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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백조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0 01:20
최근연재일 :
2021.11.10 12:00
연재수 :
7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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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03,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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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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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2. 굿바이 브라우닝 - II

DUMMY

놀라서 방아쇠를 당길 때는, 빨리 안 쏘면 내가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 단발이라도 방아쇠 당기는 속도가 거의 ‘자동’에 버금갈 정도로 빨라진다.


어둠 속에 이어지는 크롬처럼 눈부시게 빛나는 주황색은 예광탄 색보다 현란하다. 그리고 크다. 옆에서 보면 활엽수 잎사귀 같지만, 앞에서 보면 동그랗다. 어떤 것은 소염기에 (총구가 들리지 않게 하려고) 뚫린 구멍에서 화염이 솟구치며 바람개비 같은 모양으로 터진다.


그것이 터질 때 병사는 본능밖에 없다.

그저 욕이다.

술 먹고 둘이 악물고 펀치를 교환할 때 나오는 말과 같다.


그 화염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

탄창을 교환할 때 손이 덜덜 떨린다.

안 쏘면 불안하다.

걸쇠는 풀리고 사격의 시작!


식별에 집중하지 않아도, 상대의 숫자와 위치가 눈에 들어온다. 허나, 옆에서 동료가 어느 정도 빠르게 적중시킬 수 있는지 모른다. 기댈 수가 없다. 일단 나부터 빨리 쏴야 한다.


탄창의 실탄이 떨어지거나 총이 고장 날 수도 있다. 탄창 갈아 낄 틈이 없다. 수류탄도 쓸 수 없다. 이 와중에 수류탄이 터지면, 같이 죽는 건 각오할 수 있으나 반대의 결과도 있을 수 있고, 그보다 시간이 없다. 수류탄 꺼내서 안전핀 뽑고 몇 초를 기다릴 여유가 없다. 단 1초라도 주저하면 먼저 맞거나 죽는다.


초탄은 3m도 안 되는 거리였다.


어둠 속. 급작스런 충돌. 한 무리는 소총을 45도 정도 거총으로 들고 있었고 - 아예 총구를 내리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반대편에서 오던 두 명 중 앞사람은, 사격 가능한 상태에서 한 팔을 들고 나가고 있었다. 그것은 압도적인 효과를 발휘했다.


그 권총을 잡은 사람 손이 – 문득 인기척을 느끼는 순간 엄지가 자물쇠를 풀었고 - 앞에 나타난 사람의 몸통에 대고 당겼고, 바로 double tap으로 한 발 더 때리고 다음 사람으로 총구가 이동했다. 회피할 것이 아니었다. 한두 발 쏘고 튈 상황이 아니었다. 권총의 탄창이 빌 때까지 중단할 수 없었다. 반대편의 숫자 때문에 한발 한발 다른 그림자에 넣으려고 분주하고 상하좌우 움직였다. 권총의 총구는 사람 가슴, 어깨, 복부, 얼굴에도 격발했고, 그 한 탄창 사격은 정말 빨리 끝났다.


처음에는 그 무성권총 소리를 그들이 이해하지 못했다.


산길.


두 명에게 마주 오던 사람들은 거의 붙어서 오고 있었고, 특수전 상식은 아니었다. 특수전 침투부대는 개인당 교범으로 10m. 안 그래도 5m는 벌린다. 일렬로 오다가 강릉 때와 같이 자동으로 갈기면 두셋이 동시에 쓰러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리는 특수전 상황으로 보지 않고 붙어서 이동했다. 그리고 선두 첨병의 가-조준 상태 걸음도 하지 않았다.


결국, 첨병이 서면서 뒤에서 무성권총에게 밀려왔다.


기다란 권총이 한 명에게 한 발을 맞추는 데 1초도 걸리지 않았다.


처음 두 명은 합해서 2초도 걸리지 않았다.

사격이 아니라 ‘거기 대고’ 쏘는 발포였다.


‘썅간나. 죽어!’


권총의 주인은 기다란 소염기를 왼손으로 잡고 앞으로 나갔다.

어느 때부터 알고 있었다. 기세도 전투에 크다.

몇 발 쏘고 등을 돌리면 상대는 더 과감하게 조준한다.


‘죽으라!’


소리는 덜커덕 턱! 덜커덕 턱! 덜커덕거리며

총구 소음보다 권총 슬라이드 후퇴-전진하는 소리가 더 컸다.


그때 즈음 상대도 총을 기능화시켰고, 총성은 두 가지였다. 5.45mm와 7.62mm. 유성 소총의 초탄 발사 이후 음향은 무의미했다. 귀는 그냥 멍하고 시끄러우며 눈이 현란하다. 나무들 사이로 사람들 사이로 플래시가 터진다. 불시의 다수 섬광이 카메라 플래시처럼 마구 펑, 펑, 펑, 터진다. 제대로 상황을 판단하기 어렵고, 중요한 것은 단 하나, 내가 먼저 빨리 쏴서 맞춰야 한다.


