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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B

함경도의 별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최근연재일 :
2024.06.03 12:00
연재수 :
369 회
조회수 :
221,299
추천수 :
6,907
글자수 :
2,019,328

작성
20.09.03 12:00
조회
686
추천
24
글자
9쪽

후미경계조 4

DUMMY

한 탄창 다 쏘고 새것을 결합하면서 조종간을 단발로 놓는다.


앞에서 총구섬광 수십 개가 번짝이고 사방에서 폭풍지뢰가 한 100개 폭발하는 듯 귀가 터진다. 찡~~~ 귀가 울린다.


북한모는 드디어 야간가늠자 동그라미 안에 섬광들을 담아 정확히 다섯 방을 쏘고 일어나 찍어둔 곳으로 달렸다.


그때 저쪽에서 수류탄이 꽈릉! 폭발한다. 벙거지가 던졌다. 30미터 정도 뛴 북한모가 나무를 향해 몸을 던진다. 날아오는 탄두가 땅과 나무 살점을 푹푹 파내고 옆에서 따다다다 딱! 따다닥! 윙~ 슉~ 총알이 날아간다.


상대가 너무 잘 쏜다. 북한모는 나무에 의탁 앉아쏴 자세로 그때부터 화염을 보고 천천히 단발로 당기기 시작했다. 순간 벙거지 위치를 본다. 섬광이 보인다. 준호가 쏜다. 소리가 하도 많아 그 섬광의 총소리는 연결이 안 된다. 벙거지가 아직 자리를 안 떴다. 이빨 악물고 숨을 내리려 노력하면서 섬광을 조준해 쏜다.


‘하나라도 정확하게. 한 놈이라도 더 쓰러져야 시간 끈다.’


가늠자와 그 안의 섬광 외에 다른 건 생각 않는다. 저 앞의 섬광 하나가 가늠자울 중앙에 들어오면 당긴다. 날아오는 엄청난 총알. 엎드리고 싶다. 그러나 엎드리면 벙거지가 위험해진다. 저 멀리서 사람의 아악~~~! 비명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를 향해 다시 여러 발 당긴다. 비명이 이어진다.


'더 죽어! 더 질러! 뒤져 이 씨발.'


그때였다. 누군가 위로 뛰어 올라온다. 북한모가 소리친다.


“악어!”


곧바로 응답이 왔다.


“악어, 넷!”


북한모는 일어나 나무 의탁 서서쏴로 전환하면서 뛰어 지나치는 물체에 말했다.


“능선까지 넘어가!”

“빨리 와!”


서서쏴로 전환하니 숨이 훨씬 편하다. 계속 단발로 조준해 쏜다. 한 탄창이 끝났지만 북한모는 벙거지가 능선에 도달할 때까지는 뛸 수 없어, 다시 새 탄창을 결합하고 계속 쏜다. 나무에 의탁한 짐승은 숨을 쉬고, 그 짐승을 내리 누르면 쏘는 것이 북한모에게 여간 힘들지 않다. 중간에 잠깐 멈춰 눈을 감고 심장을 본다. 너무 뛴다. 호흡 세 번만.... 세 번. 하나 둘 셋.


북한모가 세 번째 수류탄을 잡았다. 안전핀 뽑고 나무에서 나와 총을 왼손에 든 상태로 힘껏 멀리 투척한다. 그리고 그때 무언가 옆구리를 때렸다. 자신도 모르게 다리가 풀려 주저앉는다. 몸이 떨린다. 북한모는 어디 맞았는지 살펴 겨드랑이에서 증거인 피를 손에 묻혔지만 상태는 정확히 모른다. 고개를 돌리니 능선에서 벙거지가 쏘기 시작했다. 북한모는 못 간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가야 했다. 둘 밖에 없는데 자신이 못 가면 벙거지도 힘들어진다.


북한모는 네 발로 기기 시작했다. 오른손에 총끈을 잡고 기었다. 그대로 무너질 것 같다. 목 하나 들 정도 힘도 사라진다. 실오라기 하나 힘을 낼 근거가 없다. 자신도 모르게 속에서 꺼억꺼억 소리가 난다. 그냥 술 취한 사람처럼 긴다. 북한모 안의 짐승은 통곡하고 있다. 기어서 간다. 엎어지고 싶어도 참는다.


시간은 너무 길고 거리는 멀어 보인다. 능선에 의탁할만한 곳에 도달하려면 멀고도 멀다. 쏘던 벙거지 사격이 주춤한다. 북한모를 찾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나뭇조각이 북한모 무릎을 찔러 고통이 오고 돌에 찧어 숨이 턱 막히고, 그래도 네 발 달린 짐승으로 계속 간다. 그 안의 짐승은 눈물을 흘리며 통곡하라고 협박한다. 넌 곧 뒈져. 어떻게 해봐.


원하는 장소에 도달하자 바위에 등을 댔다, 벙거지까지 거리는 20미터. 북한모는 알고 있다. 자기가 쏴야 벙거지가 기동을 시작한다는 걸. 엎으려쏴도 앉아쏴도 쪼그려쏴도 못한다. 더 이상 어떤 자세를 취하지 못한다. 손가락 하나 움직여도 속에서 비명이 나오려 한다. 북한모는 총끈을 당겨 총을 들려고 사력을 다한다.


