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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백조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0 01:20
최근연재일 :
2021.11.10 12:00
연재수 :
79 회
조회수 :
66,684
추천수 :
1,629
글자수 :
403,656

작성
20.05.20 01:22
조회
3,517
추천
54
글자
7쪽

1. 군인의 별

DUMMY

양쪽 끝이 사선으로 잘린 기다란 사각형.

커터 칼날 두 칸을 부러트려 놓으면 딱 그 모양이다.


빨간 바탕에 두꺼운 노란 줄이 하나, 그 위에 가느다란 노란 줄 두 개 더... 군사칭호 상사. 지켜보는 사람들은 무리 중 두드러져 보이는 조선인민군 상사를 반복해 본다. 빨간 계급장은 흔한 군종인 육군. 계급장 위쪽 동그란 배지 - 보병을 상징하는 교차하는 소총 두 개에 별과 동그란 잎사귀.


‘군발이나 자세히 보는 거야.’


계급장 달린 컬러 위로 솟은 상사의 목, 힘줄. 더 올라가면 돌출한 광대뼈와 빈틈없이 검게 바른 위장으로 돌보는 이 없어 시커메진 동상 같은. 남조선 식으로 말해 체지방 5% 이하를 대변하는 얼굴. 오랫동안 배불러 앉아 있지 못한 호리호리한 몸. 껌을 씹는 상사의 얼굴 피부가 비날론(비닐) 두 장을 비비는 것 같고, 목과 얼굴 근육이 천수를 다한 토종닭 같이 한 올 한 올 질겨 보인다.


상사가 손가락으로 “딱!” 소리를 내고,

“시계 영점.”


상사에게 모인 세 명은 계급장에 두꺼운 줄 하나와 얇은 줄 - 중사. 대(隊)가 어떠한 구조인지를 보여주는 조선인민군 하사 추가로 두 명, 상급병사 한 명.


일곱... 원탁을 맴도는 냉기,


통과 후에 떼기 위해 계급장의 밝은 색을 덕 테이프로 붙인 검은 얼굴 일곱.


시계 영점을 잡고 물러서자 문득, 소령이 호주머니에 있던 미니 핫브레이크를 발견하고 농담반 진담반 조선인민군 상사에게 내민다.


상사는 고개를 젓는다. 일주일 동안 육식을 입에 대지 않았고, 단백질로 두부를 먹었으며, 그마저도 배부르게 먹는 걸 경계했다. 적성지역 연구시간에 강사에게 자주 들었다.


‘남조선 사람은 고기기름 냄새가 납니다. 모르시죠?’


냄새, 상사는 핫브레이크도 그런 기름으로 봤다. 지역대장의 선의는 이해했다. 골프장이 뭐라도 주고 싶은 심정. 사지(死地)를 앞에 두고 음식을 바라보는 것처럼 초라한 건 없다. 살아야 음식도 필요하다. 총과 식량, 군인은 총부터 선택한다.


지역대장은 흰색이라곤 치아와 눈동자 밖에 없는 상사를 본다. 근 3년을 봐온 사이지만 마음을 읽기 어렵다. 그의 눈에 감정을 담겨진 기억이 소령에게 희소하다. 처음 봤을 때는 항상 화가 난 사람으로 보였다. 둘은 팀장과 부팀장으로 만났고, 이제 대위가 지역대장으로 승진해 사람들 앞에서 격식을 차려야하는 사이가 되었다. 친구처럼 동료처럼 지내온 2년 반의 팀 생활. 상사는 각별히 말을 조심했다. 지역대원들 앞에서 사소한 말이라도 실수하면 안 좋은 거라고.


‘쯔쯔, 북조선에 없다니까.’


지역대장은 핫브레이크를 호주머니에 넣고, 아마도 상사가 이 음식물의 의미를 ‘마지막’이라고 받아들여 그랬다고 생각했다. 아니었다. 상사는 지역대장에게 손을 내민다. 소령도 구강 난의 침을 꿀꺽 삼키며 상사에게 손을 내밀고, 둘은 전에 없던 반응을 서로에게 보인다. 악수와 동시에 왼손으로 서로의 어깨를 꽉 움켜쥔다. 대대에서는 둘의 중대장 담당관 전직 관계를 안다. 지역대장이 골치 아픈 일이 생기면 지역대 행보관이 아니라 상사를 찾는다. 입에 언어가 한적한 상사는 지역대 부사관들이 행보관보다 두려워한다.