“이 씨발. 씨발.”


2인조의 뒷사람도 길 오른쪽으로 벗어나면서 이미 쏘기 시작했고, 그 섬광과 어우러져 마치, 상수도 호스를 잡은 서너 사람의 물싸움처럼 섬광이 어우러진다. 그러나 이미 2인조는 길 양옆으로 벗어났고, 무리로 들어오던 후미는 길옆으로 엄폐하면서 쏠 수가 없었다. 안 보인다. 뭐가 뭔지 모른다. 저 그림자가 아군인지 적군인지 모른다. 그 무수해 보인 섬광은 소총 다섯 자루 정도였고, 그마저도 반 이상은 이미 조용한 총알에 맞아서 총구가 들리고 마구잡이로 돌아간다.


“개새꺄.”


기다란 권총이 사람 몸에 대고 당겼지만, 바로 윽! 쓰러져 의식불명이 되는 것이 아니다. 이쪽이나 저쪽이나 생사를 걸고 0.3초에 목숨이 걸린다. 총알을 맞아도 가만히 있으면 진짜 죽는다. AK 섬광이 중동 어디 영상처럼 공중을 향해 다다다다 치솟는다.


“이 개 같은.”


처음 권총을 쏜 사람은 힘에 밀려서인지 쓰러지는 누구와 충돌했는지, 뒤로 넘어가면서 권총을 던지고 AK를 들어 사방을 향해 거대한 섬광을 난사했다. 어차피 권총을 총알이 끝난 걸 느꼈다.


소총은 단발 상태.

진정한 공포는 다름 아니다.

이 보총의 탄창이 끝나면 방법이 없다.


탄창 교환은 불가능하다. 상대 인원이 훨씬 더 많다. 상대 그림자들이 거꾸러지고는 있으나 아직도 많다. 비슷한 총구 섬광들이 수평으로, 45도 아래로, 또 위로, 사선으로 터지고, 모두 귀를 먹었다.


“죽어!”


불행히도, 둘이 먼저 쏘기 시작했음에도 넘어가지 않은 그림자들 몇은 여전히 서 있었고, 그때 탄창을 교환하려는 소리를 분명히 들었다. 상대도 이쪽도 탄창은 금방 비었다.


권총을 던지고 AK를 잡은 성지연은 총구를 낮추면서 쏜다.


탕. 탕. 탕. 탕탕탕. 탕 탕...


‘이 개새끼들.’


땅에 등을 대고 갈기던 총의 탄창도 비었다.


‘어? 어딨어?’


순간, 땅에 등을 댄 성지연은 누가 문경주인지 판별하기 힘들었다.


다만 앞으로 토하는 아주 작은, 정말 작은 총구 섬광. 무성총이다. 발사음 충격이 없다. 그 총구는 아마도 분명히 문경주 선배. 그 그림자는 앞으로 나가며 쏘고 있었다. K-7이라 생각한 이유는 사격자세. 밤인데 조준경으로 보듯이 머리가 총에 붙었다.


‘어떻게! 이제 어떻게!’


죽음을 생각할 틈도 개념도 들어서지 못한다.

부모형제가 죽어도 상이 끝나 집에서 진짜 슬픔이 오고,

총질 와중에는 죽음이 없다. 끝나봐야 안다.


‘다음. 다음. 아직 안 끝났어!’


누운 자는 백팩을 등에 진 상태로 몸 옆에 붙어있던 것을 찍찍이를 뜯고 잡았다.


숨겨둔 군장을 찾을 때 삼단삽을 챙겼다. 삽이 얼마나 중요한지 몰랐다. 비정규전부대는 계속 무엇을 묻어야 하고 자신이 들어갈 땅 구멍도 파야 한다. 그리고 땅을 파고 들어가면 안 춥다. 5도 이상도 차이가 난다.


선지연은 삼단삽을 펴서 옆에 달고 있었다.


이유가 있다.


갑자기 숨거나 은폐할 경우, 그 자리에서 은거해야 할 경우, 삼단삽을 펴는 소음이 의외로 크다. 그리고 삼단삽은 접은 상태에서 떨어지거나 충돌해서 많이 고장 난다. 삼단삽 몸통을 지지하는 굶은 끈이 두 번이나 휘어져 접혀 있다. 삼단삽이 완전히 펴져 섰을 경우는 오히려 무리한 힘만 가하지 않는다면 적당히 단단하다.


“정확히 쏘라! 보고 쏘라! 정확히 쏘라우!”


쏘는 놈과 자기 총을 보며 웅크린 놈들의 조합.

이쪽과 저쪽도 쏘고 쏘다 탄창을 갈아낀다.

계속해서 카메라 플래시가 타타타타타타 연속으로 터진다.


“썅!”

“썅 간나!”


삼단삽을 잡은 성지연은 몸을 앞으로 당기면서 무릎으로 서고, 서 있는 그림자의 두 다리 중 하나를 수평으로 날려버렸다.


“악!!!”


