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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백조

웹소설 > 일반연재 > 전쟁·밀리터리

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0 01:20
최근연재일 :
2021.11.10 12: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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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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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3. 우린 미쳤다. 너희는 어쩔래 - II

DUMMY

종적을 감추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야.


차단선 깔고 추격했는데 우리가 북한에서 어디로 넘어간 것으로 추정돼야지. 시신을 보여주면 안 돼. 못 찾아야 공포가 배가된다. 그게 대한민국을 돕는 일이다. 너무 씨발 착하게만 보여. 대한민국 니미 씨발. 우리 주변에 정상인 하나라도 있냐! 러시아, 중꾸, 일본, 북한, 정상인 건 누구야!


우리도 또라이 임을 보여줘야 돼. 우리 같은 팀 수백 개가 존재한다는 것이 전시에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보여줘야 해. 씨발, 기회가 왔을 때 우리도 칼로 가죽을 벗겨서 매달아 놨어야 해. 우리가 잔인하기에는 조금 평범해. 하지만 그건 남쪽에서 할 얘기지. 죽이겠다는데 착해서 엿 바꿔 먹냐.


아직 안 끝났으니 한번 봐.

우리가 보여줄게.


우리 같은 애들이 백 명, 천 명 넘어온다고 생각하면 좀 후달리냐? 특히 일본 잘 봐야 이 자식들아.


어쩌면 우린 실험대상이자 시범 케이스야. 좀 거창하게 말해서 국익을 위해 아직 멀었다. 더 할 수 있다. 우리는 여기 협박하러 들어온 건가. 미국을 대신해서?


‘우리는 해야 한다. 우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부대를 위해서. 국가를 위해서. 국가란 말은 너무 광범위해서 불투명하지만, 적어도 부대를 위해서. 전쟁은 잠시 연기된 걸 수도 있다. 그러면 우린 우리 부대를 위해서 해야 한다. 끈질기게. 끈질기게.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슬퍼하지 말고 끈질기게 전술을 행한다. 명령대로 한다. 그게 가장, 그게 가장 죽음으면도 보람되니까. 우리가 찾을 수 있는 보람이란 그것밖에 없으니까.’


1970년대 중반, 미국이 북베트남과 전쟁을 끝내자는 평화회담을 할 때, 북베트남은 미군이 철수할 걸 분명히 알고 고자세로 이것저것 질질 끌었지.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면서 생떼를 피웠어. 공산당 애들 특징이지. 간 보는 것과 억지 주장으로 일관하며 적당한 쇼부를 바라는 태도. 전형이야.


그런데 미국이 좀 도라이야?


미국 언론은 세계에 공개된 사회라서 북베트남도 미국 내 반전운동 잘 알고 있었다. 북베트남도 내상이 적지 않은 상태에서 떵떵거리며 협상을 유리하게 조율했어. 그러자 키신저라는 양반이 북베트남 대표에게 그랬지.


“우리 대통령 닉슨 알지? 한번 돌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대놓고 말했다.

“난 그대로 말을 전할 거야. 닉슨 몰라?”


그 말은 통했고, 실제로 평화회담 중에 전격적인 북베트남 폭격을 일주일에 걸쳐 맹렬하게 기습처럼 했고. 북베트남은 깜짝 놀랐다. 그리고 ‘닉슨이란 사람’은 협상의 카드가 된다. 닉슨은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사람이다... 회담 더 하기 싫으면 말아라. 닉슨은 베트남 내 미군 철수 중단하고 다시 참전할 수도 있다...


그러면 이 카드를 받은 우리 국방부의 목적은 뭐야.

설마 모르고 받았다고? 사령부까지는 모를 수 있지.


이 일로, 잘하면 우리가 북한 장군들 여럿 교체할 수 있다. 장군들 반목이나 분쟁을 유도할 수도 있어. 북한은 그런 일이 통할 가능성 커. 북한은 군인의 정년이 없어. 죽을 때까지 장군이야. 그리고 북한에 장군이 2천 명. 멀쩡한 민간인데도 실제 신분은 군인이야. 그런 장군들은 무슨 사령관 맞는 거 끝났지. 다 알아. 해외사업 하는 사람도 서류에는 군인이야. 그냥 집에서 산 지 10년 20년인데 직분이 군인이야. 상관없어. 그냥 사업자야. 그런데도 공식적으로는 군인이야.


