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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B

검은 백조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0 01:20
최근연재일 :
2021.11.10 12:00
연재수 :
7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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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692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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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03,656

작성
20.11.25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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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41. 금야 밤바다 (2)

DUMMY

과연 어디까지 수영이 가능해?


정확히 알 수도 없다. 지금 상황에서 물어볼 수도 없다. 하나 확실한 것은 문경주과 이종인이 인명구조를 나왔는데, 들어가고 싶어서 들어간 것이 아니라, 장기 박으면서 더는 해상훈련에서 마루타가 되기 싫어서였다. 장기는 어떻게 해서든 대대 해상훈련 교관 조교 안전요원이 돼야 한다. 족팔리다. 안 되면 대대도 골치 아프고 본인도 골치 아프다. 저 놈를 어쩌나...


종종, 물과 평생 친할 수 없는 사람을 일반수영 안전요원으로 배치하는 때가 있으나, 그건 다시 말해서 개쪽이다. 빨간 모자는 인명구조부터 쓸 수 있다. 2주 차 침투훈련으로 들어가면 패달링이 주이기에 더 이상 골치 아프지 않다. 훈련은 안전 때문에 원칙을 살짝씩 벗어나 군화를 벗고 야간 고무보트를 탄다. 바다가 싫어 장기 포기하는 사람도 존재한다. 존재했다.


‘우리가 접근하는 걸 잠수함은 어느 거리부터 볼 수 있지?’

‘내가 보기에 지연이가 문제인데, 기억이 안 나네. B조까진 갔었나?’

그렇다고 지금 물어봐? 구명조끼도 없어.

‘급조 부유물을 만들어 턱에 걸어줘?’


‘못 가. 말도 안 돼. 다 버리고 팬티만? 그래도 힘들어.’

‘시간 낭비야. 확인 교신도 안 했는데 온다고?’

‘차라리 어선을 훔치지. 어? 그거 괜찮은데?’


훈련 때는 시간이 안 가고, 여기서는 시간이 무작정 흐른다.


하지만 박진은 다른 생각을 한다. 잠수함이 온다고? 아니면 북한처럼 어선으로 위장한 침투선이 러시아로 가는 어업으로 위장해 오다가, 몇 킬로미터 거리에서 반잠수정을 보내? 아무리 생각해도 시나리오가 불가능해 보인다.


‘아니면 1인 접선자가 렁을 메고 와?’

시계 야광.

다섯 시간 남았다.

허리가 너무 아프다.

그리고 가장 위험한 것이 물이다.

넷 모두 안다. 몸 안 풀고 물에 들어갔다가 큰일 난다.


‘그래도, 온다고 가정은 해야지.’

박진 오른쪽에 있는 성지연 중사가 신경 쓰인다. 본인도 인명구조는 안 나왔지만, A조 일반수영 마지막 날 측정에서 A조 판정거리 부이를 통과하고도 충분히 더 갈 수 있었다. 그러나 A조와 인명구조 수료는 차이가 너무 크다.


남들과 다른 군 생활. 어물쩡하는 사이 시간은 흘렀고, 인명구조반의 빨간 모자들은 교관을 제외하고 졸병들이 조교를 차지하고 있었다. 빨간 모자도 인명구조반이 가장 힘들다. 스쿠버를 나온 고참 상사가 인명구조반 운영은 하지만 총괄자이고, 죽도록 괴롭히는 것은 저 아래 짬밥 중사들이다. 안 봐준다. 자기 지역대 고참, 자기 중대 고참도 못 봐준다. 그래서 장기를 하고 싶으면 하사 때 인명구조반을 나오는 것이 편하다. 첫 해상훈련에서 인명구조나 스쿠버를 수로해 하사 빨간 모자도 있다.


심지어 그것을 기회 삼아 어떤 고참의 기를 확 꺾으려고 한다. 성지연은 늦었다. 그렇다고 안전관리로 들어가지도 못했다. 인명구조를 포함한 특수교육에는 자연스럽게 교관 조교의 ‘표적’이 생긴다. 아예 대놓고 “넌 포기조다!” 공표하고 괴롭히기도 한다. 표적은 전통적으로 장교거나 과거에 없어진 특별한 대대 소속이거나, 지금은 없어진 타군 입교자들이 대상이 된다. “넌 포기조니까 한 바퀴 더 돌고 와.”


지금, 수영이 얼마나 가능할지 모르고, 만약 지연이가 가다가 떨어지면 어떻게 끌고 갈지 의문이다. 모든 접선신호가 맞고, 친절하게 보트까지 2-3인이 패달링으로 몰고 와 넷을 태운다면...