삼단삽이 부러진 줄 알았으나 아직 붙어 있다. 큰 비명은 없다. 큰 고함은 호흡이 정상적으로 속으로 들어갔다 나올 때 가능하다. 삽은 맞은 사람은 물총이라도 맞은 것처럼 “어, 어.” 작은 소리와 함께 뒤로 넘어간다.


“뒤져 이...”


‘이 삽이 몸으로 들어가 박히면 끝이다.’


그림자.

웅크려 쏘지 않는 그림자들.

다른 몸통과 팔을 향해 수평과 사선으로 강하게 돌린다.


“헉!”


손목이 부러질 정도의 충격. 부러졌다. 삽날이 날아가고 없고, 갑자기 손잡이만 가벼워진다.


쓸모없는 삼단삽 자루.

던져버릴 수도 없는 아득한 순간.

땅에 한 손을 짚다,


묵직한 것!


누군가 놓친 총!

총열이나 개머리판 모가지를 잡아!


잡고 돌린다.


‘악!’ 손이 탄다. 뜨거운 총열을 잡은 손바닥이 탄다. 하지만 놓을 수 없고, 다시 개머리판 모가지를 잡는데... 손이 스치며 약실이 닫혔음을 알았다.


‘총알이 있어!“


바로 들어 방아쇠를 당긴다.


단발.

펑! 펑! 펑!


단발로 서 있는 그림자를 향해 한 발 두 발 당긴다.


굵직한 나뭇가지만 남고 별 가득한 밤하늘, 별을 가리던 검은 그림자들이 사라졌을 때, 사람 귀에 인식할 수 있는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를 낸 그림자가 잡아끈다. 끌리다가 더러운 입 냄새가 헉헉대며 속삭인다.


“지연아...... 정신차려.”


귀에 폭주 기관차 같은 소리가 이어졌고

귀가 먹었다. 기관총보다 더 빠른 폭주...

이제 고막을 꼬집듯이 귓전이 윙윙 거린다.


“야 새끼야. 정신 안차려?”


4점식 총기끈 때문에,

끄는 사람 몸에 여전히 K-7이 걸려 흔들거린다.


한 명은 끌고, 다른 사람도 이끌리다 몸을 돌려 일어난다. 배운 것을 처음 써먹었다. 공수교육 송풍훈련. 성지연이 일어나자 문경주가 방향을 끈다. 빨리 걷기 시작한다.


‘누가 헌혈했냐 씨발.’

군복 앞이 축축하다.

‘이거 내 피야?’


뒤에서 총성과 고함이 멀어진다.

남의 AK 개머리판 모가지를 잡고 있는 사람은 깨달았다.


브라우닝을 잃어버렸다.

실탄도 꽤 남았는데...


종인 선배. 미안해.

사수, 미안해.


어떻게 됐을까 두 명.

북조.


무릎을 찍고, 풀이 정강이를 스치고, 가지가 얼굴을 때리고, 발이 헛돌고, 앞은 컴컴하다. 말을 못 하고, 숨소리는 거칠다 못해 내장을 토하는 것 같다.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가는 방향이 가는 방향이다. 몸이 출렁거린다. 당기다가 밀고 밀다가 당긴다. 힘이 떨어진다. 지친다. 한 걸음도 가기 힘들다. 아니, 안 가고 싶다. 주저앉고 싶다. 눕고 싶다. 턱이 출렁출렁 허리가 휘청휘청 논다. 말은 없고 헉헉 소리만 들린다.


높아지고 경사지자 엎어진 사람을 질질 끌어 올리고, 다시 세운다. 걸어. 어서 걸어. 안 걸으면 죽는다. 무엇이 땅을 딱! 따닥! 때린다. 무엇에 맞아서 작은 조각들이 공중에 튄다. 들을 수 있다. 가지를 때리는 소리, 잎사귀를 관통하는 소리.


위험하면 과감하라.

위험하면 대놓고 해라.

뒷덜미가 잡혀 끌린다.


‘어디로 가. 지금 내가 어디로 가.’


하지만 꼭 잡는다.

총은.

놓치면 죽어!!!

단 한 말이 들어 있더라도

총은.


길이 아니다.

엄청 험난한 고각 상향, 문경주가 끈다.


가지가 얼굴을 때리고,

발을 헛딛고

눈의 명도가 아직 안 떨어진다.


‘아, 씨발 브라우닝. 아...’


슬프다.

전우를 잃은 것처럼 슬프다.


백주현 때도 안 그랬는데,

가슴이 울리고 물이 턱에 뚝뚝 떨어진다.


“이놈이 정말...”


문경주가 신경질적으로 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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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51. 도화선 21.06.10 419 14 13쪽
74 50. 육첩의 방 - II 21.05.27 428 16 12쪽
73 50. 육첩의 방 21.05.13 499 14 11쪽
72 49. 810 +1 21.04.28 520 1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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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42. 가을하늘 공활한데 20.12.23 510 19 12쪽
62 41. 금야 밤바다 (3) +2 20.12.09 583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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