끌고 끌고... 드디어 총이 허벅지에 닿고, 손을 뻗으니 k2 총열덮개가 잡힌다. 다시 몸으로 끈다. 어렵사리 총이 양손에 들어오자 총구를 가랑이 사이에 놓고 드디어 당겼다. 탕 탕 탕 탕! 금방 실탄이 떨어진다.


‘어서 가. 병신아.’


손이 천근만근 탄창을 찾는다. 3번 탄창! 아! 왼쪽에 있다. 떨리는 손으로 탄창 분리 버튼을 누른다. 누르는 것도 엄청난 힘이 들고 몸은 울부짖는다. 시야를 가리는 죽죽 흘러내리는 땀. 탄창 새로 밀어넣고 양손으로 총을 꽉 잡은 상태에서 오른쪽 허벅지로 탄창을 밀었다. 덜컥 느낌이 올 때까지, 그 딸깍 느낌이 오자 자기 속에서 누군가 외쳤다. 됐다!!!


노리쇠 전진 버튼을 누르고 철커덕! 이어 다시 단발로 당긴다. 총구는 약간 떠 있었지만 앞의 나무까지 총알이 때린다.


"보여줬지?다. 봤지? 이제 니가 이동할 차례다. 준호야."


야생동물 하이에나 무리가 섬광을 번쩍이며 점차 올라온다.

‘이건 누구나 볼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섬광은 두꺼운 우박이 단체로 날아와 때리는 것 같은 소리를 선사한다. 기자 30명이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리는 것 같다. 그들은 정확히 쏘고 있었다. 그러나 저들 쪽에서도 절규하는 비명 서너 개가 들린다. 그래 더 절규해라. 철컥 철컥. 탄창 실탄이 떨어졌다. 노리쇠가 뒤로 물려 고정되었다. 탄창 4번을 잡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 다시 총알들이 날아온다. 따다다닥. 슝 탁!


북한모는 힘없이 총을 놓았다. 더 이상 힘을 쓸 수 없다. 복부에 또 뭔가 때렸다. 몸이 늘어진다. 머리도 들 수 없다. 시야가 흐려진다. 그러나 자연스레 시선은 하늘을 본다.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여러 개다. 천천히 다가온다.


‘3분은 분명히 넘게 끌었다. 준호는 어떻게 된 거야? 저쪽에서 총소리가 안 들리네. 이 자식아 나도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어. 니가 그런 말 하니까 존나 부담스러웠고. 오늘 점심 때 눈 뜰 때부터 난 이미 예감했어. 휴, 진짜 오긴 오는구나.’


북한모는 웃음이 난다. 올 것을 예상한 사람처럼 더 이상 두려움에 떨지 않는다. 그리고 특전조끼 아래쪽에 있던 3번 수류탄을 드디어 잡고 포켓을 열려고 노력한다. 더 이상 아프지 않다. 다만 허망할 뿐.


‘인생 정말 어이없네...’


발자국들이 다가와 어둠 속에서 자기를 보는 것 같다. 북한모는 생각한다. 이 상황에서 지역대원 도울 방법을 생각한다. 솔방울을 양손으로 잡았다.


‘그래, 니들도 무섭지?’


하늘을 보며 마지막 성호를 긋는다.


‘신은 정말 날 용서하나? 지역대를 보호하십쇼. 아멘.’


잘 보이지 않았지만, 북한모는 그들을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며 웃었다. 총소리와 동시에 북한모가 안전핀을 뽑으며 마지막 힘껏 소리쳤다.

“뒤져 이 자식들아...”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고

내 속엔 헛된 바램들로

당신의 편할 곳 없네


내 속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

당신의 쉴 자리를 뺏고

내 속엔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

무성한 가시나무 숲 같네



쓸쓸하고 스산한 바람이 부는, 유행가 가사에 나오는 10월의 마지막 밤을 이틀 남긴 어느 밤. 한 남자가 홀로 뛰고 있다. 한손에는 총 등에는 바위덩어리만한 군장.


순간 멈춘다. 체력도 바닥을 기고 숨이 너무 거칠어 잠깐이라도 시간이 필요했다. 속에서 꺼억꺼억 헛구역질과 쓰린 속물이 넘어온다. 속에서 넘어올 음식물은 없다. 떠오른 방법은 딱 하나. 수풀로 들어가는 거다. 아무리 그래도 상대가 여기서 토끼몰이 식으로 수색하지는 못한다. 그는 동료들을 생각했고, 아무래도 따라잡기 힘들 것 같았다. 숨는다는 가정하니, 한동안은 충분히 은폐로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등에 짊어진 것이 사람을 미치게 한다. 허리가 휜다.


‘지역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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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반사 굴절 회절 1 +1 20.09.07 738 22 14쪽
65 후미경계조 5 20.09.04 703 28 11쪽
» 후미경계조 4 20.09.03 687 24 9쪽
63 후미경계조 3 20.09.02 699 23 13쪽
62 후미경계조 2 20.09.01 714 22 13쪽
61 후미경계조 1 +5 20.08.31 783 24 11쪽
60 선처럼 가만히 누워 5 +3 20.08.28 795 24 12쪽
59 선처럼 가만히 누워 4 20.08.27 725 24 11쪽
58 선처럼 가만히 누워 3 20.08.26 728 24 11쪽
57 선처럼 가만히 누워 2 20.08.25 789 20 12쪽
56 선처럼 가만히 누워 1 20.08.24 863 2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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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Rain 4 20.08.19 754 2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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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Rain 2 20.08.17 861 2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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