‘잠깐만, 그게 아니지?’


북한은 남조선 괴뢰군 사망자 공표를 안 했다. 그러므로 만약 온다 해도 남쪽에서 일곱 명으로 계산해서 할 수 있다. 그렇다면 5인 보트를 몰고 와도 두 번 왕복해야 한다.


‘안 믿어. 여기서 어떻게 빠질지나 생각한다.’


오른쪽에서 박진 어깨에 손을 얹는다.

돌아보니 지연이가 손가락 2개를 들고 고개를 오른쪽으로...


‘2시 방향...’

박진이 야투경을 돌리니 움직이는 그림자.

‘어!’ 네 명. 네 명?

배율을 높인다.


정식 콘크리트 초소 2개. 팀은 그 중간을 노리고 있다.

‘아무리 봐도 여기가 최고야.’


해안 가까이 나무는 드문드문 수풀도 거의 없는데, 이 지점만 숨을 곳이 넉넉하다. 바로 앞 20m에 비포장도로. 도로를 지나도 한동안 수풀이 이어지다 초소/경계선이 나오고 모래사장이 나오는데, 정면에는 중간에는 울퉁불퉁한 허리 높이 바위들이 있어 은밀하게 입수하기 최적이다.


이것이 GOP라면 최소 이틀은 관측해야 한다. 그래야 최소한의 안전한 돌파를 결심할 수 있다. 오늘은 반나절밖에 안 된다. 팀이 경험한 DMZ 북방한계선의 사고. 여기선 찌르거나 쏠 수 없다. 여기 누가 관여한다면, 해안에 보초들이 죽어 있다면 도출 값은 당연한 거다. 누가 해안을 뚫고 바다로 나갔다....


무엇으로 어떻게? 그러한 흔적은 네 명이 잠수함에 도달하고 – 그 잠수함이 30분이라도 공해 쪽으로 나가고 발견돼야 한다. 그 전에 발견되거나, 사격, 고함, 공격받은 보초의 총질. 그러면 잠수함이 위험해진다.


만약, 박진과 이종인의 토의대로 반 팀이 DMZ으로 내려간다면, 필요할 경우 수류탄이라도 터트리고 남쪽으로 뛰면 된다. 복잡한 장애물 개척이나 위험에 수류탄은 적격이다. 적 보초가 5m 안에 붙어 있더라도, 수류탄 폭발과 동시에 뛰면, 보초들이 30초간 어안이 벙벙하면, 200m 조준거리는 충분히 멀어진다. 세계기록 나올 거다.


엎드린 네 명의 공기가 딱딱해진다.


보초들의 이동은 우에서 좌로. 나침반으로 보면 남에서 북으로.


하지만 이상하게, 남한처럼 2인 1조 밀어내가 근무가 아닌 것 같다. 군복과 모자의 윤곽, 수평으로 걸쳐지지 않은 보(병)총. 그럼 권총인데? 군관. 소대장? 중대장? 혹시 경계 보강은 아닌가? 비상은 비상이겠지. 보름 전과 같을 수가 없어.


어둠이 내리고, 첫 야간경계 투입을 못 봤다. 박진은 모두에게 보초와 초소를 보라고 지시했다.


‘움직여!’

우측 초소, 서성이는 기분이 들더니, 다시 그림자들이 나온다.

‘몇 개. 몇 개.’

넷. 다시 말해 저 초소는 2인 초소.


이동하는 사람을 따라간다.


‘엇, 씨.’


충격.

넷의 정면을 통과해 왼쪽 초소까지 가기도 전에, 갑자기 수평선상에서 누가 일어난다. 안 보이던 초소다. 1인초. 특별한 보강인가 통상적인 경계상태 등급이 상승인가.


어느 부대나 야간에만 쓰는 초소가 있고, 세워 놓거나 파놓고 안 쓰는 초소나 참호들이 있다. 그건 비상시 쓰는 것. 모든 경계부대는 부대 총원을 투입할 참호를 축성은 한다. 축성의 기본이다. 아군 GOP도 소대 구역에 소대 총원이 들어가고도 남을 참호와 초소를 축성한다. 교전이 벌어지면 참호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차이가 크다.


팀이 목표로 하는 돌파 공간에 1인초가 있다. 지금 봤다. 좌우 초소의 거리는 100m. 추가로 추입된? 1인초는 우측에서 60m, 좌측 초소에서 40m. 왼쪽으로 약간 치우쳐 있다.