그리고,

북한은 항상 두 개 이상의 파벌이 대립 중이지. 서로를 안 죽이면 올라설 수가 없어. 그 대립에 군대는 당연히 포함이지. 북한 같은 체재는 두 파벌이 나눠 먹는 거 없어. 하나가 완전히 다 가지기 전에는 파벌싸움이 끝나지 않아. 나눠 먹는 게 안 통하는 수뇌부 정치군사 세력이야.


군대가 너무 크니 파벌이 복잡해. 그걸 총합 판정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이고. 그리고 그 유일자는 위험하다고 생각하면 반대 파벌을 등용해서 손에 피 안 묻히고 죽여. 그러니 대대적인 숙청이 있어도 북한 주민들은 수령이 했다고 생각하지 않아. 김일성도 그 수법을 썼고 김정일도 다른 파벌을 빌어 문화대혁명 버금가는 숙청을 해냈지.


25년도 지난 1994년 호위사령부,


평양과 수령을 보호하는 호위총국 안에서 1국과 2국의 갈등이 표면화되어 무력분쟁 수준까지 갔고, 이것을 본 김정일은 군부에 대대적인 숙청을 감행해 기존 세력을 척결했다. 그러면서 아버지 김일성 시절 간부들을 죄다 숙청했어. 자기 입김이 안 통하는 아저씨들이지. 그때 김정일은 김정은이 나라를 물려받았을 때 문제가 생길 것을 경계해, 핵심적인 요직에 ‘100인 세력’이란 사람들을 앉혀 군부를 완전히 물갈이했다. 김정은 체제하에 이는 200인으로 늘어났다는 설이 있다.


큰 작전 실패도 엄청난 물갈이를 일으킨다. 기관이 통폐합되고 명칭도 마구 바뀐다. 눌린 파벌은 그런 사고를 기다리고, 음흉한 정보조작도 일삼는다. 지도자는 자신을 등극시킨 세력도 언젠가는 다시 숙청해야 한다. 주기적으로. 까불면 죽는다는 걸 보여줘야 자신도 생존한다. 그래서 눌린 세력도 조용히 참고 기다린다.


북한 군부도 대한민국 군대의 눈치를 보도록 해야 한다.

왜 못한다고 생각해? 강릉 기억 안 나?


‘뜨거운 감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뜨거운 감자.

바로 껍질도 벗기기 힘든 냄비에서 갓 나온 감자.

중요한 건 감자가 여기 존재한다는 거다. 실제로.


우리가 현대판 124군부대 김신조지.

우린 몰라. 정부는 몰라. 혹시 국방부 누가 그랬나? 내가 알아보고 전화 줄게. 어느 장군이 홧김에 그랬다네. 미안해. 너희 많이 죽었냐? 그 애들이 좀 또라이야. 진심으로 사과할게.


우리가 이쯤 해서 다 죽었어야 했어.

그럴 거라 생각하지 않았겠어?

우리가 너무 오래 간 거야.

이유가 뭘까. 우리가 강해서?

결과적으로 우릴 못 잡은 건 니들이 병신이지만,

여긴 남한보다 작전이 편해.


지역과 지역의 정보라인이 두절되고, 오직 평양만 전체적인 걸 알아.

거기다 여긴 무주공산이야.


남조선이면 그 어느 산이건 바로 스마트폰에 찍히고 신고 들어갈 거다. 신고 들어가면 바로 비상 뜨고, 전파는 급속도로, 바로 헬기가 우르르 몰려들고, 강릉이 참교훈이 되었지. 그리고 정보망이 너무 발달했어. 북한이 보기에. 북한 경보병여단이 태백산 준령을 타고 내려온다고? 북한 애들 잡고 그런 설명을 시도하는 놈이 바보지.