어젯밤...

“자네 소령이지?”

“예.”

“자네는 왜 마크와 계급장을 다 뗐어? 작전병력도 아닌데.”

“대원들이 저의 관할 소속입니다.”


“거 계급장이 요란해. 뭐지? 적성 계급장 다 까먹었네.”

“상사 하나, 중사 셋, 하사 둘, 상등병 한 명입니다.”

“왜 그렇게 정했지? 군관은 안 돼?”

“군관은 전사로 입대한 원적 부대와 출신 군관학교를 정확히 대야 합니다.”

“복잡하구나. 그럼 계급은 어떤 의미야...”


“실제 상사니까 상사, 세 명은 중사니까 중사, 하사는 짬밥이 낮은 중사라서 하사. 상등병도 뭐.”


“진짜 계급이 뭐야.”

“상사 한 명에 여섯 명 모두 중사란 말입니다.”

“야... 거기는 그런 구성이 가능하구나.”

‘거기’라는 곳에 한 번도 안 들른 장교였다.

“하사와 상등병 계급장은 아직 4년을 못 채운 대원입니다.”

“그럼, 중사 네 명은 다 장기야?”

“네. 사단장님.”

“채우는 김에 다 장기로 하지 그랬어.”

홍소령은 말을 할 수가 없다. 설명이 길어지게 된다.


‘이 상황 모르시나? 전시작계가 우리만 먼저 걸린 거야? 병력 더 못 빼요,,,’


옆에 서 있던 여단 작전참모가 아무 것도 모르는 척 연기하며 눈빛을 준다. 그만하라고. 그래도 별이 두 개다. 육군소장에게 보안을 요구할 수 없는 것이 우리나라 군대. 아무리 그래도 군 생활이 몇 년인데, 대화가 새나갈 확률은 없다. 여기 전방은 1급만 발령된 상태로 사단장도 전술조끼에 화이바를 쓰고 있다. 진짜로 개전이 되면 지금 앞에 있는 작전팀을 생각할 겨를이 없을 것이다.


계급에 눌려 불필요한 이야기를 한 홍소령은... 불편한 마음으로 사단장의 눈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다시 철책...


가느다랗게 형상만 간신히 보이는 초승달. 거의 무월광. 그로 인해 더욱 두드러지는 군인의 별, 북극성. 철책과 정확히 90도로 저 멀리, 높이, 빛난다.


접철식과 나무 총탁이 섞인 아카보총을 쥔 팔뚝과 힘줄들. 러시아제 AK용 조준경. 무성총 2정. 남조선 구 우드랜드 무늬 비슷한 전술조끼와 가슴에 두툼하게 자리 잡은 탄창. 등에는 무늬 없는 백팩. 나무 지가대와 벌림대 등이 외부에 달려 있다. 하사 한 명의 등에는 갈대로 만든 빗자루까지. 북한군 용어로 전연돌파용 대상물 장구. 큰 백팩은 생각보다 무거워 20kg. 그중 백팩이 가장 가벼워 보이는 중사는 K-7을 들어 적외선을 확인한다.


홍소령이 상사에게 다가선다.


“할 말 있나?”

“......”

“표창... 유사시 침투로 후방 1km 재집결.”


“하하.”


일곱 명 근처에 작전차림의 다른 두 명. 둘은 대한민국 군복의 중사와 하사. 일곱 명을 인도하기 위해 왔지만 사단수색대도 아니고, 아무도 그들이 어디 부대인지 모른다. 헬멧에 하얀색 글자 ‘MP’가 없다. 아무도 생각하지 않지만 이상한 단어 Military Police. 한반도를 가로 긋는 철책에 모두가 MP.


한국에는 헌병이 이렇게 많아?


총 9명의 무리에 다가선 지역대장 빼고,


30미터 뒤 숲에, 그림자들. 제법 간부라고 생각할 만큼 두툼한 그림자 열 개가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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