스르륵.

박진은 몸을 돌려 등을 대고 눕는다.

이종인 얼굴이 조용히 별빛을 가리고 다가온다.

“어뜨케. 이동해?”

“여기만큼 은폐 안 돼. 다른 데도 저럴지 모르고.”

먼 곳에서 충분히 정한 장소.

“지금 새로 이동할 수도 없어.”

이종인이 고개를 끄덕인다.

“오케.”

박진이 대검을 꺼내 소매에 닦는다.

자기가 하겠다는 소리다.


그때 오른쪽에서 손이 나와 박진의 손을 덮었다. 성지연이 자기 대검집을 쥐고 보여준다. 박진이 고개를 살짝 가로젓자, 성지연 역시 고개를 가로젓는다. 박진이 이종인에게 고개를 돌려 눈을 맞추고. 의사 교환이 끝나자, 이종인이 검지로 성지연을 강하게 두 번 찍었다. 그러자 성지연이 고개를 끄덕이고 대화가 종료된다. K-7 발사음이 들릴 조용한 밤이다. 기상도 멀쩡하다.


성지연은 175에 딱히 좋은 체력이 아니다. 하지만 부대 안에서나 그렇게 생각하지, 일반적으로 목욕탕에 들어가면 쳐다볼 몸이다. 부대 안에 좋은 몸이 흔하기 때문에 성지연 정도는 그냥 “몸이 뭐가 없네?” 그런 느낌을 받는다. 모두가 몸, 체력, 최고인 사람을 모범으로 두고 따라가려고 한다. 그런 몸과 체력을 보다 보니 적당히 좋은 몸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일본말로 곤조가 있는 놈들은 ‘저 사람을 잡자.’ 애를 쓴다. 보통은 자기 지역대 몸짱 체력짱을 표적으로 본다. 성지연도 상당히 좋은 몸이고 구보 행군에서 낙오한 적 없다. 다만 짬밥 낮은 3년 차. 부대는 같은 중사 계급장이라도 분명한 선이 있다. 성지연 짬밥이 ‘좀 올라온 때’이지 ‘충분히 믿고 쓸 만한’ 상태로 보지 않는다.


짬밥 높다고 실전에서 더 잘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부대 분위기상 좀 불안한 감이 온다. 장기 박고 몇 년 지켜보면, 4년간 키워서 쓸 만할 때쯤 우르르 전역한다.


(천부적으로 움직이기 싫어하고, 부대가 원하는 측정기준만 딱 맞추고 더 이상 안 하고 반복하다 제대하는 사람도 있다. 제대할 때까지 안 늘고 끝나는 사람도 존재한다.)

박진은 정면에서 눈만 돌려 성지연을 본다.


‘왜 그래. 이미 내 적신 칼을.’


이제, 자기가 하겠다고 했으면 처리해야 한다. 이유는 추정하지만, 그 이유도 확신을 주는 건 아니다. 크라브 마가 지역대 교관이기 때문이다. 교관인 이유는 가장 칼을 잘 쓴다는 말이 아니며, 사실 칼을, 어디다? 사람한테 써 보는가? 성지연이 교관양성화 사회 사범이 왔을 때, 지역대에서 집체를 보낸 것. 그게 전부다. (사범들은 다른 여단 전역자들이었다.)


그렇다고 그것이 사람을 빨리 절명시키는 그런 기술을 숙달하는 수준이 아니다. 그런 교육을 하는 군대는 없다. 칼을 써서 방어하고 치명상을 입히는 기술을 배웠을 뿐이다. 성지연은 지역대에 사회 사범의 여러 기술을 보강하려고 집체를 보낸 거다. 일주일을 부대 체육관과 참호격투장에서 교관화를 받았다.


‘지연아. 찌르고 베는 게 아니라, 완전히 보내야 돼. 가장 빨리. 소리 없어.’


‘세상에, 굳이 경험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있다. 분노한다고 누구나 주먹을 쓰지 않는다. 분노한다고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 이 세상에 사람을 죽이고 싶은 사람은 넘치고 넘친다. 억울하고 비참하고, 정말 인간 같지도 않는 것들에게 가족을 잃은 사람들. 말은 죽이고 싶지. 하지만 그러지 마. 하지 마. 넌 하지 말라고. 세상 모든 것이 그런 건 아니지만, 굴레가 있어. 한번 빠지면 계속 반복돼. 시작을, 하지 마. 시작하면 영원이야. 악몽 꿀 일을 하지 마. 성지연. 넌 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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