9쪽
63 후미경계조 3 20.09.02 702 23 13쪽
62 후미경계조 2 20.09.01 716 22 13쪽
61 후미경계조 1 +5 20.08.31 786 2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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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선처럼 가만히 누워 2 20.08.25 792 20 12쪽
56 선처럼 가만히 누워 1 20.08.24 869 27 11쪽
55 Rain 6 20.08.21 815 2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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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Rain 4 20.08.19 759 2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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