대체 무엇일까

우릴 보낸 이유가

이 시기에 뭘 해야 할 이유가 있었나?

정보사도 아닌 우리를?


대립이나 항명이 벌어지면 수령도 바깥일에 골몰하지 못한다. 어느 테이블에 앉더라도 내부가 불안하면 외부에 거만해지기 힘들다.


남한이 마음만 먹으면 우리 같은 애들 보내서, 장성들 모가지를 주르륵 날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자고. 우리도 많이 당했지. 그렇게 옷 벗은 장군 남쪽에 많다. 북한 군부의 갈등을 조장하는 데는 이러한 대형사건이 빠지지 않고 작용한다. 반대파는 기회인 것이다.


잘하면 능력 있는 장군들이 옷을 벗는다. 스탈린처럼 쓸 만한 장군들 몽땅 숙청하면 남한에 얼마나 도움이냐. 이번 정권은 젊은 애라 사고 칠 확률 있지.


북한에 장군만 2천 명. 뭐 이런 나라가 다 있어! 여기 상식은 여기만 통해. 장군들이 나가면 그만큼 진급시켜야 하는 남한이 아니다.


북은 남쪽을 수도 없이 사소한 것과 강한 것을 섞어 흔들었다.

우리도 북을 흔든다.

이것이 남한의 힘이다.

우리도 힘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어떤 힘? 미친놈의 힘.


니들도 한번 뒤죽박죽돼 보라고. 북한을 그렇게 무서워하는 일본놈들에게 겁도 주자고.


‘남한이 올라가 북한을 저렇게 흔들다니...’


도쿄도에 1개 대대 낙하산으로 뿌려버린다. 니들 감당할 수 있어? 1개 여단을 요코수카 기지에 뿌려 해상자위대 장비 전함 가루로 만들어 버린다. 중국도. 러시아도.


개인적으로 기분이 더러운 건데, 남파된 애들이나 북한군 출신 탈북민들도 남한군 깔보는 문화는 여전하고, 정신병이야? 대한민국이 개발하는 무기 병기, 무엇인지도 모르는 북한군 출신 탈북자들. 이봐, 호크아이 뜨면, 트럭 세 대만 달려도 프로그램이 추적해! 이걸 이해하는 북한군 출신 탈북자가 있으려나. 너희 경보병여단 태백산 타고 내려오다 KF-15 편대에 갈갈이 찢겨. 아파치가 확인사살 해줄 거다. 놀라운 전투력 항체들의 공동묘지.


그래도 매듭이 안 풀려.

어쩌면 이건 국방부 단독일지도 몰라.

미군과 손잡고 단독으로.

이런 생각을 하지 않으면 당최 이해가 안 돼.


그래. 우린 어떠한 방식으로든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종인아.”

“눈 뜨지 말고 말하지 말고 자.”

“종인아.”

“왜.”

“내려가는 애들 위해 한 번 더 하자.”


몇 km도 걷지 못하고 다시 쉰다.

더 못 걷는다는 걸 이종인도 안다.

조준경에서 눈을 떼고 박진을 본다.


“이틀간 너무 쉬었나?”

“우리 너무 조용했어.”

“어디로 간 거야? 쫓아오다 말아!”

“뭐가 지나가기라도 해야 할 거 아냐.”

“혹시 국경으로 몰린 거 아냐?”

“모르지. 국경하고 도시만 지키면 안전하지.”

“뭐가 있어야 말이지.”

“하여간 이틀이면 너무 쉰 거야.”


“생각하고 있었어. 이 정도는 아직 덜 쏠린 거야.”

“혹시 경주와 지연이가 뭔 짓 한 건 아니지?”

“어떻게 알아. 우연히라도 사고 날 수 있지.”


“스코프로 간판 같은 거 안 보여?”


“정문이 반대편이라 안 보여. 막사 같은 것에 뭐라고 쓰여 있는데, 저건 몇 중대 소대 그런 거 같고.”


“이 몸으로 저기까지... 힘들 것 같은데.”

“꼭. 뭐. 내려가서 때려야 일이 벌어지나!”


“근데 정확히 뭐야 저게.”

“부대가 있을 이유가 좀 없어. 해안경비도 아니고.”


“GPS 찍어서 근처 군사시설이나 군부대 한번 찾아봐.”

“오케이.”


GPS를 찍고 이리저리 돌려보던 이종인,

생각에 빠져 움직이지 않는다.


“뭐가 없어? 단대호가 없어?”

“아니, 그게 아니라...”


“입력이 안 돼 있는 거야? 군 부대가 아냐? 노동단련대 그런 건가?”


“이거 부정확한 거 아냐?”

“뭐라는 거야 얘가.”


“말로 하면 저건 학교 같아.”

“학교라고?”

“응. 한번 봐요. 어떤 게 맞는지?”


“휴... 가까운 다음 거는 좀 머네.”

“멀어.”


“어떤 게 좋은데. 어떤 게 마음에 들어?”

“일단, 저격이 좋은 곳.”


“가만, 저게 무슨 학교라고?”

“잠깐만, 확대 좀 해보고... 엉?”

“왜 그래.”

“봐봐.”


GPS를 본 두 얼굴이

산 저 밑으로 돌아간다.


“미쳤냐? 쟤네들은 어쩌라고.”



---------------------------------


“그거 말야.”

“뭐.”

“표상사.”

“그래서?”

“뭐가 있다고 그런 말이 있었지?”

“음. 뭐가 있어도 있다고.”


“그 강릉 무장공비 사건 때 말이지. 작전조 2명이 사살당하기 직전에 싸리나무 하러 갔던 2사단 병사가 살해당했어. 공비들이 목 졸라 죽이고 군복과 소지품을 빼앗았어. 3공수가 사살하고 나서 소지품을 보고 놀랐지. 싸리나무 하러 갔던 일병은 탈영으로 간주되었거든. 그런데 공비가 표일병 군복을 입고 군인수첩과 손목시계 같은 걸 차고 있었단 말이야. 부랴부랴 싸리나무 작업장 근처를 뒤져서 찾았어. 놀랍게도, 실종장소에서 50m 거리 낙엽에 덮여 있었어.”


“그 얘길 왜 하는 거야?”


“음. 내 기억에... 그 일병이 표일병이야. 표 씨가 흔한가?”


“정말야?”


“내 말은 맞아. 표씨 맞아.”


“관련이?...”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1 du******..
    작성일
    22.05.20 10:22
    No. 1

    함경도의별,검은백조.....
    최고의 밀소설,특전소설임을 읽을 때마다 느낍니다.
    일천한 군 생활을 떠 올리기에 충분한 긴장감을 매번 느낍니다.
    우리군, 특히 특수전 분야에 근무 하시는 분이 혹 보신다면 영내 도서로 비치 하는것을
    강력 추천 합니다.
    건필 하십시요!

    찬성: 2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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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53. 우린 미쳤다. 너희는 어쩔래 21.09.11 465 11 12쪽
77 52. 굿바이 브라우닝 - II +2 21.07.08 475 11 12쪽
76 52. 굿바이 브라우닝 21.06.24 421 15 11쪽
75 51. 도화선 21.06.10 420 14 13쪽
74 50. 육첩의 방 - II 21.05.27 428 16 12쪽
73 50. 육첩의 방 21.05.13 499 14 11쪽
72 49. 810 +1 21.04.28 520 17 13쪽
71 48. 1133이 진 자리 +3 21.04.14 576 18 13쪽
70 47. 전투호흡 3 21.03.31 497 19 14쪽
69 47. 전투호흡 2 +2 21.03.17 507 18 11쪽
68 47. 전투호흡 1 21.03.03 546 16 11쪽
67 46. 확인사살 (Confirm Kill) 21.02.17 509 15 12쪽
66 45. My Way 21.02.03 557 19 14쪽
65 44. 가위가 놓인 그 자리 21.01.20 563 16 11쪽
64 43. 1분 20초 그리고 이별 21.01.06 514 18 14쪽
63 42. 가을하늘 공활한데 20.12.23 511 19 12쪽
62 41. 금야 밤바다 (3) +2 20.12.09 583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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